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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때 처음 접한 일식 이후로 그의 소설은 점점 따뜻해지고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게 넓어지는 느낌이다. 같은 사십대에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십대의 단순하고 즉흥적인 사랑이 아닌 사십대만이 할 수 있는 공감에 의한 기다림과 진지함이 어우러진 누군가의 방해에도 결국은 운명적으로 이루어지는 만남...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 소설이다. 앞으로의 히라노의 신작도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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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유독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고독이란, 말하자면 이 세계에의 영향력이 결여되었다는 의식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타자에 대해 전려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 p.155 요코는 이제는 오로지 자신의 마음에 충실하자고 마음먹었다. 인간에게 결단을 재촉하는 것은 밝은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꿈이라기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재 상태에 계속 머무는 것에 대한 불안이었다. p.189 행복이란, 매일매일 경험하는 이 세계의 표면에 관해 함께 이야기할 사람의 얼굴이 또렷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p.198 요코는 마치 출구가 수없이 많은 미궁 속을 헤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막다른 곳에 부딪혀 반드시 올바른 길로 되돌아가야하는 미궁보다 오히려 어떤 길을 선택하건 막다른 곳 없이 그대로 다른 출구가 준비된 미궁이 훨씬 더 잔혹하다. p.226 자신(미타니)은 지금까지 남들보다 성실하게 살아왔다. 세상 누구라도 죽기 전까지는 분명 나름대로 죄를 범할 것이고, 그렇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용서받을 죄의 무게에는 아직 여유가 있을 터였다. p.258 그와 마주하면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적인 대화가 인생의 기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그것은 불가사의 하다고 느껴질 만큼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 세상은 그녀 자신이 체험하는 것보다 일단 그에게 경험하게 하고 그의 언어를 통해서 얻는 편이 한층 더 정채를 내뿜는 것처럼 느껴졌다. p.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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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히라노 게이치로의 다른 유명한 책들을 제껴놓고 근래의 연애소설 두편을 연달아 읽게되었다. '형태뿐인 사랑'으로 이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되고 다른 책을 볼까하다가 고른것이 이 책. 연애소설이 읽고 싶었나보다. 그것도 이뤄지지 않는 사랑에 관한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이 작가의 소설을. 일본 문학을 꿰뚫고 있는것은 물론 아니지만 일본의 '순문학'에서 기대되는 막연한 건조함을 내가 읽은 두 책에서는 비껴가고 있다. 이 책의 중간 부분에서는 거의 티비 막장 드라마 못지 않은 설정에 책을 덮을 충동까지 느끼기도 했다. 무엇일까, 이 작가의 매력은. 그럼에도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고, 요 몇년간 느끼지 못했던, 거의 '화양연화'의 엔딩에서 받은것과 맞먹는 깊은 감정으로 끝을 맺었다. 진부한 내용을 5백쪽에 걸쳐 풀어나가는데, 마지막 장면도 예상 되었는데, 그럼에도 주인공과 같이 결국에는 눈물을 짓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과 겹겹이 쌓여가는 감정의 배치는 정말 탁월하다. 어쩔 수 없이 지적인 작가때문인지, 진부한 연애소설임에도 읽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 게다가 '꿀벌과 천둥'을 가뿐히 뛰어넘는 자세한 클래식 음악의 묘사역시 이 책의 묘미다. 결국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지적인 소일거리와 감정의 촉발사이의 그 어딘가에 있다면, 이 작가는 그 밸런스를 아주 잘 잡는다고 할까. 연애소설 작가는 아닌듯하니, 이런 감성은 다른 책에서는 찾기 힘들지 않을까. 그럼에도 결국은 다른 책들을 찾아 읽을것이고, 그렇기때문에 이 책은 최고의 연애소설로 한동안 내안에 자리 잡고 있을듯 하다. - 작가가 클래식을 상당히 좋아하는 듯 한데, 특히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이 애청곡이 아닐까 싶다. 연달아 읽은 두 연애소설에 제법 중요한 곡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니. 나 역시 이 곡을 아주 좋아해서 읽는 내내 기타 버전의 곡이 어떨지 궁금했다. - 등이 안좋아서 기타 치는것을 멈춘지 꽤 되었는데 올해에 다시한번 시도해보겠다고 말을 꺼낸 후 몇달만에 이 책을 접했다. 올해는 기타연습을 다시 해야만하는 운명이였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