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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책이 크게 나왔지만 책은 생각보다 얇다. 다른 작곡가에 비해 장수했던 하이든의 긴 인생을 말하기엔 짧았다. 뒤에 붙은 두 장의 CD와 이런저런 부록들을 제외하면 실제 본문의 길이도 짧은 편이다. 책은 그의 음악에 대한 평가나 해석보다는 그의 인생을 쭉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성장 환경이나 살아온 과정, 일화들을 통해 그의 생각이나 성격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음악가나 예술가를 떠올리면 예민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어딘가 독특한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에 비해 하이든은 에스텔하지 가문에서 4명의 공작을 모시면서도 오히려 위 사람들의 신임과 존경까지 받았고 단원들을 아끼고 감싸면서 40년을 성실하게 살았다. 한 사람의 신임을 받은 것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4명의 공작으로부터 모두 신임을 얻고 다른 귀족들과 황제에게까지 존경을 받았다고 하니 그의 사람 됨됨이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 이렇게 사회생활 달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하고 노력을 했을지도 상상이 된다. 베토벤은 하이든이 자신의 음악을 봐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했다고 한다. 많은 음악가들이 서로의 음악관이 다르거나 사소한 오해나 잘못으로 등을 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한데 하이든은 이런 베토벤을 에스텔하지 가문을 비롯한 여러 귀족들에게 선보이기도 하면서 잘 맞지 않았던 베토벤마저 감싸앉았다. 또 시기할 만한 천재성을 지닌 모차르트의 음악마저 진심으로 인정한 사람이다. 브람스나 베토벤도 마찬가지지만 꼭 나오는 것이 형제들과의 갈등인데 하이든은 이마저도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두 남동생과의 일화를 보면 무척 사이가 좋다. 유일한 문제는 아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애인은 두었을망정 낭비벽이 있던 아내와 평생 해로를 한다. 그야말로 까일거리가 하나도 없는 인간인듯하다. 하이든의 76번째 생일에서 하이든이 받은 환영을 글로 읽으면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흐뭇해졌다. 내가 마치 하이든이 된 양 어려서 합창단원으로 노래했던 것, 이후 어려웠던 시절을 지나 에스테르하지에서 봉사하고 런던에서의 영광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 같았다. 하이든은 평생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간 부러우면서도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음악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도... 한동안 잠자고 있던 여행욕구가 꿈틀꿈틀 샘솟는다. 하이든의 행적을 따라 에스텔하지궁전에서 실내악도 듣고 빈에서 교향곡도 듣는 고상한 상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