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자문(天字文)은 중국 남북조 시대 양(梁)나라의 문인 주흥사(周興嗣)가 지은 책이라 합니다. 황제인 무제(武帝)가 왕희지(王羲之)의 글씨 가운데서 서로 다른 글자 1천자를 뽑아 주흥사에 주면서 "이것을 가지고 운을 붙여 한편의 글을 만들라"고 했다고 합니다. 1천자를 가지고 한자도 겹치는 것이 없게끔 한편의 글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은 만큼 하룻밤 사이에 4자 1구로 250구를 이루어 1천자를 채우고 나니, 머리칼이 다 세어 버렸다 합니다.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은 예전에는 5~6세가 되는 학동이 가갸거겨 배우듯이 익혔던 "천자문"을 직접 쓰고, 8자씩 125꼭지로 풍부한 우리말 어휘를 사용해서 간단하게 해석하고, 이와 관련된 그의 생각들을 재미있는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습니다. 그의 글에는 다섯살때 무릅꿇고 배웠던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참 많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그리움과 함께요. "천지현황, 천지현황이라......" "하늘은 가맣고 따는 누르다. 천지현황이니, 하늘은 그 이치가 깊구 그윽해서 헤아리기 어려운디, 따는 또 흙이라 누른 빛이 나는고여." "물리가 트인즉 이 도리를 알려니와, 이 책의 대의인즉 천지현황 이 늑 자 속에 들어 있다 해두 과언이 아닐 것이니라. 아울러 이 늑 자 속에 천지이치 또한 들어 있음은 물론이며, 연인즉, 배우고 익혀서 스사로 그 몸을 세울진저" 운등치우 로결위상 (雲登致雨 露結爲霜) - 구름이 올라 비가 되고, 이슬이 엉키어 서리가 된다. 저자가 고등공민학교 2학년 때, 제칠일안식일 예수재림교에서 세운 학교라 교장이 성경을 가르쳐 줄때 심판의 그 날이 오면 악인을 멸하고 의인을 구하기 위해서 천사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 온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저 거시기...... 운등치우허구 노결위상이라구 헸넌듀." "뭬야?" "땅 위의 짐시, 거시기 수증기가 하늘로 올러가서 이뤄진게 구름이라구 헸넌듀." "그래서?" "그런디 찬물이 증발해서 이뤄진 수증기인 구름을 타고 내려오먼 츤사덜이 거시기 걸리지 않을라나유? 고뿔." "뭬야?" "지금 한 말 다시 한번 해보라우, 머이가 어드래?" "운등치우헤야 노결위상헌다구......" 천자문에 대해서 재미있는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책, 이데올로기의 비극적 상황으로 안타까운 그의 가족사 특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고, 책으로 인해 잃은 아들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손자한테 글을 가르치던 그의 할아버지,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들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지극히 중화적인 글들을 아름다운 우리말의 향연으로 가득채운 모순의 책이기도 하구요. |
| 제가 찾아본 천자문 책들은 거의 천자문 4자 나오고 그 다음에 음과 뜻이 따라나오는 것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책은 다른것과 같이 음과 뜻이 나오고 그 4자에 대한 이야기와 그이야기를 또 한번 풀이 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또한 쉽게 공부 할수 있습니다. 책의 크기가 좀 크고 가격이 비싼편이기도 하지마 그래도 가격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또한 내용 중간중간에 사진을 활용하여 천자문을 외우려는 사람들과 또 한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한문의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
| 천자문이 한학을 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은 어렸을 적 한석봉 천자문을 대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주흥사의 250줄로 된 4언절구의 장시라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어리석게도 어릴 적에 배우는 천자문이라고 해서 그안에 무궁무진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으니, 스무 해를 넘게 살아왔으면서도 여전히 빙충맞은 것은 쉬 변치 않는 듯 하다. 천자문에 들어있는 내용은 '하늘 천, 땅 지'로 시작되는 우주론에서 출발해서 이어 세상 만물에 대한 이치를 논하며, 어느덧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예의염치까지도 포괄하는 거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었다. 그 스케일만큼 작가도 욕심을 품었는지 그는 여덟 구절로 된 싯귀에 맞춰 그 내용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는 에세이를 보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되도록이면 왜식 한자말과 외래어 사용을 지양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려는 노력을 하여 자그마한 우리말 사전의 역할도 하고 있으며 자신의 글 속에서 나오는 사람이나 역사적 배경지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주를 달아놓음으로써 독자에게 좀더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주려 애쓰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자는 자신이 직접 쓴 글자를 하나 하나 책장에 아로새겨놓았고 뒷부분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천자문책과 다른 옛책까지도 부록으로 첨부해 놓았으니 그 욕심이 과연 천자문을 해제할 만 하다.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주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가 이러한 책을 쓰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가정적 환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문득 태어나고 보니 시대는 일제 강점기요 충청도의 유서깊은 양반집안이라 어릴 적부터 주린 배를 움켜잡고도 한학에 친숙해질 수 밖에 없었던 저자가 회고하는 옛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다보면, 이 천자문 책이 자신에게 한그릇 죽사발보다 글 한자를 더 읽기를 권했던 할아버지와, 자신보다 뛰어난 경외의 대상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만나진 못했지만 선친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참 선비들에 대한 헌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유달리 그 부분들이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광풍에 찌들어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부분들보다 더욱 와 닿는 것은 시대가 바뀌면서 쫒기듯이 사라져버린 고갱이 같은 선비정신이 지금에 와서 슬며시 그리워지고 또한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