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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뭔가 입맛이 돋구고 싶고 뭔가 맛난게 먹고 싶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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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진 대륙으로 구분되어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던 두 문명이 만났다. 우월한 군사력과 발달된 무기를 가진 한 쪽 문명에 의해 오랜 동안 나름대로의 문화를 유지했던 다른 쪽의 문명은 멸망을 당했다. 침략자들은 그들이 발견한 곳을 “신대륙”이라 불렀고, 피침략자는 그 땅의 주인인 “사람”이 아니라 “인디오”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존재가 정의되어야만 했다.
구대륙에 처음 도입된 고추는 하바네로처럼 모두 맵기만 한 것이었을까?
야마모토 노리오의 “페퍼로드 – 고추가 일으킨 식탁 혁명”은 이처럼 신대륙에 자생하는 야생 고추의 생태에서 시작을 해서 고추의 구대륙 전파 경로를 따라 가며 고추에 얽힌 여러 나라의 민속과 음식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고추에 대한 탐구는 학생 신분으로 참여한 안데스 재래식물 조사대에서 엄청나게 매운 야생종 고추를 경험하며 시작되었고, “고추의 기원과 재배화”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고추의 농식물학에 대한 연구를 일단락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민속학으로 전향을 해서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와중에도 저자의 고추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50여년에 걸친 저자의 고추에 대한 인연을 그렇게 정리한 결과이다.
1493년 스페인에 최초로 도입된 이후, 값비싼 후추를 대신해서 어디서나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새로운 향신료로 인지된 고추는 16~17세기를 거치며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 등의 음식 문화에 바꾸어 놓았다. 이 시기에 추가적인 품종 개량을 거치면서 헝가리에서는 파프리카가 탄생하였다.
세계농업기구(FAO)의 2012년 고추생산량 조사를 보면(책 113쪽), 약 130만톤을 생산하는 인도가 약 40만톤인 2위의 중국을 압도하면서, 페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태국, 미얀마, 에티오피아, 가나, 베트남의 순서로 생산량이 나열된다. 페루를 제외한 다른 나라는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책의 조곤조곤 읽어 보면, 고추 전래 이전부터 매운 향신료를 즐겨먹던 문화권에 속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즉, 후추, 산초, 마늘처럼 매운 향신료가 사용되던 문화권에 전래된 고추는 기존 향신료를 보완하면서 음식 문화를 다양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고추가 널리 쓰이는 한반도와 중국 서남부에서 고추 전래 이전에 산초가 서민의 중요한 향신료였던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빨간 고추장에 파란 풋고추를 찍어 먹는 그런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있지 않을까?
책을 읽은 느낌을 정리하자면, 고추의 야생종과 품종 개량을 다루는 1장과 2장은 저자의 박사 논문을 토대로 잡초에서 작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지만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그리고 동북아시아로 고추의 전파 경로를 따라 민속학적 관점에서 각 지역의 음식 문화와 고추의 결합을 설명하는 나머지 부분은 흥미롭게 읽힐 것으로 생각된다. 책의 상당 부분이 식물학이나 민족학 분야에서 저자가 경험하고 연구한 것을 토대로 글을 썼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을 소개한 일부분에서는 다소 산만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 이 서평은 네이버 대표 역사 카페 부흥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