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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가족 여행을 자주 했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 여행은 혼자 떠나거나 친구랑 떠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따금씩 그렇게 국내 여행을 하면 어렸을 적엔 너무나도 자주해서인지 여행으로 느껴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빠져서 앞으로 자주 여행 해야 겠다고 마음 먹지만 움직이는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일상에 갇혀 있는 나 자신의 게으름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에 닥쳐 있는 냉엄한 현실을 잠깐이라도 기피할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이런 나이기에 직접 하는 것 보다는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 더 많다. 내가 접한 우리나라 걷기 여행에 관한 책은 이 책으로 두 번째인 듯 하다. 40대 두 남자의 도보 여행으로 한 명은 이 책을 집필한 저자이고 또 한 명은 사진작가인데 그가 유명한 블로거라는 걸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그의 블로그에 놀러가보니 미처 책에 담지 못한 도보여행 사진을 비롯해서 감탄을 자아낼만큼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았다.
걷는다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행위이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않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하는 여행은 그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들어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가장 큰 장점이 있고,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점 또한 있다. 힘이 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많지만, 끝까지 해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은 다른 여행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장점일 것이다.
때로는 너무나도 감성적으로 보이려고 억지로 짜내는 듯한 글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사진만큼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한국적인 게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이럴 때 나오는걸까. 그나저나 저자의 솔직함이 염려스러울 정도인 것은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에 대한 성토부터 일일 참가자에 대한 불만까지 숨김없이 담아냈기에 책의 출간 후 실제 그가 어떤 상황에 닥쳤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그들이 여행했던 시기 또한 지금과 일치해서 더욱 책 속의 기행이 와닿았다. 40대로서 세상을 관조할 줄 알고 40대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꾸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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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유월 초 연휴를 이용해, 나의 첫 번째 도보여행을 시도했다. 오래전 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고서 다만 며칠이라도 걸으며 우리의 풍경을 감상하고 싶은 욕구가 밀려왔었는데 드디어 실행에 옮긴 것이다(한비야처럼 숙박비도 깎았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출발점으로 삼고 이틀간 50여 킬로미터 가급적 강가를 끼고 걷는 게 고작이지만 훗날 더 멋진 도보여행을 위한 첫걸음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그때 챙긴 책이 <대한민국 국도 1번 걷기 여행>이다. 국도 1번은 1909년 목포에서 시작된 신작로가 서울을 거쳐 신의주까지 뻗어간 후 우마차가 달리던 길인데, 물론 신의주까지 도보여행은 불가능하다. 여행작가 신미식과 그의 친구 이민의 여행기는 서울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 한국의 정취와 시골 뒤안길의 풍경을 담아낸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흡족한 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감응을 표현한 글은 아쉬움이 남았다. 책 전체에 구름처럼 마냥 흘러가는 신변잡기는 끝이 없었다. 그래도 여행에 대한 태도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하는 문장은 여럿 보였다. 여행이란 결국 대단한 것을 보는 것이 아닌 내 주변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P. 97) 빠름으로 인해 먼 곳을 쉬 보지만, 늦음으로 인해 가까운 곳을 자세히 본다. 그 동안 빠른 속도로 스치고 지나느라 보지 못하고 놓친 것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 이것이 도보여행이다. (P. 301) 인생의 목표 또한 이번 여행처럼 목표가 뚜렷하다면 경계를 넘는 것이 비록 힘든 작업이라 할지라도 두려움은 따르지 않을 것이며 경계를 넘을 때마다 희열을 느끼고 성취감을 맛볼 것이다. (P. 328) 그리고 미처 몰랐던 정보를 얻기도 했다. 경비 절약을 위해 찜질방을 염두하긴 했는데 24시간 만화방을 이용하는 게 더 지역에 따라 더 편할 수도 있다. 샤워 시설에 침대까지 있다고 한다. 쉬어가며 오랫동안 만화 보라는 배려(?)겠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에겐 반가운 선택이 될 수 있겠다. 나중에 꼭 이용하고 싶다. 만화를 보며 노곤함을 잊는 것도, 그러다 잠에 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하튼 이번 도보여행을 통해 우리의 도로 사정이 도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가급적 짐이 가벼워야 한다는 여행의 진리를, 무엇보다 군대에서 행군할 적의 체력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짐작하고는 있는데 인정하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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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본능을 일깨우는 사진작가 신미식이 글쟁이 이민과 함께한 『대한민국 국도1번 걷기여행』. 주머니는 가볍고 꿈은 무거운 철부지 두 남자의 에세이 포토집이다. 450KM에 달하는 목포에서 서울까지의 대한민국 국도1번을 걸어서 한 달간 여행한 기록이다. 빠르고 안전한 교통수단을 거부한 채 30KM에 달하는 배낭을 메고서 힘들고 고단하지만 고대로부터 존재해온 여행법인 걷기로 국도1번을 여행하며 만난 삶에 대한 구수하고 질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그네에게 밥 한 술 뜨고 가라며 붙잡는 등 애틋함을 품은 이 땅의 어머니들도 만나게 된다. 아울러 목포와 신의주를 잇는 대한민국 심장의 역할을 하는 최초의 도로였으나, 지금은 퇴락한 채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져가는 국도1번을 재발견하고 있다.
이책은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느라 자신의 꿈을 뒤로 미룬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메세지를 전한다.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꿈을 다시 펼치고 세상에 끌려오던 나를 구축하도로 인도하고 있다. 일상에서 탈출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던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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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20
도시 아이들은 어떤 도시를 어떤 빛깔과 무늬와 냄새로 아로새길까요. 도시 아이들은 어떤 도시 어떤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을까요. 도시가 들려주는 소리에 익숙한 아이들이 시골로 가서 들과 메와 내와 숲을 바라본다면 무엇을 바라보거나 느끼거나 살피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어떤 장비가 있기에 어떤 사진을 찍지 않아요. 마음속으로 어떤 모습을 살가이 그리면서 어떤 삶을 일구느냐에 따라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려요. 어떤 사진스승을 만나야 하지 않아요. 스스로 어떤 마음이 되어 어떤 눈길을 어떤 사랑이 되어 살아가느냐에 따라, 내 사진을 스스로 이루고픈 대로 이룰 수 있어요.
사진으로 ‘푸름이(청소년)’를 찍는다고 생각해 보셔요. 딱 오늘 이 자리에서 푸름이인 아이만 찍어야 하지 않아요. 어제까지 어린이였다가 모레부터 푸름이가 될 아이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어요. 어제까지 푸름이였고 오늘부터는 여느 어른이 된 사람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어요.
틀이란 없습니다. 스스로 즐기거나 누리면서 ‘바라보는 눈길’이 있습니다. 내 눈길에 따라 내 마음을 살포시 담는 글이요, 내 눈길에 따라 내 마음을 가만히 담는 사진입니다.
사진마실을 하든 그림마실을 하든 글마실을 하든, 마실길에 나선 이는 ‘다른 사람 삶’을 기웃기웃 구경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삶을 마주하면서 ‘내 삶이 여태껏 어떻게 흘렀는가’를 깨닫습니다. 나와 다른 곳에서 나와 다른 삶을 일구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내 삶을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았는가’를 느낍니다.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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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단순한 여행서적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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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여행을 꿈꾸어 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쉽게 여행을 떠나가지는 못하는데 도보여행, 대한민국 국도1번 걷기여행을 읽다보니, 주머닌 가볍고 꿈은 무거운 철부지 중년의 두 남자의 발자취를 따라 나도 어느새 성큼 목포에서 서울까지 국도1번여행을 다 끝냈것만 같다.
글 사이사이 들어있는 사진을 통해 자연과 사람과 정과 어우러짐이 마냥 정겹게 느껴진다. "미쳤는갑따....미쳤는깝따". 용돈 주는 장면을 읽을때는 신미식작가님 마음이 어쩜 이렇게 이쁠까 싶은 생각에 오래전 떠나신 내 엄마 생각이 나서 가슴 한켠이 짠해졌고, 그곳에 내 엄마도 계셨던것처럼 느껴졌다.
신미식작가님의 아버지와 어머니, 담배에 얼킨 사연을 읽을때는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나도록 또 다른 감성을 자극했다. 길에서 만나는 운전기사 아저씨와 할머니 나 또한 그들과 만나는 느낌에 흠뻑 빠져 한참을 그곳에 머무르기도 한다. 읽는 동안 내내 두 분 작가님과 함께 도보여행을 하는 것처럼 발목이 시큰거리고 무릎이 아프기도 했다. 생선구이한번 먹으러 가자 했던 말도 기억나고.. 오늘은 그 밥상이 생각나게 한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던 백양사쯤을 읽을때는 , 나도 따라 화려한 단풍객이 되어 수련한 계곡과 눈이라도 내리는 듯 맑은 물위에 내려 앉은 푸른 하늘과 단풍잎, 돌계단, 그 위를 걷는 사람이 되어 가을을 보았고, 고요한 산과 숲에 울려 퍼지는 산사 음악회를 상상하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 나도 가을여행을 떠나 온듯하다.
국도1번 여정중에서 전의면에서 천안, 송탄에서 서울까지 두 분 작가님과 일일여행체험을 함께한 짧지만 긴여정때문일까, 이 책은 나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가득한 책이다. 종아리근육은 당기고 무릎은 시큰거리고 발톱은 시퍼렇게 멍들었지만 함께한 추억은 아름다움이고, 행복이었다. 또한 천천히 한걸음씩 걷는다는 것은 내 삶의 소염제요, 진통제였다. 이제 국도1번 도보여행은 끝나고 책은 다 읽었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 떠나는 천천히 걷는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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