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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볼드윈과 브루스 윌리스 두 거물 주연 사실만으로도 당대 관객들의 주의를 모으고도 남았겠건만 도통 기억에 없다.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가 보니 <자칼> 등과 함께 '비됴방(sic.)'에서 인기깨나 끌던 아이템이라고 하던데, <자칼>은 꼭 업소를 들먹이지 않아도 영화 잡지나 미디어에서 많이 소개했었지만 이건 모르겠다. 영화 블로거로서 이런 유명한 작품도 금
"머큐리" 내용보기

알렉 볼드윈과 브루스 윌리스 두 거물 주연 사실만으로도 당대 관객들의 주의를 모으고도 남았겠건만 도통 기억에 없다.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가 보니 <자칼> 등과 함께 '비됴방(sic.)'에서 인기깨나 끌던 아이템이라고 하던데, <자칼>은 꼭 업소를 들먹이지 않아도 영화 잡지나 미디어에서 많이 소개했었지만 이건 모르겠다. 영화 블로거로서 이런 유명한 작품도 금시초문이라는 사실, '준비 안 됨'에 대해 석고대죄, 오체투지, 완전나체, 부관참시(이건 아니구나)하는 마음으로 팬 여러분께 사죄 드리는 바이다.

이 작품의 원제는 <머큐리 라이징>이라고 한다. 이 작을 시발점으로 삼아 캐릭터 머큐리가 악당들을 물리치고 건물들을 다 때려부숴가며 종횡무진 활약하다가 나중에 어벤져스나 저스티스 리그에 합류하는 건 전혀 아니고, 이 무렵만 해도(이 영화의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이 무렵 분위기가 뭔지는 앎) '~라이징'이란 접미어가 이런 컨벤션으로 쓰이지는 않았다. 머큐리는 암호 통신 프로그램인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 무렵만 해도 양자통신 개념이 그리 대중화되지 않았으니까 저런 후진 소리를 떠들고들 있던 것 아니겠는가. 근데 정말로 이 무렵이면 미국 일극(一極) 체제여서 구태여 머큐리든 뭐든 국방용으로 따로 인코딩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다(고 한다면 무식한 소리. 뭣에 써도 쓰는 거임).

알렉 볼드윈은 1993년작 <맬리스>를 봐도 알겠지만 당대를 대표하는 미남 스타였고 불륜의 아이콘 중 한 분이시어따. 허나 여기서는 퉁퉁하게 살이 찐 게 마치 요즘(까지는 심했고 한 십 년 전)의 존 트라볼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에 너무 살이 쪄서 못 알아봤고, 브루스 윌리스는 이 사람보다 몇 살 위이며 바로 요 해에 <식스 센스>에 나오기도 했는데, 대머리 정도가 아니라 삭발을 하고 나오던 게 뚀 요즈음부터이며, 꼭 머리털이 없어서가 아니라 굉장히 늙어 보인다. 누가 더 늙어 보이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하며, 둘 다 나는 도저히 액션을 소화할 연배가 아니라고 아귀다툼이라도 벌이는 듯하다. 딴 걸로 경쟁을 벌여야 팬들에 대한 도리일 텐데도 말이다.

여기서는 알렉 볼드윈이 NSA의 고위직으로서 특급 암호 전송 시스템을 고안했는데, 혹시 퍼즐 너드 중에 누가 신통한 놈이 이걸 풀 능력이 있을까 도전하는 셈치고 암호 체계를 퍼즐 전문 잡지에다 버젓이 공개한다. 물론 일반인들(그리고 그저 퍼즐의 중고급 애호가 정도)야 그냥 퍼즐인 줄만 알고 넘어가겠지만, 놀랍게도 어느 꼬마 하나가 답을 알아내고 (답인) 전화번호로 실제로 전화를 걸어 온다. NSA 해당 팀은 기절초풍을 할 노릇인데, 애써 개발한 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던 해당 팀은 곧바로 암살자들을 보내 꼬마의 가족(지극히 평범하고, 또 가난하기까지 한)을 몰살하나 정작 꼬마를 놓치고 만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인데 불행하게도 자폐증을 앓고 있다. 우연히 FBI 소속 비밀 요원인 브루스 윌리스(아트 제프리스 역)가 이 꼬마가 어떤 처지이며 배후에 어떤 더러운 음모가 끼어들었는지를 알고 자기 목숨까지 걸어가며 보호하려 든다는 게 줄거리다.

그냥 꼬마도 아니고 아저씨 싫다며 소리나 빽빽 질러대는 환자 한 명 때문에 이런 고생까지 해야하는지 관객의 강렬한 동정과 존경을 끌어내는 게 기획 의도이겠으나, 사실 잘 이해가 안 된다. 제작진도 무리다 싶었는지 극 중간중간에 아트의 트라우마, 즉 은행강도 인질 사건에서 어린 청소년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희생시켰다는 죄책감 표현 장면을 삽입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식상한데다 심지어 아 요쯤에서 회상씬 또 나오겠구나 하고 진행이 빤히 읽히기까지 한다. 꼬마 사이먼 역에 마이코 휴즈인데 너무 연기를 잘해서 보는 마음이 오히혀 불안했다. 저거 아동 학대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이 영화는 너무도 많은 클리셰들의 행진 때문에 약간 황당할 정도의 기분이 들었다. 쫓기는 형사를 돕는 의리 있는 흑인(!) 동료 캐릭터가 또 나오는데, 이 무렵 많이 나오던 카이 맥브라이드가 이 역이다(Chi는 '카이'라고 읽음). 마치 저 <테이큰 3>에서 밀스 아재(할배?)를 돕는 포레스트 휘태커처럼 말이다. 음악이 존 배리인데 물론 007로 레전드가 된 그 음악가이지만 여기서는 너무도 뻔한 코드 진행에 맥빠진 곡조라서 아니 이거 무슨 일을 발로 하나 싶었다. 너무 배경음악에 열의가 없어서 장면이 눈에 안 들어오고 맥빠진 음악만 유난히 귀에 와서 박힐 정도였다(좋았다는 소리가 아님!).

후반부에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나 도움을 받는 여자 스테이시 시블링(이름을 하도 크게 말해서 안 잊혀짐) 역에 킴 디킨즈인데 저기 버호벤의 <할로우맨>(이 작보다 2년 뒤)에 수의사로 나온 그 여자다. 뭐 재미는 별로였지만 케이블 채널 '더 무비The Movie'가 과거의 이런 잊혀진 화제작을 꾸준히 (싼 값에) 사 와서 틀어 주는 건 나로서는 무척 고마운 일이다.

s****o 2023.02.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