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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것도, 그렇다고 집안이 아주 좋았던 것도 아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열등감 비슷한 감정이 있었고, 그걸 숨기기 위해서 밝은 척, 명랑한 척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누구보다 씩씩했고 누구보다 용감했다. 강해야만 빛이 날 수 있다고 그 소녀는 생각했다. 그 소녀의 친구가 한 소년을 소개시켜 주었다. 너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면서... 그 소년은 큰 키. 창백한 얼굴, 가느다란 손가락, 옆구리엔 늘 책이 있었고, 말이 없었다. 소녀와 소년은 친구가 되었지만 어느 날부터 소년은 연락도 없이 약속시간을 어겼고, 그걸 힘들어 하던 소녀는 그 소년과 멀어져 갔다. 그리고 얼마 후 알게 된 소년의 사연..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창백한 소년의 얼굴은 어떤 병에 의한 것이었고, 약속시간을 어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그 소년이 갖고 있던 병 때문이었다. 소녀는 아파했고 괴로워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소년의 병을 고칠 수는 없었다. 소녀가 아무리 아파하고 힘들어해도 소년 대신 아플 수 없었고 소년 대신 눈물 흘릴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소년은 소녀의 아픔이 되었고, 그 아픔은 가슴 속 슬픈 추억을 자리 잡았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중년의 아줌마가 된 소녀는 가끔... 그 소년을 생각한다. 중년이 되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그 아이는.... 중년이 되어 숨 쉬고 있을까? 독일인의 사랑이란 책을 읽으면서 친구의 사랑이야기가 생각났다. 내가 그 소년을 친구에게 소개 시켜줬기에 나는 친구의 가슴 아픈 사랑을 지켜봤고, 친구의 가슴 절절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소개시켜 주고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끔 친구는 말한다. 밋밋하고 재미없을 자신의 사춘기 시절. 그 소년 덕분에 가슴 가득 부풀어 오를 추억이 생겼다고. 나도 모른다. 그 아이가 이 세상에 있는지. 하지만 사춘기 소녀에게 그 소년의 아픈 얼굴은 묘한 신비감을 일으킨다.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남들은 하지 못하는 경험과, 그로 인해 세상을 다 알아버린 것 같은 시선들.. 결코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추억들. 이 책의 줄거리를 말하려고 하니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어린 시절 만났던 후작의 딸. 그 후작의 딸을 청년이 되어 만난다.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죽고, 그녀의 출생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진부하고, 어찌 보면 뻔하고, 어찌 보면 흔하디흔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첫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얼마나 애절하고 짠한 이야기 인가. 사랑은... 더군다나 첫사랑은 이룰 수 없어 애잔하고, 이룰 수 없어 더 기억에 남고, 이룰 수 없어 가슴 안쪽 깊숙한 곳에 뭍을 수 있다. 만약 이 책을 여고시절에 읽었더라면 그 애잔함에 눈물 흘렸을까? 그녀가 내게 안식을 줄 수 없단 말인가? 인생은 장난이 아니다. 인생은 사막의 바람이 모래 알갱이를 제 마음대로 모이게 했다가 허물어뜨리듯 두 사람의 영혼을 아무렇게나 놔두지 않아. 어떤 힘도 우리에게 점지된 영혼을 떼어놓을 수는 없어. 그것을 위해 살고, 싸우고, 죽을 용기가 있다면 절대로 그럴 수 없지. (p103) 뒤돌아서면 보고 싶고, 늘 머릿속에 그 사람이 들어 있고, 갑자기 문득 그 사람이 보고 싶어 집 근처에 가 서성거리고, 어울리지 않은 신분 차(?)라도 극복할 수 있고, 주변에서 반대하면 더 미친 듯이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만 생각하면 행복해서 눈물이 나고, 서로에게 안식이 되는 그런 사이.. 그런 첫 사랑이 생각나는 그런 책이다. 첫사랑과 이뤄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첫사랑과 이뤄지지 않는다. 이뤄지지 않았기에 더 생각나고 더 안타깝고 더 아름답게 생각되는 모양이다. 사랑...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느 곳에 살든지... 사랑은 어렵지만... 사랑은... 늘 마음속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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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그가 쓴 단 하나의 소설이 바로 이 <독일인의 사랑>이다. '남'에게 왜 사랑을 표현해서 안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어린 영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리라. 나와 타인, 또 나의 것과 타인의 것을 구별하는 것이 유달리 힘들었던 소년은 마리아가 준 반지를 되돌려 주며, '네 것은 곧 내 것'이라고 말한다.
- 네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너는 잘 모를거야. 하지만 그걸 깨닫고 나면 너는 행복한 사람이 될 거야.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을 거야. (46쪽)
하지만 세상에는 계급이 있고, 또 차별이 있다. 결국 마리아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후작의 딸인 마리아 공녀와 그렇지 못한 소년은 아무리 소꿉친구라 할지라도 엄연히 차이가 있었다. 한때 친했던 후작의 큰아들조차 젊은 귀족들과 장교들과의 교제때문에 그를 잊지 않았던가. 어쩌면 소년이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훨씬 더 행복한 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자라 청년이 된 그는 고향에 돌아와 마리아와 재회한다. 마침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만 마리아는 그를 멀리하려 한다.
- 하늘의 궤도를 도는 별처럼 인간은 이 땅 위를 정해진 대로 도는 것뿐이야. 신께서는 인간에게 저마다 가야 할 만남과 이별에 관한 길을 정해주셨어. 아무리 거스르려 해도 헛수고에 그치고 말아. 잘못하다간 우리가 이 세상의 질서 자체를 어기는 것이 될지도 몰라. (167쪽)
하지만 이처럼 종교에 의지하여 운명론에 입각한 논리는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같은 사람 사이에 계급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소년은 결국 사랑하던 마리아를 잃게 된다. 게다가 죽기 전까지 마리아는 그의 사랑을 피했고, 그것은 소년을 슬프게 했다. 고문관의 고백속에 후작 집안과의 관계를 알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초점을 맞출 것은 바로 성장으로 보인다. 소년의 성장은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 종잡을 수 없는 사랑이 바로 <독일인의 사랑>이며, 소년의 사랑이라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어째서 같은 계급 안에서 사랑을 해야 하며, 여러 학문 속에서 영혼간의 교감을 나눌 수 있었던 두 사람이 그 틀에 갇혀야 했던 것인가.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갈 수 없었던 것은 개인의 용기 부족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큰 힘을 가한 것은 세상의 규칙이었다. 그것을 바로 잡지 못하고,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소년의 성장이라면, 그 성장은 기뻐해야 할만한 것인가.
하지만 그의 천사, 즉 마리아에 대한 사랑은 죽음 후에도 변치않는 것이 되어 그에게 남아 있었다. 그 사랑은, 그의 바람대로 낯 모르던 모든 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인의 사랑>은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다. 문학, 철학, 종교가 어우러져 우아한 음율을 잡아 내었던 책이니만큼 천천히 음미할 수 있었으면 한다. 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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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베텔스만 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것이 '다빈치 코드' 일 정도로
베텔스만 코리아는 '다빈치 코드' 하나로 유명 출판사의 반열에 올라섰다.
일반적으로 <다빈치 코드=""> 전까진 베텔스만 이라는 출판사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을 듯싶다.
그러나
'베텔스만'이라는 이 독일계 유명 출판사는 이미 국내에 여러 경로로
또는 여러 자회사들로 깊에 들어와 있었고,
이 <독일인의 사랑="">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학창시절 여학생들에게 유행처럼 읽히던 책이다.
당시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
학생들 사이에선
'독일인은 어떻게 사랑하길래 제목이 이래?' 하는 반응부터
'독일인'을 동경하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사람이 만나고 사랑하고 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각 문화권마다의 사소한 차이들을 발견하고 그것이 흥미를 느낄 때
색다른 맛을 느끼게 되는데,
이 '독일인의 사랑' 또한 우리와 유사한 듯하면서도 아닌 듯한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었다. [인상깊은구절] 나는 너를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뿐이야. 국내 여러 연애소설과 드라마 등에서 차용해서 많이 쓴 유명한 구절.독일인의>다빈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