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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vs이상, 그 참을 수 없는 괴리의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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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Eminem Show>를 통해 처음 에미넴을 접했습니다. 노래는 참 좋은데 가수는 또라이라서 싫었습니다. 그래도 음반이 너무 훌륭해서 주구장창 듣고 다녔죠. 영화에 출연했고 평도 좋다길래, 평이 좋은 영화라면 한 번쯤 봐 줘야겠지 - 싶어 보았습니다(사실 주말에 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홍보 덕이 컸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영화 뽐뿌를 너무 잘 해서 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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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Eminem Show>를 통해 처음 에미넴을 접했습니다. 노래는 참 좋은데 가수는 또라이라서 싫었습니다. 그래도 음반이 너무 훌륭해서 주구장창 듣고 다녔죠. 영화에 출연했고 평도 좋다길래, 평이 좋은 영화라면 한 번쯤 봐 줘야겠지 - 싶어 보았습니다(사실 주말에 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홍보 덕이 컸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영화 뽐뿌를 너무 잘 해서 탈이에요). 보고 엄청 실망했습니다. 왜 그리 실망스럽던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전 거의 디즈니 수준의 해피엔딩 영화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비참한 환경에서 찌질하게 살던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슈퍼스타로 성공한다 - 는 식의 전형적인 헐리우드 상업영화 성공스토리 말입니다. 이런 스토리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았으니,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요. 그래서 한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최근, 에미넴의 팬이 되었습니다. 결국 음악만 좋다고 꿋꿋이 버티다 근 10여년 만에 팬임을 인정하게 된 꼴입니다. 팬임을 인정하고 나니, 새삼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DVD가 비싼 것도 아니라서 구입했죠.

10여년이 지나 영화를 다시 보니 새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내가 그땐 왜 이 영화의 진가를 몰랐지?하는 의아함도 들고... 그 동안 내가 아주 정체된 건 아니구나, 조금이라도 성숙해져서 이런 영화의 진가도 알아보게 되었구나, 하는 일종의 흐뭇함(?)도 느꼈고요.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를 기대하고 본다면 이 영화는 지루함과 실망만 안길 것입니다. 이 영화의 초점은 현실의 슈퍼스타 에미넴의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철저히 1995년 디트로이트의 인종적, 계급적 갈등과, 인간의 생에서 필연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현실vs이상의 괴리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 역할도 하고요.

디트로이트는 지금도 흑인 대 백인 비율이 7:3에 달할 정도로 흑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입니다. 영화 속 8마일은 실제 디트로이트에 있는 도로 명입니다. 8마일을 경계로 하여 흑인 거주지역과 백인 거주지역이 나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흑인 거주지역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최악의 곳인 반면, 백인 거주지역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군요. 게다가 지금도 디트로이트에는 방치 상태의 폐가가 많습니다. 철거해야 하는데 철거할 예산조차 부족해서 그대로 방치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해가 지기 시작하면 저마다 무언가에 쫓기듯 황급히 흑인 거주지역을 떠나 백인 거주지역으로 간다고 합니다. 해가 지면 위험하다는 것이겠죠. 2010년 슈퍼볼 크라이슬러 TV CF가 바로 이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하여 에미넴과 알리사 시즈니를 등장시켰는데요. 한때 번성했다 지금은 몰락해 재기를 꿈꾸는 디트로이트 시의 비참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물론 에미넴의 Beautiful 같은 노래 뮤직비디오에도 반쯤 허물어진 디트로이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요.

고작 8마일이라는 도로 하나를 경계로 하여 인종에서부터 계층까지 확 갈린다는 것, 우리나라의 강남-강북보다도 더 심한 경우입니다. 보통 미국에서 인종 차별은 백인>흑인이지만, 바로 이러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디트로이트에서는 흑인>백인의 역전 현상이 일어납니다. 힙합은 흑인의 전유물입니다. 랩 자체가 흑인 특유의 말투에서 비롯된 장르이죠. 이러한 랩을 백인이 하겠다고 나서니, 디트로이트 흑인들 입장에선 기가 차고 코가 막힐 노릇입니다. 게다가 이 백인은 잘 사는 동네 출신도 아닙니다. 자기들과 똑같은 313구역(폐가가 널린 가난한 동네)에서 살고, 그걸로도 모자라 임대한 트레일러에서 어머니에게 얹혀 사는 얼간이입니다. 소위 말하는 "백인 쓰레기"입니다. 때문에 첫 배틀 무대에 오른 래빗을 향해 쏟아지는 관중들의 야유는, 단순히 힙합 하겠다는 백인에 대한 야유가 아니라, 자신들을 무시하는 백인 중산층을 향한 야유입니다. 그 야유를 래빗이라는 백인 쓰레기에게 퍼부으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 상황입니다. 어떻게든 사람답게 살려면 8마일 안쪽을 탈출해야 하는데, 가난한 래빗이 그것을 이룰 수단은 흑인의 전유물인 랩 뿐입니다. 흑인들의 조롱과 야유에도 래빗이 랩에 집착하는 것은, 그것이 포기할 수 없는 꿈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고되도 꿈이 있기에 한 가닥 희망을 붙들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거죠. 일견 공상처럼 보여도 이 꿈마저 없다면, 그에게 삶은 정말 생지옥이나 다름없게 되고, 죽을 때까지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쓰레기 인생만 남게 됩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면 의식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기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먹고 사는 것 이상의 무엇, 자기 존재를 온전히 걸 수 있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삶에 다채로운 빛깔을 부여하는 특별한 무엇, 바로 꿈이 필요합니다. 래빗에게는 이 꿈이 랩이고, 그의 인생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물론 이것은 래빗의 친구들, 더 나아가 디트로이트에 사는 모든 흑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쉘터에 모여 랩 배틀을 펼치는 까닭은, 그렇게라도 자신의 열정과 분노와 좌절을 토해내야만 다시 일주일을 견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들은 랩 덕분에 삶과 계속 투쟁해나갈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랩 배틀에서의 승패가 그들에게는 인생 전체가 피어나거나 죽어버리는 느낌을 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것이고요.

처음에 래빗은 주변 환경을 탓하며 계속 변명만 하려 듭니다. 첫 랩 배틀에서 겪은 처참한 패배, 자신을 향한 흑인들의 일방적인 조롱과 야유가 주는 엄청난 무게감에 짓눌려 도피하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윙크에게 의존해 자기 꿈을 이루려던 얄팍한 기대가 더러운 배신으로 돌아오는 순간, 깨닫습니다. 결국 자신의 꿈은 온전히 자기 힘으로 이루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때문에 래빗은 더 이상 공장에서 말대꾸하지 않고, 어머니에게도 제 힘으로 레코드를 낼 거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온갖 불리한 조건을 고스란히 인정하게 되고, 그것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았기에 더 이상 래빗은 흑인들의 야유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힙합은 결국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흑인이지만 비싼 사립학교 출신에 금슬좋은 부모님 밑에서 걱정없이 사는 파파독, 백인이지만 남의 트레일러에 얹혀 사는데다 인생 막장들이 일하기로 유명한 공장에서 일하는 래빗, 이 둘 중 힙합 정신을 계승하는 이는 래빗입니다. 그는 피부색만 흴 뿐, 속에 자리잡은 분노와 희망은 흑인들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랩 배틀에서 이겼지만, 래빗에겐 여전히 야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구의 제의마저 거절하고 돌아서서 공장으로 향하는 래빗,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흘러나오는 주제가이자 명곡 Lose Yourself... 어찌 보면 이것은 암담한 현실을 담담하게 반영한 것입니다. 고작 랩 배틀 하나 이겼다고 해서 당장 유명인이 되는 것도, 레코드를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동네 랩 배틀에서 한 번 이겼을 뿐입니다. 그는 계속 공장에서 일해야 하고, 어머니는 여전히 빙고 노름에만 의존하며, 새 여자친구는 뉴욕으로 떠납니다. 친구들은 여전히 그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좋은 꿈 꾸라고 똑같은 인사를 던집니다. 그럼에도 래빗의 뒷모습에서 어떤 희망이 읽히는 것은, 그가 마침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약점마저 자신의 힘으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오래 걸리더라도 자기 힘으로 꿈을 이루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드디어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 이겼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고달퍼도 찬란한 꿈의 빛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어쩌면 언젠가는 그 꿈이 현실로 바뀌리라는 암시 때문에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행복한 설렘 같은 것이 피어오릅니다.


이 영화는 당시의 디트로이트를 정말 리얼하게 담아냈는데요. 영화 속 곳곳에서 디트로이트의 비참한 현실과 열악한 환경을 알 수 있습니다. 에미넴의 연기는 본인의 자전적인 요소를 집어넣어서인지, 초보임에도 상당히 안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랩 배틀은 당대 슈퍼스타답게 그야말로 "존재의 폭발" 수준입니다. 감독의 시선 또한 일관되게 담담합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래빗을 동정하지도, 연민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래빗이라는 인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입니다. 감독은 굉장히 리얼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힙합이라는 소재를 빌려 미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의도는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저는 2011년의 대한민국을 봅니다. 과연 1995년의 디트로이트와 2011년의 대한민국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아할 정도네요. 사회적 모순은 시대를 초월하여 늘 존재하기 때문이겠죠?

힙합에 대해 사전 지식을 조금 쌓는다면 영화 보는 재미가 한결 쏠쏠합니다. 일반 대중의 힙합에 대한 인식이라 하면 주로 거친 욕설, 가사만 웅얼거리는 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 난무하는 폭력과 선정성 등등일 텐데요. 이 영화는 왜 랩 가사가 거칠 수밖에 없는지, 힙합의 필수 요소인 디스(Diss)가 왜 필수적인가 등등을 알려줍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영화 덕분에 힙합 팬의 연령대가 굉장히 넓어졌다고 합니다. 랩 배틀에서 이긴 래빗이 조용히 야근하러 돌아가는 엔딩 장면에서 보수적인 백인 중년들이 기립박수를 쳤다고도 하고요. 영화 곳곳에서 힙합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비기와 투팍, 동부와 서부 힙합 진영의 전쟁, 바닐라 아이스 등에 대한 사전지식을 약간만 쌓으면 래빗과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를 훨씬 재미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DVD를 보고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 스페셜 피처였는데요. 영화 제작과정 자체는 정말 짧았고(고작 10여분 정도), OST 하이라이트라는 것도 영화 속에 그 음악이 등장한 부분만 보여주는 수준이고, 쓸데없는 타 영화 예고편과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 광고가 용량을 차지해 부실합니다. 그렇지만 부가 영상으로 실린 Extra Rap Battle은 정말 소장 가치 있는 영상입니다. 영화에는 사용되지 않은, 에미넴의 REAL 랩 배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에미넴은 고등학교 때부터 인근 학교들을 전전하며 바닥에서부터 랩 배틀을 통해 실력을 쌓은 래퍼입니다. 랩 올림픽에서도 2등을 한 전적이 있고요. 그래서인지 유독 타 래퍼와의 피처링에서 사기 수준의 랩을 하는데요. 몇 년간 랩 배틀을 전전한 승부 근성이 이 Extra Rap Battle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상대방이 먼저 랩을 하고 나서 마임만 해야 하는데, 엑스트라들이 야유하자 곧바로 승부욕이 발동해 몇 초만에 즉석에서 라임까지 넣어가며 받아칩니다. 기량이 절정에 달했을 때의 에미넴의 프리스타일 랩 배틀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만족입니다.

사족 하나. 영화에서 보면 래빗이 종이에 가사를 끄적이는데요. 실제로 에미넴은 주제가 Lose Yourself를 촬영 도중에 틈틈이 작사.작곡했습니다. 원래 제작사는 Cleanin' out my closet이라는 노래를 주제가로 밀었는데요. 에미넴이 이보다 더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였답니다. 하지만 에미넴은 이 노래가 지나치게 개인적이라 영화 주제가로는 안 맞다고 판단, 영화 촬영 틈틈이 새 노래를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Lose Yourself입니다. 이 노래는 스튜디오에서 단 한번에 녹음을 마쳤는데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힙합이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에미넴은 평소 노트 여기저기에 가사를 깨알같이 끄적여 놓아서, 간혹 주위 사람으로부터 미친 사람이 뭘 적어놓은 것 같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네요. 아무튼 이 영화의 주제가 Lose Yourself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명곡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d**e 2011.05.05. 신고 공감 1 댓글 1
영화에서 별볼일 없어보이는 젊은 청년 래빗에게 왜 시비를 거는지 알 수가 없어요? 남에게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말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요!!! 영화여서 그런지 영화 속 래빗이 뭐하고 다녔는지 알 수가 없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허무맹랑한 일확천금을 얻는 멍청한 상상만 하고 다녀서 그런지, 자립해야 할 나이인데 부모에게 언쳐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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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별볼일 없어보이는 젊은 청년 래빗에게 왜 시비를 거는지 알 수가 없어요?

남에게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말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요!!!

영화여서 그런지 영화 속 래빗이 뭐하고 다녔는지 알 수가 없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허무맹랑한 일확천금을 얻는 멍청한 상상만 하고 다녀서

그런지,

자립해야 할 나이인데 부모에게 언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매우 야유를 퍼 붙네요.

그러나 주인공 래빗은 자신이 가야할 길을 묵묵히 가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리죠

 

인생이 정해진 공식은 아니잖아요!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는것이 인생 아니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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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한번 보세요.

알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네요

p*****1 2010.12.25.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