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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의 <그 날이 오면>은 어릴 때부터 가슴에 남아있는 시이다.
어렸을 적에는, 내용이나 의미는 잘 모르더라도 절박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며, 심훈을 알고 <상록수>도 알게 되었지만, 처음 <그 날이 오면>을 대했을 적의 그 감정은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도 바랐던 그날은 심훈이 1936년 36세의 젊은 나이로 죽은 지 9년 후에 오고 말았다. 그 날이 오고, 모두가 기뻐하며 감격한 그 날이 오고, 미군정이 들어오고, 나라는 잘라져 버리고, 친일파의 대부분은 애국자의 이름으로 남게 되고, 세상에 내가 태어나고,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였던 나도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
올해는 광복이 된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광복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이 땅에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분들이 지켜낸 독립과 광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와야만 할까? 광복이 된 후, 60년이 지났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내 이름이 교코였을 때>는 60년 전 이 땅을 살았던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제가 대동아 전쟁을 시작하고, 이 땅에 있는 많은 것들을 수탈해간다. 철로 만들어진 모든 것, 식량, 땅..그리고 우리의 이름마저도 빼앗아 간다.
이 책의 주인공인 교코와 태열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간다. 현실에 묵묵하게 순응하며 비겁자처럼 보였던 태열과 순이의 아버지, 현실에 맞서 독립을 위해 싸우는 이들 남매의 삼촌, 그리고 태열과 순이는 이 암울하고 답답한 시기를 살아간다. 순이의 일본인 친구인 토모와 아버지가 친일파인 한국인 친구들. 이 시대를 살아간 여러 모습의 사람들이 나오지만, 이 책의 저자인 린다 수박은 어느 누구도 비난하거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사금파리 한 조각>에서 보여주었던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태열과 순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때문에, 각각의 사건이라도 다른 의미를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장치는 우리 아이들이 더 빠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60년 전의 이야기는 먼 옛날의 이야기인양, 역사로 변해버려 우리와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 시대를 묵묵히 살아오셨던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 것이다. 이 시대를 다루는 책들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삐뚜러진 역사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과 일본에 대한 악감정만을 만들어 낼 우려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내 이름이 교코였을 때>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역사를 막 시작하려고 하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학생들이 보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잘 읽지 않았던 학생이라면 중학생들이 보아도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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