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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윈이 모든 것의 중심이자 진정한 도시라고 믿었던 앰버는 사실 혼돈의 궁정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세계일 따름이었다. 하지만 혼돈의 궁정 역시 어떤 세계의 이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앰버의 왕족들이 스스로 창조한다고 믿었던 그림자 세계들도 어쩌면 본래 그 모습 그대로 존재했던 것은 아닐까?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를 그들이 상상함으로서 이미 존재했던 세계로 그들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코윈과 함께 앰버가 정말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었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자 모든 세계 어디에도 중심따위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계와 은하, 은하계에는 중심이 존재하나 정작 우주에는 중심이 없는 것처럼 코윈의 세계도 그럴지 모르는 일이다. 거울 바깥의 내가 진짜인지 거울 속의 내가 진짜인지는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법이니 말이다. 아버지 오베론이 정체를 드러내고, 마틴은 다라를 앰버의 왕궁에 데려온다. 다라는 혼돈의 궁정이 브랜드와 결탁했었음을 밝히지만, 끝내는 두 궁정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균형잡기에 앰버의 왕 오베론의 손이 닿아 있음을 실토한다. 오베론은 목숨을 걸고 패턴을 수리하려 하고 있었다. 코윈은 더 이상 왕위를 원하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이 패턴을 수리하겠다고 생각한다. 오베론에게서 보석을 낚아채 얼룩이 있는 패턴으로 달아난다. 코윈을 붙잡은 왕 오베론은 코윈에게 헬라이드하여 혼돈의 궁정으로 가라고 지시한다. 코윈은 궁정으로 가던 중 브랜드를 비롯해 온갖 훼방꾼들을 만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혼돈의 궁정 가까운 지역에서 보석의 힘을 빌어 새로운 패턴을 창조한다. 하지만 이내 브랜드에게 보석을 빼앗겨 버린다. 코윈이 뒤늦게 도착한 전장에서는 디어드리를 인질로 잡고 있는 브랜드를 형제자매들이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설득은 통하지 않고, 브랜드는 화살을 맞고 심연으로 떨어지며 디어드리와 보석과 함께 사라진다. 폭풍이 코앞에 와 있을 때, 유니콘이 나타나 랜덤에게로 뿔 끝을 향했다. 그 뿔에는 '심판의 보석'이 걸려 있었다.
혼돈의 궁정을 향해 힘겨운 걸음을 내딛는 코윈과 까만 새 휴기의 대화가 눈길을 끈다. 코윈은 자신이 원한다고 생각한 것(왕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던졌다. 실은 원하지 않았지만 원한다고 생각했던 욕망을 좇음으로서 심신의 고통을 겪고 형제자매들과 반목해야 했다. 잘못된 욕망을 좇는 1레벨의 코윈은 자신이 잘못된 욕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는 2레벨, 3레벨로 뛰어오른다. 그리고 그 성장을 통해 그는 자신이 왕위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가 자신의 바람이 왕위가 아닌 다른 것임을 알게 된 것은 왕위를 손 안에 넣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목표가 손에 넣기 어렵고 멀찍이 있을 때는 그것이 신기루나 환상이 아닌지 알지 못한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라야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게 되는 법인 것이다. 물론 고난을 겪기 전에 해답을 알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이겠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는가. 스스로 부딪혀 알아내는 수밖에. 존재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는 휴기의 말도 틀리지는 않는다. 어떤 생명이든 존재만으로도 축복할 만하다. 하지만 세상 속의 인간은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살 수 없다. 아니, 동식물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생을 유지하고 자기 보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노력의 과정이 발생하는 이상 존재만으로는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충분할 수 없는 법이다. 만일 휴기의 말처럼 그저 존재만을 위한다면 그 존재는 세상에 난 지 며칠 되지 않아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 무슨 낭비인가. 이 위대한 우주적 자연은 어떤 생명에게도 존재만으로 만족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생명체가 필요할 까닭이 없다. 생명이 살지 않는 돌과 산과 바다만 있으면 되겠지. 인간은 앞으로는 세상을 바라보며 살고 뒤쪽으로는 존재와 죽음의 '절대'에 쫓긴다. 뒤에서 다가오는 것들을 어쩌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손을 뻗을 수 있는 앞쪽의 것들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존재의 '절대'일 것이다. <앰버 연대기4: 오베론의 손>에서 나는 과거 악행을 저질렀다가 개과천선하여 다른 사람이 된 이를 용서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코윈과 휴기의 대화를 복기해 보니 답이 떠오르는 것 같다. 악행을 저질렀던 이는 자신의 과오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을 것이므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들의 악행은 그들의 뒤를 좇아오는 존재와 죽음의 '절대' 같은 것이다. 이미 저지른 일은 어쩔 수 없으므로 손을 뻗을 수 있는 앞쪽의 것들에 주력하는 수밖에.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자라면 용서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마음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가장 최선의 것은 용서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넘어간 페이지, 우리의 뒤에 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앞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