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김영무 시인의 시집에 이어 이 시집 역시 시인의 유고시집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읽는 작품들을 쓴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죽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 같은 것들이 있다. 유고시집이라는 걸 모르고 읽었기에 더욱 그럴 수도 있지만, 이미 죽은 자를 뒤늦게나마 애도하고, 오래 기억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집을 대했다. 김영무의 시들이 좀더 모던하고 포스트모던했다면 김강태의 시들은 한국 고유의 것들, 서정에 좀더 치중했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가 그런 것들이 복잡다단하게 혼재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시인의 시는 다정하고 정갈하다. 시인을 둘러싼 모든 사소하고 가벼운 것들을 소중하게 바라본다. 그 시선은 안경과 겨울나무와 능금과 비누에 가닿는다. 심지어 시인은 병상에 떨어진 귀지까지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 시선의 다정함과 사랑이 시집 곳곳에 묻어난다. 예를 들어 「코닦개 종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여름 감기에 걸려서 콧물을 흘리는 부인에게 휴지를 접어줄 만큼 다정하다. 그리고 정갈하다. 시인의 시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나는 '정갈하다'는 단어를 고르겠다. 시인이 다정한 시선이 가닿은 곳에서 그의 생각은 정갈하고 그래서 그의 삶은 아름답(고 강하)다. 이 고귀한 정갈함을 독자들이 경험해보길 바란다. 소리에도 혀가 있다 소리에도 감촉이 있다 하다 만 몸짓의 혼, 소리의 잔흔일 게다 때로는 그것이 징징징 우는 빛일 때가 있다 은밀 비밀 서로의 몸을 닦으며 울음 몰래 날던 소리혼 어둠의 등뼈를 갈라 비늘처럼 남몰래 튕겨나곤 한다 어느 달빛 사이 흰 가슴을 내보이는 어둠에 귀 기울여보라 소리의 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마치 흠집 난 빗방울만 등빛에 영롱하듯 내 귀의 달팽이관을 긁으며 소리가 총총총 발자욱을 끌고 간다 소리의, 소리혼의 끝은 천 길 어둠이다 - 김강태, 「소리혼」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