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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무엇이 이리 다 신기하고 재밌는지 모르겠다. 헤시오도스가 『신통기』를 쓰게 된 사연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먼저 알게 되었는데, 그 자체부터가 마치 신화의 일부처럼 느껴질 만큼 신비롭다. 본서, 앞날개의 내용을 보자.
신화 도서를 읽을 때면 지나치게 감정적인 사람이 된다. 이렇듯 감정이입이 과하다 보니 영웅이나 신들의 행동이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여러 신화학자들에 따르면 바로 그 점이 고대인들로부터 신화가 기록된 이유 중 하나란다. 특히, 헤시오도스는 제우스를 바람둥이에 인간과 신들의 처벌에 있어서 애매한 처사를 보이곤 하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지혜로운 인물로 보고 그렇게 적고 있다. 유독 그를 편애하는 듯한 느낌? 글의 뉘앙스에서 누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딱 표가 나는 것이 평소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 꽤 직설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여성들을 폄하하고 비하하는 듯한 구절들도 많은데, 여자의 해악성을 설파하고 다닐 정도로 대단한 여성 혐오주의자였다고도 한다.
그럼, 이제부터 재밌는 표현들에 대해 열거해 보겠다. 첫 번째는 외모 표현. ‘발목이 아름다운' 암피트리테나 니케라든가 '팔이 새하얀 여신 헤라' 같은 표현에선, 어떻게 생긴 발목이기에 아름답다고 하는 건지, 실제로 좀 봤으면 싶었다. 그런데 위 둘에서 끝난 줄 알았더니 클리메네에 이어 발목이 예쁜 여신이 계속 나온다. 아무래도 헤시오도스는 여성의 발목에 굉장히 집착했지 싶다. 이쯤 되면 아프로디테, 헤라, 아테나 셋이서 황금 사과를 두고 누가 제일 예쁜지 판가름했듯이 저들도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이때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줬다가 된통 당한 파리스만은 봐주기로 하자. 그러면 다른 누굴 섭외해야 할 텐데... 각설하고, 확실히 지금 미의 기준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다음, 그 당시 의상인 듯 ''사프란' 옷을 입고' 있다거나 심지어 '예쁘게 자란'이란 식상한 표현마저 괜히 웃긴다. 그런가 하면 형 프로메테우스의 주의를 무시하고 판도라와 결혼한 에피메테우스는 '빵을 먹는 인간에게 최초로 불행을 가져다준 바보'로 기록되어 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용감한 포르퀴스나 아름다운 뺨을 지녔다는 케토는 무시무시한 괴물 자식(그라이아이, 메두사를 비롯한 고르고네스, 에키드나, 라돈)을 낳았기에 그들 역시 그 자식들과 비슷하거나 같을 거라는 예상을 뒤엎은 경우다. 생각해보면 성격과 외모가 무슨 상관이겠냐만 현대 유전학으로 보면 다소 이율배반적이랄까. 무엇보다 지명이나 인명을 그리스어 그대로 우리말로 번역된 게 적응이 안 되면서도 마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가 있는 듯 현장감이 느껴졌달까. 에우리디케를 에우뤼디케, 리비아를 뤼비아로 표기하는 식이다.
이 책은 음유시인이었던 헤시오도스의 시를 현대적으로 산문화해서 번역한 것이다. 그런데 그 문체가 구수하다. 마치 한겨울 화롯불에 모여 앉아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듣는 옛이야기 같다고나 할까. 덕분에 (계보) 나열식 글인데도 지루함이 덜하다. 주석도 같은 페이지에 두어 인물과 그들의 행적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본문은 ‘무사이 여신들에 대한 찬가’로부터 시작된다. 무사이 여신들은 복수형으로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와 제우스 사이에 태어난 아홉 명의 딸들로 예술과 시를 관장한다. 헤시오도스는 이들 중 칼리오페를 으뜸으로 친다. 그녀는 후에 아폴론과의 사이에서 그 유명한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를 낳는다. 잠깐,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헤시오도스가 바로 이 무사이 여신들의 신탁을 받은 사제이거나 무사이 여신들이 자신에게 빙의되어 그녀들의 말을 전하는 것처럼 해석한 역자의 상상력이다. 이런 시각으로 읽으니 또 다른 맛이 난다. 아래의 주석을 보자.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완성한 최초의 책’이라더니 과연. 역자의 힘인가? 믿기 어렵겠지만, 이 책은 계보서 임에도 재밌는 포인트가 참 많다. 서너 장의 명화 페이지를 감상하고 본문을 읽다 지루해질 만하면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계보를 만날 수 있다. 폰트도 적당하다. 그리고 중반부를 지나면 <노동의 나날>편이 수록되어 있다. 신들의 계보에 '노동'이 웬 말인가 싶지만, 다른 책엔 헤파이스토스가 노동을 한 유일한 신으로 나오기도 한다. 사실 이 장의 시작은 헤시오도스의 동생 페르세스와의 상속 분쟁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분쟁의 원인은 이미 분배 받았던 유산을 탕진한 동생에게 있었다. 그는 자신의 승소를 위해 법관들에게 뇌물까지 썼지만, 형인 헤시오도스는 동생과의 법정 다툼을 피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 장에서 말하는 '노동'은 그로부터 헤어날 수 없는 인간을 위한 신들의 지침이기도 하지만, 좀 더 다층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본 책을 참고하며 다른 신화 도서들과 함께 읽으면서 추가 메모를 남기느라 계보도가 아주 난리가 났다. 신화 지식이 웬만큼 누적된 독자라면 이제 이 책을 일독하고 기본기를 다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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