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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밝히다 시피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디자인에 관한 자료를 집대성한 오웬존스의 <문양의 역사>에 감탄을 넘어 고개가 숙여진다. 무려 150여년전 영국디자인의 비전을 모색하던 청년건축가이자 디자이너가 서로 다른 문화권을 넘나들며 문양의 기원을 밝히고 그 자료를 수집해 정리했다니 정말 믿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는 지구의 이 편 저편에 있는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인듯이 회의를 하고, 전자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의 경험과 자료를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원시부족에서부터 이집트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비잔틴....아시아(물론, 중국과 인도에 그치지만) 중세와 르네상스의 문양의 기원을 직접 발로 뛰면서 추적하고 그 영향을 고찰하고 상세한 그림자료와 함께 정리했다고 생각해보자.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런데 이렇게 방대한 자료를 한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오랜시간동안의 엄청난 노고가 영국디자인의 세태를 비판하고 나은 비전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대영제국이라는(제국주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단어가 맘에 안들기는 하지만, 사실 영국인들은 자신이 나라를 여전히 United Kingdom으로 부르기를 즐겨하지만) 이름의 위세가 완전한 거품만은 아니었지 않나 싶다. 이런 책작업을 감당해내는 자부심이라면 한 때 대영제국으로 불렸던 이 섬나라의 문화적 자신감을 쉬 판단할 일은 아닌듯 싶다.(이것은 켈틱 문양 장에서 기술하는 존스의 태도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있다.) 물론 영국으로 오리엔티드 된 존스의 문화적 시선에 약간의 냉철한 눈이 필요함은 책의 중간 중간에서 느낄 수 있지만 말이다. 이책의 진정한 가치는 이미 당대의 '아트 앤 크래프트'의 리더 윌리엄 모리스의 행적을 통해 실감할 수 있지만 해설을 맡은 미술평론가 이안 자체크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날 발전해가는 모든 디자인과 건축의 예술적, 실용적 활용자료로서 전혀 손색없는 정련된 하나의 거대한 유산이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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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양의 역사는 사실 역사책이 아니다. 문양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추이를 면밀히 추적해놓은 화려한 그림자료를 복원해놓은 일종의 디자인 사전이다. (문양의 역사가 그 안에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토록 많은 그림자료가 하나도 낯설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의 역사적 가치가 더 빛나는 것같다. 다시말해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문양의 패턴은 사실상 역사적 기원을 거쳐 각 문화권의 원천으로 소급된다는 말이다. 동유럽의 여행지에서 사온 에그조틱한 스카프 한장, 동남아의 유명관광지에서 생각없이 사 온 손수건, 지갑, 연필의 무늬들을 이 책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러고보니 구매해본 적은 없지만 명품 브랜드의 스카프 문양들도 결국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온 지극히 고전적인 가치의 것들인것 같다.(콘스탄티노플의 술레이만1세 무덤의 돔 장식부의 문양을 보라, 눈이 확 뜨인다) 한세기도 넘는 시간 전에 이런 방대한 자료의 수집이 면밀히 이루어지고 그림까지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겼다니 정말 생각할 수록 대단하다. 아마도 도입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문양의 기록들은 단지 오늘만이 아니라 머나먼 미래까지 영원한 가치를 발하며 새롭게 빛나게 될것같다.
여행 중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에서 켈의 서(The Book of Kell)를 본적이 있다. 그런데 인류가 지닌 고문헌들 중 그 가치가 상당한 이 책에 대한 오웬존스의 설명이 너무나 정확하다는 걸 한국에 돌아와 이 책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현장에서 그 책을 봤을 때는 이런 책도 있구나, 오래전에는 이렇게 책을 만들었구나정도의 감흥이엇다면 사실 존스의 자료(책)를 보면서 켈의 서의 디자인적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존스 책의 가치가 바로 이런 점들에 있지 않나 싶다. 세계에 산재한 문양과 패턴의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한 이책은 아마 모든 디자이너와 건축가 뿐만아니라 시각적 유희를 즐기는 모든 이들의 품 속 사전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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