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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민족' 은 무엇인가
"오늘날 '민족' 은 무엇인가" 내용보기
요즘 인기를 끄는 모 금융회사의 CF중 이런 문구가 있다.   "금융의 해외진출은 힘들다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 각종 규제, 환경의 차이, 생각의 차이 그래서 OO캐피탈은미국 금융이 되고, 영국 금융이 되고, 중국 금융이 된다진출하지 않는다. 그 나라의 금융이 된다"   오늘날 고도화된 자본주의 세계 속에서 자본이 얼마나 쉽고 간단하게 그 국적을 바꿀 수 있는가? 분명히 세
"오늘날 '민족' 은 무엇인가" 내용보기

요즘 인기를 끄는 모 금융회사의 CF중 이런 문구가 있다.

 

"금융의 해외진출은 힘들다
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 각종 규제,
환경의 차이, 생각의 차이
그래서 OO캐피탈은
미국 금융이 되고, 영국 금융이 되고, 중국 금융이 된다
진출하지 않는다. 그 나라의 금융이 된다"

 

오늘날 고도화된 자본주의 세계 속에서 자본이 얼마나 쉽고 간단하게 그 국적을 바꿀 수 있는가? 분명히 세계는 하나가 되고 있는데, 이것은 '화폐' 라는 물신 하에서 그러하다. 화폐는 국적을 따지지 않고 더 나은 수익의 원천을 찾아 이동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오늘날 당면한 '국민국가의 위기' 또는 '국민국가의 무용론' 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물적 토대로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국가' 라는 어휘는 낡은 것이 되었나? 이 책을 쓴 피에르 노라는 이 물음에 '그럴지도 모른다' 라고 답한다. 무엇을 '기억' 하고 '기념' 하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말해 '그것이 오늘날 살아있지 않기 때문' 이라고 한다. 노라는 최근에 프랑스에서 역사적 전통을 기념하는 행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 '기념' 은 '역사' 와 '기억' 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서술한다. '기념' 은 더이상 어떤 역사적 장소나 물건이 현재의 상황과 관련이 없을때,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인류가 행하는 특별한 의식일 뿐이라고 한다.

 

노라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 책을 썼다. '기념' 이 원자화되어있고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그래서 그 기념을 다시 '역사' 를 통해 '기억' 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원자화된 기념' 과는 달리 역사적 맥락에서 모든 사건과 사물을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민족' 은 필수적인 개념으로 다루어진다.

 

우리는 세계사 교과서에서 1793년 프랑스혁명을 기점으로 '민족' 이 형성되었다는 견해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민족사' 를 고대 골족까지 소급시켜 적용하는 역사관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프랑스의 민족사는 고대 골족- 중세 가톨릭 전통- 근대 프랑스 혁명 - 현대 68혁명을 잇는 계보 속에서 파악된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역사를 매끄럽게 쭉 서술하지 않고, 다소 모순되고 울퉁불퉁한 역사를 최대한 '보여주었다' 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민중의 혁명이었으나 그것은 자유를 지향하는 혁명이기도 하였다. 또한 그것은 민족을 인식하게 하는 혁명이기도 하였다. 이 삼중의 모순점은 1793년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 제정기, 2공화정과 2제정, 3공화정을 통과하면서 최후엔 '민족' 으로 수렴되기에 이른다. 심지어 '민족' 은 고대 골족과 중세 가톨릭까지 모두 흡수하면서, 마침내 완결된 '프랑스' 를 만들어 냈다. 프랑스혁명때 타도의 대상이었던 베르사유 궁전은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면서 대외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물이 되고 있다. 이렇게 '민족' 은 울퉁불퉁하고, 모순된 것 같지만 그것은 매우 힘이 있다. 이 지점이, 온건한 민족주의자였던 드골이 승리하고 프랑스 공산당이 공산당 본연의 '국제주의' 에 동화하지 못하고 끝내 프랑스에 수렴되고 만 지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들었던 생각은 이러한 민족 중심의 역사관을 한국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한국엔 과연 사람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의 장소' 가 있을까? 만든다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국의 근대는 일제에 의해 폭력적이고 단절적으로 진행되었다. 민족이나 민중이 개입할 여지는 없었고, 조선시대까지 신분제의 굴레를 유지하다가 일제에 의해 식민지근대화가 진행되었다. 더구나 지금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던 민족과 분단 상태에 접어든 지 어언 60년이 지났지 않은가!

 

그래서 어려운 길이 되었다. 최근 탈민족 담론이 거세게 유행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언제 '민족' 을 기억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유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렵지만, 분명 도전해야 할 길이며 이 점이 역사를 공부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나에게 어떤 직관이나 지향점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은 기억은 상당히 중요한 지점으로 기억될 것 같다.

 

YES마니아 : 골드 p********6 2013.10.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