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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에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통영을 이렇게 말했다. “백석의 짝사랑이 기억이 나는 곳이다.” 그러면서 그는 백석 시비부터 찾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절로 통영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사는 서울에는 그런 곳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무지의 소치였다. 서울에도 이상, 윤동주, 이광수, 박태원, 임화, 박인환, 김수영, 손창섭, 이호철, 박완서의 자취가 남아 있었다.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방민호는 이 열 분 문학인과 함께 1년 반 동안 서울의 곳곳을 찾아다녔다고 한다.(p. 6)
윤동주의 누상동 하숙집, 이광수의 홍지동 산장, 박완서『나목』의 주인공 이경이 미군 PX에서 일하며 사랑하던 명동, 박인환의 동방 살롱, 김수영의 지금은 길이 되어 버린 구수동 옛 집터, 손창섭이 일본에서 돌아와 깃을 들인 흑석동, 이상과 박태원의 종로, 광화문, 서울역, 청계천, 임화의 종로 네거리, 종로6가, 이호철의 종로3가, 그리고 우리들 모두의 보신각······.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유의한 것 하나, 그것은 식상한 이야기가 싫다는 것입니다. 힘닿는 대로 ‘제가’ 전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 우리의 서울을 더 깊이, 더 넓게, 더 새롭게 알 수 있게 해주는 내용들을 찾고 다듬어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독자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우리들의 서울을, 우리들의 문학을, 이 둘 사이 ‘밀월’의 사연을 진귀하게 여기실 수 있도록 쓰고자 했습니다. -p. 6~ 7
그러면서도 방민호 교수는 부족한 책이라고 밝히지만, 이 책은 우리의 서울을 더 깊이, 더 넓게, 더 새롭게 알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열 분 문학인까지 그렇게 해준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알아 두면 좋을 이야기가 넘쳐 난다. 우리는 흔히 이상을 서구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로, 봉두난발을 하더라도 왠지 셔츠와 코트를 즐겨 입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순간마다 한복을 입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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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면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줄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강렬한 민족적 자각입니다. 자신은 조선인이며, 따라서 조선인으로서의 운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다짐을 마음속에 아로새긴 것입니다. 그러한 의식은 건축기사로 일하던 조선총독부를 나온 이후 더 강렬해졌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상의 민족의 대한사랑과 애착은 보지 못하고, 오로지 보편적 모더니스트 이상에만 주목합니다. 그를 전적으로 평향된 시각에서 이해하는 것이지요. 이상이 세상을 떠난 후 김환기와 결혼하고 김향안으로 개명한 변동림도, 이상이 일제에 대한 강렬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의식했고, 그래서 항상 한복을 입고 다녔다고요. -p. 19
방민호 교수는 이상뿐만 아니라 작품「날개」에 대한 오해도 풀어 준다.
많은 사람이「날개」의 ‘나’는 이상 자신이고, ‘아내’는 본명이 연심인 금홍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사소설적 독법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판단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상의「날개」는 명백히 알레고리 소설로 읽어야 합니다. 작품 속 ‘아내’는 그저 ‘나’와 혼인관계를 맺은 여성에 그치지 않습니다. 바로 자본주의적 현대성을 은유하는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대체해서 볼 수 있을까요? 그 자본주의적 현대성에 의혹을 가지고 그것을 상대하는 자기 의식적 존재를 가리킵니다. 그렇게 읽지 않으면 소설을 해석하기가 곤란합니다. -p. 28
어쩐지 소설을 해석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방민호 교수는 작가가 알레고리 형식을 채택하는 이유를 말하고는, 아주 널리 퍼진 오해까지 풀어 준다. 주인공이 백화점 옥상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고 생각하는 오해 말이다. 그러나 방민호 교수는 소설의 대목을 인용하며『감시와 처벌』에서 미셸 푸코가 이야기하는 파놉티콘적 구조라고 말한다.(p. 31)
중앙의 감시탑에서 모든 감방 안 죄수들의 사생활을 지켜볼 수 있는 구조와 다를 바 없는 현대 세계! 푸코보다 이상이 먼저 살다갔지요. 푸코가 말한 것이 이미 이상의「날개」에 다 나타나 있습니다. 전부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서 정해진 시간이 되면 오고 가는, 이곳이야말로 피곤한 세계입니다. 미시권력이라고 하는 그물망적 권력 즉, 푸코적 권력 개념이 지배하는 세계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세계로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p. 31
그래서 주인공은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서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날자꾸나” 하면서 뛰어내려 자살한 게 아니라 1층으로 내려와 백화점 출입문 앞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p. 30~ 31)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보는 만큼(혹은 읽는 만큼) 알 수도 있다. 방민호 교수는 “저는 텍스트 읽기가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 자신도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항상 텍스트를 정밀하고 정확하게 읽고자 노력합니다.”(p. 30), 라고 말한다. 덕분에 이 책에서 정밀하고 정확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윤동주가 젊었다는 이유로, 순수가 젊은이의 치기 어린 무구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방민호 교수는 그의 시를 통해 젊어서 이미 말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 준다.(p. 84)
『서울 문학 기행』의 문학 속으로, 그리고 서울 속으로 알찬 여행을 한다. 길이 되어 버린 김수영의 구수동 옛 집터 등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을 읽은 후의 서울은 읽기 전의 서울과 다르다. 마치 숨겨져 있던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서울 문학 기행 지도’도 첨부되어 있어 어서 빨리 보물을 확인하러 가라고 종용하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은연히 독서를 권한다. 알고 보니 이상의「날개」, 윤동주의「서시」, 이광수의「유정」, 박태원의「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임화의「네거리의 순이」, 박인환의「목마와 숙녀」, 김수영의「풀」, 손창섭의「인간교실」, 이호철의「서울은 만원이다」, 그리고 박완서의「날개」가 서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 또한 뒤늦게 찾은 보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정확하고 정밀한 시선으로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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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의 칠십 성상 돌이켜 따져보니 이 몸이 그 얼마나 덜돼먹은 추물인고 어째서 사람의 길을 좀 더 닦지 못했나.
이몸은 약산빠른 재간꾼이 아니어서 명리에 새고 지는 속세간이 지겨워서 사람과 인연을 끊고 숨어서만 사옵네. 이 시조는 은둔 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손창섭이 일본으로 건너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이 싫어서 사람을 피하고 나라를 피하고 일본에 가서도 주류사회와의 접촉을 꺼렸던 것이지요. 그의 일본행이 단순한 정치적 망명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는 [벗]이라는 시조를 남겨놓기도 했습니다.
만나면 덮어놓고 반가운 벗이 있다 이해를 벗어나서 그리운 벗이 있다 어쩌다 만날 적마다 때 가는 줄 몰라라. 만나면 덮어놓고 반가운 벗이 있다. 참 평범한 듯하면서도 아름다운 구절입니다. 이 시조를 보면 외로운 손창섭에게도 결코 많지는 않겠지만, 벗이 한둘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라꼴 어찌됐든 그 세정(世情) 어떠하든 내 비록 고국산천 등지고 살더라도 한(韓)나라 얼이야말로 가실 줄이 있으랴. 이 시조는 1995년 3월에 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 또한 그 무렵의 일들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1990년 1월에 이른바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민자당)이라는 괴물 정당이 출현했지요. 김영삼 씨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씨의 신민주공화당, 노태우 씨의 민주정의당이 한데 모여 거대 여당을 탄생시킨 것이었습니다. 그후 민자당 내부에서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인 김영삼 씨가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나서서 당선되고, 패배한 김대중 씨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1995년 3월은 김대중 씨가 정계로 복귀할 즈음입니다. ...... 과거의 독재 세력과 민주화운동 세력이 한편이 되어 일군의 민주 세력과 호남민들을 철저히 소외시키는 일을 벌인 것입니다. 그로 인해 사회 전반에 개인적인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하는 태도가 횡행했지요. ...... 민주주의를 향한 희망을 다시 키울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안심하지 못합니다. 274쪽
세상사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 요즘 생각입니다. 절대적으로 선하고 절대 악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자꾸 보게 되서 일 수도 있다고 변명해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정말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당연한 것임에도 그런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얘기를 듣거나, 그렇게 쓰인 글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권불십년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고인물은 썩는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제가 잘못 본 것이 기를 바라고 썩지 않기를 바래보기도 하지만 환부를 도려내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광신도들도 보이고요. 군화발로 사람을 짓밟는 것. 당연히 잘못이고 잘못을 고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에 못지 않게 니편내편을 가르고 똥고집을 부리고 보이지 않는다고 '난 모른다'고 하는 것. 역시 어떤 아픈 경험이 있고 바꾸고 싶은 고귀한 소망이 있더라도 '버려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 가 없는 민주는 민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정이 올바르지 않고 소통하지 않고 니편내편 가르기에 몰두한 민주 역시 갈 길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할 자유가 있듯이, 경제발전을 이룬 대통령의 공과를 명확히 따질 수 있는 분위기 역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영화나 예술이 좌편향 성향이 강한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세상사 왼쪽만 보고 살 수는 없다는 간단한 진리가 진리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 또한 '못볼세'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당연히 제가 부르조아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며 기업의 오너나 사주나 기득권 세력도 아닙니다. 그걸 착각하기도 했지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몸으로 배웠거든요. 그런 저이지만 너무 한 편으로 쏠린 것은 경게해야 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싶네요.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지금 이 시기가 별로 마음에 안 듭니다.
<신의 희작>에는 8.15 해방을 전후로 한 당시의 혼란상이 꾸밈없이 드러나 있습니다. 해방이 사람들의 자유와 빛을 찾아줄 것이라고 기대 했지만, S가 국내에 돌아와보니 완전히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태평양전쟁 말기까지만 해도 극도의 궁핍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강력한 통제경제에 의해 수급이 유지되었는데, 조선총독부의 통제가 무너지자 중추기관이 없는 혼란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먹을 것은 물론 할 일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떨어졌지요. 소설 속의 사건들 중에는 손창섭이 직접 겪었으리라고 추정되는 대목들이 많습니다. 해방 후 귀환한 주인공이 세 끼나 굶은 끝에 인천역 대합실에서 남의 음식물 보따리를 훔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아마 손창섭은 한국으로 돌아와 굉장히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직업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전쟁 직후 상황이었으니까요. 278쪽
요즘 상황을 보면서 조형기 씨가 주연한 드라마 <완장>을 떠올립니다. 자신과 같은 편이더라도 잘못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시정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 꿉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고 -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분께 말씀드립니다. 저도 그 시대에 데모했던 사람이랍니다 - 그래서 지금이 좋다고 말씀하는 분에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바꿨는데 왜 자꾸 예전 핑계를 대세요?'라고 말이죠. 강남좌파는 좌파가 아닙니다. 미국으로 아이들을 유학 보낸 사람이 좌파? 그 사람들이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자식 유학을 보낸 사람들과 다른 것이 무엇이죠? 차라리 다른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나라로 자녀를 보냈다면 이해나 공감이라도 하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그냥 말할 수 있는 한국사회'를 꿈 꿉니다. 찍어누르는 사람들이 싫어서 바꾼 나라에서 더한 '완장을 찬 사람들'을 보고 싶지는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물론 프랑스의 1968년이 연상되는 지금의 현상이 시간과 사람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안정을 찾을 것이고, 정치인 개개인의 공과(功過) 역시 낱낱이 기록되고 구별될 것입니다. 단지 지금 '옳지 않으면서 옳다고 우기는 사람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기에 더 답답해 지기 전에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이라는 것, 알면서도 적고 싶 었습니다. 다수의 힘이나 광기로 몰아붙이는 시기가 잘 정리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당연히 오늘을 열심히 내일도 행복을 찾아 열심히 살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제 권리이고 제 사명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억울하니까요. 그리고 가족이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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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학기행 제목이 시선을 이끌어 곧 신청한 책인데 내용도 알차고 그 당시 서울 거리와 ?10명의 작가가 남긴 시와 소설 속에는 우리가 잘 알면서도 잘 모르는 숨은 이야기 그 시대의 서울을 만날 수 있었다.? 교통 좋은 서울에 살기에 이미 가 본 곳도 있었고 아직 접하지 못한 낯선 작가도 있었다 서촌의 이상의 집은 몇년 전 직접 가 본 곳인데 이 책을 읽고 특히 이상(김해경)의 그동안 날개 오감도를 통해 서구모더니즘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뎨 한복을 입고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의식 이런 내면의식이 강렬한 민족적 자닌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에 종로구에서 하는 문학기행에 참가 광화문?교보문고 뒷쪽 ‘목마와 숙녀’ 시인?박인환?집터가 있었던 곳을 가보았던 곳이며 윤동주 시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책에 나오는 곳을 몇년 전 다 살펴봤던 곳이며 종로구에서 문학기행도 참가 풍광이 좋아 모임에서 여러번 가 봤던 곳이다 서촌의 윤동주가 하숙했던 하숙집 수성동계곡을 통해 윤동주문학관과 도서관까지 둘러본 곳으로 책을 읽으며 다시 확인하는 느낌으로 작품과 함께 그가 걸었을 풍광을 다시 그려 봤다 이광수가 살았던 어려웠던 환경 민족의 이야기를 담은 "무정"의 작가이자 민족의 변절자로 "친일인명사전"의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그의 아지트인 "홍지동 산장"을 은은한 배경을 그리며 필자가 하는 말처럼 "그가 없는 현대문학사는 정말 허전할거 같다"? 종로 네거리에서는?<네거리의 순이>를 읊으며, 열정적으로 사회주의를 외치며 다양한 활동을 벌였던?청년 임화를?보고,?구수동을 거닐고 싶었다 김수영문학관은 작년에 도봉구에 가서 봤었는데 종로구 출생이였네요 김수영의?<풀>에 담긴 본질적인 이야기를 알 수 있었으며 이 글 속에서 6.25 전쟁 후 의용군으로 나갔다 반공포로로 석방 어머니가 너도 사람을 죽였냐 물음에 "전쟁에서 남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어요 내가......." 처절한 전쟁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종로 3가에서는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를 통해 50년 대 전후-60년 대, 살기 위해 모인?도시의 잉여들의 삶을 서울문학기행을 읽으며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책은 아니지만 의미를 대충 알수 있었다 계동에서는 친근한 작가 박완서의 <나목>에 비친 전쟁 페허 서울, 전쟁의 상흔이 휩쓴 곳을 살아가는 자들의 삶을 찾을 수 있는 서울 책의 내용을 따라 북촌에서 서촌으로, 종로며 명동에?상수동, 그리고 흑석동까지 서울에 남아 있는 작가들의 흔적을 따라 곳곳을 다니면서 그들이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공간의 이동과 함께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이후 6.25전쟁을 거쳐 60년대 70년대에 이르는 긴 시간 사이를 작가의 안내에 따라 알찬 문학기행을 따라 다니며 이상, 윤동주, 이광수, 박태원, 임화, 박인환, 김수영, 손창섭, 이호철, 박완서 이렇게 열분의 문학가들의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며 작가의 저서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하나씩 짚어가며 의미를 잘 설명한 책이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나오는 책들 아직 못읽은 책은 꼭 읽어보고 싶고 특히 접하지 못한 박태원, 임화,손창섭, 이호철 4분의 작품도 읽어보고 서울에 살면서 아직 못 가본 작가들의 발자취가 있는 곳을 언젠가 하나하나 따라가 문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며 걸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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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방민호 교수의 “서울문학기행” 들어갈 땐 통상적인 문학 기행문이겠거니 하고 무심히, 버스 타고 서울을 지나는 것처럼, 어, 저기엔 어떤 역사가 담겨 있을까, 정도의 호기심 수준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이건 각 챕터마다 하나의 독립적인 논문이나 저널로 발표해도 충분한, 아니 그 이상의 깊이와 넓이가 있는 매우 감동 깊은 내용이 가득 있었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이자 교과서 집필저자이기도 한 방민호 작가의 “서울문학기행” 책은 서울이라는 지리적 탈을 스케치로 배경을 그리고 그 위에 3D로 작가의 개인적이고도 숨겨진 이력과, 개인적 삶의 궤적으로 인해 탄생한 문학 작품에 대한 분석과, 그러한 분석이 지리적인 요소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탐색을, 자신만의 어조로 결코 대중이 어렵지 않게, 그러나 문학적이면서도 고고학적인 탐구까지 모조리 밝혀 프린트 한, 뛰어난, 매우 좋은 작품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작품이다.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의욕을 혼신의 힘을 다해 불살라 넣은 하나의 작품이다. 문학이라는 틀을 이용하여 3D로 작품을 출력한 고차원의 작품이다. 청년 시절, 김수영 작가의 시를 몽땅 모아 간직하면서 읽어보고, 그에 대한 생활도 탐구해봤었기에 이번 책에 실린 각 작가들에 대한 깊이 있는 고고학적 탐색에 대한 그의 노력은 백 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고, 또 다른 문학평론으로의 디딤돌로도 손색이 없다고 느껴진다. 이 책을 위해 박완서 작가를 만나고, 손창섭 작가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지는 않았겠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하나둘 모여 이 책이 완성되었기에 서울에서 터를 잡고 문학활동을 한 대한민국의 선배 작가 10명에 대한 이야기는 숭늉처럼 구수했다. 방민호 교수는 우리들이 학교 수업 수준에서 머물렀던 작가들의 이야기에서 미처 몰랐던 그들의 사생활, 역사적 배경, 지리적 배경을 축으로 삼아 움직였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탐색하고, 이러한 관계를 각 작품의 내용과 일일이 비교해가며 유추하고 증명함으로써,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행문이라고 적었지만 사실은 문학탐구 책이다. 서울이라는 지리적 배경은 말 그대로 배경에 불과하다. 이상과 윤동주, 이광수까지는 익히 너무 잘 알려진 작가라 조금은 밋밋한 부분도 있었지만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대한 궤적 탐구에 들어가면서부터 그의 문학론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영화배우로도 활약했던 임화 시인의 이야기며, 박인환과 김수영의 관계, 육이오 전쟁으로 인해 생사가 왔다갔다 했던 김수영의 험난한 사상 충돌이 가져온 그의 작품들, 일본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은둔 작가 손창섭의 파격적인 작품들 그리고 박완서의 전쟁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배경이 되어준 서울역과 일본이 만든 미쓰코시 백화점과 미군의 PX 변신까지. 한 권의 책에서 담아내는 이야기의 깊이는 끝이 없다. 그가 풀어낸 모든 작품을 모두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욕망과 책임에 사로잡힌다. 기행문을 읽고 감동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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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 기행이다. 다른 곳이 아닌 “설레는 마음 없이 생각할 수 없”는 서울 문학 기행이다. 열 명의 문학인들을 다루었다. 이상 시인, 윤동주 시인, 이광수 소설가, 박태원 소설가, 임화 시인, 박인환 시인, 김수영 시인, 손창섭 소설가. 이호철 소설가, 박완서 소설가 등이다. 우리의 서울을 “더 깊이, 더 넓게, 더 새롭게 알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을 찾고 다듬어 이야기로 만”든 책이다.
이상은 슬프고 가난한 시인, 다재다능했지만 시대 상황에 좌절한 천재였다. 저자는 이상의 모더니즘과 관련해 알렉스 캘리니코스를 이야기한다. 모더니즘은 모더니티(현대성)가 가장 발달한 곳에서가 아니라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는 낙후된 사회에서 나타난다고 한 사람이다.(어느 문헌에서 한 말인지 알려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책 뒤의 참고 자료 코너에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것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새로운 해석이 드러난 부분은 미츠코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이상의 ‘날개’의 주인공의 행위를 푸코의 판옵티콘(일망 감시체계)을 전도(轉倒)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윤동주편에서 저자는 윤동주를 이야기하는 데 백석이 등장해 의아해하실지 모르겠지만 윤동주와 백석은 어떻게든 연결된다고 설명한다.(60 페이지) 윤동주와 연결되는 분은 많다. 윤동주가 히라누마 도쥬로 창씨개명했듯 송몽규는 소무라 무게이로 창씨개명했다.(74 페이지) “더 넓게“에 해당할 것이다.
저자는 윤동주의 별을 자연물과 인간의 운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상응론의 관점으로 읽으며 루카치의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인용한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고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80 페이지)
세 번째 이야기는 이광수 이야기다. 이광수는 홍지동에 산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광수는 18세나 차이가 나는 모윤숙과의 사랑이 문제가 되자 ‘조선일보’ 부사장직을 사직하고 스님이 되겠다고 선언한 뒤 금강산으로 갔다. 그런데 이 길에 모윤숙이 동행했다. 어떻든 금강산에 찾아온 아내의 설득으로 서울에 돌아온 이광수가 지은 것이 홍지동 산장이다.
모윤숙은 ‘렌(Wren)의 애가(哀歌)’를 썼다. 이광수와의 사랑은 플라토닉 러브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이 사랑론을 반박한 사람이 나혜석이다. 나혜석은 사랑이란 영육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육체를 부정하는 정신적 사랑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이광수의 소설 ‘사랑’은 모윤숙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작품이다.
박태원은 종로구 화동 1번지의 경성제일공립보통학교에 다녔다. 위치상으로 보면 청계천을 가로질러 학교를 다닌 것으로 보인다. 박태원은 이상보다 먼저 도시 공간의 역학에 관심을 가졌다. 모더니즘에는 반복되는 현재라는 개념이 있다. 그것이 일상성이다. 자본주의의 현대 세계는 삶의 반복성과 규율의 내면화를 중심으로 조직된 체계다.
박태원의 홀르 주인공으로 한 구보는 한낮에 다옥정의 집을 나선다. 어슬렁어슬렁 청계천변을 걸어 광교 모퉁이에 다다라 종로 네거리를 향해 걸었다. 거기서 구보는 전찻길을 건너 화신백화점쪽으로 간다. 구보가 들른 곳에 조선은행도 있었다.(125 페이지) 구보는 조선은행 앞의 커피숍에 들어가고 경성부청 앞을 지나 덕수궁 대한문 앞을 걷는다. 박태원은 경성부청 다음에 본 대한문의 모습을 매우 초라하게 그렸다.(127 페이지)
제국주의적 자본화 과정에서 식민지에 도시가 형성되는 유형은 셋이다. 1) 전통적인 중심지에 제국주의 권력이 침투해 도시를 변형시키는 것. 2) 전통적인 도시 옆에 신시가지를 조성하는 것. 3)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앤서니 킹의 ‘도시문화와 세계체제’ 참고..경성은 첫 번째 예다.) 일제는 폭력적으로 서울의 전통적인 중심지를 심하게 훼손시켰다. 일본이 을지로와 퇴계로를 바둑판 모양의 직교형 도시로 만들었다.
‘1868(메이지유신) - 1874(개항) - 1884(갑신정변) - 1894(청일전쟁) - 1904(러일전쟁) - 1905(을사늑약) - 1910(한일병합)’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는 구보가 남촌에 가는 장면이 없다는 점이다. 박태원은 기교주의자였다. 붓가는 대로 거칠게 쓰지 않았다는 의미다. 엄격한 구성에 의해 소설을 썼다는 의미다.(145 페이지)
임화는 짧은 생을 사는 동안 자본주의와 대항하는 미학적 대응물을 순차적으로 거쳐서 결국 마르크시즘에 당도한 시인이다.(171 페이지)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보자. 한국전쟁의 참화가 채 진정되지 않은 시기에 박인환은 명동에서 살다시피했다.(189 페이지) 그는 일제강점기에 오로지 일본을 경유해서만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던 당대 문인들과 달리 직접 미국에 가서 그 세계를 경험한 사람이다.(193 페이지)
박인환이 치기(稚氣) 어린 낭만의 시를 쓰는 시인으로 알려진 이면에는 시인 김수영이 자리한다. 박인환은 이상이 죽은 날을 기려 ’이상 그가 떠난 날에‘라는 부제가 붙은 시 ’죽은 아폴론‘을 썼다. 김수영은 박인환을 신랄하게 비평했다. 저자는 박인환이 ’버지니아 울프, 인물과 작품‘을 먼저 쓰고 ’목마와 숙녀‘를 썼다고 말한다.(207 페이지)
울프가 전쟁 중 삶을 자살로 마친 것은 ’목마와 숙녀‘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박인환은 버지니아 울프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박인환이 이상을 깊이 평한 것은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저자는 ’목마와 숙녀‘가 인파 속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221 페이지)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를 보자. 이호철은 1950년 12월 15일부터 열흘 동안 진행된 원산 철수 당시 미군 함정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온 분이다. 이 배에 최인훈 작가도 있었다.(306, 307 페이지) ‘서울은 만원이다’는 제1차 전후 문학의 시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나왔다.
박완서 작가의 ‘나목(裸木)’이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의 공간은 미쓰코시백화점이다. 현 신세계백화점이다. ”박완서는 일상성에서 예술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상성을 넘어서는 예술의 끝없는 가능성을 보았지요. 그러나 결국 작가가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생존, 생계, 일상성이라고 할 것입니다.“(365 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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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지였던 서울의 이야기 중 문학의 이야기를 찾아 모아놓은 책입니다 저자 분이 한국 현대문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소설가, 시인들의 이름과 그들의 삶이 어우러진 서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열 분의 이여기가 담겨있는데 읽으면서 익숙한 지명에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익숙한 곳의 옛날 이름을 보며 옛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고, 간단한 지도가 있어서 더욱 상상하기 좋았습니다 문학인들의 사진도 있었어요 아픈 역사가 스며들어있는 작품과 장소의 이야기를 볼 때는 마음이 아팠지만 한국 현대문학과 역사 속 근대 모습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흥미로울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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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 기행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방민호 씨는 문학평론가 활동을 하며 고등 문학교과서 책임저자로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력을 통해 그는 기라성 같은 문인들과 많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를 책에 풀어내게 되었습니다. 그는 열명의 문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문인은 바로 이상입니다. 이상의 날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다음으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인 윤동주입니다. 윤동주의 서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다음으로는 이광수입니다. 이광수의 유정이 배경입니다. 다음으로는 박태원입니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소설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임화의 네거리의 순이라는 작품도 인상깊었고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를 배경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7번째 작품은 김수영의 풀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라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손창섭 씨의 인간교실, 이호철씨의 서울은 만원이다도 재미있었고, 마지막으로 박완서의 나목은 정말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소설 속 배경들을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좋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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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로 접하게 된 책 중의 하나입니다. 서울 근교에 살면서 서울을 자주 오가면서도 서울의 매력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이 책을 접한 뒤 서울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소에 대해 새로운 지식과 생각을 갖게 해주는 책입니다. 문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접하고 그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바라 본 서울이 한 층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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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 기행>을 읽고 나서 낯선 이름을 지닌 동네 누상동에 갔다. 9번지에 정말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터라는 표지판과 태극기가 붙어 있었다. 아침 산책으로 하숙집을 나와 저 멀리 보이는 인왕산 중턱까지 오르곤 했다니 내가 존경하는 시인이 지금도 가까운 곳에 살아 숨쉬는 듯 느껴졌다. 이 책 덕분이다.
<서울 문학 기행>을 읽고 나니 신세계 백화점이 달리 보였다. 저 건물 옥상에서 시인 이상은 자본주의적 현대성의 세계를 바라보며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를 외쳐보고 싶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 했다. 이 책 덕분이다.
<서울 문학 기행>을 읽은 후 명동 골목길을 걸었다.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와 함께 외웠던 시가 떠올랐다. 내가 동경하던 박인환 시인의 시 구절처럼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 듯 여겨졌다.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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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된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은 가수 요조와 소설가 장강명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이게 뭐라고>를 통해 알게 되었다. 서울에 살지만 서울을 잘 모르고, 문학을 즐겨 읽지만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 한국 문학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심드렁한 태도로 팟캐스트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내용에 푹 빠져들었다. 이상, 박태원, 윤동주, 임화, 이광수, 김수영, 박인환, 박완서, 이호철, 손창섭 등 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이름을 들어보고 작품도 읽어봤지만 좋아할 수는 없었던 작가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 구입해 읽어볼 수밖에.
저자 방민호는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로, 특히 경성 모더니즘과 해방 후 8년의 문학사 연구에 관심이 많다. 이 책에서 서울은 저자가 엄선한 10인의 작가들이 활동한 무대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면과 작품 활동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일종의 변수다. 예를 들어 이상의 대표작 <날개>에는 경성역과 미쓰코시 백화점이라는 지명이 그대로 등장한다. 1925년에 준공된 경성역과 1930년에 리뉴얼한 모습으로 재개장한 미쓰코시 백화점은 근대적 개발과 성장의 첨병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날개>에서 '나'가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경성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당시엔 경성)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정신이상자의 비행이 아니라 급속도로 현대화, 규율화, 통제화되는 세상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박완서의 소설 <나목>의 배경은 미군 PX와 계동이다. 한국 전쟁 직전 아버지를 잃고 서울이 인민군 치하에 있을 때 오빠 둘을 잃은 주인공 이경은 미군 PX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남은 가족들을 부양한다. 당시 미군 PX는 현재의 신세계 백화점 본점, 즉 옛 미쓰코시 백화점에 있었고, 계동은 북촌의 중심 지대다. 이경은 전쟁 직후 처참하게 파괴된 서울 안에서도 가장 번화한 PX와 과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계동 사이를 오가며 불안한 미래와 과거의 상흔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서울 흑석동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생애를 마친 소설가 손창섭의 작품 세계도 흥미롭다. 손창섭은 1950년대에 이름을 알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신문 연재소설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70년대 초에 일본으로 건너가 다시 귀국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독자들과는 소원해졌다. 손창섭은 오늘날의 독자들이 보기에도 참신하고 파격적인 내용의 작품을 많이 남겼다. <삼부녀>라는 작품에서 주인공 강인구는 아내와 딸들이 차례로 떠나간 집에 젊은 여대생과 친구의 딸을 들여 유사 가족 관계를 맺는다. 작가는 이를 통해 혈연적 결합에 기초하지 않은 가족 관계도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우리끼리 잘 살면 된다, 남의 가족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혈연 중심적 가족주의와 가족 이기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를 비판했다. 나아가 작가는 혈연과 민족, 인종 구분을 넘어서는 코즈모폴리턴적인 사회 실현을 꿈꿨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엄선한 10인의 작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작가들의 활동 무대였던 장소의 지도와 사진, 소개글 등이 실려 있다. 이상 하면 시청역과 충정로역, 회현역, 서울역 주변, 윤동주 하면 무악재역과 독립문역, 서대문역, 경복궁역 이런 식으로. 장소들이 서로 가깝고, 작가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곳도 있으니 틈나는 대로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