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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은 언제나 박학다식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사건의 추리에 도구로 쓸 논리적 자원을 마련할 수가 없죠. 그런데 홈즈의 경우,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건 그 반대건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까지 했으므로, 그 지적 편력이 다소의 치우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파일로 밴스의 경우 홈즈가 즐겨했던 실험의 영역을 아우르는 화학에 밝았고,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고전의 글귀
등으로 모아 인문의 대가라고 불러 줘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쿨한 성품에 빈틈 없는 지적 능력, 그리고 노숙하고
열정적인 부친 퀸 경감과 묘한 요철 궁합을 이루는 젊은 탐정 엘러리 퀸은, 그에 앞선 시대의 모든 탐정의 장점을 한 몸에 가진
유형입니다. 장르로서의 추리 문학은 퀸에 이르러 그 완성을 보았고, 퀸은 그의 유명한 국명 시리즈를 통해 이 분야 불멸의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세계 3대 추리 문학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최고봉으로 <Y의 비극>을 꼽습니다만, 저는
어려서 읽은 그 작품이 특유의 어둡고 암울한 결말을 하고 있던 탓에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그 절묘한 기교에
감탄할망정요). 반면 이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은, 소설이 갖춘 모든 요소에 매혹되면서, 무척이나 몰입하면서
읽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을 당시 주권국가가 아니었던 나라도 여럿 등장하고, 퀸의 시대에는 이런 나라가 있었구나 하는 지식을 얻는
것만으로도 읽는 보람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이 작품은 그 괴기성, 절묘한 트릭 등 장르물로서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작품 내내
인문의 향연으로 지면과 텍스트가 채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그 "인문 사항"의 상당 부분은 가공의 것, 작가의
머리에서 창조된 것이기도 합니다만, 이런 면조차 작품의 폭과 깊이를, 장르물 이상의 그것으로 확장하는 데에 톡톡한 기여를 하고
있죠.
브라운 신부는 대도 플랑보를 경찰에 넘기는 순간 그에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내가 가짜 신부인 줄 언제
아신 거요?" "당신이 이성을 가볍게 여기는 발언을 할 때요. 신학은 결코 이성을 우습게 알지 않는다오." 세상에는 엉터리 지식이
많고 얕은 속임수로 대중을 현혹하려는 시도가 빈번합니다. 퀸 역시 소설의 말미에서, 애써 읽어 온 독자의 기분을 허무하게 만드는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이 성취한 그 빼어난 기술적 완성도보다, 그 한 마디(이 리뷰에 적을 수는
없죠)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을 갖고 사는 이에게는, 세속의 그 숱한 거짓이 침노할 틈이 없다는 걸, 이
매력적인 명탐정은 지면 너머에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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