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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참 못된 독자다. 이 책을 처음 읽은 지 5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리뷰를 쓰지 않았다. 책이 너무 어려워서 못 썼다거나 마음에 안 들어서 안 쓴 것도 아니다. 난 이 책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통독하지는 않아도 이따금씩 꺼내어 펼쳐지는 대로 몇 쪽 씩 읽어 볼 정도이니까. 그렇다면 진작 리뷰를 써서 호들갑을 떨며 별 다섯을 붙여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평소 내 독서 습관일텐데, 왜 나는 이제야 이 리뷰를 쓰게 된 것일까? ,,,, 말도 안 되는 이유지만, 바로 질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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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한국의 서양사학자가 쓴 책으로, 특정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나 주제를 갖고 그 시대의 역사를 알기쉽게 설명한 서양중세사 입문서입니다. 달리 생각해 보면 영화는 영화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영화 자체로도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의 한계로 인해 그 시대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면서 역사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세는 로마제국의 멸망으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1964년에 만들어진 헐리우드 영화 '로마제국의 멸망'을 보면서 왜 로마제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중세인의 이야기인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를 보면서 중세 말기의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그 중간에 '검투사 아틸라' '장미의 이름' '노틀담의 꼽추' 등을 등장시키며 1,000여년의 기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그 긴 기간 동안을, 영화라는 매개수단으로, 일반인들이 중세를 자세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대중 역사서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해당 영화의 시대적 상황을 너무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만 F. 캔터는 '위대한 8인의 꿈, 중세 이야기'의 에필로그에서 '중세인들이여.나는 당신을 알 수 없었소. 왜냐하면 겹겹이 싸인 두터운 휘장 뒤에 숨어 있는 아련하고 희미한 모습에서, 사제들에 의해 정형화된 표상들로 굳어져 있는 모습에서 진정한 당신을 알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중세인을 이해하는게 쉽지 않은 일인 모양입니다. 이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 속의 시대를 역사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
| 한동안 사극붐이 일었다. 지금도, 그런 중인지도 모른다. 내심 요즘의 사극들이 역사 내용을 바꾸거나 개작하기도 하고, 아니면 아주 엉뚱한 이야기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재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사실 드라마와 영화처럼 역사 이야기들을 재미있고 쉽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매체도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한 가지 놀란 것은, 이슬람 종교를 위한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걸프 전, 이라크, 테러, 지하드... 요 근래 매스컴의 탓인지도 모르지만, 이슬람에 대해서는 끝없이 부정적인 생각들을 가지기 쉬운 것 같다. 한 손에 칼을 들고 한 손에는 코란을 들고 이교도는 모조리 죽이는, 잔인무도한 사람들로서 말이다. 마호멧의 일대기를 다룬 메시지라는 영화는 비록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의 소개를 통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가장 처음 영화 소개에서 '주인공이어야 할' 마호멧의 캐스팅이 되어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슬람교는 우상을 배격하기 때문에 그가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없는 영화라니! 일견 얼토당토 않은 발상이지만, 그것은 이슬람 그네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키는 바였다. 더하여, 이슬람교 역시 주변의 탄압과 수백 년의 전쟁을 통해 시련을 이겨낸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을 통해 얻은 중요한 것은, 흔히 말하는 영웅(특히 서유럽 쪽의)들에게 겉으로 드러난 면만을 보고 열광하는, 그런 무책임한 태도의 위험함을 새삼스레 배운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는 것일까. 그것이 추하든, 좋은 것이든 말이다. |
| 최근 몇년 사이 안방극장에 밀어 닥친 사극열풍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 꾸준히 나오면서 주요 드라마 장르의 하나로 굳건히 자리를 잡은 듯 하다. 특히 과거와 달리 요즘 사극들은 시대 배경과 소재가 다양하여 신선함을 주고 있다. <대장금>에서는 음식, 의학이 소재로 사용되었으며 <서동요>, <신돈> 등 조선시대 위주의 시대 배경을 벗어나 삼국시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도 제작되었다. 영화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얼마전 천만관객 돌파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둔 <왕의 남자="">는 그동안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광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렇듯 현대사회의 지배적 매체인 영상매체를 통해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 나면서 사극은 역사를 접하는 또 하나의 채널이 된 것이다. 서양 중세사을 전공한 저자는 이점에 착안하여 서양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10개의 영화를 선정하여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좀더 흥미롭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중세 초기와 중기, 서양과 이슬람의 만남, 중세 말기의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시대와 주제에 관한 영화를 소개 하면서 그 영화들의 제작 배경과 줄거리, 역사적 배경과 해석의 순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극이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해도 치밀한 역사적 고증을 토대로 한 사실적인 영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온몸을 철갑으로 감싼 기사와 검은 수도복을 입고 십자가를 든 수도사, 장원에서 힘들게 일하는 농노들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중세의 사회상과 신분질서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심지어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아이반호」나 「노틀담의 꼽추」를 보면서도 중세에 살던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떠했으며 무슨 생각을 가졌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역사적 고증은 그만큼 사극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들도 그 시대의 모습을 재현 하는데 막대한 제작비와 인력을 동원했다. 뤽 베송 감독의 「잔다르크」에선 주인공의 의상을 중세 때 사용된 천, 가죽, 금속을 재현하여 만들었고, 화면에 잠깐 등장하는 스턴트맨을 위한 250벌의 갑옷도 따로 제작했다고 할 정도니 총 6천만 달러가 들어간 이 작품이 얼마나 고증에 많은 신경을 썼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사극 영화들의 잘못된 관점도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 하더라도 감독과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가공되면서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보여 주거나 일부 헐리우드 영화처럼 서구 중심적인 편견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는 아직까지 사극에 전적으로 의존해 역사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서구편향적 시각으로 인해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 상영이 금지된 <엘 시드="">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사극은 균형적인 역사적 관점을 지녀야 한다. 역사서를 봐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역사적 사건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극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특히 사극의 완성도와 흥행의 승패 여부가 역사적 고증에 달려있는 만큼 앞으로 수준높은 영상의 사극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사극의 시대 배경과 소재가 다양해지는 것도 관객이 새로운 각도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왕의 남자="">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을 무렵 네티즌들이 인터넷으로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하여 영화 소재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는 등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잘 만들어진 사극이 역사를 공부하는데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영상매체는 양날의 검과 같다. 대중들이 쉽게 역사에 다가갈 수 있는 만큼 왜곡된 사관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직 국내에는 ''역사와 영화''에 관한 기존 연구성과가 미미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영상 매체를 통한 역사이해에 관한 연구가 활발 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왕의>엘>왕의>신돈>서동요>대장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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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영화 중 하나도 본 게 없다. 그게 나로서는 참 민망하다. 영화를 모르니 설명만으로는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책의 작가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영화들이 전부 DVD로 나와 있다고 했으니, 내가 조금만 관심을 더 기울인다면 DVD를 구해서 볼 수도 있을 텐데, 거기까지는 내 마음이 아니다. 영화에 대한 내 편견이 지나쳐서 그럴 것이다. 오래 전, 너무도 오래 전(아마 중학생이었을 때였을 것이다), ‘벤허’를 보았다. 사람들은 위대한 작품이라고 했으나 이후로 한번도 더 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특집으로 보여 줄 때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 누구나 보았다는 로미오와 줄리엣(올리비아 핫세가 나온 작품과 레오나르도 파이팅이 나온 작품 둘 다)도 본 적이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중세 유럽과 연관되는 영화라고는 본 게 없는 것 같다. 이 정도라면 무식을 넘어 너무한 상태가 아닐지. 왜 그런가 생각해 본다. 도대체 유럽 중세의 무엇이 나를 그토록 멀어지게 만들었던 것인가.(전생에 내가 중세 유럽에서 억울하게 죽은 적이 있기나 한 건지.) 딱히 변명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굳이 쉽게 설명한다면, 칼과 창으로 사람을 죽이는 전쟁 모습이 보기 싫었고, 노예를 부리는 장면들이 싫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도록 한 영화가 ‘벤허’ 하나는 아니었을 것이고, 내가 일부러라도 기억에서 지운 영화가 더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영화를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 혹은 작가가 아주 친절하게 실제 중세 문화와 영화 속 배경을 비교해서 말해 주는 설명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에 영화라는 장르가 역사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또는 환상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폈다.(살피면서 또 깨달았다. 나라는 사람은 역사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를 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히도 나 같은 시청자보다는 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러니 그토록 인기를 얻는 것이겠지.) 이건 국어교육과 너무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 역사를 좋아하고, 바른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하고, 그렇게 한 공부를 바탕으로 멋진 시나리오로 쓸 수 있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우리의 미래 영상 산업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내가 다 벅차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때가 되어서도 그런 영화를 볼 것 같지는 않지만) 반만 년 우리 역사에서, 부족국가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에서부터 제대로 모르는 역사까지 재구성하여 우리 민족의 얼을 되살릴 수 있다면,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나 영화배우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영화의 내용 그 자체를 세계로 알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 배우들의 노출, 섬뜩하고 자극적인 장면이나 특이한 심리표현으로서가 아닌, 역사의 풍요로운 재해석과 보여주기 그 자체로. 여기까지 쓰고 나니 책에서 꽤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중세 영화를 많이 본 사람, 영화에서는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궁금한 사람, 영화와 역사가 꼭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분들은 재미있을 것 같다, 나와는 달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