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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재닛 브라운의 『찰스 다윈 평전』을 다시 읽는다. 한 권이 1000페이지가 넘는 두 권짜리 평전. 만만찮은 분량에, 만만찮은 내용. 전의 기록을 보면 1권 하나를 한 달 넘게 붙잡고 있었다(이번에는 1주일이 꼬박 걸렸다). 반드시 다시 읽겠노라, 다짐을 했었고, 이제 그 다짐을 지킨다.
1권은 다윈의 탄생(더 정확히는 이래즈머스에서 비롯하는 그의 할아버지 등의 가계)에서 1859년 『종의 기원』을 출판하기 직전까지를 다룬다. 이 시기, 찰스 다윈의 의학 공부를 위해 에딘버러에 갔다가 포기하고 돌아오고, 목사가 되기 위해 캠브리지 대학에 진학해서는 지질학과 박물학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선장의 말동무로 비글호에 승선하여 5년간 세계를 일주하며 어마어마한 경험을 하고, 무시무시한 채집물들을 가지고, 또 더 어마어마한 생각의 발전을 가지고 돌아온다. 그리고 그 후 그는 결혼을 하고 과학계의 인정을 받고, 자연선택에 관한(그 당시의 표현으로는 ‘변형’에 관한) 이론을 벼린다.
제목의 ‘위대한 항해’란 물론 비글호 항해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그가 그 항해에서 비롯하여 『종의 기원』이라는 세상의 사상을 바꾸는 작업을 하기까지의 여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위대한 항해’를 재닛 브라운은 다윈학의 최고봉답게 꼼꼼하게 서술하고 있다. 비글호 항해 도중 문득 깨달음의 순간을 얻고 자연선택설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감추고 있다가 월리스의 논문에 자극받아 부리나케 책을 썼다는 식의 단순하고도 왜곡된 서술을 피하기 위해서, 그는 다윈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으며, 그의 일기와 편지, 자서전, 논문은 물론, 다른 이들의 일기, 편지 등까지도 분석하며 다윈이라는 인물을 완성시켜 놓고 있다.
정말 다윈을 알려면 이 책을 다 읽어야 하지만(그래야 하기에)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다윈에 대해서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다윈은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그는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았으며, 그건 그의 계급적 기반이었다. 그래서 노예에 관한 인도적 생각과 함께 모순적 태도가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재닛 브라운의 시각에 의하면) 자연선택설 역시 그의 그런 계급적 기반을 갖추었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 다윈은 정력적인 연구자였다. 다윈이 비글호에서 돌아온 이후, 진화에 대해서만 연구한 것이 아니었다. 묻혀 있다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내고 느닷없이 스타가 된 인물이 아니었다. 『종의 기원』 전에 의미 저명한 과학자였으며, 여러 권의 책을 내고, 많은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였다.
3. 다윈이 진화에 대해서 맨처음 생각해낸 이가 아니란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그의 할아버지인 이래즈머스 다윈을 비롯, 라마르크는 유명한 진화론자였다. 보통은 여기에 바로 찰스 다윈을 연결짓지만, 찰스 다윈이 자연선택설에 관한 에세이를 써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영국에서는 조야한 형태지만, 비슷한 생각에 관한 책(『창조에 관한 박물학의 흔적들』)이 나와 인기를 끌기도 했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윈은 이 책의 출현에 놀랐고, 이 책에 대한 반응에 겁먹었다. 그래서 다윈은 출판을 미루기도 했지만, 더 중요하게는 자신의 논리를 더 정교하게 다듬기 위해 더 많은 자료를 모았고, 더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누었고, 더 많은 실험을 했다. 그래서의 ‘다윈의 진화론’이라 하는 것이다.
4. 즉, 다윈의 진화론, 자연선택설은 그저 사고의 산물만은 아니었다. 다윈은 그것을 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서, 또한 입증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서신 교환을 했을 뿐만 아니라, 따개비에 대한 연구를 수년간 진행했다(그는 왕립학회 메달을 따개비 연구로 받았다. 『종의 기원』이라는 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찰스 다윈은 아마 따개비 연구로 유명한 지질학자로 기록되었을지 모른다). 또한 비둘기를 키우면서 종의 변이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의 자연선택설은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부단한 실험의 결과였다.
자, 이제 위대한 항해의 닻은 올랐다. (실수로 올렸던 리뷰를 다 날리고, 이전에 썼던 리뷰를 다시 올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