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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파른 바위산으로...... 바람이 내 망토를 잡아당기고...... 위로...... 위로, 바위에 은빛 줄무늬가 있는 곳, 수목 한계선으로...... 풀, 녹색 불이 비를 맞고 스러진다...... 위로, 비에 씻겨 반짝이는 바위투성이 고지로, 범람하기 직전의 탁류처럼 구름이 몰려오는 곳으로...... 빗방울은 산탄이 되어 피부를 때리고, 바람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목청을 가다듬고...... 오르고 오르고, 깜짝 놀란 황소 머리 같은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양쪽 뿔이 길을 지키고 있다...... 뿔 끝에서 번개가 비틀리다가 뿔 사이에서 춤을 춘다...... 그곳에 도착해 서둘러 지나자 오존 냄새가 코를 찌르고, 돌연 비가 차단되고 바람도 비켜 간다...... 반대편으로 나온다......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없으며, 맑게 갠 하늘은 별이 총총한 평범한 밤하늘이다...... 유성이 하늘을 가르며 타오르고, 또 가르며 타오르고, 흉터 같은 잔상을 새겨 놓고 사라지고, 또 사라진다...... 몇 개나 되는 달들은 한 줌의 주화처럼 하늘에 내던져져 있다...... 밝게 빛나는 다임 세 개, 약간 덜 밝은 쿼터 하나, 페니 두 개, 그 가운데 하나는 녹슬고 상처투성이다...... 아래로, 길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밤공기를 가르며 또렷하게 들려오는 금속성 말발굽 소리...... 어디선가 고양이 같은 게 울어 댄다...... 작은 쪽 달을 깔쭉깔쭉한 모습의 어두운 형체가 빠르게 가로지른다...... (p. 160) 2~3장에 이를 정도로 긴 헬라이드(원하는 그림자로 나아가는 과정이랄까?)는 조금 질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창백한 지면을 가득 채운 여러 세계의 모습에 저자의 넘치는 상상력이 놀랍다. 각각 다른 세상의 묘사들은 우리가 가보지 못하는 머나먼 우주 너머의 또 다른 세계를 그려놓은 것만 같다. 우리는 그 시공간을 가로지르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나아가야 하지만 앰버의 왕족들은 그런 과정 없이 텔레포트 하듯이 매번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앰버 왕족들의 여러 능력 중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이 그림자 세계 조성 능력이 가장 부럽다. 물론 그만큼 아름다운 세계를 조경할 수 있는 재능이 있어야겠지만. 코윈을 포함한 일행은 패턴을 가로지르는 검은 얼룩이 앰버 혈통을 가진 자의 핏자국임을 알게 된다. 더불어 그 피의 주인이 랜덤의 아들 마틴이라는 사실도 확인한다. 분노한 랜덤은 마틴의 흔적을 찾아 떠나고, 코윈은 드워킨을 만나는데, 드워킨은 코윈을 오베론으로 착각해 세상을 파괴할 준비가 됐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앰버에서 만난 브랜드는 자신과 같은 편이었던 블레이즈와 피오나가 위험하다며 그들을 없애자고 하지만, 코윈은 거절한다. 가넬론, 베네딕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코윈은 난데없이 나타난 제라드에게 공격을 받는다. 브랜드가 사라진 방에서 핏자국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제라드가 코윈을 뭉개기 직전 가넬론이 그를 막는다. 코윈은 '심판의 보석'을 되찾으러 그림자 지구의 집에 가지만, 브랜드가 보석을 가져갔음을 알게 된다. 때마침 코윈을 찾아온 피오나는 자동차 사고의 진실을 모두 이야기해주고, 모든 음모의 원인이 브랜드임을 밝힌다. 코윈은 검은 얼룩이 있는 패턴을 걷고 있던 브랜드를 따라 걸으며, 보석을 이용해 브랜드를 공격하고, 놀란 브랜드는 모습을 감춘다. 코윈은 랜덤과 그의 아들 마틴과 만나, 브랜드가 보석과 동조하여 패턴을 지워버릴 생각이며, 그렇게 되면 세상이 멸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제 브랜드가 걸을 수 있는 패턴은 단 하나, 달밤에만 갈 수 있는 티르 나 노그의 패턴이다. 가넬론은 그를 막을 방법을 알려 준다. 이미 앰버의 패턴 중심에 가 있는 베네딕트가 티르 나 노그가 생겨나자마자 그곳의 패턴으로 전이하고, 코윈은 그 순간에 베네딕트와 트럼프 연결을 유지하여 베네딕트가 위험할 때 그를 끌어낸다는 계획이었다. 이윽고 브랜드가 나타나 베네딕트와 싸움을 벌이지만 끝내는 베네딕트에게 보석을 빼앗긴다. 브랜드에 의해 몸이 마비되었던 베네딕트가 힘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진작에 티르 나 노그에 갔던 코윈이 얻어온 의수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잘 짜여 있는 각본 같다는 생각을 한 코윈은 의혹을 느끼며 트럼프 한 장을 꺼내든다. 코윈이 점점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어가고, 형제자매들도 그의 진실을 알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오해는 여전히 끝나지 않아서 어떤 형제자매들은 증거가 드러나도 그를 완전히 믿지 못한다. 선량한 코윈이 자꾸만 오해를 받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형제자매들이 브랜드를 구해온 날 밤 피오나는 코윈이 '우정, 인간의 존엄함과 고귀함 따위 통속 로맨스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을 믿는' 인물이라면서 그를 '가짜'라고 칭한다. 또한 여러 그림자에서 코윈의 이름은 폭정을 펼쳤던 군주로 악명이 자자해서 그곳의 백성들은 아기에게 코윈이라는 이름조차 붙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기억을 잃기 전의 코윈은 그런 것들의 가치를 믿지 않는 불한당이었던 모양이다. 기억을 잃고 몇 세기 동안이나 지구를 헤매던 방황의 시간은 코윈으로 하여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기회를 마련해 준 셈이다. 그렇다 보니 그의 변화를 알지 못한 다른 형제자매들이 그를 오해하고 자꾸만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과거에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 험난한 고난을 통해 선한 인물이 된다면 그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로부터 직접 피해를 당한 사람이라면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나는 선하게 변화된 코윈의 모습만을 보았으므로(그리고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를 응원하지만, 그가 저지른 악행까지 모두 알게 된다면 어떤 판단을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끔찍한 죄를 저지른 뒤 형을 살고 나와 개과천선한 인물을 맞닥뜨린다면 나는 그의 변화를 반기면서도 가까이 있고 싶지는 않을 것만 같다. 일단 그가 정말 다른 인간이 되었는지도 믿을 수 없을 뿐더러 만일 그의 악행에 피해를 입은 기억이 있다면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윤리적인 고민은 참 답이 안 나온다. 머리와 가슴이 다른 답을 내놓는다. 그렇다 보니 결론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좋은 일이다. 답이야 어찌됐건 간에 말이다. <앰버 연대기> 1, 2, 3권 모두 읽을 때마다 흥미진진했지만 비밀이 점차 밝혀지기 시작하는 4권은 그야말로 반전들의 연속이라 더욱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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