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같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어보았는데 그 주제의 독특함에 놀랐다. 거리의 남창이라니... 그러나 퇴폐적이고 아웃사이더적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전체의 느낌은 무척이나 따뜻 서정적이다. 보잘 것 없는 주인공 김정호가 당나귀라고 부르는 여자와 한 밤을 보내게 되면서 직업전선에 발을 들여 놓는 과정은 너무 현실적이다. 경력도 생기고 조금씩 요령도 늘어가는 것을 보면, 현실과 타협한 주인공의 적응력에 감탄사가 나온다. 다소 난잡하게 보일수 도 있는 묘사를 5월의 산들바람마냥 부드럽고, 장난스럽게 읽을 수 다는 것은 작가의 능력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승승장구는 아닐지라도 그나마 수입이 있었는데, 그에게 최대의 위기가 닥친다. 그의 스트립쇼를 보고 흥분한 노할머니가 쓰러져 그대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를 두고 악랄한 제비라는 오명과 함께 교도소에 수감까지 된다. 출소를 한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기서 우리는 교도소가 결코 재범을 막는다거나 범죄에 대해 새롭게 교화를 해주는 장소가 아님을 알게되는데, 주인공은 또다시 길에 나와 좀 더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게된다. 이야기는 읽어보면 모두가 느끼게 될 터이니 굳이 말하지 않겠지만, 그가 잠들면서 친구가 무얼 갖고 싶냐는 말에 "자전거"라고 대답한 부분이 제일 궁금하다.. 그는 왜 자전거를 갖고 싶어했던걸까? 누구나 주인공처럼 나락으로 떨어져 본인이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미쳐 깨닫기도 전에 죽거나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잔잔한 소설이지만 읽고 나면 가슴이 아프다. |
| 호두껍질같은 주름진 얼굴의 노모, 시어머니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나가는 형수는 동굴같은 방에서 하루종일 박쥐색 우산살을 끼우며 죽.지.못.해 살아 가고 있다. 그나마 낙이라면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나훈아의 간드러진 목소리 정도. 주인공은 이런 현실을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받아 들이지도 않은채 엉거주춤 인생모드를 갖춘 백수건달이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낙은 동창생 윤희가 일하는 '당나귀'에 들러 달콤한 팝콘에 생맥주를 들이키는 것이다. 어린시절 윤희는 자신을 토닥이며 재워주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여자로 바뀌어 그에게 '남창'이라는 직업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불쌍하게 생긴 외모가 어쩌면 여성들에게 모성애를 불러 일으킬 지 모른다는 조언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결국, 그는 역전에서 만난 여자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게 된다. 그가 역전을 택한 이유는 항상 탈출을 꿈꿔왔던 그에게 안성맞춤이었고, 또한 같은 이유로 그곳을 찾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관방에만 들어서면 180도 돌변하여 괴성을 질러대는 여자, 비구니가 되기 위해 절에 가는 데 동행해 주길 원하는 여자, 심지어 자전거 타는 법 가르쳐 달라는 여자, 그의 몸을 얼음속에 넣었다가 인간 냉장고로 써먹는 자연주의자 여자등 그가 매춘이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여자들을 만나게 되지만, 그의 인생이 눈에 띄게 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아마도 영원히 변할 일은 없을 것이다. 눈물이 땟물이 되버리는 현실은 평생 그를 휘감아쳐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의 주위에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밝게 자란 모습이 좋은 남자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윤희의 말에 자신도 밝게 자랐다고, 아니, 밝게 자랄수도 있었다고 고쳐 말하던 그는 예전에 그랬듯이 윤희의 무릎위에서 잠이 든다. 소로록 불어오는 바람, 생각난듯 들려오는 새울음소리, 이 순간만은 모든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다. 단지, 눈만 감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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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을 잔 뒤 다시 눈을 뜨면 기다리고 있을 내 인생이 두려웠다. 이렇게 이곳에서 오천 년쯤 잠들어 있고 싶었다. 마지막 눈물 찌꺼끼가 귓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윤희의 작은 손이 깃털처럼 내 어깨 위에서 가볍게 토닥거리며 부드럽게 잠 속으로 나를 이끌어갔다.이제 나는 윤희가 이 세상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본 뒤 문득 나란 놈이 그리워질 때 그때 다시 깨어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잠을 자면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까봐 두려워 했던 적이 있었다. 인생의 행복한 순간들을 다시는 맞이하지 못하게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잠을 자면서 다시는 일어나고 싶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인생의 어려움과 험난한 순간들을 다 지나쳐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인생의 날들과 차라리 눈감고 모른 척 지나치고 싶었던 날들 인생은 늘 그런 날들의 교차인가.
인생의 바닥이란 어떤 것일까? 아니 어디쯤일까? 마음이 무너져 버리는 그 곳? 아니면 몸이 무너져 버린 그 곳? 사람들은 저마다 그런 바닥을 가지고 있다. 자존심이 허락하는 가장 밑바닥의 어디쯤 말이다. 하지만 분명 인생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바닥을 쳤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이제는 더 내려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바닥이 쑥 꺼지고 더 내려가 지하로 내려가는 어이없는 기분이 닥쳐 오곤 한다. 그런게 또 인생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바닥이란 저 깊은 바다 속 같은 곳일까. 소리도 빛도 없는. 신이현의 이 소설은 그런 인생의 바닥과 괴로움 그 끝을 향해 자꾸만 내려가는 인생에 관한 소설이다. 딱히 큰 꿈까지는 바라지 않았으나 그래도 적당히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인생은 늘 그렇게 안좋은 방향으로는 참으로 쉽게 방향을 틀어버린다. 주인공의 인생이 어느새 그렇게 변해버린 것처럼.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디까지 어느 곳까지 참으면서 그렇게 인생의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을까? 참을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신이현의 소설은 언제나 절망과 괴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희망따윈 한 번도 가져본 적도 없다는 듯 구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게 신이현 소설의 특징이다. 한국 소설에선 잘 등장하지 않는 솔직하고 야하고 비루하고 쓸슬한 캐릭터들. 이번에도 그렇다. 나는 그런 신이현의 소설이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길가다 만나는 무표정하고 언뜻 슬퍼보이기도 하는 그런 남자들의 모습이 책 속에 등장하는 비루하고 불쌍한 남자 주인공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쌍한 남자주인공, 별다를 것 없는 여자 주인공. 그들이 보여주는 삶도 별 다르지 않다. 그게 우리가 사는 모습인건가? - 다락방서 허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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