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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겨울바다를 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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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철야 속에서 내내 신기루처럼 떠오는 거문도 앞바다. '지금 순간이 제대로 허기진 인생을 채워야할 때야' 다독이듯 모습을 드러낸 한창훈 작가의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그 생계형 낚시꾼의 책을 접했다. 지도를 보니 여수와 제주도의 사이에 위치한 다도해의 최남단에 위치한다. 손가락으로 꾹꾹 뱃길을 열듯 한참을 물끄러미 지도를 바라봤다. 이내 극심한 허기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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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철야 속에서 내내 신기루처럼 떠오는 거문도 앞바다. '지금 순간이 제대로 허기진 인생을 채워야할 때야' 다독이듯 모습을 드러낸 한창훈 작가의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그 생계형 낚시꾼의 책을 접했다. 지도를 보니 여수와 제주도의 사이에 위치한 다도해의 최남단에 위치한다. 손가락으로 꾹꾹 뱃길을 열듯 한참을 물끄러미 지도를 바라봤다. 이내 극심한 허기짐에 불쑥 겨울바다를 향하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형인 손암 정약전. 1814년 그가 써내려간 어류학서인 '자산어보'가 200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어느 생계형 낚시꾼의 식탁 위에 놓였다. 한창훈 작가는 '홍합'을 읽은 후에 내겐 잊혀진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가 거문도로 낙향하여 바다 속에서 인생을 낚고 있을 줄이야. 이 책에 소개된 30여 종의 해산물(인어를 제외하고)은 한번쯤 맛본 것들이다. 간간히 어촌 주민들의 삶을 에피소드로 풀어놓긴 하나, 주된 내용은 고기를 낚아 회를 치고, 그것의 신묘한 맛을 우리에게 전하는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엄청난 자랑질이다. 하지만 그에게 생선은 단순히 손맛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닌, 삶 자체였고 풍성한 생의 재료였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며 얼마나 많은 추억에 사로잡혔던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난 일주일에 2~3번은 낚시를 다녔던 꾼이었다. 물론 민물 낚시였다. 방학 때면 아버지와 함께 4~5박은 너끈히 밤낚시를 즐겼으니,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내모습(편집자로 골수를 빨리며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드넓은 저수지에 릴낚시를 15대 이상 펴고, 들낚의 경우 7~8개를 자유자재로 부렸던 낚시왕 디오니소스. 특히 밤샘을 하고, 새벽 물안개가 수면 위에 피어오르는 순간이 가장 좋았다. 밤 중에는 조그만한 풀벌레 소리, 첨벙이는 물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는데, 일찍 재우려던 아버지의 괴담이 한몫 했었다. 귀신이 출몰한다는 둥, 근방에 자살한 시체를 쪼아먹은 물고기가 씨알이 굵다는 둥...

 

암튼 난 낚시가 좋았다. 뿐만 아니라 아침 7시경 고향 소식을 전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수천 마리의 물고기떼가 그물에 걸려 파닥이는 광경에 넋을 놓았었고, 포레스트 검프가 태풍 속에서도 새우를 한 가득 싣고 오는 장면에선 당장 통통배의 가격부터 알아보곤 했었다.

 

특히 바다는 나의 유년시절을 완성한 곳이기도 하다. 군인이신 아버지가 전방 부대에 근무하시면서 난 강원도 거진이라는 조그마한 항구도시에 살았었다. 동네 아주머니의 부업이 명태 배를 따서 창란과 명란을 분류하는 작업이었고, 아이들은 여름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화진포해수욕장을 향했다. 물론 등대가 있는 방파제 사이로 작대기에 줄을 매달아 변변치 않은 미끼에도 연신 놀래미와 우럭을 건져올리곤 했었다. 더러는 새벽녘 어시장으로 들어오는 만선을 맞이하기도 했는데, 큼직한 상어나 각종 진귀한 해산물에 박수를 치며 좋아하기도 했었다. 한참을 얼쩡거리다가는 경매사 아저씨에게 꿀밤을 맞기도 했었고. 가족 외식은 무조건 횟집이었다. 가난한 살림에 시키는 메뉴는 늘상 '아나고'였다. 생각해보시라. 유치원생이 세꼬시인 아나고를 초장 가득 찍어 연신 먹는 모습을... 멍게를 좌판에 벌인 이웃 할머니 곁을 떠나지 못해, 결국 아버지와 세숫대야 가득 들어있던 멍게를 눈깜짝 할 새 먹기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천상 어부로 살 팔자였던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누구보다 겨울을 좋아하고, 특히나 겨울바다를 한번 보고 나면 훌쩍 키가 자란 나를 발견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대학 동기들이나 주위 친구들과도 1년에 꼭 한번은 겨울바다에 다녀오곤 한다. 삶이 힘들 때마다 훌쩍 낙산, 대포항 일대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속에서 만난 한창훈 작가의 이 책. 내내 모든 걸 떨치고 겨울바다로 떠날 것을 충동질한다. 새벽 4시. 지금 순간도 눈 딱 감고 동해로 떠날까. 무수히 고민하고 있다.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한창훈 작가의 글엔 사람이 있다. 비린내가 물씬 풍기다가도, 짜디짠 땀냄새가 느껴진다. 갈매기의 고요한 날갯짓을 무심히 그려내고, 철썩이는 파도를 향해 갓 잠에서 깬 사람마냥 기지개를 켜기도 한다. 이 책에는 30여 종의 해산물에 대한 '자산어보'의 설명을 도입부에 두고, 해산물의 특성,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소탈한 이야기, 낚는 방법, 요리 방법, 기타 에피소드가 풍성하게 한 상 차려진다. 해산물의 맛에 대한 그의 글은 절로 군침 돌게 한다. 가령 노래미(헤어진 사랑보다 더 생각나는 맛), 홍합(어떤 사내라도 한마디씩 하고 먹는 맛), 붕장어(인생 안 풀릴 때 멀리 보고 먹는 맛), 돌돔(단 하나를 위해 종일 앉아 있는 맛), 우럭(세 식구 머리 맞대고 꼬리뼈까지 쭉쭉 빨아먹는 맛)...

 

정말 허기진다. 채워지지 않는 이 허기를 당장이라도 채우고 싶다. 며칠 전부터 겨울바다를 노래 불렀더니 주위에서 다들 한마디씩 거든다. '(일이 이렇게 많은데) 갈 수 있겠어요?', '저도 가고 싶어요'... 당장은 힘드니 일단은 이 책을 여러번 넘겨볼 수밖에. 여전히 거문도와 거제도가 헷갈리긴 하지만... 이번 겨울엔 꼭 한번 거문도에 다녀오고 싶다. 하다 못해 속초의 낙산이라도 다녀올까 한다. 내 추억이 깃든 낙산사를 거닐고, 대낮 대포항 좌판에 앉아 칼바람 마주하며 회 한점에 소주 병나발을 불고 싶은 마음. 정확히 6년 전, 아내와 결혼 전에 대포항에서의 그때가 생각난다. 여전히 회를 못먹는 아내지만... 함께 한 겨울바다는 넉넉히 품고 있으리라.

 

이 노릇을 어떻게 할까. 왜 한창훈 작가는 내게 이런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걸까. 생계형 낚시꾼의 거침없는 칼질과 팔딱이는 생선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 한없는 기운에, 말갛게 떠오는 가을 전어의 고소한 냄새가 방안 가득 채워지는 듯하다. 아... 어쩌란 말인가?



t******2 2010.11.03. 신고 공감 13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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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상의 자산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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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玆山魚譜)” 는 1814년 정약전에 의해 쓰여졌다. 한국 최고의 어류학서 이지만 일반인이 읽기엔 재미는 없다고 말한다. 뭐 사전이 딱히 재미가 있을 리는 없겠지만.. 한창훈 작가는 흑산도 근해의 수산생물을 실지로 조사하고 채집한 기록을 담은 자산어보를 지금의 흑산도와 연결해 보고자 이 책을 집필하셨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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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玆山魚譜) 1814년 정약전에 의해 쓰여졌다. 한국 최고의 어류학서 이지만 일반인이 읽기엔 재미는 없다고 말한다. 뭐 사전이 딱히 재미가 있을 리는 없겠지만.. 한창훈 작가는 흑산도 근해의 수산생물을 실지로 조사하고 채집한 기록을 담은 자산어보를 지금의 흑산도와 연결해 보고자 이 책을 집필하셨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주아주 재밌다.”

 

 

퇴근하고 잠들기 전 30분씩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꼭 읽었다. 아니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고 해야 하나? 지하철에서 내내 읽으며 오던 책은 접어둘 만큼 창훈작가의 바다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짭짤한 소금냄새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 머릿속을 꽉 채웠고, 퇴근하고 집에 가면 식탁에 막 잡아 썰어놓은 생선 회가 나를 맞이해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먹기 위해 낚는 생계형 낚시를 하신다는 한창훈 작가. 생계형 낚시는 잡아서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물물교환 형 낚시이자 옛날형 낚시이다. 그래서일까? 책에 나오는 30가지의 어류들에 대해 하나하나 조리법을 설명하는 데엔 소박함과 다정함이 물씬 베어있다. 화려하고 값비싼 요리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소소하고 소박한 한창훈식(섬마을식) 요리들엔 따뜻한 정과 인생이 묻어있다.

 

 

  

30종류의 어류를 시작하는 도입부는 자산어보를 인용하고 있다. 200년 전 해당어류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현재시점에서의 관점과 비교를 하고, 부족한 부분을 유용한 관점에서 채워나간다. 작가가 생계형 낚시를 하기 때문인지 어류의 외형적인 설명이나 습성보다는 낚시 방법, 즉석 요리법 등이 주류를 이룬다. 직접 요리준비를 하거나 회를 치는 모습 등의 사진이 첨부되어 눈이 즐거우나 배고픈 시간에 군침을 흘리게 하는 사진들은 잠을 못 이루게 하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가끔 작가의 폼 잡은 사진들이 있는데,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 할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인간적인 모습이 한 가득 담긴 사진들은 급 호감을 일으켰다. 내친김에 지금 한창훈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몇 권 골라 리스트에 넣어놨다.

 

  

각각 30개의 챕터를 진행하며, 섬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작은 이야기들도 재미있는 읽을거리다. 작가의 첫사랑 이야기나, 흑산도에 전해 내려오는 혹은 지인의 이야기들을 짤막짤막 하게 적으셨는데, 작가만의 특유의 센스와 유머가 묻어나는 문장들은 빙그레 웃음이 그려지게 한다.

 

 

숨겨놓고 혼자 먹었다” –p167 이런 식

 

 

사실 낚시는 친구들이 주로 하고 나는 사진이나 좀 찍거나 맥주나 마시거나 했는데, 여러 어류들의 설명과 즉석 요리법 등 작가의 푸근하고 맛깔스런 글을 읽고 있노라면 당장 낚시대를 구입해서라도 흑산도로 내려가 이것저것 흉내를 내보고 싶다. 바위에 걸터앉아 작가의 사진을 따라 하면 왠지 요리도 자연스럽게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랫동안 여행을 가보지 못해 가뜩이나 침울해 있던 찰나 내 심장에 불을 붙여 주셨다. 이번 이벤트중에 작가와 함께 흑산도 12일 투어가 있던데, 그거나 한번 응모를 해볼까.. 푸근한 인상의 한창훈 작가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꿈틀꿈틀 솟아오른다.

  

 

혹시나 낚시에 관한 이야기 아닌가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낚시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모토가 전제로 깔려있기 때문에 낚시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낚시의 경험과는 전혀 무관하게 빠져들고 있다는걸 알게된다. 작가의 재치 있는 글을 읽으며 웃고 즐기는데 온 정신이 빼앗긴다. 정말 오랜 기간의 경험이 꼼꼼하게 베어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웃집 아저씨같이 푸근함에 바로 달려가 편하게 말을 건넬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나치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단점은 아니겠지? 아~ 작가님 집에 놀러가고 싶다;

 

 

인생이 허기지나? 그럼 바다로 가자!!

 

 

 

 

 



n******s 2010.09.22. 신고 공감 9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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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아, 솟증난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아, 솟증난다" 내용보기
여름에 책이 발간된 것을 알았지만, 구입해 볼 생각이 없었다. 중앙일보 주말판에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란 제목으로 연재되었을 때 주욱 다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가 일본 여행길에 들고 나온 책을 후루룩 넘겨 보니, 이거 구입해 소장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수준의 책이 아닌가! 신문 연재 당시에는 자산어보 관련 소개글과 작가 주변 사람들의 에피소드 중심이었는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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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책이 발간된 것을 알았지만, 구입해 볼 생각이 없었다. 중앙일보 주말판에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란 제목으로 연재되었을 때 주욱 다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가 일본 여행길에 들고 나온 책을 후루룩 넘겨 보니, 이거 구입해 소장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수준의 책이 아닌가! 신문 연재 당시에는 자산어보 관련 소개글과 작가 주변 사람들의 에피소드 중심이었는데, 책으로 묶인 글을 보니 그외 낚시 이야기이며 어류 조류에 대한 더 풍부한 이야기가, 그리고 무엇보다 생생한 사진들이 글과 더불어 있었다.

 

이 책 이전까지, 나는 한창훈 작가의 책은 초기작 소설집인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단 한 권밖에 읽지 않았었다. 대학다니던 90년대에 말이다. 음, 지금 어린 친구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내가 다니던 시절에는 그랬다. 문지사 시집만 읽으면 욕 먹었다. 말힘 센 선배들은 창비사와 실천문학의 시집을 읽기를 권했다. 신인 작가 소설도 윤대녕, 배수아를 한 권 읽으면 주위의 눈 때문에 김소진, 방현석 등 실천문학이나 솔 풀판사에서 낸 책을 한 권 읽어주어야 했다. 나는 윤대녕홀릭이었고(이미 여러번 썼듯), 한창훈 작가의 첫 소설집은 아마 선배의 추천으로 사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당시 내게 이 작가의 문체는 그리 와 닿지 않았다. 오, 이런. 마치 작가의 필력 문제인 것처럼 이 표현이 잘못 읽힐까 송구스럽다. 확실히 말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삶, 내 경험의 축적도의 문제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나도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사회 생활의 쓴맛을 조금 알고, 세상의 춥고 어두운 구석을 조금 떠돌아 보았던가,,,, 그래서 내 인생이 허기지기에 이제 이 작가의 글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인가,,,,

 

지금 한창훈 작가의 이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문장맛을 보니, 한 마디로'솟증'이 일어난다.

 

글에 소개된 30여종의 맛난 해산물(인어는 제외하고)에 대한 묘사와 소개 때문만이 아니다. 작가의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바다라는 대자연 앞에 선 한 남자의 삶의 내음이 느껴진다. 비릿한 바다내음인지, 그가 잡은 싱싱한 갯것 내음인지, 아니면 그 사람 자체의 생계형 낚시꾼으로서의 성실한 땀내음인지 알 수 없다. 연장과 붓을 동시에 사용하여 생계를 해결하는 정직한 한 중년남자의 개성과 인생관이 글을 통해 느껴진다. 게다가 나 살자고 한 생명을 잡아 갓 잡은 남의 살을 먹으며 갓 죽음의 신선함을 논하는, 그 긴장되고 에로틱한 문장에 한숨을 쉬게 된다. 

 

하지만 회는 여덟시간 정도 지난 것이 가장 맛 좋다. 죽음의 시간이 주는 맛이다. -143쪽

 

그 뿐이 아니다. 바다와 낚시와 채집을 하며 느낀 인생 한 조각을 능청스럽게 낚아온 고기 내려놓듯 툭툭 던져 놓는 이 짧은 문장의 맛은 어떠한가.

 

'죽인 것은 전부 먹자'가 내가 세워 둔 또 하나의 원칙이다. 이를테면 노래미는 어린 거라도 바늘을 잘 삼킨다. 이러면 놔 주어도 죽는다. 죽였으니 가져와서 먹는다. 그만큼 다른 것을 덜 먹게 된다. 화류계를 오랫동안 떠돌았던 한 사내는 이렇게 말했다. "꺾었으면 버리지나 마라."   - 109쪽 

 

정말, 신문 연재시 다 읽었다고 책 구입을 지나치신 분들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책.

그리고, 회 한 점 입에 넣어 주며 술 한 잔 권하고픈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마구 떠올라 읽는 도중 마냥 핸드폰 만지작거리게 만드는 책.

 



m******n 2010.12.03. 신고 공감 5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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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냠냠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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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으로 만든 음식은 다 좋아한다. 구이 찌개 탕 그리고 회. 여름엔 여름이라 위험하다고 자제를 했지만 이제 날이 선선해져서 먹어야지 했는데 일본 원전 사고로 생선오염도에 신경이 쓰이니 먹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져간다. 여름에 부산에서 먹었지만 서울서 횟집 가본지도 참 오래되었고 구이도 좋아하지만 구울 때의 냄새와 연기가 싫어서 요리를 안 하니 생선 생각이 간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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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으로 만든 음식은 다 좋아한다. 구이 찌개 탕 그리고 회. 여름엔 여름이라 위험하다고 자제를 했지만 이제 날이 선선해져서 먹어야지 했는데 일본 원전 사고로 생선오염도에 신경이 쓰이니 먹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져간다. 여름에 부산에서 먹었지만 서울서 횟집 가본지도 참 오래되었고 구이도 좋아하지만 구울 때의 냄새와 연기가 싫어서 요리를 안 하니 생선 생각이 간절했는데, 다행히 어머니께서 구이와 찌개를 해 주셔서 잘 먹었다. 어머니는 다른 때보다 생선을 살 때마다 신경 쓰여 원산지를 물어보시면 요즘엔 일본보다 러시아에서 많이 잡아온다고 한단다. 어제 뉴스에 보니 오염도를 측정하는 기계가 잘 팔린다고 하고 노량진 수산시장에선 국산 생선이고 해도 안 팔린다고 하니 조심하는 건 좋지만 우리 것도 이젠 믿을 수 없나 싶고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다.

 

그런 내 마음을 부채질하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물고기 비늘이 환상적으로 찍힌 책 표지가 인상적인 책,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거문도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낚시를 하고 할머니께 잠수도 배우고 객지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 작가의 길을 가며 지금은 고향에 계신 생계형 낚시꾼 한창훈님. 이 책을 보는 내내 참 힘들었다. 눈으로 먹고 보는 내내 입맛을 다셨다.

 

책머리에. 바다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다고들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입니다. (중략) 산은 풀어진 것을 맺게 하지만 바다는 맺힌 것을 풀어내게 하거든요.

 

손암 정약전 선생님의 어류학서 자산어보 (1814)’를 도입부에 인용하면서 생선을 하나씩 소개해준다. 화려한 은빛 갈치를 시작으로 인어의 이야기까지 서른 가지의 다양한 생선과 바다의 모습이 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 알아야 먹고 아는 만큼 먹을 수 있다는 글을 읽으며 바닷가에 갔을 때 바위에 달라붙어있던 굴이나 소라가 생각났다. 식탁 위에 올려진 해산물을 무신경하게 먹었는데 이젠 잡은 분, 손질하신 분의 노고가 떠오른다. 특히 김을 먹을 땐 아이들에게 한마디 해주어야겠다. 김이 우리가 먹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해주면 쌀 한 톨이 소중하듯이 김 한 장도 소중하게 여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낚시 밑밥으로 쓰는 크릴 (남극새우)로 펭귄의 먹이가 사라져간다는 글을 읽으니 사람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예전엔 살아남기 위해 먹던 톳이 이젠 건강식으로 먹는다는 글을 보니 작가님 글대로 세월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도 든다. 팔딱거리는 생선을 많이 봤더니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든다.

2년 전 오로지기부로 받은 책인데 그때 읽으면서 참 괴로웠는데 다시 읽으니 좀 덜 하긴 해도 여전히 침이 고인다. 추룹.

s******a 2013.09.09.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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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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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내가 뭐든 맛있게 잘 먹어서 고급스런 음식점의 주방장이나 날카로운 음식 비평가는 못 될 거라고 했다. 까탈스럽고 입짧은 사람이 섬세한 결과물을 내놓을 거라고. 맞는 말 같기는 하지만 진정한 미식가(이런 명칭이 영 싫긴 하다)라면 우선은 웬만하면 뭐든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 아닐까. 사골국이 잘 우러난 건지 커피용 분말 크림을  탄 것인지 구별 못하면 안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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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내가 뭐든 맛있게 잘 먹어서 고급스런 음식점의 주방장이나 날카로운 음식 비평가는 못 될 거라고 했다.

까탈스럽고 입짧은 사람이 섬세한 결과물을 내놓을 거라고. 맞는 말 같기는 하지만

진정한 미식가(이런 명칭이 영 싫긴 하다)라면 우선은 웬만하면 뭐든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 아닐까.

사골국이 잘 우러난 건지 커피용 분말 크림을  탄 것인지 구별 못하면 안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그것을 먹기 전후의 이야기가 함께 관통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새로 장만한 집 이삿짐 옮긴 후에 먹는 짜장면 같은 대단한 것은 아니라도, 하다못해

아침에  냉장고에서 봤던 고등어 생각에  퇴근길부터  입맛을 다시다  저녁상에서 자반구이를 만난다든가,
하루키처럼 마라톤 경기 막바지에 맥주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격려해서 완주 후에 차가운 맥주잔을 든다든가 하는 것.
사연이나 이야기가 함께 하는 것. 
매식 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는 다면, 더 나아가서 식재료를 직접 재배한다면(아니면 직접 잡든가) 이야기들이 풍요롭겠지. 
시간이 흐르고 이런 것들이 뒤섞여 쌓인 음식과 추억이 그사람의 모습을 이루겠다.

한창훈의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같은 책을 보고 깜박 반하는 것도 기본적으론 이런 것이리라.
단순한 먹거리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그사람의 인생을 이루는 것들이라 공감하고 빠져들게 된다.

한때는 농부였던 농촌출신 작가가 쓰는 농촌이야기 같은 것이 아닌,(그땐 그랬지 류가 아닌)
여전히 고기 잡는 섬사람이 쓰는 바다이야기..근데 그가 필력이 좋은 작가이기도 하다는 것.

그의 글에서는 바다냄새가 나고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그건 바다 물고기 이야기를 쓰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건 (아마도) 섬 생활이 만들었을 삶의 태도가 드러나는 것이리라.

구두약 뚜껑으로 갯바위에서 김을 긁어내는 지극한 현실의 서사와
타지에서 잡은 돌돔이 고향앞바다에서 자기 따라 온 것이라고 여기는 비현실적 신비의 모습이 함께 있다.
그리고 수평선으로 세상을 둘로 가르는 먼 바다를 바라보는 헛헛함과 순응의 눈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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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에세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내용보기
한창훈 저| 문학동네| 368쪽| 597g| 140*210mm| 2010년09월03일| 정가:13,800원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소설가가 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한 생각이지만, '괜히 겉멋들어 바닷가 가서 낚시대나 드리웠나'라는 생각을 하며 크게 신경도 쓰지 않은 책이었다. 책의 인식을 바꿔놓은 것은 오른쪽에 올려놓은 이 사진 한장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에세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내용보기

 한창훈 저| 문학동네| 368쪽| 597g| 140*210mm| 2010년09월03일| 정가:13,800원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소설가가 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한 생각이지만, '괜히 겉멋들어 바닷가 가서 낚시대나 드리웠나'라는 생각을 하며 크게 신경도 쓰지 않은 책이었다. 책의 인식을 바꿔놓은 것은 오른쪽에 올려놓은 이 사진 한장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반백의 머리카락과 바닥에 도마를 놓고 앉아 생선을 다루는 이 사진 한장을 접하고 난 후, 이 책을 안 살 수가 없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아.."하고 입을 벌리고 싶어졌다. 그러고 있으면, 뭐 이런 뻔뻔한게 다 있나 싶은 표정으로 잠깐 보시다가 한점 기분 좋게 입에 넣어주실 것 같다.

 

그 정도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책은 읽기 시작함과 동시에 군침이 흐르다 못해, 나중에는 갈증까지 일며, 인생이 마구 허기진 느낌이 난다. "바다로 가라"라는 말에 "네"하며 달려나가고 싶어진다. 안되면 횟집으로라도 뛰어 나가야 할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다행히도 이 책을 읽은 장소가 일본 여행가는 길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서해안 어디 즈음에 있다는 지인의 친척의 배를 수배하여 함께 갈 사람들을 모았을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 여주와 강원도 철원이라는 쌀 좋은 곳에서 자라 어렸을때 접한 생선이라고는 생선가게에서 보는 염장된 것들 뿐이었는데도, 이 비린 바다 것들에게는 마음이 한없이 빼앗긴다. 어렸을 때 내륙에 살아 비린 맛을 못본 사람들은 먹기를 꺼려하는 것들도 내 입에선 달고 맛나기만 하다. 갈치, 삼치, 모자반, 숭어, 문어, 고등어, 군소, 볼락, 홍합, 노래미, 병어, 날치, 김, 농어, 붕장어, 고둥, 골뱅이, 거북손, 참돔, 소라, 돌돔, 학꽁치, 꽁치, 감성돔, 성게, 우럭, 검복, 톳, 가자미, 해삼. 그 이름만 불러보아도 참으로 다정한 이름들 아닌가.

 

책은 참 훌륭하다. 사진도 훌륭하고 글도 훌륭하고 그 사이사이 사람 이야기도 훌륭하다. 삶이 삶이기 때문에 삶을 쓴 글도 삶 같아서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이로 무언가를 잡아 죽이지 않아 좋았다. 거문도를 여행 리스트에 올려보며 언젠가 나도 낚시로 배 채워보리라 생각해본다.



k******m 2010.12.07. 신고 공감 3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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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 이야기..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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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입에 침이 마르게 친구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책 읽는 취향이 서로 다른지라 권하지 않을 법도 한데 이 책은 달랐다. 그리하여 읽게 된 책! 단숨에 읽어 버렸다. 인생이 허기져 오기도 전,배가 먼저 고파왔다. 단숨에 읽어 버린 후유증이라고나 할까.. 혹,이 책을 읽게 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천천히 읽으시라 당부드리고 싶다.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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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입에 침이 마르게 친구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책 읽는 취향이 서로 다른지라 권하지 않을 법도 한데 이 책은 달랐다.

그리하여 읽게 된 책!

단숨에 읽어 버렸다.

인생이 허기져 오기도 전,배가 먼저 고파왔다.

단숨에 읽어 버린 후유증이라고나 할까..

혹,이 책을 읽게 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천천히 읽으시라 당부드리고 싶다.

 

 삶이 고달프다고 생각할때 바다 한번 떠올려 보지 않은 사람있을까?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바다는 고향같다.

내륙지방출신이라서 회맛도 모른다는 지청구도 들어야 할 만큼 바다와는 떨어진 곳에 살았지만,힘겹던 시절,나를 붙잡아 주었던 것은 바다였다.

그것도 실제 바다가 아닌,푸른하늘의 겨울바다!

바다만 보고 온다면,가슴이 정말 뻥하고 뚫릴것만 같은데...

그러지 못한 현실앞에서 나의 힘이 되어주었던 푸른하늘의 겨울바다

그래서일게다.

힘들때 혼자 떠났던 첫 여행지도 바다였고,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떠났던 첫 여행지도 바다였다. 그리고 지금도 바다는 나에게 힘들면 찾아가고픈 친구 같은 곳이다.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텐데,작가는 바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생선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그것도 우리의 삶에 녹아드는 인생이야기로. 작가의 능력이 새삼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가난과 풍요를 분별없이 공유하는 것.그게 공동체이다.

(중략)

공동체는 촌스러운 것도 고리타분한 것도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인성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생계형낚시를 하는 작가라 지칭하는 저자의 생각답다.

낚시를 그저 취미로 하는 이에게서는 왠지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며칠전 읽었던 <들꽃이야기>에서도 그렇지만, 이 책 역시 바다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혹은 풍요로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다.

처음엔 작가가 풀어 놓는 생선의 맛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그렇게 생선의 유혹을 받고 나면,작가가 말하려 하는것이 단순히 생선의 맛과 모양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어부의 이야기도,해녀의 이야기도,작부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책을 읽는 내내,거문도에 있는 상상을 했다.

비행중인 날치를 보는 모습도 상상했다.

바다가 보고 싶어도 바다로 갈 수 없었던 시절 노래로 위로를 받았듯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라로 가라>역시도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책이 될 것 같다.

책을 읽고 있을 뿐인데,바다내음도 전해지는 것 같고,즐기지 않는 회들도 입안에 침이 고일만큼 먹고 싶게 할 만큼...바다내음,사람향기 가득한 책이었다.

 

인생이 허기질 때 만이 아니라,펄떡이는 생선들이 그리울때마다 거문도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w*******i 2010.11.26. 신고 공감 3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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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참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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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는 바다라고 하면 낭만적인 기분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르른 빛, 하늘과 맞닿은 곳, 반짝이는 햇살, 부드러운 백사장 등 늘 떠올리는 건 이런 이미지이고, 더 나아가 생각을 하면 연인들이 사랑을 속살거리는 곳이 추가된다. 하지만, 그건 바다에 놀러 갔을 때 받을 수 있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나 역시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바닷가에 놀러 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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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는 바다라고 하면 낭만적인 기분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르른 빛, 하늘과 맞닿은 곳, 반짝이는 햇살, 부드러운 백사장 등 늘 떠올리는 건 이런 이미지이고, 더 나아가 생각을 하면 연인들이 사랑을 속살거리는 곳이 추가된다. 하지만, 그건 바다에 놀러 갔을 때 받을 수 있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나 역시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바닷가에 놀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바다 낚시를 즐기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외의 바다의 모습은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고, 퍼센트로 따져도 0.1%도 안될지도 모른다.

때로 TV 프로그램에서 바닷가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참 고단한 삶을 사는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을 느끼고, 바다 생물과 관련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인간은 바다에서 무한한 것을 얻으면서도 감사할 줄 모른다는 감상을 느낀다. 이렇듯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바다. 그것도 섬마을에서 생활이란 너무나도 낯선 이야기를 들고 한창훈 작가가 찾아 왔다.
 
표지의 띠지를 보면 생계형 낚시꾼이란 표현이 나온다. 문득, 아 어업에 종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지도 모르겠으나, 그의 본업은 작가이다. 그렇다면 왜 생계형이란 말을 썼을까. 본문에도 나오지만 여기에서의 생계형 낚시란 레져형 낚시의 반댓말이다. 즉, 어부는 아니지만 재미로 낚시를 하는 의미는 아니란 것이다. 수많은 돈을 들여 낚시 장비를 갖추고 낚시를 하는 낚시꾼들의 모습은 TV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남들보다 더 큰 고기를 낚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 낚시를 하고 살생을 한다. 즉, 그것은 그들의 취미이자, 즐거움에 지니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생계형 낚시는 하루 반찬을 마련하기 위한, 정말 먹기 위한 낚시이다. 그게 일반 낚시꾼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본문에는 총 30가지의 바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개류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해조류도 있고 그외의 생물도 있다. 원래 고향이 거문도라는 작가는 몇 년 전 다시 거문도로 돌아가 생계형 낚시꾼으로 살아 가며 직접 낚고, 손질하고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지 해산물 손질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때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때로는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있었던 일들을, 자신이 경험해 온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 놓고 있다. 어린 시절 첫사랑의 추억 이야기이며, 섬에 시집와 섬에서 살다 섬에서 죽는 섬 여인네들의 이야기며, 해당 해산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 놓는다. 작가의 표현에 때로는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감정도 느낀다.

특히 내가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던 에피소드는 작가의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귀신은 읎다"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다. 삼치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나 역시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돌아가신 할아버지 귀신이 삼치떼를 몰아 가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듯 각각의 해산물 이야기에는 그 해산물과 관련한 다양한 일화들이 펼쳐진다.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짠내가 물신 풍겨온다. 비릿한 바닷 바람 냄새가 맡아진다. 그리고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 섬에 사는 사람들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고단함을 보상해주는 건 역시 바다가 가진 풍요로움이 아닐까. 농촌에서는 보릿고개에 힘겨워 해도 바다는 일년내내 사시사철 항상 무언가를 제공해 준다. 그게 깊고 푸른 바다가 인간에게 선사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실학자 손암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 나온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되는 본문을 따라 읽어 가다 보면 바다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 오른다. 비록 앞으로도 바닷가에서 섬에서 살 수는 없을지라도 이제는 그저 낭만의 장소가 아닌 싱싱한 활어회를 먹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닌,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란 것을 가슴에 새기고 말이다.

y*****5 2010.10.07.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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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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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이 돈다   책을 읽다가 군침을 흘리기는 처음이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나도! 회먹고 싶어!"를 외치며 허기짐을 느꼈다. 거기다 보너스는 인생의 맛도 함께 느낄 수 있달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듯, 바다 근처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는 듯 행복해졌다. 그런, 생생하고 잔잔한 느낌은 나를 마음 따뜻하게 했다.   사람들은 때론 힘들면 여행을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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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이 돈다

 

책을 읽다가 군침을 흘리기는 처음이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나도! 회먹고 싶어!"를 외치며 허기짐을 느꼈다. 거기다 보너스는 인생의 맛도 함께 느낄 수 있달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듯, 바다 근처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는 듯 행복해졌다. 그런, 생생하고 잔잔한 느낌은 나를 마음 따뜻하게 했다.

 

사람들은 때론 힘들면 여행을 떠나곤 한다. 마음이 허기져서, 상처받아 슬퍼서, 인생이 피곤해져서 떠나곤 한다. 마음이 공허할 때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다가 아닐까 한다. 겨울바다를 보고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사람도 있고, 끝이 없는 바다 앞에 서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된다는 사람도 있다. 바다는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거기다 더해 많은 것들을 준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바다는 과한 욕심을 내지 않으면, 얼마든지 가져가라고 한다. 그 베품 앞에서 우리는 또 겸허해지곤 한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에는 수많은 어류들이 등장한다. 작가 한상훈 씨는 안 잡아본 물고기가 없을 정도다. 그 요리법도 꽤뚫고 있어 맛깔나게 설명한다. 게다가 삶이 담긴 에피소드도 엿볼 수 있다. 각각 소재에 얽힌 사연은 마음을 잔잔하게 하고 코끝마저 찡하게 한다. 찡하게 짠하달까?

 

갈치, 삼치, 모자반, 숭어, 문어, 고등어, 군소, 볼락, 홍합, 노래미, 병어, 날치, 김, 농어, 붕장어, 고둥, 거북손, 미역, 참돔, 소라, 돌돔, 학꽁치, 감성돔, 성게, 우럭, 검복, 톳, 가자미, 해삼, 마지막으로 인어까지 읽다가 배부를 이야기가 가득이다.

 

한상훈 작가는 '생계형 낚시'를 한다. 생계형 낚시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물물교환을 하고 이웃에게 그냥 주기도 하는 공동체를 생각하는 낚시인 것이다.

 

물론 팔지는 않지만 생계형 아닌 것은 또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종종 주기도 하고 그리고 뭘 받으니까 물물 교환이다. 할머니에게 주면 마늘과 파, 고추를 주신다. 친구에게 주면 술을 사거나 또 다른 고기를 준다. 육지에 보내주면 돼지고기가 오기도 한다.

그러니까 옛날형 낚시인 것이다. 공동체가 살아 있을 때 주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는 고기잡이 다녀온 사람은 으레 이웃에게 나눠주곤 했다. "반찬이나 하소" 툭 던져주기도 하고 미안해서 안 받으려는 사람에게는 슬그머니 놓고 휭, 사라지던 모습 흔했다. 가난과 풍요를 분별없이 공유하는 것, 그게 공동체이다. - 58p

 

그의 낚시 철학, 삶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의 낚시가 더 좋아졌다.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그의 재미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슬며시 웃음이 나는 대목이다.

 

예전에는 "고등어를 어떻게 회로 먹어요?"라고 주로 반응했다. 살아서도 썩는다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 요즘은 제주도 직송 고등어회가 왕왕 텔레비전에 나온다. 때문에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들어보니, 역시나 비싸다. 하긴 비행기 타고 간 게 값쌀 리가 있겠는가.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 못 사먹는다면 방법은 하나. 낚아 먹으면 된다 - 78p

 

얼마나 명쾌한 결론인지.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니. 비싸다고 불평불만 말고 바다로 나와 낚아 먹는 쉬운 방법이 있다니. 후훗. 자급자족하지 않고 소비하려는 현대인들에게 명치를 걷어차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에 맞물려 또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밤바다라 볼락 낚시를 나갔을 때, 두런 두런 대화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낚시도 하고, 사람 사는 이야기도 훔쳐듣고 그것은 또 바다 위에서 얻은 이야기가 된다.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사업을 안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내가 말했잖냐"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잖소."

"먹고살기만 하면 뭐가 문제겠냐. 너무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게 문제지."

보아하니 형제가 밤낚시를 하러 온 모양이다. 육지에서 실패를 본 동생이 고향에 온 거라는 것은 안 봐도 뻔하다.

"형님 돈은 어떻게 해서든 벌충해놓을 테니 걱정 마시오."

"......"

"못 갚으면 어디 가서 콱 죽어버릴라요."

"너는 사업도 너무 서두르다가 말아먹더니 죽는다는 말도 꼭 그렇게 하는 구나."

- 104p

 

바다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바다에 나간 이들 중 사연 없는 이가 어디있을까? 사람 사는 곳에 바다가 있고, 바다와 함께 사람이 산다. 바다에 나와 삶을 털어내는 형제의 모습. 눈을 감으면 그려진다. 그 깊은 바다에 형제와 함께 서 있는 듯, 그리고 볼락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떻게 먹는 게 맛있는지,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수 있을지 말이다. 사람 맛에서, 생선의 맛으로 넘어간다. 이런 재미가 있다.

 

낚시는 물었을 때와 물지 않았을 때, 두 가지의 인간이 만들어진다. 낚아내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백지장처럼 하얗게 기억이 없다. 생각은 사라지고 몸만 작용을 하는 것이다. 오로지, 도망치려는 물고기와 잡아올리려는 사람 사이 힘의 기우뚱한 균형, 줄이 터지기 직전까지만 허용하며 녀석을 지치게 하는 긴장의 순간들만 이어진다. 낚시에 빠진 동료작가 한 명은 이 순간을 오르가슴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툭.

채비가 터졌다. 세상에 줄 끊어진 낚싯대처럼 허무한 게 또 있을까. 낚시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몸에서 피가 쭈욱 빠져나가고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을. 집안이 망하는 것보다 더 크고 깊은 절망을. - 174p

 

몇 번 바다낚시를 해봤다. 대어를 낚은 것도 아니고 자잘한 물고기들이 배좀 채워보겠다고 낚싯대를 문 것이다. 툭 끊어지는 경험, 굉장히 허무하다. 하지만 다 잡은 고기를 놓치는 허망함과 같을까? 생계형 낚시꾼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겠지만, 그가 써놓은 감정이 어쩐지 잘 느껴진다. 아마도 글 사이사이 낚시를 넘어 바다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이것은 보통일이 아니라는 그의  속삭임이 마음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어무이 아버지에게 문어를 잡숫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문어와 씨름한 아이, 새끼를 나은 고양이에게 노래미를 넣은 미역국을 끓여줬더니만 미역부터 쭉쭉 뽑아먹더라는 이야기, 시장에서 복국을 팔던 아줌마 이야기, 섬마을에 시집와 친정도 못가본 여인들의 이야기.

 

이 책은 어류들이 팔딱인다. 회를 뜨고, 탕을 끓이고, 얼리고, 지지고 볶고. 하지만 그보다 더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살아있는 이야기. 팔딱거리며 뛰는 물고기들보다 더 팔딱이는 사람 사는 이야기 말이다. 싱싱한 바다 안의 생물들, 싱싱한 바다 밖의 사람들. 그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도 따뜻해지고 즐거워진다. 그리고 군침이 돈다. 살아야 겠다는 군침, 먹어야 겠다는 군침, 잘 살아야 겠다는 군침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은 이 책이 주는 선물이며, 행복이다. 읽어보시라. 이 군침도는 이야기들을.

 

 



YES마니아 : 플래티넘 j******e 2010.10.05.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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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기져 책을 읽었더니 배가 고파졌다.
"마음이 허기져 책을 읽었더니 배가 고파졌다." 내용보기
그런데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곧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 윤미나, [굴라쉬브런치] 中에서     지난 봄, 윤미나의 [굴라쉬 브런치]를 읽으며 인생이 허기질 땐 동유럽에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허기져 책을 읽었더니 배가 고파졌다." 내용보기

그런데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곧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 윤미나, [굴라쉬브런치] 中에서

 

 

지난 봄, 윤미나의 [굴라쉬 브런치]를 읽으며 인생이 허기질 땐 동유럽에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인생이 허기졌으나 동유럽으로 갈 수 없던 나는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폭염과 폭우가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 나는 여전히 허기졌다. 그리고 이 가을 나는 한창훈의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만났다.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로 처음 만난 한창훈은 여수시 거문도에서 태어나 먼 항해를 마치고 다시 거문도에 살고 있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의 부제는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이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쓴 한국 최고의 어류학서인데 ‘자산’은 ‘흑산도’를 말한다. [자산어보]는 손암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바다동식물을 조사하고 채집한 기록이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에선 [자산어보]의 일부를 도입부에 옮겨 놓았다. 이 책은 생계형 낚시꾼이자 소설가인 한창훈이 거문도에서 만난 바다동식물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손암선생은 갈치를 무린어, 비늘 없는 생선이라고 했지만 갈치의 은색 가루가 바로 비늘이라고 한다. 은색가루는 구아닌이라는 색소의 일종으로 소화가 안 되지만 모조진주나 매니큐어에 쓰이고 지혈작용을 하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키스’라는 단어는 갈치 비늘을 주고받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한다. 내게 필요하지 않아고 해서 존재하는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게 불필요한 것이 타인에겐 이로운 것이 될 수 있다. 함께 나누고 사는 일은 사랑의 행위만큼 아름답다.

 

 

갈치는 구이나 조림으로만 먹는 줄 알았다. 갈칫국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맛에는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제주도 여행에서 청양고추와 단호박이 들어간 갈칫국을 먹었는데 무척 맛이 있었다. 거문고엔 항각구국이란 엉겅퀴와 된장이 들어 간 갈칫국이 있다는데 맛이 궁금하다. “갈치 뱃진데기(내장)을 못 잊어서 육지로 시집 못 가겄네.”라는 말은 허사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회를 좋아하지만 바다생물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이 책에는 그림과 사진과 설명이 실려 있어 바다생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책에는 회를 잘 뜨는 방법과 회를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금방 죽는 고등어는 얼음에 보관해서 회를 떠야 하고, 보관이 용이치 않아 내륙에서 먹기 어려운 삼치는 포를 떠 랩으로 싸서 얼음에 얼린 후 먹어야한다. 병어회는 양념된장과 먹어야 제 맛이고 꾸덕꾸덕 말린, 소금 간이 밴 볼락은 삶아서 양념 없이 수저로 파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삶아서 먹는 거북손은 그 자체로 완벽한 맛을 가지고 있어 어떤 양념도 필요치 않다고 한다. 낚시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직접 낚시를 해서 회를 떠먹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인다. 이론과 실제는 차이가 있으니 책만 보고 낚시를 잘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손암이 굴명충이라고 했던 군소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한창훈은 군소의 맛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고 혼자 먹는 맛’이라고 적어놓았다. 제대로 먹을 것이 없었던 시대, 아이들에게 간식은 사치였다. 군소를 먹기 위해선 바위에 벅벅 거품이 날 때까지 밀어 피를 뺀 후 삶아서 먹어야 한다. 배를 부르게 해주는 좋은 먹을거리지만 어느 정도의 수고를 해야 먹을 수 있는, 너무 많이 먹으면 배앓이를 하는 군소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과욕은 금물이라는 세상 이치를 다시금 가르쳐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입 안에서 침이 고였다. 뭔가 먹으면 허기는 채워진다. 먹는다는 것은 뭘까? 지금은 건강식으로 먹지만 예전에 톳은 살아남기 위해 먹었다. 먹는다는 것은 삶을 지속시키는 행위다. 그런데 왜 하필 바다일까? 바다에 먹을거리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곳엔 가족, 사랑, 우정, 그리움, 기다림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한창훈은 노래미에 대해 ‘헤어진 사랑보다 더 생각나는 맛’이라고 했지만 은미엄마에게 헤어진 사랑이 없었다면 은미엄마는 노래미의 맛을 기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현이아빠에게 붕장어는 결혼을 하고도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긴 장모의 마음을 움직인 맛이다. 바다생물들을 보면 인간의 삶을 보는 듯하다. 성게는 수백 개의 다리로 바닷속 바닥을 걸으며 비상하는 꿈을 꿨고 날치들은 경계너머의 세상을 꿈꿨다. 꿈을 꾸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것이 이루어지고 이루어지지 않고는 다음 문제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바다는 무엇인가. 아직도 나는 그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고 나니 더 허기가 졌다. 바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보태졌기 때문이다. 가을이 가기 전엔 바다에 꼭 가야겠다.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와야겠다.

 

YES마니아 : 로얄 m****6 2010.10.03. 신고 공감 3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