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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온통 아가 하얀 기저귀로 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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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만큼 황당할 때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믿음이 크면 클수록 배신감으로 겪는 고통은 더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마저 속절없이 무너지기 때문일 것입니다.『몽당연필이 더 어른이래요』를 읽으며 든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연필시 동인이 이전에 낸 시집 『얘 내 옆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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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만큼 황당할 때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믿음이 크면 클수록 배신감으로 겪는 고통은 더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마저 속절없이 무너지기 때문일 것입니다.『몽당연필이 더 어른이래요』를 읽으며 든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연필시 동인이 이전에 낸 시집 『얘 내 옆에 앉아! 내 옆에 앉아!』를 읽고 무한 믿음을 가졌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생각이 반짝반짝 빛나는 시들을 읽으며 중견 시인들 작품 같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향그런 영혼의 냄새를 맡으며, 우리 동시단을 제대로 이끌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집은 그런 믿음을 산산이 부서지게 했습니다. 오독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시인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탓일까요. 그리움 하청호 내 얼릴 적 어머니께 물었어요. “어머니 그리움은 어디서 오나요.” “얘야 그리움은 네 마음속에서 온단다 네가 자란 만큼 그리움도 조금씩 자라서 온단다.” 어린 날이 지나고 내가 철이 들었을 때 나는 어머니의 말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움이 어디서 오는 줄 알았어요 내 가슴 저미는 그리움은 너로 하여금 조금씩 자라 내게 오는 것을 내 그리움의 시작도 끝도 네게 닿아 있음을. 책상에 앉아 머리로 쓴 시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삶의 체험에서 나온 구체성이 없는 탓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슴에 스며드는 어떠한 감동도 없습니다. 동시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동시라면 어린이를 독자로 상정해야 할 텐데 그런 배려가 없습니다. 그저 개인의 관념을 풀어놓은 어른의 글일 따름입니다. 어린이가 생각하는 그리움 따위를 전혀 상상할 수 없게 막는 글입니다. 이렇게‘머리로 쓴 어른 시각의 시’는 인용한 시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인이 쓴 시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입니다. 동인들도 그런 위기감을 느꼈는지 제 1회 연필시문학상을 주며 박혜선 시인을 초대하여 작품을 함께 수록하고 있지만 시집 전체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나마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는 것에 위로를 약간 받습니다. 태극기보다 더 손동연 빨랫줄에 줄줄이 아가 하얀 기저귀가 널렸어요. 햇빛이 온통 그쪽으로 몰리고, 바람도 온통 그쪽으로만 불고……. 엄만 그게 태극기 펄럭이는 것보다 더 가슴이 뛴대요.
YES마니아 : 골드 g*******g 2005.08.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