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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러셀 크로우와 케이트 블란쳇을 보면서 미소 지을 수 있다면, 2시간 30여분이라는 긴 시간도 광활하고 소박한 멋으로 즐길 수 있다. 후드티를 입은 남자들의 리더인 로빈 후드의 이야기를 그린다. 단, 그 전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영국의 정치상황을 통해서 전투장면은 광활하게, 영국민들의 삶의 모습은 소박하게 보여준다. 로빈이 숲에 들어가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몇 줄로 단순하게 말할 수 있으나, 이야기를 짜임새있게 확장했다. 십자군 전쟁의 귀환 여정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자왕 리처드 왕의 죽음을 알리러 가다가 습격당한 로버트 록슬리 경, 이를 기회로 이용한 로빈과 친구들, 로빈이 로버트의 유품인 칼을 그의 아버지에게 전해주려다 머물게 된 노팅엄, 그리고 그 숲의 고아 소년들과 마리온과의 만남, 로버트 행세를 하며 로빈 롱스트라이드와 윌리엄 마샬과 월터 록슬리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시작되는 정치적인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존왕이 로빈 롱스트라이드를 반역자로 몰면서 보는 즉시 죽일 것을 명하고 권리 헌장을 불태우는 장면. 그 사이를 과거와 현재, 왕의 정치와 백성의 정치로 나누어 촘촘하게 구성했다. 프랑스 필립 왕과 내통하며 영국의 귀족과 백성들을 왕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고프리를 중심으로 악의 축이 형성된다. 무능력하고 기회주의적인 존왕과 프랑스 창녀로 묘사되는 이사벨라의 궁궐 이야기, 귀족들의 분열을 막으려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권리 헌장을 받아들이는 존왕과 함께 프랑스군을 물리치는 귀족연합세력, 십자군 원정이전부터 다양한 세금수탈과 백성은 안중에 없는 왕의 권한, 리처드 왕이 과연 진짜 용맹했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영화 속 질문은 12세기 말의 영국 정치상황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재물을 챙기고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는 카톨릭 사제들, 수탈에 저항하지 못하는 백성들과 어쩔 수 없이 숲에서 약탈로 생활해야 하는 고아 아이들의 모습은 정치와는 다른 그 당시의 영국민의 생활상을 그렸다. 전반적으로 극적인 전개와 화려한 장면보다 과거와 현재의 연계를 통해 진행되는 사람 이야기를 그 시대의 모습으로 색채감 있게 보여준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재미있는 까닭은 숲과 나무, 마을을 아름다운 풍광으로 담아냈으며, 마지막 부분을 구성하는 해안의 전투장면과 이를 위해 기사들이 결집하는 장면을 웅장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명한 왕은 상대의 눈을 보며 대화할 줄 알죠." 12세기 말에 영국인들이 그렸던 왕의 모습이 있다. 비록 존왕은 그렇지 못했지만. "일어나고 또 일어나라 양이 사자가 될 때까지"는 말이 그래서 영국에서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위대한 국왕을 기대하며 법에 의거한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로빈 후드를 통해서 계속 숲에서 울릴 수밖에 없던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