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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늘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늘 그럼그럼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늘 그렁 눈에 밟히는 것
늘 그렁그렁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것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그걸 넘지 않아도 마음이 흡족한 것
늘 거기 지워진 금을 다시 그려 넣는 것
늘 거기 가버린 것들 손꼽아 기다리는 것
늘 그만큼 가득한 것
늘 그만큼 궁금하여 멀리 내다보는 것
늘 그럼그럼
늘 그렁그렁
그렁그렁이 자꾸만 긍정긍정으로 읽어 진다.아직도 늙음은 멀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그럼에도 사람마음 간사하여,늙음에 대해 바라는 것이 고작 아프지 않았으면이다.
시인의 늙음에 대한 노래를 듣고 가만 불러 보자니,어떻게 늙어가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분명해진다. 인생 선배로서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할 것이고,함께 울어 줄 수 있는 넓은 마음... 늙어 가며 내가 소원해야 하는 것은,물론 건강도 중요하겠으나,아집으로 가득차 있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시인은 참으로 알기 쉽게 일러주고 있었다.
은행 밖 은행
지난밤 설사 만난 듯
은행 앞 은행
모두 똥이다
은행 뒤 은행
모두 돈이다
밤 도적 바람이
급하게 털다 만
노란 알 동전
은행 앞 은행
게워낸 속 지독하다
은행 뒤 은행
돈세탁 질펀하다
쏟아진 돈의 쭉정이 똥
쏟아진 똥의 쭉정이 돈
은행에 다니는 이들은 이 시가 참 싫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시인이 가려운 곳을 참 잘도 긁어 주셨구나 싶다. 얼마전 인사이드잡이란 영화를 보면서,경제학자들,은행들이 하는 말은 모두 믿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우리나라에서는 어째 저렇게 비판적인 다큐하나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이냐..며 한탄을 했었더랬는데..시인이 슬그머니 내 마음에 위로의 노래를 들려 주는 구나,씁씁한 노래지만,그럼에도 위로가 되니 반갑다고 해야 하나.
잎들
언젠가 한번은 날아보는 게 꿈이었네
그 첫 단계,날개 키우기
저에게도 저 새처럼 팔랑대는 날개를 주세요
바람이 그 소원을 아시고는 부지런히 날개의 실핏줄을 달아주었지
그 두번째 단계,군살 빼고 가벼워지기
저도 저 바람처럼 찰랑대는 하늘을 주세요
비가 그 소원을 아시고는 호된 채찍질로 푸른 근육을 심어주셨지
잎새가 온통 날개 되어 휘날린 아주 짧은 활공
부러진 프로펠러가 바닥에 수북했었지
짧은 비행을 끝내고 돌아와 단잠에 빠진 잎들
소록소록 깨알처럼 작아져 처음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행진
다시 하늘은 높고 깊은 눈
아,하는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올 만큼 좋았던 시였다. 마치 풍경 소리 바람에 살랑거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날기 위해선 스스로 가벼워지기도 해야겠고,알맞은 힘도 길러야 한다는 것을 햇살에 반짝이는 잎을 통해 노래하고 있었지만 나는 안다. 사람 사는 세상도 저 잎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비우는 연습,가벼워지는 연습,그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야,비로서 자발적 가난이란 것이 나에게도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매달 시집 한권이라도 꼭 리뷰로 올려보리라 계획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봄기운으로 가득해야 할 5월,변덕스러운 날씨 만큼이나 세상도 참 시끄럽고 힘겨웠다. <찔러본다>라는 시집이 내 눈에 들어 온 것이 얼마나 고맙던지.. 시집을 통해 누군가 위로를 받듯,힘겨운 이들 저마다 자신만의 숨 쉴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에게 위로가 되였던 흰머리단풍도 좋았고,지구를 걱정하는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지구 수족관도,그리고 마치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많은 망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노래한 풍장 역시 좋았다. 오랜만에,마음 한 가득 위로가 되는 시를 만나고 보니,더 간절한 마음이 든다. 누구에게든,자신만의 위로가 될 아지트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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