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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數學)을 손에서 놓은 지가 벌써 십 수 년이 넘었다. 전공이 경제학과인지라 다른 인문계 학과보다 수학을 대학 졸업 때까지 공부했었으니 그래도 꽤나 길게(?) 잡고 있었던 셈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수학은 이제 학창시절에나 공부했던 추억의 학문이 되어 버렸지만 책읽기를 하면서 수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교양서들은 그래도 간간히 접해오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책들을 꼽아보면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레)>, 이선영의 <천년의 침묵(김영사)>, 감태연의 <이것이다(시간여행)>, 리스 하스아우트의 <범죄수학(지브레인)> 등을 들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학자들이나 수학 상식들은 영 낯설기만 하지만 독특하고 색다른 수학이라는 소재 덕분에 재밌게 읽었던 책들이며 수학을 다시 한번 공부해볼까 하는 의욕을 복돋우는 흥미로운 책들이었다. 최근에 또 하나의 수학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저술가인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의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살림Friends, 2010년 8월)>이 바로 그 책으로 역시나 이제는 생경하기까지한 난해한 수학이야기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미스테리 형식으로 풀어간 수학 이야기라는 색다른 소재가 매력적인 재밌는 책이었다.
1929년 아테네, 중학교 수학교사인 스테파노스 칸다르트지스가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그의 마지막 목격자인 친구인 “나”(미카엘 이게리노스)에게 경찰이 찾아온다. 경찰과 스테파노스의 동행하면서 나는 그를 처음 만났던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회상한다. 나는 제2회 국제 수학자 대회에서 그리스 동포이자 수학자인 스테파노스를 만나서 의기투합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와 함께 젊은 파리의 예술인들과도 술자리를 같이 하고, 수학에 대해 깊은 토론을 나누는 등 진한 우정을 나누고 독일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가업을 잇게 된 나는 독일에서의 유학생활을 접고 그리스로 돌아와 결혼을 하고 사업을 맡게 된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리스에서 나는 스테파노스와 감격스러운 해후를 하게 되고 수학 토론을 하는 목요모임을 갖고 체스를 두는 등 그와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진다. 전처(前妻)의 남자친구로, 그리고 내가 거금을 들여 구해낸 정인(情人)의 애인으로 묘한 삼각관계에 빠지기도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면서 접어야 했던 수학에 대한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인 스테파노스는 누가 뭐래도 가장 소중한 친구로 물심양면으로 그를 돕는다. 그런 그가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가장 마지막 목격자인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나에게 불리한 증거들과 증인이 계속 나오면서 결국 나는 감옥에 갖히고 만다.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선고를 받은 나는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밀렸던 최신호 수학 잡지를 보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2,500년전 최초의 수학 살인 - 김선영의 <천년의 침묵>이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 을 모티브로 하여 19세기 말 20세기 초 수학 역사를 소재로 한 이 책은 미스터리 형식을 띠고 있지만 수학 교육을 위한 일종의 교양서로 보는 것이 맞을 듯 싶다. 20세기 초에 실재했던 수학자들과 공식들 사이에 허구의 인물인 “나”와 “스테파노스”를 교묘히 끼워넣어 전혀 이질감없이 그 시대의 수학사(數學史) 흐름을 풀어내는 이 책은 1900년 국제 수학자 대회에서 힐베르트가 20세기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발표했던 수학 문제 - 사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그가 낸 총 23개의 문제 중에서 6개의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있다고 한다 - 를 발표하던 당시를 마치 다큐멘터리나 TV로 중계하듯 생생하게 그려냈고, 그 당시 국제 회의장에 모여 있던 위대한 수학자들과 훗날 거장으로 성장하던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우리에게 준다. 사실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건너기’라는 어떤 다리도 한번이상 건너지 않고 모든 다리를 건너는 놀이에 대한 이야기 등은 어린 시절 탐구생활이나 수학 상식 책 등에서 익히 들어본 지라 알고 있었지만 책에서 소개되는 수학자들이나 각종 수학 공식들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해본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결국 스테파노스의 죽음을 불러온 힐베르트의 두 번째 문제인 “새로 제안된 공리계가 무모순이며 완전한 것을 입증할 방법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어떻게 창조적 수학의 종말을 가져오게 되는가에 대한 설명은 아예 이해하기를 포기할 정도로 난해한 그런 이야기였다. 다만 2,500년 전 무리수의 발견이 히파소스를 죽음으로 이끈 것처럼 절대 가치로 신봉해왔던 진실이 무너져 내릴 때 자신의 삶과 가치마저 송두리째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그 절박함이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할 수 도 있다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팩션 소설들이 바로 과학이나 종교에 대한 그릇된 맹신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것처럼 그릇된 신념과 가치가 결국 비극을 불러온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의 재현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책 속에 담겨 있는 풍성한 수학적 상식들과 수학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아쉬웠지만 생생하게 재현해낸 20세기 초의 풍경과 수학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만날 수 있었던 즐거운 책읽기였다.
다 읽고 나서 학문으로서 수학을 공부하기에는 너무 늦었을 테고 또한 가진 능력도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상식(常識)으로서 수학을 공부해보는 것도 꽤나 재밌고 즐거운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난감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도 수학 공부에 대한 의욕을 상기시켜주는 그런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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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이라는 책을 만났을 때 너무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핫이야기를 소설로 쓴것 자체도 새로웠고, 사실 수학 소설이라는 것을 처음 보아서 더욱 낯설었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수학을 좋아해서 가끔 수학과 관련된 책을 본적이 잇었지만 그런 책들은 소설이라는 개념보다는 사실 그대로를 써놓았다는 느낌이 더 강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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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은 1929년 그리스 아테네. 미카엘 이게리노스는 수학적 교류를 하며 지내는 가장 친한 친구인 스테파노스 칸다르 트지스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어젯밤까지 함께 한 그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야기는 30년 전으로 흘러가서 과거를 회상하는데, 둘은 그리스인으로 수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리 어렵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자신이 하고픈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미카엘에 비해 형편이 어려웠으나 부유한 자의 도움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스테파노스는 1900년 2차 국제 수학 학술대회에서 첫 인사를 나누고는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서로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미카엘은 가정교육 덕분인지 겉으로는 점잖고 지식인다운 면모를 갖고 있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일탈을 꿈꾸며 은근히 즐기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수학적 견해에 있어서 힐베르트를 엄청 존경하면서 공리계의 난제인 무모순성을 증명하는 일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스테파노스는 태생적으로 부유함과 거리가 멀지만 수학적 의욕 하나 만큼은 집요하고 수학적 의견 또한 확고했다. 둘은 공리계의 완전하고 무모순성을 증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반대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다른 수학적 견해를 나누거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을 좋아했다.
이 책에는 수학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맞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등장해서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실 미술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화가의 이름을 다 외우진 못한다. ’피카소’역시 그랬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단지 ’파블로 루이즈’라고만 불렸고 시간이 지난 뒤 미카엘과 다시 재회했을 때 ’파블로 피카소’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가! ’아비뇽의 처녀들’이란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나의 미술에 대한 정보와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미술작품을 볼 것이 아니라 화가의 일생을 다룬 문학작품을 읽어보게 될 것 같다. 또한 나의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게 만든 것이 바로 수학자들의 등장이다. 힐베르트, 푸앵카레, 클라인, 러셀, 린데만 뿐 아니라 갈루아, 아벨, 푸리에, 푸아송, 가우스, 칸트 등 1900년대에 존재 했던 인물들과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인물들을 언급하는데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시끄러운 술집이나 화려한 에펠탑에서 즐기기는커녕 장소를 막론하고 수학적 논쟁이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열정이 느껴졌고, 그 많은 수학자들이 동시대를 살았다고 하니 놀라웠다. 연예인으로 치자면 대스타들이 총출동해있는 시대인 것이다. 아마 그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1900년이야 말로 수학이 살아 넘치는 시대였던 것 같다. 몇몇 수학자들의 개인적 성향이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업적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그런지 더욱 흥미로웠다.
p.70 나는 수학을 하나의 여행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내생각도 그렇다. 여행이란 즐거울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마음먹은 대로 안 될 때도 많고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것이 여행이다. 언젠가 책에서 언급한 쾨니히스베르크에 가서 직접 7개의 다리를 건너보고 싶다. 나의 마음 한편엔 늘 수학으로의 자유로운 여행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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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이야기 였음에도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이라는 제목에서 추리소설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전반적인 이야기는 수학 이야기였다. 처음엔 좀 기대했다. 미카엘의 친한 친구인 스테파노스의 죽음으로 인해서 말이다. 그리고 미카엘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1900년의 늦은 여름, 파리 국제 학술대회를 회상하게 된다. 두 사람은 ’수학’에 관해서라면 열정에 넘치는 사람이였으며, 마음도 잘 맞았다. 스테파노스가 소개시켜준 친구들 중에서 파블로라는 인물이 있었다. 나중에 엄마의 성을 따랐다며 ’파블로 피카소’라고 말했을때, 탄성을 자아냈다. 19세기와 20세기를 휘젓을만한 화가들과 두사람은 수학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유명한 수학자들의 일화에 대해서도 조금씩 나오는데 학창시절부터 수학과 친하지 않았던 나는 지루했다. 언제쯤 스테파노스를 죽인 범인을 잡는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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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버트런드 러셀, 힐베르트, 푸앵카레, 괴델이 벌이는 지와 예술의 눈부신 세계. 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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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 이야기
허무하다! 수학 교사였던 스테파노스가 오늘 새벽 그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그의 절친이었던 미카엘 이게리노스에게 전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학 교사인 스테파노스는 왜 죽었는가? 그의 죽음이 미카엘 이게리노스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많은 물음을 남겨둔 채,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간다. 스테파노스와 이게리노스의 인연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그런데 이 이야기는 좀처럼 클라이막스에 도달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 본론이 시작되나 싶은데, 이야기는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 클라이막스에 이르고(심지어 그것이 클라이막스인지도 몰랐다), 마지막 한 통의 편지로 모든 것이 마무리 되고 만다.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듯, 내내 조바심을 치다 순간 맥이 빠져 버렸다. 그러니 '20세기 유럽을 사로잡은 지성인들과 예술인들이 총출동한 지성적인 스릴러'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수학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조짐이라도 보이면 일단 우거지상을 하고 불편한 표정으로 쳐다보는"(99) 독자라면, 이 책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해주고 싶다. 지겨울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렵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공식을 암기하고 기출 문제를 풀어대느라 '수학'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갖게 되었지만, 이제라도 '수학'이라는 학문의 과학성의 매력을 새롭게 느껴보고 싶은 독자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이라는 제목은 이 책이 '살인사건을 둘러싼 스릴러'일 것이라는 힌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지만, 알집으로 압축 파일을 풀 듯, 마지막 한 통의 편지에서 모든 압축이 풀어지며 끝나 버리고 만다. '스릴러'의 묘미를 느낄 새가 없는 것이다. 그보다는 스테파노스라는 수학 교사가 '살해당한 동기'를 이해하는 것이 이 스토리의 관건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 형사가 찾아내지 못했던 가장 중요한 단서는 '살해 동기'였다. ('해제'에도 밝히듯이) 이 모든 것은 한 수학자가 '왜' 살해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동기를 이해하기 위한 '긴' 여정인 것이다.
파리에서 열린 국제 수학자 대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힐베르트 교수는 "23개의 난제를 던지면서 수학계를 이끌어갈 학자들과 수학도들을 자극했다." 바로 그 자리에 살해된 스테파노스와 미카엘이 있었다. 스테파노스는 '힐베르트의 문제'라고 일컬어지는 난제 중에 특별히 두 번째 문제에 대단한 자극과 도전을 받는다. 그것은 "산술체계 공리의 완전하고 무모순적인 특성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의 해법이 공리계의 폭넓은 평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19세기 수학자들은 수학을 더 확실하고 완전한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고 완전한 공리적 체계에 대한 연구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힐베르트는 "연구할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수학 문제에는 반드시 해답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44). 그러나 한 편에서는 "풀지 못한 난제들이 과학의 살아 있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더 이상 풀어야 할 문제가 없다는 것은 독립적인 발전 가능성의 결여나 멸종을 보여 주는 전조"(42)라고 여긴다.
수학의 영역에서 풀 수 없는 문제란 없다면서 답을 찾으라고 도전하는 힐베르트, 공리계에 모순이 없음을 증명하겠다는 스테파노스, 그리고 불가능한 해법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만이라고 주장하는 미카엘! 과연 누구의 '믿음'이 옳은 것으로 판명날까. 그것이 곧 수학의 미래였고, 수학 그 자체였다.
이 책은 '진실(진리)'에 대한 하나의 '믿음'이 어떤 집착과 광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가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한 집단의 집요한 싸움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 집단을 종교단체에 비유하기도 한다. 무엇에 대한 '굳센 믿음'을 가졌을 때, 그 믿음을 가진 자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 믿음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 아닐까. 믿음이 강할수록 반대 사실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기 때문에 만일 그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진실을 은폐하고 자신의 믿음을 지키려는 편집증 같은 망상으로까지 발전되기도 하는 것이다(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타진요'나 '상진세' 카페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은 피타고라스학파 내에서 피타고라스의 철학 체계를 그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사실(논리)이 발견되었을 때, "과학의 종말이 왔다고 허둥대며 두려움에 어쩔 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자행했는지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발견된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 자체가 벌써 그들의 믿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그것이 어떻든 간에 나는 한동안 공부했던 역사를 통해 과학적 진실은 절대 숨길 수 없으며 어떠한 속임수에 의해서도 중단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배워야만 했습니다"(288). 우리가 절대 왜곡하고 은폐할 수 없는 진실이 과학적 진실만이 아니기를 바란다. 역사적 진실까지 어떤 거짓과 속임수도 언젠가는 결국 폭로되고 만다는, 진실(진리)은 결국 승리한다는 '믿음'만은 깨어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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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리스 상류층 출신의 20세기 수학자인 주인공 '나'와 그 주변인물들 간의 학문적 교감과 우정,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살인과 자백에 이르기까지의 다채롭고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책의 초,중반부는 여러가지 수학 문제들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자유롭고 팽팽한 토론이 주를 이룬다. 여기서 다뤄지고 있는 수학문제들은 실제로 1900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수학학술대회에서 공표되었던 난제들이거나 기원전의 철학자들이 제기했던 문제들인데, 수학 전공자가 아닌 나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줄거리 속에 워낙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의 후반부는 모든 소설의 전형적인 흥미요소인 로맨스적 요소와 추리적 요소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결말부에 이르러 반전의 묘미가 깃들어있는데 이러한 반전마저도 이 소설이 과연 수학소설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결론적으로 이 수학소설은 '에듀픽션'이라는 장르답게 내가 그동안 무지했던 수학에 관한 역사적 소양 - 어떤 인물들이 수학이라는 학문에 큰 획을 긋고 갔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문제들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해결하고자 했는지 - 을 조금이나마 터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책에서 등장하는 수학자들은 그 어떤 세상적인 것들보다도 자신이 연구하는 학문에 더 많은 애정과 에너지를 쏟는데, 나는 그들의 이러한 열의와 집념에서도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 오늘날 이렇게 발전된 사회 속에서 발달된 문명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은 아마 그들같은 선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위대한 발견을 한 수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세상에 알리고 설득하는 데 실패한 채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비극이 종종 일어났던 것은 새로운 학설이 기존 학설 혹은 학문 체계 전체를 뒤흔들까봐 염려했던 기득권층 기존학파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작품해제에서 서술하고 있듯이, 수학의 진리, 혹은 다른 그 어떤 분야의 진리도 그 진리를 발견한 사람을 강압적으로 제지한다고 해서 영원히 묻어둘 수는 없다. 우리는 현재 선진화된 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세계 곳곳의 사회에서는 지금도 부당하게 진리가 매도되고 진보가 저해되고 있을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사회도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무리수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수학계의 반응은 철저히 냉담했다. 잴 수 없는 숫자의 존재는 당시 피타고라스 체계, 그리고 수에 관한 당대 수학자들의 신념을 모두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훗날 무리수는 오히려 유리수를 보완하고 수의 체계를 완성시킴으로써 수학계의 필수불가결한 진보를 이룩해냈다. 이처럼, 새로운 진리가 처음에는 기존 이론에 대한 반기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나중에는 오히려 기존 이론을 완성시켜 그 분야 전체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지하기를, 그리하여 보다 성숙한 사회분위기와 열린 문화를 이룩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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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읽은 <소설로 읽는 경제학>이 생각났다.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소설로 읽는 수학 이야기>도 흥미진진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저자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가 그리스 아테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였다. 2005년 여름에 그리스 여행을 했었는데, 며칠씩 묵었던 아테네에 그분이 살고 계시다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고등학교 때까지 좋아했던 수학과 보름간의 그리스 배낭여행을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900년 제 2차 국제 수학 학술 대회, 기하학 기초이론,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소수정리, 산수의 공리, 유클리드기하학, 페르마, 피타고라스 정리, 닮음변환, 가우스 등 한 번쯤 들었을 법한 단어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수학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지루했고 어렵기도 했다. 수학적인 부분 외에 희곡 <토스카>라든지 그리스-터키 전쟁, 발칸전쟁, 화가 르누아르, 마티스, 반 고흐, 고대 도시 밀레토스, 아테네 주변에서 가장 높은 리카비토스 산,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과 샹젤리제 거리,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등 예술, 전쟁, 철학과 관련한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어서 포괄적인 느낌이 들었다.
제목에 '살인'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이 소설이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난 그 이상의 재미를 느꼈다. 범인이 밝혀지는 끝부분에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느낌도 났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유럽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정치, 사회, 과학 문제도 이야기하며, 수학자, 철학자,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유럽과 그리스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역사 속 실존 인물들과 만난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파블로 루이즈가 피카소라는 사실에 놀랍고 반갑기도 했다. 특히, 내가 여행했던 아테네를 묘사하는 부분이 좋았다.
그러고 나서 길을 건너 축구 경기장 뒤쪽으로 걸어가 리카베투스 언덕 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 중 하나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작은 성게오르기오스 교회까지 다다르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멈춰 서서 발아래 펼쳐진 아테네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공기가 어느 때보다도 청명했다. 내가 서 있는 곳 반대편에는 아크로폴리스가 빛에 흠뻑 젖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파르테논 신전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구조 속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273~274)
머리가 조금 아프기도 했지만, 오래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허구와 사실이 적당히 섞여 있고, 대학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저자의 지적 수준으로 인해 더욱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수학, 과학 등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학문과 관련한 재미있는 소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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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얽힌 특이한 팩션 -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수학은 인류에게 커다란 의미를 지닌 학문이다. 인류의 모든 발전과 진보는 수학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과학의 발전도 본질적으로 수학이라는 학문의 바탕위에서 성립되었고, 현대인들이 누리는 모든 첨단문물들은 수학이 아니고서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수학은 일반인들에게는 무척 접근하기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진다. 수학 자체가 어려운 학문인 탓도 있겠으나, 폐쇄적인 체제에도 그 원인이 있다. 고대부터 수학은 만물의 진리를 논하는 학문으로 여겨져, 극히 일부의 학자들 이외에는 접근 자체가 불허되었기 때문이다. 현대로 넘어와서도 기존의 학계와 다른 논리를 펼치는 학자들은 소외되었으며, 많은 논란들을 불러일으켰다.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은 이러한 수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수학자들의 광기와 집착을 보여주는 팩션 스릴러다.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은 상당히 특이한 팩션 스릴러다. 살인이 일어나고 미스터리적인 구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결말 부분을 제외하면 그다지 긴장감을 느끼기 힘들다. 그보다는 20세기 초반 수학계의 논란과 관심사에 대한 회상이 중심적이다. 거기에 그 당시의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현대 그리스의 역사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사실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작가는 장르문학적인 관점에서의 스릴러를 중심에 두지 않고, 수학이라는 학문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데 관심을 둔다. 이는 작가가 수학박사 학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서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저자인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는 키프로스 출신의 그리스 작가이다. 프랑스 파리로 유학하여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러 신문과 잡지에 대중적인 과학 기사들을 기고하였다. 그러다,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으로 그리스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대중들에게 수학이라는 학문을 좀 더 친근하게 접근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작품 속에서 수많은 수학자들의 이름이 언급되고, 여러 가지 수학의 문제들이 논의된다. 20세기 초반을 주요한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에도, 독자들에게 현대적인 수학의 본격적인 전개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은 대중들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려는 명백한 의도를 지닌 작품이다. 문제는 그만큼 문학적인 측면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점이다. 팩션 스릴러라는 장르를 적용시켰지만, 그다지 장르적인 재미가 없다.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의혹은 상당히 약화되었다. 게다가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보니, 방만하고 요약적이다. 20세기 초반의 수학과 미술, 그리스의 현대사가 너무 압축되어 전개된다. 게다가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학파에 대한 이야기까지 끼어들다보니, 무척이나 산만하다. 각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등장하는 주인공의 개인사까지 중첩되어, 더욱 복잡다단하다.
수학이라는 학문을 중심으로 하는 팩션 스릴러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은 상당히 노골적인 작품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실질적인 주인공이 되어 작품을 전개시킨다. 문학적으로는 완성도가 높지 않은 작품이지만, 나름대로 특이한 관점을 펼쳐나가며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결국,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은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소기의 목적만큼은 달성하고 있다고 평해야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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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 제목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살인이라는 말에 조금 무섭기도 하고 섬득하기까지한다. 그런데 정말 이야기 시작이 스테파노스의 죽음....살인으로 시작이 된다. 예전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나에게는 정말 딱 좋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야기라 더 많은 관심이 책에 가게 된것 같다. 스테파노스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야기와 함께 주인공인 미카엘 이게리노스와 스테파노스의 과거 만남으로부터 우정을 키워오가는 이야기에서 살인에 이르기까지 수학을 통해 만나고 수학공식을 통해 살인까지 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과학이 이 세상의 모든 기초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책 마지막 부분의 "해제"부분에서 자동차 문을 여닫는 리모콘,지문의 일치를 확인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이 수학적 방적식에 의해 작동된다고 알려 주는 부분에서 정말 수학이 없이는 이 세상 모든것을 움직일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학교 다닐때 수학공식을 볼때는 별 생각없이 그냥 그렇구나 하는 생각으로 봤었는데... 정말 이 공식하나를 정확히 알기까지는 참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공식하나로 이렇게 살인까지 불러 일으킬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수학소설은 처음이라서 빨리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학교 다닐때 수학을 생각하고 사실 읽어나갔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가버렸음을 느꼈다. 가장 좋아하던 수학과목이였는데 피타고라스의 정리조차도 한번 생각을 해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좋아했던 수학을 가지고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수 있는 기회가 되어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소설은 1900년에서 1930년까지 유럽과 그리스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두고 쓴 소설이라 언제쯤에 그리스와 터키가 전쟁을 했다는등의 짧지만 유럽의 역사도 한번 짚고 넘길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수학이라는 과목으로 배우고 공부했던 것들은 정말 연산에 불과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게는 추리소설인양 시작해서 많은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학소설로 이어져서 읽는 재미가 넘치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