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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에서 저자가 말하듯 '색채로망 삼부작' 시리즈는 한 대 우아했던 이탈리아 도시들의 쇠퇴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그 중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웠던 피렌체가의 외내부의 갈등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전편 '주홍빛 베너치아' 에 등장했던 마르코 단돌로는 징계로 인해 공직에서 물러나 메디치 가문이 복귀해서 통치하는 피렌체로 여행을 떠난다. 그 곳에서 단돌로는 자신을 떠났던 로마의 창녀이자 카를로스와 베네치아의 이중첩자인 '올림피아'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메디치 가문에 흐르는 갈등에 휘말리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같은 이탈리아 국가면서도 서로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두 도시국가 베네치아와 피렌체. 이 두 도시가 생존의 위협을 받는 외부 요소의 중심에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에스파냐의 황제이기도 한 카를로스 황제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 위협에 두 도시는 대처하는 모습도 다르다. 베네치아가 주변국들과의 외교전을 통해 자신을 보호한다면, 피렌체는 사실상 카를로스에게 종속된 체 군주제 확립을 통해 불안정한 국가의 자주권을 지키고 있다. 피렌체의 군주에게 군주로서 갖춰야할 지침을 설파하던 마키아밸리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다. 폭군이던 메디치가의 알레산드로가 암살을 당함으로 피렌체는 새 출발을 기대해보지만, 꽃의도시였던 피렌체에는 더 이상 꽃은 피지 않고, 사늘한 은빛만이 남아도는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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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색채 로망 3부작 시리즈 중의 2권인 이 책은 전체 시리즈 중에서 추리 소설의 성격에 가장 가까운 내용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시작부터 왠 시체가 등장하는데, 이 시체는 피렌체에서 일어난 사건의 시작을 알려준다. 평소에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터라, 이런 분위기도 꽤나 즐기는 편이다.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1편에서 나왔던 마르코 단돌로가 등장한다. 오히려 그의 중요성은 더 커진듯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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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홍빛 베네치아', '황금빛 로마'와 색채 삼부작 씨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1편인 '주홍빛 베네치아'에는 별 세개를 준 바 있는데, '은빛 피렌체'에는 세개 반 정도를 주고 싶다.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반개 선택이 불가능하면 그냥 없는 셈 치고 세개로 깎는데, 그러면 1편과의 차별성이 없어지므로 네개를 주기로 한다. 아, 물론 1편보다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은, 이 소설이 '추리소설' 장르에 속한다는 가정 하에서다.
'주홍빛 베네치아' 리뷰에서 추리소설에 대해서 나름 정의를 내려봤었다.
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 혹은, 추리소설은 어떤 속성을 갖고 있는가. 기본적인 상식에 사전적인 풀이를 더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841년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을 최초로 하여 성립된 문학 장르의 일종. 주로 범죄와 관련된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극적 긴장감과, 마침내 미스테리가 풀렸을 때 수반되는 쾌감을 추구한다.
언론이나 서평에 소개될 때마다 시오노 나나미의 도시 3부작 씨리즈는 항상 추리소설로 소개된다. 소설의 서두가 자살, 혹은 살인사건으로 시작하기 때문인 듯 한데, 혹은 '시오노 나나미의 추리소설'이라는 문장 자체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여간, 추리소설로 치자면 '주홍빛 베네치아'는 50점도 줄 수 없는 졸작이다. 사건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관의 죽음'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자리에 없다가, 마지막 장이 되면 은근슬쩍 돌아와서 자리에 앉는다. 사건과 관련된 극적 긴장감? 미스테리가 풀렸을 때의 쾌감? 그런 건 없다. 여기까지 두 단락이 지난 번 리뷰에서 적었던 글이다. 이번 피렌체 편에서는 어땠을까? 추리소설로서의 본모습은 제법 좋아졌다. 하지만 처음에 죽은 사람이 사건과는 너무나도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역시나, 죽은 사람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일언반구조차 없이 단돌로는 로마로 떠나면서 작가는 2편을 끝맺는다. 개인적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추리소설은, 과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소설, 혹은 역사에세이만 써도 충분히 좋은 글들을 써낼 수 있는데, 왜 전공이 아닌 분야에 기웃거려서 나같은 평범한 사람한테 비웃음을 사는지 모르겠다. 아가사 크리스티까지는 갈 것도 없이, 어린 시절에 셜록홈즈나 괴도 루팡 씨리즈를 한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웃겠지만. 아니, 꼭 그런 전형적인 추리소설이 아니더라도 '기암성' 정도만 읽었더라도 시오노 나나미의 추리소설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 싶다. 다만, 베네치아편에서 보여줬던 그 선생님 훈계조의 역사 강의는 상당히 줄어들어 있는 편이다. 피렌체의 역사가 베네치아나 로마의 그것에 비해 덜 화려하고, 얘깃거리도 적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작가가 피렌체라는 도시에 대해서 얘기할 때에는 주로 마키아벨리가 주제가 되고, 도시 자체가 주제가 되지는 않는다. 책을 덮으면서 느낀 점은 딱 하나였다. 내가 왜 피렌체에 갔을 때 우피치 미술관에 들어가지 않았던가. 책에 실린 사료들의 절반은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페이지에 태그를 하느라 바빴다. 다음에 다시 피렌체에 간다면, 몬테바키의 프라다 아울렛이 아닌 우피치 미술관에 꼭 들르리라 다짐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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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보고 싶다고. 영화가 나온 뒤 나는 혼자 극장에 가서 다빈치 코드를 보았다. 영화가 좋다고 혹은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혼자 보며 즐겼다. 만족스러웠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내용들이 영화의 장면으로는 어떻게 바뀌었나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내내 즐거웠으므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또 했다. 피렌체를 중심 배경으로 하면서 베네치아와 로마도 왔다갔다 하면서, 지금으로부터 3-400년 전의 유럽을 보여 주는 영화. 역사도 있고 사랑, 배신, 음모, 감동도 담겨 있는 영화. 영화를 전혀 만들 줄 모르는 내가 갖는 터무니없는 욕심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피렌체의 도시만이라도 근사하게 화면에 담아주는 영화를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손님이 없을 것이라고 여긴 제작자들이 이런 영화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걸까.
깊은 고민 없이,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소설, 이제 피렌체를 다 보았으니 이 작가의 3번째 도시 이야기인 로마로도 가 보아야겠다. |
|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실제 있던 일을 바탕으로 픽션을 쓰는 것을 잘 하는 것 같다. 그 전의 책-나의 친구 마키아 벨리나 체사레 보르자 이야기-에서도 픽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사실의 탐구를 하고 있던것에 반해 이 책은 본격적인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도시국가들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바라본 그 시대의 이야기, 그에 덧풑여진 풍부한 상상, 그리고 주인공 남녀. 역사를 소설로 재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수월하게 해낸 것이 놀랍다. 단지 소설이 될 때 이미 그 시대 인물에 대한 설정이 다 되어 있어서인지 역동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시대의 향기를 생생하게 느끼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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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 베네치아처럼 살인사건으로 시작되긴 한다. 하지만 읽고 있는 동안 그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까마득해지고 피렌체의 풍경, 건축물의 모양, 분위기 등이 더 솔깃해진다. 이 소설은 시작부분의 살인 사건과 메디치가의 군주정이 맞물려서 사건이 진행된다. 어쩌면 허무한 권력다툼의 뒤에 제대로된 남매의 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실제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정치아는 무관해보이는 그런 인간적인 부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리고 이번에 이탈리아에 가면 붓꽃향수를 찾아봐야겠다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은 아직 있으니 혹시 있을지도...피렌체 메디치 가의 향수.
로렌치노가 에스파냐를 등에 업은 자격없는 피렌체 대공 알렉산드로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 누이동생을 노리개로 내놓으라는, 에 반해서 알렉산드로를 암살해버린다. 그래서 대공이 바뀌는 과정에서 어부지리로 코시모가 대공자리에 앉는다. 피렌체는 이무렵 베네치아와는 달리 공화정에서 군주정으로 넘어가 있었다. 마키아벨리이야기까지 난무하는 정치적인? 소설... 재미있었다. 오며가며 이런 모든 것을 보게되는 마르코 단돌로도...
p225 "죽어서 편안히 잠드는 군주는 적고, 상처입고 피를 뚝뚝 흘리며 저승으로 가지 않는 왕은 없네. 남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으면 지배자가 되지 않으면 돼. 모든 사람을 대할 때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불가능하다면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도 인간적일 걸세. 그 결과로 살해된다 해도, 문제는 운이 좋았느냐 나빳느냐가 아닐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는 군주가 살해되었을 때 이익을 얻는 사람이 많으냐 적으냐가 아닐까." ; 음모의 해부학에서 노회한 귀족 베토리의 말
p289 ...경제력은 계속 쇠퇴하는데, 그나마 그것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능력, 즉 정치적 능력이 뛰어난 인물마저 잃어버린 피렌체는 국민의 불만을 정치체제 탓으로 돌릴 줄 밖에 몰랐기 때문이오. 이렇게 디면 남는 것은 이제 혼란 밖에 없소. 어떤 정치체제를 채택하든, 만족하는 사람보다는 불만을 품는 사람이 항상 더 많게 마련이오. 그것은 야당이 항상 다수파가 되어버린다는 뜻이오. 야당은 여당보다 훨씬 강력하지만, 여당 대신 국정을 처리할 수 있는 방책은 그들도 갖고 있지 않소. 반대파가 갖고 있는 건 강한 불만 뿐이오. 그런 반대파를 끌어안고 도대체 누가 일관된 정치를 할 수 있겠소. 긴 안목으로 장래를 내다보는 정치를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단 말이오?"
;이것도 베토리의 말이다. 지금의 정치도 그렇겠지... 표면적으로야 부의 재분배, 복지 그러지만 결국은 다 똑같은게 정친가?
이어지는 이야기로 정치인의 보수 이야기가 나온다. 베네치아 공화정에 참여하는 관료들은 급료를 받고 국정을 담당할 권리를 가진 귀족들은 무보수로 정치에 종사한단다. 근데 피렌체 사람들은 아니래.... 정무직을 맡아서 받는 보수를 무시하고는 생활이 안된다네...
피렌체에서 생활비를 벌 필요 없이 정치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은 유럽 전역에 은행 지점망을 가진 스트로치 집안 뿐이래. 그래서 필리포 스트로치가 공화제를 신봉하고 메디치 가에 계속 반대할 수 있는 거란다.
p291 그런 스트로치에 비하면, 나와 구이차르디니를 비롯한 피렌체의 엘리트들은 모두 봉급생활자가 되어 버렸소. 당신네 나라의 사무직 관료들과 마찬가지요. 정치인이 아닌 관료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관직에 앉혀주고 거기에 대한 보수도 충분히 보장해줄 수 있는 건 군주 뿐이오. 생산수단이 따로 없는 귀족은 궁정인이라는 이름의 관료라도 되어서 나라의 녹을 먹을 수 밖에 없소. 우리 피렌체 귀족들이 스트로치를 제외하고는 태반이 메디치가를 부흥시키려 하고 있는 이면에는 뜻밖에도 이런 쩨쩨한 속사정이 숨어 있다오. 하지만 이건 이유의 절반에 불과하고, 나머지 절반은 좀더 나은 이유요. 그건 지금의 피렌체에는 무엇보다 평화가 필요하다는 거요. ; 봉급생활자가 되어버린 지배층... 물론 관료도 필요하지만...정치도 필요할텐데...
평화는 질서로 대치된다...주의주장이나 정치체제를 차지하고라도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 이것도 지금의 정치와 매우 유사한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