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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내게로 왔다. 우리...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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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을 읽지 못한 경우엔 제목과 표지, 출판사의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이다. 푸른숲 출판사의 외국소설선 the others 시리즈중 하나로 원제는 ‘RED-ROSE CHAIN’이다. 이 책은 제목에 끌려 선택한 책이다.   남녀가 만나기 전 그들에게 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어떤 일(운명이든 그렇지 않든)을 계기로 만나게 되면
"그녀가 내게로 왔다. 우리... 운명일까." 내용보기

작가의 작품을 읽지 못한 경우엔 제목과 표지, 출판사의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이다. 푸른숲 출판사의 외국소설선 the others 시리즈중 하나로 원제는 ‘RED-ROSE CHAIN’이다. 이 책은 제목에 끌려 선택한 책이다.

 

남녀가 만나기 전 그들에게 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어떤 일(운명이든 그렇지 않든)을 계기로 만나게 되면 서로에게 존재하게 된다. 다른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연인만 존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남녀는 말한다. 자신들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운명은 실제 존재하는 지의 여부는 난 아직 모르겠다. 누군가를 보면 운명 따위는 없어 보이고 또 누군가를 보면 운명이 정말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제레미가 ‘삼촌’이라고 불렀던 제라드는 제레미의 눈을 가리고는 뭔가 느껴지는 책을 골라 페이지를 펼치라고 말한다.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는 제레미는 교회 종소리가 울리자 좋은 신호라 여기고 한 페이지를 선택한다. 제라드의 말대로 페이지를 찢어 보관한다. 제라드는 그 페이지가 제레미의 운명을 알려주는 마법의 페이지라고 말한다. ‘페이지’는 백과사전의 한 페이지로 셰익스피어처럼 shak-로 시작하는 단어들과 설명이 기록되어 있다.

 

 

어린 시절 제레미는 인생을 페이지에 끼워 맞추려고 했지만 성장하면서는 페이지의 힘을 믿지 않았다. 운명을 믿지 않아도 예언이 실현되는 일을 겪게 되면 운명을 믿게 된다. 제레미는 ‘페이지’ 속 검은 여인을 닮은 밀레나를 만나면서 다시 페이지의 힘을 믿게 되었다. 처음 ‘운명’을 감지하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마법이 생긴다. 제레미는 자신과 밀레나의 운명이 ‘페이지’에 나온 내용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제레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요크셔 비극〉으로 논문을 쓰고 있다고 말했지만 가짜 교수이고 밀레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남자친구의 학대로 인한 상처가 있는 영혼이다. 가짜 교수 제레미에겐 자유로운 영혼의 밀레나는 모든 것이지만 밀레나에게 제레미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다.

 

셰익스피어는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작품들 중에도 진위여부가 논란인 작품이 있다.〈요크셔 비극〉 역시 진위여부가 논란이 작품이다. 세상을 보면 꿈은 현실 같고 현실은 꿈같다. 진짜는 가짜 같고 가짜는 진짜 같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호하다. 영원하다고 믿었던 것은 영원하지 않다.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의 인물들은 이 땅의 현실처럼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세계를 산다.

 

철자를 바꾸거나 생략하고, 동음이의어를 활용하고, 운율 맞추거나 비슷한 철자의 단어의 활용하고, 셰익스피어나 다른 작가들의 작품 속의 글을 인용해 대사나 문장을 썼다. woo와 woe는 철자 하나의 차이로 구혼과 비애의 뜻이며 married(결혼했다)가 'i'가 생략되어 marred(망했다)가 되고 card에는 ‘엽서’라는 뜻과 ‘재미있는 사람’이란 뜻이 있는데 이런 내용들이 인물들의 대사 속에 절묘하게 자리 잡고 있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한 단어에 이중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삶에도 하나의 의미만 있지 않다. 철자 하나만 바꾸면 뜻이 달라지는 것처럼 인생도 단 한 번의 선택에 의해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은 장난이 아니다.

 

제레미는 제라드로부터 ‘페이지’에 얽힌 진실을 듣는다. 그런데 제라드의 말은 진실일까. ‘있다’와 ‘없다’를 구분하는 기준은 ‘틀’이다. 틀 안에 있으면 존재하는 것이고 틀 안에 없으면 부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틀을 무너뜨리면 부재하던 것도 존재하게 된다. 운명이 있다면 내가 어찌 살든 운명대로 흐를 것이고 운명이 없다면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며 살면 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혹은 그녀)가 운명이라고 여겨진다면 그대로 믿고 사랑하면 된다.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모든 일이 되는 일은 마법의 세계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독특한 소설이었고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고 싶어진 책이다.

 

 

YES마니아 : 로얄 m****6 2011.01.13.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 내용보기
뮤지션 Steve Barakatt의 'Quebec 1608'의 피아노 곡을 좋아한다. 그 곡을 들으며 퀘벡의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는 꿈을 꾸곤 했었다. 소설에서는 아름다운 퀘벡에 대해서는 자세한 묘사가 없었지만, 이 음악의 무대와 같은 곳. 캐나나의 '퀘벡'에서 사는 주인공의 운명적인 이야기이다. 책을 받고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운명적인 삶을 살수도 있구나. 백과사전의 어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 내용보기
뮤지션 Steve Barakatt의 'Quebec 1608'의 피아노 곡을 좋아한다. 그 곡을 들으며 퀘벡의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는 꿈을 꾸곤 했었다. 소설에서는 아름다운 퀘벡에 대해서는 자세한 묘사가 없었지만, 이 음악의 무대와 같은 곳. 캐나나의 '퀘벡'에서 사는 주인공의 운명적인 이야기이다.

책을 받고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운명적인 삶을 살수도 있구나. 백과사전의 어느 한 '페이지'가 자신의 운명을 뒤바꿀수도 있구나.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려 했지만 도무지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다른 책을 먼저 읽고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한번을 읽고나서 두번째 읽으면서는 제러미의 행동들과 작가가 했던 단어 바꾸기를 하는 언어들의 유희에 혼자서 핏핏거리며 책을 읽었다. 세번 쯤 읽으면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제대로 쓸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다. 리뷰 마감일자가 가까이 오니 어떻게든 써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스티브 바라캇의 'Quebec 1608'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22년전, 어머니와 결혼을 바랬던 제라드 삼촌은 넥타이로 제러미의 눈을 가리고 어떤 느낌이 오는 영혼이 이끄는 책을 고르라고 한다. 그가 골랐던 백과사전의 어느 한 페이지를 찢게 만든 후 그 마법의 페이지는 그의 '안팅-안팅'이 될거라며 소중히 간직하라고 한다.
그 페이지는 '샤카'에 대한 중간부터의 설명 '셰익스피어', '샤크티오르스크'의 내용이 있었고, '샤쿤탈라'의 설명이 중간까지 이어지다가 끊어진 백과사전의 한 페이지 이다.

그 '페이지'가 마법의 페이지 였는지 제러미는 어느 날 인도 힌두신화의 주인공인 '샤쿤탈라'의 모습과 비슷한 검은 머리의 여인 밀레나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다. 자신이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도, 또 검은 여인을 만난 것도 모두 다 그 마법의 '페이지'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밀레나에게 깊이 빠지게 된다. 그에 반해 밀레나는 급진적 페미니스트 레즈비언으로 과거의 아픔이 있는 여성이다. 이런 밀레나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아 제러미는 애를 먹는다.
  
작가가 셰익스피어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어느날 집으로 돌아와 백과사전을 펼쳐 '셰익스피어'에 대한 항목을 보며 누군가 책의 어느 한 페이지를 펼쳐 그 사람의 운명이 그 책의 '페이지'처럼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에 착안해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사랑과 셰익스피어의 글들의 인용. 그 글들로 인해 셰익스피어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그 '페이지'처럼 인생이 펼쳐졌을때 제러미의 불안과 밀레나를 향한 사랑, 그리고 샤쿤탈라가 잃어버렸던 그 반지에 대한 집착이 이해가 되었다. 우리 또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일이 되어가고 있을때 이게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   


나는 너에게 뭔가 주어야 했어, 아이야. 뭔가 나를 기억할 만한 걸. 그래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 하는데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어. 아니, 어쩌면 술 취한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너한테 '인생의 지도'를 주기고 했지. 존슨 박사가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두고 말했듯이 말이다. 나는 그저 네가 올바르게 나아가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싶었을 뿐이야, 아이야. 살짝 밀어서 말이야. 약간의 마법도 집어넣고.
                                              ~~~~~  405페이지 중에서

제라드 삼촌의 제러미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오는 글이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제러미가 자신을 기억해주길. 제러미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었던 제라드의 마음이 엿보이는 말이다. 죽는 순간에 조차 유머를 잃지 않았던 삼촌의 마음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그런 말이다.

특별한 감동은 없었지만 블랙코미디적인 유머와 위트가 뛰어났던 책이다. 작가가 쏟아내는 셰익스피어의 글들과 함께 그 글을 읽는 재미가 커 중간중간에 미소를 지었던 책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어지는 책이 아닐까 싶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0.09.20. 신고 공감 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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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허상 속에 세워지고 허상 속으로 사그라드는 이방인.
"제러미, 허상 속에 세워지고 허상 속으로 사그라드는 이방인." 내용보기
이 책이 참으로 읽기 어려웠던 책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비속어의 연속이다. 책을 읽을 때 비속어가 나오는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주 보수적인 성향의 독자로서 이 점은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어려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분명 원어로 읽었다면 유쾌하게 웃었을 많은 말장난들이 번역과 더불어 그 유머와 비꼼과 재치를 상실한 탓이다.
"제러미, 허상 속에 세워지고 허상 속으로 사그라드는 이방인." 내용보기

이 책이 참으로 읽기 어려웠던 책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비속어의 연속이다. 책을 읽을 때 비속어가 나오는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주 보수적인 성향의 독자로서 이 점은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어려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분명 원어로 읽었다면 유쾌하게 웃었을 많은 말장난들이 번역과 더불어 그 유머와 비꼼과 재치를 상실한 탓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원제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Red-Rose Chain', 붉은 장미의 사슬, 그 문장을 통해 나는 이 책이 문학과 관련될 것이라고 짐작했고 그 짐작은 맞았다. 세잌스피어와 그 동시대 작가들, 혹은 다른 작가들의 문구가 난무하는 이 책은 어찌 보면 사람을 혼돈속으로 몰고 간다.

 

그 혼돈 속에서 중심축이 되기도 하고 혼돈의 주체가 되기도 하는 것은 주인공 제러미다. 마치 모래 위에 지어진 집과 같은 발 밑이 꺼질 듯한 위태로움을 가지고 있는 그는 몽환 속에 사로잡혀있다. 그것은 오디세우스와도 같으나 몽환이 현실과 얽히면서 주체와 객체가 모두 본인에 속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마치 조이스의 소설을 읽는 듯한 시간의 감각과 진실과 거짓을 모호하게 버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디세우스가 하나의 세상을 여행하듯, 블룸이 더블린을 배회하듯 제러미는 페이지에 얽혀 그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영국에서 캐나다를 관통하는 그 여행에서 제러미는 밀레나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의 연적에 대해 분노와 광기를 품는다. 그리고 자신 속으로 빠져든다. 그에게 보이는 것은 모두 맹목적인 것이 되고 마는 것, 핑계를 대어 페이지에 대입시키는 것, 그래서 정열적인 붉은 장미의 사슬은 어쩌면 하나의 페이지가 연결한 모든 것, 아니 연결한다고 믿은 제러미가 은연중에 매여있기를 바란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마력이 있는 그 장미의 사슬은 제러미를 편집증적으로 몰고간다. 끊고자 마음먹는다면 강철도 아닌데 끊지 못할 것은 없건만 그저 순종적으로 오히려 자신을 더 얽어매는 것이 제러미의 의지다. 아마 그래서 제러미의 허상과 망상과 현실 속에 좀 더 잘 몰입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제러미와 대척되는 것은 밀레나다. 나는 이 책에서 두 사람의 사랑만큼 대조를 이루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둘은 너무도 다르면서 같다. 감추고 있는 것들, 상처입은 자와 상처를 만드는 자, 남자와 여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현실을 보는 자와 현실을 기만하는 자, 내가 잘못 파악한 것일지도 모르나 밀레나와 제러미는 그와 같다. 더불어 사랑에 빠져버린 어리숙하고 하나의 목적에만 매달리는 제러미라면 더 할 나위 없이 밀레나와 반대편에 선다. 그러나 그 둘은 현실에서 디디고 설 공간이 적다는 하나의 공통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둘의 사랑은 위태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그 무엇으로 연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허상 속에 현실이 있고, 기만 속에 진실이 있는 이 이야기의 끝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여전히 제러미는 현실 속으로 떠오르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룬 사랑은 어디까지 견고할 것이며, 결코 특별한 것은 없었으되 모든 것이 있었던, 말로 표현 못할 그들의 일상이 어떻게 전개될 지 보여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늠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사고 속에 그들에게 남은 것과 남겨진 것, 그들이 공유한 것과 공유할 수 없는 것, 그들이 회피한 것과 직시해야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YES마니아 : 골드 e***h 2010.09.16.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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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수렁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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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래 전에 읽었던 [미들섹스]와 최근에 읽었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느낌이 한데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계부가 될 수도 있었던 제라드를 자신의 우상이자 친구, 인생의 멘토로서 여기는 주인공 제러미. 그리고 그가 사랑한 집시풍의 검은 여인인 밀레나. 운명을 어느 책의 어느 한 페이지에 의지하며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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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래 전에 읽었던 [미들섹스]와 최근에 읽었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느낌이 한데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계부가 될 수도 있었던 제라드를 자신의 우상이자 친구, 인생의 멘토로서 여기는 주인공 제러미. 그리고 그가 사랑한 집시풍의 검은 여인인 밀레나. 운명을 어느 책의 어느 한 페이지에 의지하며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주인공이다.

 

그는 밀레나를 통해서 무엇을 위로받았고, 무엇을 원했을까? 단지 그를 유혹하지 않은 부류의 여인이여서? 수수께끼같은 보헤미안이여서? 그녀는 단 한번도 제러미에게 열정적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하긴, 오스카 와오에서도 그랬지만 누군가를 깊이깊이 사랑함에 그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익히 알면서도 의문이 인다.

 

이야기는 깊은 수렁같다. 헤어나오기 힘들어서 며칠을 붙잡고 있었다. 상상하려고 애썼지만 잘 그려지지않는 제러미의 말바꾸기 농담들이 숱하게 지나갔다. 결국 제라드는 그가 아들처럼 여긴 제러미에게 상당한 재산을 남기고 죽은 척하고 제러미에게 둥지를 튼 밀레나를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곧 떠난다. (그게 일시적인지는 끝내 잘 모르겠다.)

 

나의 성격상 이해하기 힘든 건 눈을 가리고 어느 책 한 권을 골라 어느 한 페이지에 자신의 운명을 싣는 것이다. 제라드는 제러미에게, 제러미는 밀레나에게 강요한다. 인생은 우연이 아닌데....인생은 그 많은 시간을 운명으로 갖다 붙이기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밀레나가 내 진짜 감정을 안다면 비명 같은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그녀를 아내로 삼아 시골에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감정.' ----- page 441

다소 거친 언어에 매번 위트로 말바꾸기로 받아치는 제러미의 소망은 저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거의 어울리지 않는 삶같다.

 

그녀가 떠나버린 그의 아파트. 텅 빈... 그녀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제러미는 또 추억만 곱씹으며 깊은 밤을 보낼 것 같다.

b****n 2010.09.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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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매혹적인, 따뜻하고 웃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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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읽을만한 책을 권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이야기할테다. 당연히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게 되겠지. 역자가 책 끝에 쓴 것처럼 나도 이 책에 대해 단순하게 뭉뚱그려 말하기 어렵다. 한참 뜸을 들이다가 겨우 이 정도로 대답할 지도 모르겠다. “..... 진짜 웃겨.”    꽤 웃겨서 혼자만 웃으려니 아쉬운데 그렇다고 옆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가족이나 핸드폰 번호에 저장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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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읽을만한 책을 권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이야기할테다. 당연히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게 되겠지. 역자가 책 끝에 쓴 것처럼 나도 이 책에 대해 단순하게 뭉뚱그려 말하기 어렵다. 한참 뜸을 들이다가 겨우 이 정도로 대답할 지도 모르겠다. “..... 진짜 웃겨.”

 

 꽤 웃겨서 혼자만 웃으려니 아쉬운데 그렇다고 옆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가족이나 핸드폰 번호에 저장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왜 웃겨죽겠는지 설명하기도 뭣하다. 문장들 사이사이에 켜켜이 쌓인 의미와 농담들. 무심한 듯 손을 놀려 아름다운 직조로 짜낸 솜씨가 참 치밀하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라고 말하면 조금 더 설명이 되려나.

  이 작품 자체에 대해 잘 설명하기 어렵다면 이와 비슷한 것들을 쭉 늘어놓아도 되겠다. 알랭 드 보통, 이 남자의 수다와도 닮은 소설이고 우디 앨런이 자기를 멍청이로 자처하면서 떠드는 유머와도 얼추 비슷하다.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사랑이 시작된 순간부터 사랑을 느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생각에 대한 ‘사실’을 늘어놓았다면, 제프리 무어는 같은 사실을 두고 멋대로 드는 우리의 인간적인 ‘상상’을 이야기한다.
 온통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지만, 딱 한 문장이라기 보다 문장의 덩어리들에서 풍기는 뉘앙스에 사로잡혔기에 단어 몇 개에 밑줄을 쳐봤자 헛수고라 책을 읽으면서 펜 한 번 들지 않았다. 이 멋진 감각을 지닌 작가의 성품과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와 공감하고 웃으면서 사람의 지진아같고, 멍청하고, 아둔하고 속물같은 속내를 까발리면 아주 재밌는 소설이 될 수 있다고 깨달았다.

 제프리 무어의 소설은 그게 아버지든, 어머니든, 잃어버린 성궤든 어쩌면 무언가를 찾아 떠나 돌아다니는 동안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몰랐던 어떤 비밀 혹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찾는 이야기와도 닮았을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폴 오스터가 달린다면, 제프리 무어는 신선놀음하듯 뒷짐지고 천천히 걷는다. 느리게  온갖 것을 살피면서 이 작가가 꿰뚫어보지 못 하는 이면이란 없는 듯 하다. 나 혹은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공상, 망상, 철없는 거짓말까지 다 알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살면 이런 남자가 될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사랑하는 대상이 그렇듯 제프리 무어는 소설 속 모든 타인들을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에 대해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소설이 1인칭 시점이니 우리는 주인공인 제러미 입장에서 세상을 소개받는다. 나 역시  제러미가 반한 밀레나나 제러미 주변 인물들이 신비롭고 궁금하면서 때론 공포스럽고 두려웠다. 그러고보니 타인들이란 내 입장에선 전혀 알 수 없는 존재들, 무시무시하기도 하잖은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맞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타인에게 매혹당한 사람이라면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 이 만든 상상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겠지만 이야기가 끝날 무렵이면 사랑에 빠진 어처구니 없는 남자의 헐렁한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고독하고 중심에 섞이지 못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발을 딱 붙이고 싶어 허둥대는 마음 한 켠을 담아 준 이 소설의 따뜻함을  느낄 거다.

 당신처럼 내게도 비밀이 있다. 그런 우리가 과거에 묶여 앞으로 한 발짝 내딛기 두려워할 때 건네는 따뜻한 위로, 아주 풍부하고 세밀하고 매력이 넘치는 수다스러운 이야기? 아직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m****o 2010.09.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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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색 장미의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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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무어의 소설《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은 53개 영연방 국가를 대상으로 최고의 데뷔작에게 수여하는 커먼웰스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커먼웰스가 어떤 상인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영국연방 [英國聯邦, Commonwealth of Nations]이라는 의미로 영국연방상 정도되나보다.)   디 아더스 시리즈는 좋아해서 이 책도 만나기전부터 기대감이 있었다. 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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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무어의 소설《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은 53개 영연방 국가를 대상으로 최고의 데뷔작에게 수여하는 커먼웰스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커먼웰스가 어떤 상인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영국연방 [英國聯邦, Commonwealth of Nations]이라는 의미로 영국연방상 정도되나보다.)

 

디 아더스 시리즈는 좋아해서 이 책도 만나기전부터 기대감이 있었다. 표지가 매우 맘에 드는데 분홍장미와 파랑장미가 얽혀 있는 그림이다. 원제가 RED-ROSE CHAIN이니 원제에 충실한 표지라 생각한다.

 

첫장은 ‘그를 붉은 장미 사슬에 묶어 죄수로 끌고 가네……. -윌리엄 셰익스피어, 《비너스와 아도니스》’로 시작한다. 첫인상이 맞았다. 어렵다. 그리고 아쉽다. 이 책은 많은 인용구가 나온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글이 많이 인용된다. 인용구를 1차원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배경지식이 풍부하다면 위트와 재치를 더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큰줄기로는 사랑 이야기지만 사랑만큼 정의내리기 어려운 단어가 없듯이..이 책도 오묘한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보통 한번 읽고 끝내는 책읽기로는 안될 것 같다.

 

추가로, 디 아더스 시리즈는 표지부터 색다르고(표지가 몽환적이면서 아름답다. 그러면서 시리즈를 나타내는 공통의 포맷이 있어 좋다.) 처음 만나는 작품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모을 예정이다. 다만 이번 4번째 시리즈는 편집이 좀 달라진거 같은 느낌이다. 글씨의 인쇄도 선명하지 않고 글은 빽빽한데 설렁설렁한 기분도 들고... 글자체가 바뀌는 부분은 이유가 있어 그렇다하지만,,,문장이 흐려지는 부분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선명하지 않아서 그런지 초점이 좀 맞지 않았다. 차라리 글자색을 달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YES마니아 : 로얄 7******g 2010.09.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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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이 참 성가시지만 어쩔 수 없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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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남자의 찌질한 짝사랑 심리.. 그거 때문에 나는 비오는 날, 젖은 몸으로 만원 버스에 끼어 봉에 매달린 채 계속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러미는 셰익스피어, 인도의 어느 신화, 책, 유명한 철학자들의 지적인 언어를 인용하면서 사랑의 정의를 내린다. 누가 스마트한 거 모를까나, 마치 주석 달 듯이...짝사랑이자 첫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 마음과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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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남자의 찌질한 짝사랑 심리..

그거 때문에 나는 비오는 날, 젖은 몸으로

만원 버스에 끼어 봉에 매달린 채 계속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러미는 셰익스피어, 인도의 어느 신화, 책, 유명한 철학자들의 지적인 언어를 인용하면서 사랑의 정의를 내린다. 누가 스마트한 거 모를까나, 마치 주석 달 듯이...짝사랑이자 첫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 마음과 머리가 따로 움직여서 싶은 말 대신, 바보 같은 소리만 해댄다. 부지런하고 적극적이기까지 해 참으로 성가시다.

 

 

어찌되었든 젊고 매력적인 '교수' 이지만  매혹적이고 신비해 보이기까지 한, 밀레나에게 완전 빠져버리고 (사실 밀레나는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그는 운명의 짝을 만났다고 생각하며. 그 비상한 머리로 잘못된 퍼즐을 천재적으로 억지로 잘도 끼어 맞춘다. 그는 그것을 '운명'이라고도 불른다. 나름, 연애다운 모습을 갖추어 갈 때도 있지만 스스로의 불안은 감추지 못하는 제러미다. 가끔 그런 불안을 긴장을, '열정'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짝사랑에 가슴 아파 하는 친구가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사랑의 어긋남은, 둘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인가 보다. 너무 한쪽만 빠르면, 잘 될 일도 모두 엉망이 되고 만다. 남자끼리 대회가 많은 편인데, 번역이 참 잘 되어 있는 것 같아 읽는 재미가 더 했다는 것!!!!

 

 

 

"어디 있었어? "내가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소리를 못 듣고

내 입술의 움직임만 볼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몇 백 년을 찾아다녔는 지 몰라."

 밀레나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가리키며, 수화기에 대고 말을

하다가 손바닥으로 수화기를 덮었다.

 

"나한테 말하는 건가요? 안들려요!"

p58


 

"자네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빠지는 교과서적인 실수를 했네, 제러미.

그런 건 일찌감치 죽여 없애야 하는 거야. 눈먼 새끼고양이처럼 물에 빠뜨려야

한다고. 잘 아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받아들이게" p117

 

 

T.S. 엘리엇의 말을 기억해.

미숙한 학자들은 모방을 하고

성숙한 학자들은 훔친다.

p 128

 

이 책 덕분에

어제 첫사랑이 꿈에 나왔다.

나의 첫사랑은 짝사랑이라

인정하지 않았는데,

인정하기로 했다.

 

꿈에서 그는

더 귀여워졌다는 거.

g******t 2010.09.1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2*2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
"2*2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 내용보기
언어유희란, 동음이의어나 각운 등을 이용하여 재미있게 꾸미는 말의 표현을 의미한다(위키백과). "서방인지 남방인지"(춘향전)라든지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봉산탈춤) 등 고전 문학에서 주로 보았던 언어유희가 이 책에는 넘쳐난다. 너무 재밌어서, 원서 ' Prisoner in a Red-Rose Chain'도 읽어보려고 한다.   또한 제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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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유희란, 동음이의어나 각운 등을 이용하여 재미있게 꾸미는 말의 표현을 의미한다(위키백과). "서방인지 남방인지"(춘향전)라든지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봉산탈춤) 등 고전 문학에서 주로 보았던 언어유희가 이 책에는 넘쳐난다. 너무 재밌어서, 원서 ' Prisoner in a Red-Rose Chain'도 읽어보려고 한다.

 

또한 제러미가 1인칭 시점에서 멜레나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갈등을 소설이 아닌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요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주원이가 인기가 높다. 주원이 라임을 사랑하는 방식은 찌질하고, 속좁고, 뻔하다. 하지만 이 찌질하고, 속좁고, 뻔한 사랑의 다른 말은 꾸밈없고, 솔직한 사랑이다.

 

*부주의하게 망원경으로 태양을 본 뒤 태양의 잔상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한 뉴턴처럼, 나는 그렇게 부주의하게 밀레나를 본 뒤 그녀의 잔상 때문에 몇 달을 고생했다.* p.37

제러미가 밀레나를 영화관과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보고, 사랑에 빠진 날.(밀레나는 이때 제러미를 보지도 않았음.)

 

*안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수요일에 갈 것이다.

월요일에 밀레나를 보러 갔다.* p.68

밀레나와 밀당하고 싶었으나, 실패한 제러미의 찌질함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나오는 길에 그녀가 읽던 책을 흘끗 보았다. '발랑틴'이라는 제목이었다. 조르주 상드가 쓴 것이었다.* p.71

*우리는 삶의 한 페이지를 찢어낼 수는 없지만, 책 전체를 불에 던질 수는 있다…….* p.478(조르주 상드 <일기>)

소설 초반에, 밀레나가 읽고 있던 책을 본 제러미는, 소설 말미에 동일 작가의 다른 책을 밀레나에게 선물한다. 제러미의 세심함에 밀레나는 감동!

 

*그러나 맴을 돌던 내용물이 위로 올라와 바닥으로 흘러넘치는 것을 지켜보며 수도 없이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거기에는 상황에 어울리게 "이런 똥 같은 일이!"라는 말도 들어 있었다.* p.39

지하철에서 빵 터져버린 부분!

 

*" '거기 우리 앉아 있었다.(there we sat)'의 철자 바꾸기를 하면 '연인(sweetheart)'이 되지요."

영어식 언어유희~

 

*"일찍 일어나셨네요."

"지금 자려는 건데요."* p.72

제러미는 대놓고 이웃 빅터를 싫어한다.

 

*"이해할 필요 없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시간이 많이 됐네요. 가야겠어요."

"시계는, 이 시계는…… 좀 빠른데. 하지만 가고 싶으면 가야죠."* p.167

떠나려는 밀레나를 잡고 싶지만, 소심한 제러미는 그러지 못한다.

 

*밀레나를 내 인생에서 없애버린다는 생각을 하자 환희가 밀려왔다. 연자 맷돌 밀레나, 바보의 황금 밀레나. 마녀, 뻔뻔스러운 계집, 속임수를 쓰는 뻔뻔스러운 계집! 나는 이제 그녀의 짓누르는 무게, 빛나는 마법, 저주에서 벗어났다.

나는 눈으로 보도를 겨냥한 채 곧장 페미니스트 서점으로 걸어 들어갔다. 새 출발은 씨발 무슨 새 출발. 나는 이해를 해야만 했다. 염병할. 밀레나는 나에게 맞는 사람. 나에게 유일한 사람이다. 밀레나는 백만 명 가운데 하나다. 되풀이하지만, 우리의 결합은 미리 예정된 것이다.* p.340

제러미는 밀레나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무력했다. 노예의 처지였다. 그녀의 멍청한 노예. 나는 모든 각도에서 수도 없이 우리가 함께 보낸 날들을 떠올려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가? 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다. 산의 시냇물을 따라 걸은 적도 없고, 달밤에 맹세를 나눈 적도 없고, 침대가 덜컹거릴 만한 정열적인 섹스도 없었다. 우리는 잤고, 이야기했고, 읽었고, 나돌아 다녔다. 한 번도 진부하거나 뻔하다는 느낌을 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진부하고 뻔한 일들을 했다. 그때는 시간이 다르게 움직였다. 시계의 바늘이 느긋하고 유연했다. 점토로 만든 아이의 손 같았다. 날들은 얽혀 있지 않았고, 달력을 따르지 않았고, 기대나 노스탤지어로 어지럽지 않았다. 며칠이 몇 시간처럼 미끄러져가고 몇 주가 며칠처럼 미끄러져가던 요크셔의 어린 시절의 행복과 다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일이었다. 이제 시계의 바날은 다시 경직되어, 뻣뻣하고 급격하게 움직였다. 그녀 없는 시간이 무자비하게, 점점 더 많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시끄럽게 상기시켜주었다.* p.348

뻔한 일들이 더 이상 뻔하게 느껴지지 않고, 시간에 초월하게 되는 그 것. 밀레나가 떠나버린 지금, 제러미는 밀레나와 함께 했던 시간의 부질없음을 '아무 일도 없었고'로, 그리움을 '모든 일이 있었다'로 표현한다.

 

*그날 저녁 나는 '토요일의 책'의 나머지 반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열한마디였다(글자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밀레나를 사랑한다. 나는 밀레나를 사랑한다. 그녀 없이는 살 수가 없다. 그것을 쓰면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내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지방을 넘었다는 것, 밀레나를 만난 것이 내 삶의 시작, 아니면 끝이라는 것.* p.106

 

*"하지만 라둘푸스는 늘 강조했어요. 너는 너고, 다른 사람이 되려 하면 안된다, 아니면 너는 사기꾼이고."

"랠프는 똥이 든 깡통이야. 우리는 모두 사기꾼이야. 모두 배우이고 거짓말쟁이야."* p.130

 

*나는 밀레나랜드에서 길을 잃었다. 이 여왕의 추운 나라에서는 잠은 금지되고 꿈만 허용되었으며, 날은 어두웠고 시간은 뒤로 움직였다.* p.412

밀레나랜드...

 

 

*부재가 집의 공간을 채웠다.* p.446

겉으로는 모순된 문장이지만, 의미가 잘 닿는다.

 

*"나도 상황에 내 삶을 맡겨두었어. 하지만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해. 그게 내가 영국에 온 이유 가운데 하나인 것 같아."* p.457

밀레나가 어두운 과거를 이겨내고, 드디어 제라미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였다!

 

 



w********e 2011.01.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책에서 운명을 발견해간 남자의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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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개 영연방 국가 작품을 대상으로 그해의 최고 작품에게 주어지는 커먼웰스 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캐나다 출신이며 숨이 멎을 만큼 유혹적이며 혁신적인 소설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쓴 소설이다 처음본 작가의 작품이라 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했다 책에서 운명을 발견해가는 남자 제러미와 베일에 싸인 보헤미안 밀레나의 러브스토리가 중심이다   어린 시절 눈을 감고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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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개 영연방 국가 작품을 대상으로 그해의 최고 작품에게 주어지는 커먼웰스 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캐나다 출신이며 숨이 멎을 만큼 유혹적이며 혁신적인 소설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쓴 소설이다 처음본 작가의 작품이라 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했다 책에서 운명을 발견해가는 남자 제러미와 베일에 싸인 보헤미안 밀레나의 러브스토리가 중심이다

 

어린 시절 눈을 감고 우연히 고른 백과사전에서 찢은 한 페이지에서 자신의 운명을 계시해 준다고 믿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한다...그런 그가 우연히 영화관 옆자리에 앉아있던 그녀에게 매료된 제러미는 몇년후 이사간 동네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 제러미의 감정을 마치 소용돌이 치는 듯한 그의 감정을 잘 나타냈다...

그리고 이 작품 곳곳에는 각 챕터마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구절이 교묘하게 심어놓았다 이 책의 주인공 제러미는 밀레나의 한마디에 신주단지 모시듯 분석하고 또 여자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니까 서점에 가서 레즈비언 입문서까지 읽는 정성을 보인다 첫사랑에 대한 열정이 보이는 부분이다 그녀가 무심코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지나치지 않고 분석하는 부분은 좀 심하지 않나 싶다가도 첫사랑에 대한 애뜻함도 보인다

 

그게 바로 제러미다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는 참 소심하고 섬세한 그는 밀레나를 향한 사랑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더군다나 제러미는 그녀가 어릴적 받은 상처를 생각하며 본인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어떻게 보면 제러미가 착각하고 혼자서 사랑하는 듯 보이나 읽다보니 제러미의 행동에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뭐랄까 감정이입이 됐다고 할까

 

솔직히 실수많고 수줍은 첫사랑에 대한 운명에 대한 오해들을 오히려 아름답게 그려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제러미는 밀레나를 향해 모든걸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를 향해 온 신경이 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 쉬이 사랑을 받아 들일 수 없는 밀레나지만 밀레나는 잠시 제러미의 곁을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말한다

"나를 믿어 제러미 우리가 함께 살리고 죽일 또 다른 시간

 더 많은 날이 있을 거야 이것도 페이지 어딘가에 적혀 있는 거야"

어떻게 보면 로맨틱한 이야기로 보이겠지만 노골적으로 로맨틱하지는 않다

오히려 건조하다고나 할까 건조한 로맨틱이 조금은 느껴지기도 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8 2010.12.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랑은 때로 혼란스럽지만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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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관련한 고전 희극이나 영화, 소설에서의 내용을 보면, 간절하게 바라고 소원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 사랑에 관한 주된 테마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차례 우여 곡절의 사연이 담겨있는 비극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가 그 동안에 여타의 것들에서 느낀 사랑의 본질적 속성과는 달리, 이 책은 처음부터 사랑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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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관련한 고전 희극이나 영화, 소설에서의 내용을 보면, 간절하게 바라고 소원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 사랑에 관한 주된 테마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차례 우여 곡절의 사연이 담겨있는 비극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가 그 동안에 여타의 것들에서 느낀 사랑의 본질적 속성과는 달리, 이 책은 처음부터 사랑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있지만 고전의 그것도 아닌 그렇다고 개량된 사랑 철학을 논한 것도 아닌, 그러나 끝내는 결국 이것이 사랑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다소 복잡하고 어리둥절한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다. 생각해 보건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느 누구에게도 확실한 확률을 가지고 도전 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그것은 때로 막연하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단지 희미한 생각에도 급속도로 빠르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으며, 분명 사랑일 것이라고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접근했다 하더라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기도 해서 그렇다. 따라서 가끔은 책이나 영화에서 다루는 사랑의 이야기가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의 내용은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좀 의외로 다가온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는 여타의 여러 로맨스 소설과는 다소 특이해 보이기도 했지만 더러 따분한 권태를 느끼게 할 만큼 지루해 보이게 한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중간 중간에 나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내용의 인용과,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인물들의 행동과 말투 그리고 독백들이 많아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차라리 이 작품은 소설 보다는 좀 더 생동감이 느껴질 수 있게 영화나 연극에서 다루어 졌으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주인공 제러미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일종의 현대판 돈키호테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어려서 자신의 아버지를 잃고 대신 친아버지 이상으로 따르는 어머니의 남자친구인 제라드를 정신적인 지주로 의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자신의 운명을 가르는 게임에서 자신이 선택한 셰익스피어와 관련한 책의 내용이 앞으로 자신의 미래 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살아간다. 그 후 그는 영화관에서 우연하게 밀레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보게 되는데, 곧바로 첫눈에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짝사랑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어려서 동생과 함께 아버지의 노름빚에 팔려 성적학대를 받은 암울한 과거를 지니고 있으며,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무엇보다 도박을 끔찍이 싫어하는 페미니스트로 의욕 없는 삶을 살아가는 여자로 제러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도 마치 자신에게는 사랑이 존재치 않는 걸로 인식하며 무관심하게 지낸다. 제러미는 밀레나를 향한 수없는 관심에 그 어떤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좌충우돌의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 순간 밀레나는 그의 순수한 모습에 연민의 정을 새롭게 발견하면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그들의 사랑은 빠르게 익어간다.

 

이 소설은 사랑의 큰 줄기로만 보면 극히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부조리의 것들과 세상과 대충 타협해가며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생각 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단순한 사랑의 주제를 넘어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들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게다가 작가의 번득이는 말솜씨라고 생각되는 곳곳의 은유적인 표현들과, 마치 더러운 세상을 비꼬는 듯이 외쳐대는 인물들의 솔직한 대화들은 때로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책의 내용에는 고전적인 것들이 많이 담겨 있음에도 현대적인 것들이 적절하고 조화롭게 잘 어울려져 있어서 작품에 대한 작가의 역량이 그만큼 충분히 발휘 되어 있는 소설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우리는 사랑을 생각 할 때 대개 낭만적일 것이라고 보통 간주하기 마련인데 이 책의 내용을 보면 전혀 낭만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답답함과 처절한 좌절감이 이 책의 전체 내용을 뒤덮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운명적인 사랑을 교묘하게 엮어 아슬아슬하게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는 나름대로 볼만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하튼 사랑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알 수 없는 묘한 구석이 있는 듯하다. 이 책에서도 그렇듯이 누가 봐도 분명 엉터리 같은 운명처럼 보이는데, 가끔은 그것이 정말 진실한 사랑인 경우가 얼마든지 우리 사회에 존재 하니까 말이다.



p*******3 2010.09.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