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혈병의 아내를 위한 참회록... 작가의 글을 안것은 그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던 그의 시였다. 아내의 병때문에 절필하겠다는 작가이기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것 같다. 하지만 그의 책에 대하여는 아직 관심밖이라 읽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뇌리에 깊게 각인이 되었다. 아내의 병때문에 아내를 다시 돌아보게 된 남편의 모습같아 애절하면서도 잘 되기를 바래 보았는데 그후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잘 되었으리라 믿어본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학력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그의 말처럼) 교수가 되었고 시만 고집하며 쓰게 똥지게를 지며 뒷바라지한 아내가 있어 오늘의 그가 있는 듯 하다. 거기에 아내의 병때문에, 아니 억소리 나는 병원비때문에 절필을 하려 했던 것이 하나 더 추가가 되면서 그와 아내가 제자와 스승의 관계였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나이차이가 그리 문제되거나 하는것도 아닌데 여중생 제자와 스승으로 만나 사랑을 키우다 결혼을 하였으니 세간을 피해 그들은 섬으로 돌며 묻혀 지내야 했던 삶이 아내를 더욱 고달프게 만든것 같다. 거기에 동생의 죽음에 따른 방황, 그 모든 것들이 시가 되고 시어가 되어 좋은 시들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은 아내를 위한 참회록처럼 1부는 <하늘돌>이란 부제로 2부는 아내를 위한 시들이 모인 <애절한 사부곡>으로 나뉘어 있다.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해준 것은 모두 아내의 몫이라며 벽에 못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는 그가 똥지게를 지며 수박농사를 지었던 아내에게 늘 맨발이었고 병상에서도 맨발인 아내의 거북껍질 같은 맨발을 쓴 가슴 먹먹하게 하는 그이 사랑이 시에 모두 녹아 있다. 뜨거운 모래밭 구덩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 몸체는 뒤집히고 짧읁 앞 발바닥은 꺾여 /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었다. / 알면서도 모르는 척 두 눈 딱 감고 / 감은 눈꺼풀 위에 깍지낀 손 얹은 채 /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 손사래 밑으로 / 두어 방울 눈물이 침상 밑으로 /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매패의 키 조개처럼 갈라진 / 발바닥 / 천하를 주유하고 온 부처님의 / 맨발바닥. // -아내의 맨발 .2 자신으로 인하여 공부를 더 하지도 못하고 가정을 이루고 고생만 하였던 아내, 그런 아내가 자신이 좋아하는 단감빛 피를 수혈받아가며 억소리나는 병원비때문에 수술을 받지 않겠다며 사라져 자신을 아프게 했지만 가족의 골수가 맞아 이식 수술을 기다리며 무균실에 들어간 민달팽이같은 머리로 등신불처럼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삶에서 표현하지 못한 모든 사랑이 그이 시에 녹아 있어 읽는 사람 마음도 절절하게 하니 어찌 맨가슴으로 읽을까.. 몇 번을 눈물을 훔치며 읽다 꼭 남편이나 힘들다고 하는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시어 하나하나가 괜히 나온것이 아닌 세월이 녹아 있고 아내의 정성이 녹아 있음이 엿보이는듯 두어번을 읽게 만들었다. 아내가 없으면 가스불도 잠그지 못하고 못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견우 직녀보다 더한 사랑으로 연결되어 끊어지지 않는 <끈>이 그들사이엔 매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늘 함께 하는 부부는 서로의 소중함보다는 당연함으로 살기에 바쁜데 반쪽의 소중함을 독자에게 더 깊게 느끼게 해주고 ’절필’이 아닌 더 왕성함의 기회가 된 듯 하여 다행이다. 이 책의 시와 수필이 그에게 큰 희망이고 용기가 되었듯이 나도 희망 한 줌 충전해 보는 기회가 되어 넘 감사하다. |
| 책꽂이에 먼지만 가득 뒤집어 쓰고 꽂혀 있었던게 아마 일년은 더 되었을 거라고 짐작해본다. 평소 시를 잘 읽지 않은 탓에, 휘리릭 넘겨보고는 이 책의 절반이 시라는 사실에 그대로 다시 꽂아둔게 수천번이다. 그녀의 일생은 이처럼 한 남자를 잘못 만난 죄로 늘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이따금 싸움을 할 때도 "내 청춘 물려 주세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열 여섯 살로 말예요!" 라고 앙탈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런 그녀를 내가 얼마나 가슴 아프게 했던가. 그걸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질없는 말장난을 해 왔으니 이게 똰 얼마나 세상 웃기는 일인가. 회색 올빼미(grey oll), 그녀와 나의 삶은 '얼룩말과 쇠듬새기새'의 관계가 아니었을까? -p.96 연잎새같은 한 여인이 똥장군을 져서 남편을 시인으로 만들고, 교수를 만들었다. 그렇게 한 평생을 고생스럽게 살아가다가 남편이 교수가 되자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던 그녀다. 그리고 이제 한숨돌리고 살만한가 싶더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불의의 교통사고로 그만 백혈병이라는 아주 몹쓸 병에 걸린 것이다. 선생과 제자의 만남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이 영화같은 사랑의 부부가 단지 사제간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까봐 육지를 피해 이 섬, 저 섬 섬에 있는 학교로만 옮겨다녔다는 시인의 고백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 때까지도 아내의 고생을 모르다가 아내가 병중에 있는 이제서야 그 마음을 깨닫게 되는 시인이 조금 야속하기도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쓴 아내에 대한 사랑의 글이 그런 마음을 녹여준다. 지금은 수술이 잘 되어,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소식을 알고 싶어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알 수가 없어서 아쉽다. 단지 독자로서 건강하게 다시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가셨기를 바랄뿐이다. 책꽂이에만 꽂아두고 왜 진작 읽지 않은 것인지 이 책을읽는 내내 후회스러웠다. 좀 만 더 일찍 읽었다면 그 아픔을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 또 많은 지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선물해주어 송시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책을 읽고나서 육체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의학이겠지만, 그것만이 치료법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랑이라는 마음 역시 아주 좋은 에너지로 작용하여 몸과 마음 모두에게 좋은 치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
<아내의 맨발>은 고등학교 언어 영역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산문 山門에 기대어>라는 시를 쓴, 송수권 시인의 가슴 아픈 사부곡(思婦曲)이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지는데 1부는 아내를 위한 참회록인 '하늘돌'이고, 2부는 아내에게 바치는 연시를 모은 '애절한 사부곡' 이다.
시인의 아내는 세상 물정 모르고 시만 쓸 줄 아는 남편을 위해 가정을 꾸려나갔고, 학위도 없이 남편이 국립대 교수가 되도록 헌신적으로 희생을 했다. 그녀의 이름은 김연엽(金蓮葉). 이슬 머금은 연 이파리만큼이나 고운 이름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백혈병에 걸려서 피를 수혈 받으며 무균실에서 병과 싸우고 있다.
그녀는 골수 이식을 받아야하는데 "2년 후면 송시인도 정년퇴직인데, 송시인 거러지 되는 꼴 어떻게 봐요. 그게 2억이 넘는다는데......"라고 하면서 수술을 거부했다. 이런 아내 앞에서 시인은 "내가 절필하는 것 보려고 그래!......만일에 당신이 이식을 받지 않거나 수혈을 거부한다면 난 그날로 절필이야! 도끼로 내 손가락을 찍고 말 거야." 라고 절규한다.
시인은 아내의 병 앞에서 시가 피 한 방울보다 값없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부부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스승과 제자의 사이로 만나서 한 결혼 때문에 평생 남 앞에 함께 서기를 힘들어했던 그들. 이제 겨우 살 만해졌는가보다 할 때 이런 불행이 닥친 것이다.
시인은 그의 아내를 이렇게 말한다.
"수박 구덩이에 똥장군을 지고 날라서 저는 수박밭을 지키고 아내는 여름 해수욕장이 있는 30리 길을 걸어서 수박을 이고 날라 그 수박 팔아 시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가 했더니 보험회사 18년을 빌붙어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교수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아내이니 시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는 병원 침상을 지키며 시트 밖으로 드러난 아내의 맨발바닥을 빨며 다음과 같이 통곡을 했다.
......................
발아 발아 까치 마늘 같던 발아
蓮 잎새 맑은 이슬에 씻긴 발아
지금은 진흙 밭에 삭은 蓮 잎새 다 된 발아
말굽쇠 같은 발, 무쇠솥 같은 발아
잠든 네 발바닥을 핥으며 이 밤은
캄캄한 뻘 밭을 내가 헤매며 운다.
그 蓮 잎새 속에 숨은 민달팽이처럼
너의 피를 먹고 자란 詩人, 더는 늙어서
피 한 방울 줄 수도 없는 빈 껍데기 언어로
부질없이 詩를 쓰는구나
...........................
<아내의 맨발- 연엽에게> 中에서
그에게 있어서 아내의 맨발은 그를 굶주리지 않도록 보살폈고 시인으로 만들어주었던 발이었다. 그러니 그에게 아내의 맨발은 부처님의 맨발과 같은 것이었다. 이제는 그 발바닥을 간질여도 아내는 느끼지도 못한다. 그는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아내의 맨발을 밤새도록 주무르고 빨며 힘겹게 살아온 지난 시절의 추억을 한 토막씩 꺼내어본다. 그렇지만 떠오르는 추억은 아내에게 잘 못한 것밖에 없어 시인은 더욱 슬퍼질 뿐이었다.
이제 아내는 골수이식을 받고 나서 머리를 깎고 무균실에 들어갔다. 무균실에 들어간 아내는 외부와는 차단되어 스스로 걸어나올 때까지는 만나볼 수가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균실에 들어가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다. 아내는 시인에게 "85세까지는 사세요. 그래야 우리가족과 나, 책임질 수 있잖아요. 이걸 생각하니 잠이 안 와요." 라고 한다.
이런 아내가 그에게는 등신불로만 보이는 것이다. 시인은 이런 아내를 '하늘돌'이라고 부른다.
"사랑, 인연, 만남이라는 말은 현세의 질서에서 온 말이 아니야. 그건 우주 저 너머에서 온 '하늘돌'이야 라면서." [인상깊은구절] -사랑, 인연, 만남이라는 말은 현세의 질서에서 온 말이 아니야. 그건 우주 저 너머에서 온 '하늘돌'이야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