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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마지막 리뷰- 유희삼매, 예(藝)에서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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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 마련하느라 부산스러웠던  섣달 그믐날, 신묘년 내 독서 리뷰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한 책은  '유희삼매(遊戱三昧)' 였다. 김홍도가 당비파를 켜고 있는 포의풍류(布衣風流) 표지는 책 제목하고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런데 책 내용은 내가 예상했던 것하고 달랐다. 필자가 유홍준, 이태호님이라는 것과 선비의 예술과 선비취미라는 부제를 보고는 선비들의 예술관을 담은 책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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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 마련하느라 부산스러웠던  섣달 그믐날, 신묘년 내 독서 리뷰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한 책은 

'유희삼매(遊戱三昧)' 였다. 김홍도가 당비파를 켜고 있는 포의풍류(布衣風流) 표지는 책 제목하고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런데 책 내용은 내가 예상했던 것하고 달랐다. 필자가 유홍준, 이태호님이라는 것과 선비의 예술과 선비취미라는 부제를 보고는 선비들의 예술관을 담은 책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선비의 예술과 선비취미'라는 주제로 그림과 서화, 물품  전시회를 하고, 그 내용을 담은 책이었던 거다.

선비들은 학문과 자기 도야외에도 시서화(詩書畵)같은 예(藝)로써 풍류를 즐길줄 알았다고 한다. 지(知)와 덕(德)과 예(藝)를 함께 갖춘 교양인이었던 것이다.

 

책을 열자 마자 80여점이 넘는 작품들이 실려있었고, 그리고 짧은 논문 세편과 실린 작품에 대한 설명,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어서 어떻게 보면 전시회 도록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첫작품은 이황의 서예 '학고재명' 이 책의 출판사이자, 화랑의 이름으로 낯익은 학고재, 알고보니 송나라 주휘유한 인물의 서재 이름이었나보다. 이 서재에 대해 주희가 지은 명(銘)을 이황이 옮겨 적은 것이라는데,  이황의 서체는 반듯반듯 정자체로 아름다웠다.

 

대체로 그림에는 매화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지난 달에 우리 옛미술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만났던 단원 김홍도, 능호관 이인상, 호생관 최북, 표암 강세황 등 당대 화인들의 작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정조가 체재공에게 보낸 간찰(편지)나 정약용의 서체도 반갑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황이나, 정조나 정약용 서체를 보니 다 그들의 성격이 어느정도 드러나 보이는 듯 해서 서체에 성품이 배어나온다는 말이 마냥 허언만은 아닌 듯 했다.

뜻밖이었던 것은 박제가! 내 눈에는 산수화나 물고기 그림이 보통 수준을 넘었다. 박제가 역시 보통의 여러 선비처럼 학식만 깊은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들의 작품은 비단 조선시대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선비들이 지향했던 그림의 세계는 현대 화가에게도 이어져,  근원 김원준이나,고암 이응노, 청전 이상범, 수화 김환기 같은 거목의 작품에서도 선비들의

멋과 기상이 숨쉰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김환기 작품에  달, 학, 강, 매화 같은 소재의 그림이 많았는데, 그런 소재를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이 고고한 문인정신의 기상을 잘 담아냈다는 평이었다.

 

아쉬운 것은  세 편의 소 논문이었다. 그림의 내용이나 '유희 삼매'라는 제목하고는 그리 일치하지 않는데다 조선후기 미술사의 내용이라 다른 책에서 거의 흡사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관심이나 흥미가 가지를 않았다. 도록이 아닌 책으로 펴낼 때에는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서로 연관서깊게 구성했으면 더 짜임새있지 않았을까.

 

선비들은 문화 생산자이자, 동시에 문화를 향유했던 신분이었다. 이들은 유어예(遊於藝:예에서 노니는)의 경지를 추구했다고 하는데, 이런 경지는 대체 어떤 수준인 것일까?  그림을 창작하면서, 또 그것을 감상하고 평하고.. 이 모든 것을 직업이 아닌 유희 혹은 수양으로 , 교양으로 삼았던 선비들.  

아직 그 유어예의 정도를 가늠하기에는 그림 보는 안목이나 내 심상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그림들을 보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한 해의 마지막을 이 책으로 마감했다는 것은 썩 잘한 선택이었다. 신묘년 섣달 그믐날을 이렇게 선비들이 예에서 노니는 경지를 감상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e****0 2012.01.22. 신고 공감 1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