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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거리, 그 풍경은 왠지 내 마음을 몹시 우울하게 만들었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연중행사처럼 빠져드는 저 단골손님, 탁한 커피 젤리같은
정신의 희뿌연 어둠이 다시금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지저분한 건물, 이름없는 사람들의 물결,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음, 마음대로 달릴 수 없는 자동차들의 행렬, 잿빛 하늘, 공간을 꽉 메운 광고판, 욕망과 체념과 분노와 흥분.
거기에는 무수하게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고, 무수한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수하면서도 동시에 제로였다. 우리들은 그것을 전부 취했음에도, 그러나 우리들 손에 남아 있는 것은 제로였다.
- 중국행 슬로 보트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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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활에 염증이 나는 그런 순간,
나는 지금 여기에 있지만 여기는 나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런 순간,
우리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나는 여기에 있지만 이 자리는 그저 자리일 뿐이며 그 누구로 대체되어도 상관없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허망함. 그리고 뒤이어 찾아오는 절망감.
그러나 무서운 것은 그런 불안은 내가 서있는 자리, 어디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하철 안에서든, 직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책상 하나이든,
친구들 사이에서 술을 주고 받는 술자리 한켠에서든, 심지어 가정에서나 사랑에서 조차 말이다.
그리고 그 자리가 나를 배신할 때 나 역시 가뿐하게 그 자리를 내팽개쳐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 자리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 직책이 아니라 내 돈이 아니라
진정 나이기에 사랑받고, 사랑하며, 일하고 환영받는가.
누가 확실히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텅빈 자연은 그 침목은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자신의 존재를 깨우치게 만들지만
가득찬 문명은 언제나 자신을 지우고 자신의 존재를 숨죽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대체될 수 없는 나의 자리를 고집하기 이전에,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우치기 위해서.
가끔은 번잡한 도시가 아니라 텅 빈 자연 속으로 자신 속으로 침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어떤 수식도 필요없이 그저 온전한 나 자신으로 있기 위해서.
- 다락방서 허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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