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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을 생각하면 즐거운가. 옛일을 생각하면 흐뭇한가. 지금의 사는 나날들이 굳이 고단한 게 아니더라도, 다가올 내일이 굳이 설레지 않더라도 그저 지난 시절을 떠올리면 가슴 따뜻해지는가. 그 따뜻한 그리움을 홀로 안고 있기에는 섭섭하고 서운한가. 그리하여 그 그리움을 일부러라도 같이 누렸으면 하여 이야기를 꺼내는가. 이야기를 꺼내어 들려주고 들어주기를 바라는가.
이 책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내게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살았던 동네의 모습도, 아이들이 즐기면 놀았던 놀이도 낯선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늑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어른과 아이들 사이에 오가는 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없어도 즐거움을 찾아낼 줄 알았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짖궂고도 유쾌한 장난을 넉넉하게 받아들여 줄 줄 아셨던 어른들. 지금은 찾아내고 싶어도 찾기가 힘든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그러다 보니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가 자신의 소중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들려 주기 위해 동화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린이들보다 바로 우리 어른들에게 주는 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난했지만 사랑이 흐르던 시절, 싸우고 투닥거리면서도 정을 쌓던 시절, 기계문명의 혜택이 없었어도 더 깊고 넓은 정신 문화를 누리던 시절,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조목조목 들려주며 지금 우리가 잃고 사는 것을 되새겨보자고 타이르고 있는 것 같았다.
색바랜 듯한 종이와 글, 빛바랜 듯한 그림, 옛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옛 기억 속으로 이끌어주는 듯한 공간 장치를 마련한 일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의도는 참으로 깊다고밖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아마도 그만큼 어떤 절실함이 작가에게 있었던 탓이리라. 지금 들려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지금 우리 시대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젊은 어른들에게 제발 이것만은 놓치지 말고 살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당부하는 바의 메시지. 더 늦지 않게, 이제 자라나는 어린 영혼들에게 제발 이런 정신만은 살아서 오래오래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책을 읽는 어느 순간 가슴이 좀 아프다는 느낌이 왔다. 우리가 잃고 살아가는 그 무엇 때문에, 그 탓으로 생각보다 깊은 병을 얻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싸워도 싸움 같지 않았던 싸움, 미워도 끝내 미움이 되지 못했던 미움, 일부러 가르치고 배우려고 하지 않았어도 저절로 가르침이 되고 저절로 배움이 되던 시절. 오늘날 우리들이 일부러 돈을 주면서까지, 시간을 들이면서까지 배우려고 해도 잘 얻지 못하는 깨달음을 그 시절에는 누구나 참 쉽고도 편리하게 얻었던 것일 텐데. 그래서 행복했을 텐데. 그래서 그 행복이 지금 무엇보다 그리운 것일 텐데.
...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만 더 많은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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