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과 비평> 출판사에서 펴낸 중학교 1학년 1학기 교과서에 실린 시입니다.
------------------------------
마음의 고향(가지 않은 길) 이시영 내 생에 그런 길이 남아 있을까? 중학 1학년, 새벽밥 일찍 먹고 한 손엔 책가방. 한 손엔 영어 단어장 들고 가름젱이 콩밭 사잇길로 사잇길로 시오 리를 가로질러 읍내 중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면 막 떠오르기 시작한 아침 해에 함뿍 젖은 아랫도리가 모락모락 흰 김을 뿜으며 반짝이던 간혹 거기까지 잘못 따라온 콩밭 이슬 머금은 작은 청개구리가 영롱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팔짝 튀어 달아나던 내 생에 그런 기쁜 길을 다시 한 번 걸을 수 있을까
------------------------------ * 목연 생각 :내 생에 그런 기쁜 길이 아직 남아 있을까요? 포근하고 정겹고 그리운 그 길이….
그 길을 걷던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보였지요.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모든 어른들이 내 편이었고, 하느님도 함께 걸어 주면서 나의 꿈을 돌보아 주었습니다.
무지개 빛을 그리며 앞만 보고 걷던 어린 시절의 그 길을 다시 한 번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이시영(1949~ ) : 전남 구례에서 태어남.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현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초빙교수. 시집으로 <만월>, <바람 속으로>, <무늬>, <사이>, <은빛호각> 등이 있음.
* 자료 출처 : 시는 창작과 비평에서 펴낸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렸으며, 느낌은 개인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
|
'참 행복하다'- 이시영의 <은빛호각>을 읽으면서 내내 스미던 느낌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경험들을 한 편의 시로 그림처럼 펼쳐 보이는 시인의 솜씨가 유유하다. 시란 모름지기 이렇게 그림이 보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흑백으로 펼쳐지는 이 그림들 속에는 참으로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살아가는 시인의 묵은 기억들이 -은빛호각-소리처럼 길고도 선명하게 웃고 있다. 그의 시에는 사람을 향한 애정만큼의 꽃송이들이 봉긋봉긋 피어있다. 소설집 한권을 읽고 난 기분이 들만큼 수런수런,수많은 얘깃거리가 강물처럼 흘러간다. 어쩌면 칼날같았음직 한 일들도, 가슴이 에였음직한 일들도... 그 힘겨웠을 기억들마저도 이렇게 따뜻하게 풀어 내다니, 기억이 추억이 되면 이토록 따스해지는 것인가. 시인에게는 저세상마저도 편안하고 따스한 자연으로 보여지는 것인가-<히말라야>시
이시영시인에게 있어서나, 혹은 우리들에게 있어 삶이란-새벽녘 추어탕집 펄펄 끓는 가마곁에서도 물을 튀기며 순하게 놀고 있는 미꾸라지들처럼-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죽음과 삶,기쁨과 슬픔,행복과 불행,그런것들이 한 데 섞여 둥둥 떠다니는 가운데, 아무것도 미리 알지 못한 채,그저 불어가고 불어오는 바람처럼,그러다가 마침내 어느 길 모퉁이에선가 그 떠다니는 것들과 하나씩 입맞추며 가는 그런것이 삶이리라.. 그런것이....
책을 덮으며 내게로 번져오는 긴 미소- 결코 실현되어 본 적 없는 긴 미소- 한 자락 머금는다. 또한, 여느 시집에나 있기 마련인 유명작가의 해설을 붙이지 않은 책에서 시인의 '겸손한 손길'과 '둥근공처럼 굽은 등'을 본다.
어느 깊고 추운 겨울날, 은빛호각 한 개 품에 안고 뜨신 방에 엎드려 펼쳐 보기를 권한다. [인상깊은구절] '중학교 일학년 때였다. 차부에서였다.책상 위의 잉크병을 엎질러 머리를 짧게 올려친 젊은 매표원한테 거친 큰소리로 야단을 맞고 있었는데 누가 곰같은 큰손으로 다가와 가만히 어깨를 짚었다. 아버지였다.'히말라야>은빛호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