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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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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후죽순처럼 찍어낸 촘스키 책들에 비하면(일부 책들은 솔직히 촘스키의 이름을 앞세운 '날림'처럼 느껴지도 한 게 사실이다) 비교적 촘스키의 생각이 잘 정리된 책이다. [해석]부분에는 언어학을 비롯한 철학적 문제를 [변화]부분에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등 정치적인 내용을 실어놨는데, 앞과 뒤를 연결해 보면 그가 왜 언어학자이면서 반전운동가로, 무정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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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후죽순처럼 찍어낸 촘스키 책들에 비하면(일부 책들은 솔직히 촘스키의 이름을 앞세운 '날림'처럼 느껴지도 한 게 사실이다) 비교적 촘스키의 생각이 잘 정리된 책이다. [해석]부분에는 언어학을 비롯한 철학적 문제를 [변화]부분에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등 정치적인 내용을 실어놨는데, 앞과 뒤를 연결해 보면 그가 왜 언어학자이면서 반전운동가로, 무정부주의자로 활동하는가를 뚜렷이 짚어낼 수 있다. 판권을 보니 (미국에서) 최초출간 연도가 71년, 개정판 출간 연도가 2003년으로 좀 오래됐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책 읽기를 시작했지만... 그때 당시의 지적이 마치 '예언'처럼 적중해 책 읽는 속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아마 이 책을 내가 90년 이전에 읽었다면 도저히 동의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소련의 '권력'과 자본가들의 '권력'을 비교-비판하는 대목쯤에서는 책을 집어 던졌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00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는 것은 '반성'과 '전망'에 대한 채찍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앞장 [해석]을 온전히 독해하는 건 사실 곤욕이었다. '분석 언어학'과 '경험주의' 등에 대한 독서가 없거나 풍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 정도 읽으니 오히려 또렷이 이해됐다. 촘스키의 정치적 태도에만 집중해 뒷편 [변화]만 읽지말고 꼭 앞장을 독해하기 바란다. 책 다 읽고 나니깐 오히려 앞장이 더 기억에 남는다.
a******e 2003.11.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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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해석, 세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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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촘스키의 버트란드 러셀 추모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우유를 먹지 않은 사람은 '락타아제' 라는 소화 효소가 없어 우유의 단백질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설사해버린다던데,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내용의 반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것 같다. 특히 1 부의 언어 학습에 관한 분석을 읽을 땐, 한글로 써 있음에도 불구하고 GRE 영어 시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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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촘스키의 버트란드 러셀 추모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우유를 먹지 않은 사람은 '락타아제' 라는 소화 효소가 없어 우유의 단백질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설사해버린다던데,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내용의 반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것 같다. 특히 1 부의 언어 학습에 관한 분석을 읽을 땐, 한글로 써 있음에도 불구하고 GRE 영어 시험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 GRE 성적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끔찍했었다는 말인지 바로 이해할거다. -_-) 1 부,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에서는 언어 학습 과정의 분석을 다루고 있다. 경험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언어란 귀납적 추론을 통해 경험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냐, 아니면 인간의 뇌 안에 언어에 특화된 구조가 존재하는 것이냐를 논하고 있다. 논지의 내용 보다는, 촘스키가 세계의 해석과 언어의 해석을 동일시 했다는 사실에서 더 흥미를 느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 요한복음 1장 1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다. 세상은 언어로 창조되었으니, 역으로 오직 언어로만 해석할 수 있는 것일테다. 그러고보니, 그 동안 무슨 근거로 언어란 경험에 자연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라고 믿어왔던 것인지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봐도 언어의 구조( 그 복잡한 규칙, 예외, 어휘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라 )가 물리학의 맥스웰 방정식이나 양자역학 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지 않은가. 물리 모델은 대부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팅할 수 있지만, 인간의 자연 언어를 제대로 구현하는 프로그램은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산학의 인공지능 랩에서 수십년 동안 연구해왔지만 완벽한 모델이 나오기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2 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하여' 에서는 교육의 의의,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그리고 미국이 참여했던 제 3 세계에서의 전쟁들-베트남, 인도네시아-을 다루고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도 인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러셀에게 존경을 표한다. H.G.Wells 는 세계 대전을 겪은 뒤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간에 대한 낙관론을 모두 부정해버리지 않았던가. 러셀이 주장하는 사회 민주주의는 단순한 생산수단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그 구성원 개개가 뛰어난 지성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러셀은 이러한 사회 변혁의 수단으로 교육을 제시하고 있지만, 내게는 '교육이란 인간에 내재해있는 소질을 자극하고 깨워낼 뿐이지, 없던 소질을 계발시켜 주지는 못한다' 라는 시오노 나나미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생각된다. "현실주의자가 되어라,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라고 말했던 체 게바라가 떠오르는건 지나친 비관일까. 그리고 베트남 전쟁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한 것인데,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을지 몰라도 악마는 반드시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개로써는 최고의 지성을 지닌 개인이 집단의 일부일 때는 어떻게 그런 야만적이고 광기에 젖은 판단을 내리게 되는건지, 분명 악마의 조작이 있었던게 분명하다고 믿어버리게 된다. 그 동안 화려하고 자극적인 앙뜨레만 먹어댄 것 같아서, 입맛을 정갈하게 다듬고자 촘스키의 책을 빌렸다. 예상보다 많이 쓴 탓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지 않는가. 새로운 것을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다.

[인상깊은구절]
나는 촘스키가 금지된 문을 여는 해법에 능숙하다고 생각한다. 저명한 언어학자로서 그는 그래야만 할 것이다. Abracadabra 라는 이 마법의 말은 히브리어의 abreq ad babra 에서 유래되었으며, "너의 열정의 불길을 끝까지 퍼뜨려라" 라는 의미로 어느 곳에서나 쓰이는 말이다.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소개글 中 - (p.7) "한편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세계는 다른 목적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 세계는 자신의 뜨거운 열정의 불꽃 속에서 연소되어 사라질 것이며, 그 재로부터 밝은 희망으로 가득 찬, 새롭고 보다 젊음이 넘치는 세계가 아침 햇살을 눈가에 머금은 채 나타날 것이다." - 버트란드 러셀 (p.183)
d*******i 2005.09.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