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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래향 - 20%의 미진함이 느껴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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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 라고 말하기엔 뭔가 미진한 점이 있는 책이었다. 물론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싫다는 것도 아니다. 작가분이 더 잘 쓰게 되셨다는 것을 읽는 사람으로 느끼고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었을 정도다. 그런데 '좋았다' 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래향은 동양적인 분위기의 가상 왕국을 배경으로 하여 (여주인공의 기환국은 전반부에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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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 라고 말하기엔 뭔가 미진한 점이 있는 책이었다. 물론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싫다는 것도 아니다. 작가분이 더 잘 쓰게 되셨다는 것을 읽는 사람으로 느끼고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었을 정도다. 그런데 '좋았다' 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래향은 동양적인 분위기의 가상 왕국을 배경으로 하여 (여주인공의 기환국은 전반부에 약간, 후반부에 약간 등장하는 것 외에는 거의 배경으로 등장하지 않으니 논외로 치는 것이 좋겠다.) 황자인 염휘와 한 나라의 국위를 책임지는 사신전 총전주 사란의 밀고 당기는, 어쩔 수 없는 사랑 이야기이다. 황자인 염휘는 동복형인 황태자를 도와 국가를 안정시킬 의무와 책임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고. 사란 역시 국가의 안위를 짊어질 의무와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책임을 짊어진 두 사람이 엮어가는 사랑이야기는 작가님의 손길에 의해 조금씩 풀려갔다. 하지만 우리는 책임감을 가진 황태자와 그를 모시는 남장 여인의 이야기를 읽은 일이 있다. 그건 한수영 작가님의 '연록흔' 이다. 연록흔과 야래향이 같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배경에서 황자를 남자 주인공으로 삼으니 이루기 힘든 사랑의 이야기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둘 다 동양적인 신비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약간은 비슷해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쩐지 신선미가 떨어지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연록흔을 보통도 아니고, 아주 재미있게 읽어서 나달해질 때까지 읽은 나에게는. (게다가 그런 분위기의 그런 배경이 자주 나오는게 아니니, 도매금으로 취급해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님의 글솜씨가 나에게 책장을 계속 넘기도록 유도했다. 작가님은 크고 작은 사건을 잘 짜여 넣으시면서, 사란과 염휘 (특히 사란이) 가 책임감과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외줄타기 하는 모습을 조금씩 엿보여 주셨다. 특히나 자신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더 일찌기 인정하고 사란에게 향하는 감정을 조금 더 우선시하는 염휘의 모습과 의무와 사랑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란의 모습이 조금씩 대비가 되면서, 양 주인공의 모습이 확연하게 살아났다. 그것은 작가의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작가님의 글을 다 읽지는 못했다 (물론 출간작도) 하지만 그린 핑거는 읽었기 때문에, 그것과 조심스레 비교를 했을 때 야래향에 이르러서는 남녀간의 감정을 표현하시는 솜씨가 정말 어느정도의 경지에 이르르셨다는 것을 느꼈다. 염휘에게는 저돌적인 방식을, 사란에게는 섬세한 터치를 하시면서 작가분은 주인공 양쪽에 눈을 두게 만드셨다. 양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로맨스에서, 주인공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의 작가의 목적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작가분은 야래향에서 그것을 충분히 하고 계시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남, 녀 주인공에 치중을 하시다 보니, 어쩐지 몇 군데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홍랑과 사란, 그리고 봉황전주 임학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사이에 뭔가 미묘한 것이 있음을 작가가 계속해서 암시하면서, 정작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니, 도대체 홍랑이 봉황주를 왜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가지고 어찌 흉폭해졌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길이 없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처음 이 글을 시작할 때, 사란은 사라진 봉황주를 찾기 위해서 기환국과 사신전을 나왔다. 봉황주가 나라를 수호하는 4개의 신주 중 하나라는 배경을 볼 때, 사란이 나오기 위한 이유가 되어준 봉황주의 도난은 정작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나 같이 오지랖이 넓은 독자라면 분명 '무슨 이유 때문에 봉황주가 도난당했을까?' 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1권 말미 부분에 사란이 염기에게 납치를 당하는 장면도 그러하다. 2권을 읽게 되면, 왜 그 장면이 필요했는지는 납득 가능하다. 그리고 황제위를 노리는 염기가 태자인 염정과 그 측근인 염휘쪽을 경계하고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약점이라 생각되어지는 사란을 납치하는 것도 약간 당위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후 염기 쪽에서는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염휘에게 해를 가하는 움직임이라든지, 염휘를 염탐하는 움직임 조차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 납치 사건의 개연성이 뚝 떨어져버렸다.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조용해져서 움직임이 없으니, 처음에 왜 그랬었나 하는 의문이 가져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차라리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염휘쪽을 경계하고 그 쪽과 크고 작은 문제를 주고받는 염사도쪽이 납치하는 것이 훨씬 더 그럴듯 해 보였을 것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어쩐지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읽다가 가끔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작가님의 글솜씨덕에 빨려들 듯 잘 읽을 수 있었던 듯 하다. 이번달 들어 가장 만족하고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어느 정도 안정된 문장력과 남, 녀 주인공의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점을 지켜보면서 나는 즐거웠다. 다음번에는 작가님의 더 나아진, 그래서 내내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는 글을 읽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3 2003.12.01. 신고 공감 8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