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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나거나 마주하게 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얼굴이다.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첫인상을 경험하게 되고 마주한 상황의 감정을 예감할 수 있으며 단순한 희노애락의 모습도 어렴풋이 찾아볼 수 있다. 어떨 땐 속모를 얼굴빛도 대하게 된다. 얼굴안에 뭐가 담겨있는 지 모를 낯빛은 괜시리 호기심의 대상이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얼굴을 대하면 마음이 설렌다. 빛나는 피부, 가느다란 눈웃음, 뭉근한 미소, 파안의 웃음, 집중력있는 시선.. 이 모두를 간직한 얼굴이라면 거부하기 힘든 매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마흔이 넘어서면 자신만의 얼굴을 갖게 된다고 한다. 무척 의미심장하고 두려운 말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상대방이 곡해석할 수 있어서 여간해선 쓰지 않는 말이지만 내 자신에게는 충분히 물을 수 있는 말이고 매번 하더라도 큰 탈은 없다. 자신에게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면 풀린 일상이 조여드는 긴장감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노르웨이 오슬로 뭉크미술관에서 만난 절망과 히스테리컬한 의혹에 물들어 차마 그릴 수 없어서 희미하게 뭉개져 있던 여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자에 대한 심각한 혐오였을까? 혹은 죽은 자를 대하며 창백함의 극치를 보여주던 참담한 여인의 얼굴은 죽음 그 이상의 세계였다. 젊은 날 세상이 뒤바뀔 것 같은 사랑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 만나는 모든 이에게 들키고 마는 얼굴일 때도 있었다. 그 사랑과 이별하려 할 때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던 얼굴도 있었다. 덴마크의 맨 윗쪽 스카겐의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걸음을 재촉하며 노니시던 부모님의 얼굴과 뒷모습은 내 가슴에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인간은 이렇게 순전히 가슴의 벅참과 한숨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얼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뱉어내는 가면같은 얼굴을 하고선 그렇게 숨쉬며 살아간다.
<얼굴이 말하다> 제목이 어찌나 적절하고 확실한지 10개의 소제목의 글을 읽고는 더불어 소리내어 불러 보았다. 갤러리의 한 작품을 바라볼 때는 글이 별 소용이 없다. 제목조차 읽지 않고 뚫어지게 한 작품만 바라볼 때도 있다. 작품과 나와의 교감이라는 말은 아마추어인 나에게는 너무 거창하다. 그저 그 속의 서사를, 주어진 시각의 방향대로 느낄 뿐이다. 문제는 그 시각의 과정을 설명하는 일이다. 보여지는 사실과 은밀한 현상을 막힘없는 글솜씨로 묘사하는 일은 예술서의 가치를 따져묻는 방법중의 하나이다. 한국 현대미술사속에 살아있는 거칠고 투박한 얼굴들, 한 정치인의 인물속에 반대되는 인물의 반복되는 패턴때문에 반전을 가져오는 얼굴들, 측은한 끼니를 국밥 한술로 떼우며 암담한 현실의 아픔을 쥐어짜는 얼굴들이 이 예술서의 주인공들이다. 곧 재로 변해버릴 것 같은 위안부할머니의 얼굴을 보면서 전시때 육신의 찬탈과 죽임을, 전후에 멸시와 굴욕으로 되갚음받는 싸늘하고 냉담한 한국현실에 치를 떨게 한다. 군부적인 발상이 짙은 명령과 복종만이 있는 과거 교육현장의 틀에서 학생들의 모습은 한 장의 흐리멍텅한 사진으로 남는다. 비슷하게 깎은 머리, 똑같은 교복에 천편일률적인 주입식 교육은 생동감 넘치는 청춘들에게 운동화 뒤축 꺾어신기를 시작으로 현실도피와 일탈적 행동을 낳게 한다. 그나마 그런 일그러진 창의성은 귀엽지 않은가. 군에 입대하는 동기들이 있었다. 한동안 떠나 보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픈지 주변의 동기 여학생들은 눈물로써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곤 했다. 그 속에 있던 나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안났다. 순수하고 청순하게 눈물이 "짠"하고 흘러야 하는데 쥐어짜고 싶어도 안되는 일이 바로 그 눈물 흘리는 일이었다. 남자친구가 군에 입대한다면 너없는 일상이 볼품없고 의미없을 것 같아 애통함의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흘리다보니 어느새 슬픔이 정화되었나보다. 그동안 불편했던 일들이 눈물로 사라지고 압박과 통제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야릇한 미소를 드러낸다. 어쩌면 새로운 얼굴과의 블라인드 데이트가 가능할 지 누가 알아! 한국사회에는 여자도 여인도 아닌 기이한 호칭이 하나 있다. 아.줌.마. 이렇게 들이대면 나, 돌맞을 지 모르지만... 그 사회가 지어준 그 이름을 나도 가지고 있다. 개성의 시대가 되다보니 아줌마도 아가씨같고 멋진 캐릭터들도 많지만 전형적인 아줌마의 이미지를 살려주는 사진 한 장에 무척이나 웃었고 웃다보니 슬퍼졌다. 내 이모, 고모, 숙모같아서...그분들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사시는 분들인데 외출할 때만 되면 부자연스러운 화장과 번쩍이는 의상, 난데없이 등장하는 장신구에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유행하는 모든 것에 경쟁하듯 따라하는 시대, 나만의 개성을 부르짖지만 결국 모아놓고 보면 똑같다. 복제의 시대!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피부미용, 첨단의 기술력을 동원한 화장법, 모델의 화사한 붉은 미소는 마켓팅의 한 부분을 장식한다. 대중은 그걸 보고 자신을 가꾸며 외모의 욕망을 불태운다. 성형의 결과를 놓고 보면 확연히 드러날 일이다. HD화면의 보급으로 더욱 선명해진 외모지상주의는 도자기 피부를 욕망하고 꿀벅지와 말궁뎅이처럼 육덕진 힢을 강조한다. 숭고한 얼굴도 있다. 신들린 무녀의 접신된 얼굴도 있다. 어깨에 둥근 땅덩어리를 짊어진 아틀라스처럼 버거운 짐을 머리에 인 두상도 있다. 처연한 현실의 얼굴에 붙어다니는 죽음을 해골로 묘사한 조각도 보인다. 삶이란 곧 죽음으로 가는 길임을 일깨워주는 작품들이다. 그토록 세상에 분노하고 투쟁하며 군부의 총칼에 짓이겨졌던 젊음의 울부짖음도 있다. 눈물이 난다.
미술사가인 저자의 예술적인 시각은 그 예술성에 치우치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와 아픔을 이야기하고 소시민의 삶과 기대고 싶은 애절한 마음을 나누고 싶어한다. 해학과 웃음을 자아내는 작품앞에선 신나한다. 그림과 사진, 조각과 비디오아트물을 통한 그의 철학적 사유와 깊이있는 통찰에 감탄해 마지 않는다. 예술작품, 아름답고 고귀한 느낌만이 예술은 아니다. 질펀한 삶처럼 야만스럽고 잔인한 예술의 세계는 절정의 삶, 그 자체이다. 그림을 먼저 보게 하고 그 스토리를 아래에 있게 했다면 독자로 하여금 시각적 고민을 더 많이 하게 했을 것이다. 편집의 다양성이 돋보이는 책이지만 그 부분만큼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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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대한 오래된 속담 중 ‘남자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남자라고 못을 박았을까요? ‘사람나이 40이 아니고, 왜 남자인가요?’ 전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자의 얼굴은 나이를 먹어도 얼마든지 변화무쌍하게 변모를 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남자들도 취업 또는 다른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여자들에 비하면 그 숫자가 적은 편이지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40세일까요? 40대에 접어들면 대략 본인의 성격, 성품, 인격이 어느 정도 완성되는 시기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제법 안정된 자리가 구축되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꿈, 생각,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얼굴에 그대로 각인되기 때문에 ‘그 얼굴에 책임을 져라’라는 이야기가 나왔겠지요.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런 말을 했더군요. “ 책을 읽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얼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불어에서 얼굴을 뜻하는 ‘Visage'란 단어는 ‘보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Videre'의 과거분사 'visus'에서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원래 ‘얼굴’은 보는 능력, 보이는 것, 그리고 보이는 것의 겉모습을 의미했으나, 이제 얼굴은 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의 모습,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을 의미하게 된 것이지요. 미술 평론가이자 교수인 저자 박영택은 성균관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습니다. 50여개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여러 편의 리뷰, 서문, 작가론을 썼습니다. 저자 박영택은 ‘얼굴은 책’이라고 표현합니다. ‘얼굴은 그가 살아온 삶의 이력과 상처들로 울울한 숲이다.’라고 덧붙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미술전문가로서 접했던 수많은 화가, 작가들이 표현한 얼굴 이미지에 대한 단상집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유독 저자의 기억에 남고 잘 잊히지 않은 얼굴들을 마음 가는대로 불러 모았다고 합니다. 주로 전시장과 작업실에서 본 것 중에서 선정했답니다. 한국 현대미술사의 궤적 중에서 골랐는데 대부분 동시대 이미지들. 그 이미지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유사한 것끼리 묶었습니다.
자화상이나 여인상등의 장르개념으로 분류하는 것은 너무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느낌이 들었기에 피했다고 합니다. 제목을 미리 설정하고 이미지를 찾은 것이 아니라 이미지들을 먼저 정한 뒤 그 안에서 10개의 소제목으로 분류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그림과 사진들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다가 웃음을 머금기도 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저자도 같은 표현을 했지만 한 작가 또는 화가의 한두 점 그림, 조각, 사진들을 보면서 그 작가가 갖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소개되는 작품에 대한 저자의 글이 참 좋습니다. 인간적이고, 서정적이고, 보는 관점이 참 깊습니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얼굴’이 내면적인 것이라면, 어떤 농부의 얼굴처럼 햇빛과 비바람에 노출된 피폐한 얼굴도 있습니다. 화가 이종구의 그림은 작고한 화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그림입니다. 가난한 소작농. 평생 흙과 낫, 소와 함께 살았고 양곡부대와 비료부대를 채우고 비비는 일을 한 평생 하시다 돌아가신 분. 화가는 그런 아버지의 얼굴을 회상합니다. 차마 고급스럽고 무거운 미술의 개념이 들러붙는 캔버스 표면에 그릴 수 없어서 아버지의 삶과 함께했던 양곡부대와 비료부대 표면에 직접 그렸습니다. 정원철의 〈회색의 초상〉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얼굴을 담았습니다. 이제는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셔서 몇 분 안 남아계시지요. 얼마 전에 동료 한 분을 하늘나라로 보내시고 남은 할머님 중 한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일본 놈들은 우리가 어여 죽어 없어지기만 바라고 있을꺼야’ 작가는 치과용 드릴을 사용해 납판을 긁고 파내면서 이미지를 새겼습니다. 공포감마저 일으키는 격렬한 드릴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비석에 새겨진 이미지처럼, 묘비명 같은 초상입니다. 책에는 58명의 작가와 그 이상의 작품들이 소개됩니다. 저자는 ‘얼굴’에 대한 단상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바다 생물 가운데 좀 더 지능이 발달하고 모험심이 강한 종(種)이 뭍으로 올라오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물 밖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호흡기관이 필요했다. 아가미를 통해 많은 양의 산소가 포함된 물을 펌프질해대는 낡은 방법으로는 산소를 더 이상 확보할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폐가 생기기 시작했고, 낡은 아가미는 사라져갔다. 활처럼 생긴 아가미 뼈가 서서히 턱뼈로 바뀌었다. 그러고 나서 원래 물을 펌프질 하는데 쓰였던 아가미 근육은 두개골 전면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근육 막으로 천천히 변형되었다. 이 근육막이 마침내 얼굴이 되었다. 그것이 우리의 얼굴이다. 그래서일까, 사람의 얼굴에서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깊은 바다 속 어둠이 드리워져 보인다. 여자의 자궁에서도 물고기의 비린내가 난다. 내 몸 어디에서 소금기가 묻어 나온다.” (10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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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한 인간의 모든 영역이다.곧 그사람이다.따라서 우리는 절박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의 얼굴을 가린다. 그것은 자신의 육체를 지우는 행위다.나를 괄호 속에 넣고 無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가린다고 했지만,눈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정말 자신을 가린것이 맞을까? 가리고 싶은 순간에도 자신을 완전히 가릴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작품을 설명하기에 앞서 저자는 자신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얼굴을 가리는 습관에 대해서... 나 역시 내 얼굴을 수시로 가리고 있었다.습관처럼! 동그란 얼굴을 반만 보여주고 싶은 몸의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조금더 갸름한 얼굴이 대고픈 욕망을 얼굴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외모에 대한 호기심과는 조금 다른,얼굴에 대한 관심이 있다. 얼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때문일 수도 있겠다. 얼굴은,곧 그 사람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느껴서일까? 마음의 생각들이 쌓여,얼굴로 드러난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얼굴이 말하다>를 통해서 많은 얼굴을 만났다. 닮고 싶은 얼굴,위로해주고 싶은 얼굴,잊고 싶은 얼굴,반가운 얼굴,친구같은 얼굴,영원히 이상향으로 담아 두고 싶은 얼굴 등등.. 책의 제목에서 이미 느낄 수 있듯,이 책은 다양한 얼굴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사람이 쓴 얼굴에 대한 이야기라면,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의 입을 통해 다양한 얼굴을 만났기에,얼굴에 대해 더 많은 생각과,현재의 내 얼굴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어떤 얼굴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
![]() "사람의 얼굴에서 그녀가 본 것은 생김새와 표정이 아니라,그 얼굴이 떠올려준 자연 풍경이었다.(중략) 아마도 작가는 싱싱하고 맑은 파란 물로 채워진 얼굴을 동경했나 보다. 바다 같은 얼굴,금세 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깊고 깊은 얼굴...."
되고 싶은 얼굴~ 처음엔 단순히 파란색을 좋아하는 이유때문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본 것은 생김새와 표정이 아니라,자연풍경때문이란 말때문이란 사실을 알았다. 바다같은 얼굴이 될 수만 있다면,나도 편하고,얼굴도 편할텐데... 얼굴에 대해 화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정도의 호기심이었다. 그런데,얼굴들이 이렇게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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