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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반짝이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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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면 이 작가의 아름다운 단편들이 가슴에 별이 되어 은은하게 반짝인다. 이 작가에겐 작가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학적인 수사나 지적 과시욕이 없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여 우리 삶의 숙명적인 허무함이 가슴에 여과없이 그대로 배어온다. 보통 미화시키지 않고 적나라하게 삶을 드러낸 작품들을 보고나면 웬지 낯이 뜨거워지고 슬그머니 외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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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면 이 작가의 아름다운 단편들이 가슴에 별이 되어 은은하게 반짝인다. 이 작가에겐 작가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학적인 수사나 지적 과시욕이 없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여 우리 삶의 숙명적인 허무함이 가슴에 여과없이 그대로 배어온다. 보통 미화시키지 않고 적나라하게 삶을 드러낸 작품들을 보고나면 웬지 낯이 뜨거워지고 슬그머니 외면하고 싶어지는데 이 작가의 작품은 그렇지 않다. 그 적나라한 삶의 모습들이 소설의 끝부분에 다다르면 아름답게 맺혀 맑은 이슬이 된다. 왜 그럴까? 여기에 실린 단편들 중 어느 것하나 버릴게 없지만 그 중에서도 마지막에 실린 '그해 여름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순간 놓쳐버릴수밖에 없는 것들을 덤덤한 은유로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이다. 주인공이 다른노동자들과 연대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쫓아간 후 짝사랑했던 여자에게 외면을 받고 그 여름끝에 기르던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마지막 장면은 내게서 사라져간 많은 것들을 씁쓸하게 회고하게 만든다. 주인공은 아주 덤덤하게 말한다. 그 해 여름, 고양이를 키우던 일과 자위행위를 배운 일 말고 내게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그 주인공도, 나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 이렇게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지 생각이나 하고 살고 있는 것일까? 하드커버와 중간에 삽입되어있는 예쁜 그림들이 이 소설들의 풍경과 너무 안 어울려서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작가가 그걸 원했을지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금방, 그것을 생각해보는게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이 예쁜 표지도 작가가 보내는 메세지를 환경적 아이러니로서 보여주는 것일거라고 생각하면서 작품속 주인공처럼 싱겁게 웃어보았다.

[인상깊은구절]
야옹이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여러 날이나 야옹이가 나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던 대문 앞을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가끔 아무도 모르게 혼자 눈시울을 적시고는 했다. 그런 날 밤이면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는 온몽이 땀에 절어 가며 그해에 처음 배운 자위행위에 몰두했다. 행위가 끝나고 나면 매번 참담했다.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러웠다. 그 해 여름, 고양이를 키우던 일과 자위 행위를 배운 일 말고 내게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e****5 2004.01.2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이듦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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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의 우리들은 이제는 세상을 달리한 가수의, 서른에 관한 노래를 쓸쓸하게 불렀고, 마침 그 때 누군가는 잔치가 끝났다고 하면서도 서른, 이란 숫자를 들먹이기도 했다. 그 때 우리는, 아직은 멀기만 했던 서른에 대한 무언지 모를 아득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 즈음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라는 책도 읽었다. 그 사이 ‘비디오를 보는 남자’가 있긴 하지만 한동안 잊고 지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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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의 우리들은 이제는 세상을 달리한 가수의, 서른에 관한 노래를 쓸쓸하게 불렀고, 마침 그 때 누군가는 잔치가 끝났다고 하면서도 서른, 이란 숫자를 들먹이기도 했다. 그 때 우리는, 아직은 멀기만 했던 서른에 대한 무언지 모를 아득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 즈음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라는 책도 읽었다. 그 사이 ‘비디오를 보는 남자’가 있긴 하지만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그 때 그렇게 비장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서른이 되어 ‘무서운 밤’을 읽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흔이란 숫자를 떠올렸다. 스물에는 서른이더니, 서른에는 마흔인가, 혼자서 피식 웃었더랬다. 근데 도대체 마흔의 나이란 어떨까, 궁금하다. 마흔의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마흔의 남자는 지난 일을 어떻게 돌이켜보는지 엿보고 나니 그런 생각은 더욱 간절해진다. 세상을 살다 보면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모를 순간이 언제든 우리 앞에 닥치게 되고,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누군가가 불쑥 끼어 들어 상황을 우습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순간을 임영태라는 작가는 참 세심하게도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을 읽고 나니 시간을 앞질러 마흔의 세상을 살다 온 느낌에 그만 허탈해지고 맥이 빠진다. 나이의 더께가 느껴지는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작가와 비슷한 연배의 누군가와, 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경험을 한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밭 가는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인상깊은구절]
'문제는...... 그 선배가 너무 섬약하다는 겁니다. 봐요, 살다보면 누구나 몇 번 상처받는 일 생기는 거 아닙니까. 이 놈의 세상 온통 교활하고 위선적인 놈들로 가득 찼으니 진실한 사람일수록 그런 일 더 자주 생기기야 하겠지요. 그렇다고 어쩝니까, 그런 것에 일일이 절망하면 세상 못 살지요. 어떻게 살아요, 인간들 수준이 결국 그 정돈데. 안 그래요? 슬프고 화도 나겠지만 일단은 자길 추스리고, 싸울 건 싸우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뭐 그러면서 사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 선배는 그러질 못해요. 상처받은 가슴을 꽉 끌어안고는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거예요. 환멸, 실망, 분노, 다 좋아요. 그러면 그럴수록 의연히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마음을 곧추세워야지, 안 그래요? 그런데 이 선배는, 이 바보같은 선배는, 자기가 못나서 그렇다는 쪽으로 자꾸 자학이나 하고 있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어요? - <이슬비 내리는 봄날 밤> 연애의 상처는 어쩄거나 견딜 수 있는 법이다. 비열한 인간이 되고 싶을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때 나는 불쑥 떠오른 그 생생한 기억을 여자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건 설득력 있는 변명이 아니었고, 설혹 여자가 그 변명을 곧이곧대로 이해한다 할지라도 여자에게 새삼 위로될 일은 이제는 없었었으므로. 연애보다 내게는 삶이 더 무거웠다. 나는 우선 살아남아야 했다. 여자는 말하자면 희생타였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건가. 나는 그녀를 버렸다. 그것만이 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명백한 진실이었다. 7년 후 그날, 여자가 담배 피우는 모습에서는 왠지 들큰한 타락의 냄새가 났다. 나는 그 타락의 냄새가 내게 버림받은 7년 전 그 때에 시작된 거라는 걸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나는 더욱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8년 후에 또 여자를 만난다. 여자에게는 이제 타락의 냄새 따위는 없었다. 마흔 살쯤 되면 하기야 아무도 타락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 <무서운 밤>
l****7 2005.06.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