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오노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 주홍빛 베네치아 이 글은 세 도시를 배경(사실 배경이라기 보다 주인공)으로 씌어진 연작 소설이다. ㅇ주홍빛 베네치아 ㅇ은빛 피렌체 ㅇ황금빛 로마 그 첫번째 도시 베네치아를 주인공으로 가상의 인물과 실제의 역사적 인물들이 뒤섞여 실재의 역사적 사실 위에 덧대어져 소설이 만들어졌다. 이 소설의 특징은 배경이 되는 도시들을 직접 보는듯이 묘사하고 있어 읽고 나면 그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든다는 점이다. 주홍빛 베네치아의 주 배경인 베네치아와 콘스탄티노플을 여행하고 싶다. f^^ 소설속의 주인공은 가상 인물인 베네치아의 명문 귀족 마르코 단돌로와 로마의 고급창녀 올림피아, 실존의 인물인 당시 베네치아의 통령 안드레아 그리티의 사생아(?) 알비제 그리티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실재로 보는 것처럼펼쳐지는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대성당과 베네치아 특유의 골목길, 섬들을 연결하여 만들어졌다는 베네치아의 도로인 운하, 리알토 다리 등이 이야기 속에서 그림처럼 묘사된다. 또다른 배경인 콘스탄티노플은 투르크의 술탄 슐레이만이 지배하고 있다. 슐레이만은 로도스 섬의 성요한 기사단을 몰아내고 동지중해의 재해권을 장악했다. 역사적 배경은 그 이후의 이야기. 서쪽에는 유럽의 가장 강력한 군주 에스파니아의 왕 카를로스가 로마를 세력권 안에 넣고, 도시국가로서 베네치아와 견줄 수 있는 피렌체 공화국을 멸망시켜 손아귀에 넣었다. 동쪽의 투르크 제국의 술탄 슐레이만은 로도스섬을 빼앗고 재해권을 장악한 후, 헝가리를 공격하여 실질적 지배권을 얻었고, 카를로스가 속한 합스부르크가의 또다른 왕국 오스트리아를 위협하고 있다. 소설속 주인공 마르코 단돌로는 베네치아를 위해 이러한 세력들 간의 대립과 균형 속에서 외교전과 첩보전의 가운데 서있다. 이런 배경들 속에서 주인공들의 여행을 통해 그려진 베네치아, 콘스탄티노플의 모습은 정말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만큼 멋지게 묘사된다. 소설 속 역사적 배경과 사건들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멋진 도시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하다. 이 소설은 아름다운 도시들이 갖고 있는 유서깊은 사연들로 더욱 멋지게 보이는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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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에 불과하였지만, 베네치아에 머물렀던 느낌을 정리해보려고 고른 책입니다.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의의 베네치아-피렌체-로마로 이어지는 도시를 주제로 한 삼부작 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표지를 열면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 사진들과 그 장면의 일부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는 목차, 작가의 말 순서로 이어집니다. 작가의 말에도 밝혔습니다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남녀 주인공, 그러니까 마르코 단돌로와 올림피아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거의 다 역사적 신존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주홍빛 베네치아>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들을 모아 작가가 창조한 두 주인공을 짜깁기해 넣어 서로 연결해낸 것입니다. 이런 작업을 작가는 패치워크라고 했습니다만, 팩트와 픽션을 가미한 팩션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르네상스가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든 직후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융성기는 소설로 쓸 필요도 없을 만큼 자체만으로 이미 극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1520년대의 초반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동쪽으로는 슐레이만1세(1494년 - 1566년)의 오스만투르크가 발칸반도를 북상하고 있고, 서쪽으로는 스페인의 국왕이자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로스 1세(1500-1558)가 이탈리아반도까지 넘보고 있어 베네치아의 운명이 풍전등화와도 같을 때입니다. 당시 베네치아는 안드레아 그리티(1455년 - 1538년)가 베네치아 공화국의 제77대 도제(재임 : 1523년 ~ 1538년)로 부임하였을 때입니다. 작가는 당시 지중해를 중심으로 각축을 벌이던 나라들이 힘의 균형을 찾아서 격돌하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역사소설을 읽을 때 팩트와 창작을 가름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를 놓치면 작가가 가공해낸 것을 역사적 사실인 것으로 오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홍빛 베네치아>를 읽으면서 베네치아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는 법과 해상도시 베네치아의 건설에 숨어 있는 수비전략, 16세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 뒤에 숨어 있는 배경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베네치아를 방문했을 때 가이드를 따라서 뒷골목으로 스며들면서 자칫하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겠다는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던 것입니다. <주홍빛 베네치아>를 미리 읽었더라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확실히 베네치아 시가지는 운하도 골목도 미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네치아 사람들에게는 미로가 아니다.(…) 베네치아인은 이 미로를 미로가 아니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걸어가는 방향을 따라 걸어가면 되기 때문이다(245쪽)” 베네치아는 리알토 일대에 흩어져 있는 지반이 튼튼한 섬들을 다리로 연결하고 섬 사이를 흐르는 물길을 운하로 살리면서 단단히 다져나가는 방식으로 넓혔다고 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온통 바다로밖에 보이지 않는 석호 안에도 천연의 물길이 그물눈처럼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천연의 물길은 대형선박이 다닐 수 있는 수심 10여 미터 되는 것도 있고, 수심이 1미터도 되지 않는 얕은 것도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나무말뚝을 박아 배가 다닐 수 있는 물길을 표시해두지만, 적이 쳐들어오면 말뚝을 뽑아낸다고 하는데, 석호 안에 있는 물길을 모르는 적의 배는 얕을 여울에 좌초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작은 배가 구성된 함대로 접근해서 적을 섬멸하였다고 합니다. 오스만제국은 헝가리를 점령하고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 빈을 공략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오스만제국의 오스트리아 침공의 배경에는 카를로스1세의 이탈리아반도 점유계획과 맞물려 있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에스파냐와 베네치아의 대외전략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는데, 베네치아는 외국과의 교역을 통하여 번영을 누리고 있었지만, 에스파냐는 외국을 영유함으로써 번영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대등함과 종속의 차이는 아주 큰 것입니다. 따라서 에스파냐의 무력에 굴복하면 외형상으로 국가의 형태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베네치아의 혼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본 당시 베네치아 지도층은 오스만제국과의 물밑 접촉을 통하여 오스트리아를 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베네치가아 에스파냐와 오스트리아의 협공을 피하려는 전략적 외교술을 발휘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주홍빛 베네치아>에는 에스파냐와 베네치아 그리고 오스만제국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정보전과 외교술, 여기에 사랑이야기로 양념을 더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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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선택했을 땐 고민이 많았다. 소설이나 허구성 짙은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대에 화제의 소설들은 교양 차 한 번씩 읽어보는 경우를 생각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이기 때문에 읽기로 결심을 했다. 내가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에 익숙한 탓일까? 과장이 아니라 읽은 지 한 두 장도 안되어서 나는 작품에 무섭게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무섭게 빨려들어간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한 때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의 유사한 경험도 느껴졌다. 일단 작품의 당시 시대 상황은 내 지식으로는 레판토 해전이 일어나기 전 베네치아인 거 같다. 당시의 유럽정세는 베네치아를 둘러싸고 합스부르크 왕가들, 프랑스, 터기 제국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카를로스 왕에게 정복당해 있었고, 사실상 이탈리아에는 베네치아만이 남아있따. 당대의 최고 해상 국가인 베네치아 였지만, 소규모 도시국가인지라 대규모 군사를 자랑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생존전략이 시급할 때였다. 주인공 마르코 단돌로는 4차 십자군 전쟁에서 큰 성과를 남긴 베네치아의 통령 엔리코 단돌로의 후손으로 가상으로 설정된 인물이다. 베네치아의 원로원으로 활동하면서 의문의 살인 사건을 접하고, 당시 통령의 아들이지만 서자이자 자신의 절친한 친구사이인 알비제 그리티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품은 철저히 소설식의 이야기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주인공들 간의 사건과 갈등, 사랑 등이 역사적 사실과 잘 엮여 전개되고 있다. 보통 이런 류의 픽션은 역사적 진실이 허구성에 훼손되거나, 상상력과, 창작성이 역사적 사실에 묶이게 되지만 이 책은 역사적 사건과 픽션이 훌륭하게 잘 버무려져 오히려 픽션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새롭게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 보게 만든다. 아마 작가의 뛰어난 인물 관찰력과 묘사력을 역사적 상상력에 잘 연결시키는 뛰어난 능력 덕분인 거 같다. 주홍빛 베네치아... 시오노의 작품 속에 보던 베네치아는 정말 화사하고 다채로운 색깔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번 작품 속에서는 음울하고도 어둔운 색깔들도 살짝 보인다. 다채롭던 베네치아의 색채에 음울한 색채가 드리우면서, 기독교에서는 죄를 상징하는 주홍빛 색이 작가눈에 들어온 게 아닐까? 책은 뜻밖의 수확으로 콘스탄티노플과 터키의 생생한 색깔도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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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가 소설도 썼다는 사실은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중고 책방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발견한 책이라 살까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구입했다. 베네치아라는 배경도 관심이 있고, 역사서로 유명한 저자가 쓴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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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책과 베네치아를 좋아한다면 읽고 싶을 수밖에 없는 책, 그래서 오랫동안 리스트에 담겨 있었다. 도서관 역사서 쪽에서 그의 책을 찾기 어려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그 이유를 알았다. 그의 책은 역사서보다 문학서 쪽에 훨씬 많이 꽂혀 있기 때문이었다. 현실과 가상을, 사료와 해석을 넘나드는 리얼하면서도 드라마틱한 글인지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 도시 3부작은 매우 명쾌하게 이 시리즈가 소설임을 밝힌다. 하지만 여전히 사료와 기록들,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마치 "바다의 도시 이야기 하"를 소설판으로 다시 읽는듯 하다.
이렇게 유럽을 다룬 책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운 점은 실제로 보았던 장소들을 머릿속에 다시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사람들로 북적대던 산마르코 광장, 무지개 같은 다리 아래를 흐르던 초록빛 운하, 그 위를 천천히 지나다니던 곤돌라, 좁고 구불구불해서 미로 같아 나같은 길치는 절대 길을 외울 수 없을 듯 길들. 양장판으로 개정되면서 앞부분에 실린 사진과 그림들은 굉장히 더웠던 여름날 그곳을 걸어다녔던 기억을 되살려준다. 1500년대에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 일부도 그 길을 걸었으리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책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1부 "주홍빛 베네치아"의 처음부터 끝까지 잊어버릴만하면 계속 등장하는 '종루에서 한 경찰이 투신 자살한 사건'을 중심으로 저자는 등장인물들간의 관계를 꿰어나간다. 주인공 마르코는 가상인물인데 그 유명한 엔리코 단돌로의 자손으로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10인위원회의 유력 인물로서 쇠퇴기의 베네치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만한 인물이다. 2부와 3부를 읽을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마르코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니 이제 안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 1부에서 실질적인 주인공은 마르코의 친구 알비제인듯 하다. 저자는 알비제의 야망을 옹호하는듯 하다. 훗날 통령이 되는 베네치아인 아버지와 피지배자였던 그리스인 어머니를 둔 알비제, 아버지 나라 베네치아와 콘스탄티노플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면서 헝가리에서 그만의 입지를 굳히고 싶어했던 그 야망 말이다. 그가 타고났던 애매한 정체성과 통령의 아들이지만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베네치아에서는 확고한 지위를 가질 수 없었던 한계는 알비제를 인내하고 웅크리고 있다가 큰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쟁취하고 싶게 만들었을 것이다. 마르코가 불안해했듯 스펙터클하지만 비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일생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16세기의 유럽에서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했던 것은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알비제와 리비아, 술탄 쉴레이만과 로사나 왕비의 사랑을 공들여서 그린다.
시오노 나나미는 '작가의 말'에서 베네치아의 융성기나 르네상스의 전성기도 아니고 그것들이 완전히 쇠퇴해버린 시점도 아닌 '쇠퇴하고 있는 중'을 그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설득력 있는듯 하다.
16세기 전반이라는 시대를 무대로 삼기로 결정했을 때는 의식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그 시대는 르네상스가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든 직후입니다. 왜 나는 소설을 쓸 때 융성기를 다루지 않고 쇠퇴기를 무대로 하는 쪽을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융성기는 소설로 쓸 필요도 없을 만큼 그 자체가 극적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인간들이 모두 활력에 넘쳐 있습니다. 따라서 소설로 써서 극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쇠퇴기의 끝무렵이 되면 역시 드라마틱해지니까 소설로 쓸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전성기가 지나 쇠퇴기로 접어든 시기에는 활력도 역시 쇠퇴할 겁니다. 우아하게 쇠퇴해가는 시기, 그런 시기야말로 인간이 아니라 도시가 주인공이 되기에 어울리는 시기가 아닐까요. p.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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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 이탈리아는.... 계속된 여행 속에서 쌓인 피곤, 뜨거운 햇살,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 그리고... 결코 한 순간도 경계를 느출 수 없었던 집시 소매치기... 그 속에서도 놀라움, 부러움, 대단하다는 찬사를 저절로 늘어놓았지만 이러한 것들로 인해 그 느낌이 반감되었었다.
세 도시 이야기는 두려움과 피곤함 없이, 이탈리아를 느끼게 해준 좋은 책들이었다. 16세기, 급변하고 있는 이탈리아 세 도시의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한다. 역사가 흐르는 동안 그 급변하는 시대가 개인에게는 어떤 희생을 요구하는지, 어떤 위험과 어려움을 감당하게 하는지를 가끔은 잃어버린다. '그래서 결국 르네상스는 막을 내렸다'라는 단 몇 줄의 서술로 그치고 말지언정 실제로는 존재했던... 그 험난한 인생, 야망, 그러나 그 속에서도 간절하게 바랬던 꿈과 사랑...
'수세기가 지난 후, 지금 우리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서술되어질까?'를 문득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일년전 여행으로 다녀온 도시를 다시 한 번 내 발로 밟고 있는 느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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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 가본 사람은 늘 또 다시 그곳엘 가보고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모두가 그랬다. 나도 그중의 한사람이다. 어느곳으로든지 여행은 그곳에서 만나는 자연경관과 사람들, 그속에 스며있는 역사적 배경을 떠올리며 멋진 추억을 아로새겨놓기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그런 것에 더하여 도시 자체가 주는 매력이 한 몫을 하는 것은 아닐까싶다.
베네치아라는 도시를 여행하는 이야기인줄로만 알고 이 책을 손에 잡았다. 그곳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또 한번 확인해보고싶어서.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이 책에는 베네치아에 대해 기대했던 그 모든 것보다 큰 이야기를 담고있었다.
시오노 나나미가 쓴 글이라는 걸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로마인 이야기도 아직 읽지않았지만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있다. 그 재밌게 쓰여졌다는 로마 역사이야기가 이 소설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어있다. 학교다닐 때 이런 책 한권 읽었으면 세계사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되지않았을까하는 생각을 다해보았다. 뿐인가, 추리소설의 형식을 살짝 빌려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한 무더기 들어가있고 베네치아뿐 아니라 콘스탄티노플 또한 비슷한 양만큼 소개되어있어서 아직 못가본 그곳에 대한 동경을 한층 더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세권이 연작인데,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가 순서대로 있는 것을 난 로마편부터 읽을까했었는데 절대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이야기가 연결되는 거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지도가 곁들여져있는 걸 나중에서야 보았다. 책을 읽는 도중 지도를 찾아보고싶었으나 이야기에 빠져서 내처 읽느라 머릿속에서 잘 안그려지는 지도를 그리느라 혼났는데 이왕이면 책 중간 중간에 지도를 넣었으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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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 혹은, 추리소설은 어떤 속성을 갖고 있는가. 기본적인 상식에 사전적인 풀이를 더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841년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을 최초로 하여 성립된 문학 장르의 일종. 주로 범죄와 관련된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극적 긴장감과, 마침내 미스테리가 풀렸을 때 수반되는 쾌감을 추구한다.
언론이나 서평에 소개될 때마다 시오노 나나미의 도시 3부작 씨리즈는 항상 추리소설로 소개된다. 소설의 서두가 자살, 혹은 살인사건으로 시작하기 때문인 듯 한데, 혹은 '시오노 나나미의 추리소설'이라는 문장 자체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여간, 추리소설로 치자면 '주홍빛 베네치아'는 50점도 줄 수 없는 졸작이다. 사건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관의 죽음'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자리에 없다가, 마지막 장이 되면 은근슬쩍 돌아와서 자리에 앉는다. 사건과 관련된 극적 긴장감? 미스테리가 풀렸을 때의 쾌감? 그런 건 없다.
하지만 이 '추리소설'이 의미를 갖는 건, 다른 독자들의 리뷰에서도 많이들 보이듯이 16세기 베네치아에 대한 생생한 묘사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사람들의 복장에서부터 항구의 모습, 도시의 풍경 등, 마치 그 당시를 묘사한 그림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안타까운 점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묘사들이 사실 시오노 나나미의 다른 작품인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이미 한 번 나왔던 서술들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인데, 이 작품에서는 번역자의 매끄러운 번역으로 인해 전작에서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럽고, 만족스럽다.
이 책에서는 베네치아의 수장이 '통령'으로 번역되어 있고,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는 '원수'로 번역되어 있다. 이건 단순한 단어 차이일 수도 있지만, 개별 번역자의 역량, 혹은 노력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참고삼아 양쪽 책에 공통으로 인용된 베네치아 통령 안드레아 그리티의 말을 옮겨본다.
"두 군주가 모두 친구이기 때문에 내 심정은 더없이 착잡하오. 승리를 축하하는 왕과는 함께 기뻐하고, 불행을 탄식하는 왕과는 함께 울기로 하겠소." (주홍빛 베네치아 55p 하단, 김석희 번역)
"두 분 군주가 다 나와는 친구 사이이니 내 상념이 복잡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오. 나로서는 승리를 구가하는 왕과는 함께 그 기쁨을 나누고, 불행을 한탄하는 왕과는 함께 울기로 하겠소." (바다의 도시 이야기 하권 320p 상단, 정도영 번역)
원어로는 틀림없이 똑같은 말일텐데, 두 번역자의 역량 차이가 한 눈에 보인다. 위에서 지적한 사례는 완전히 동일한 문장을 예로 들기위해 찾아낸 것이라, 어쩌면 번역의 차이가 확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만, 두 작품을 연달아 읽어보면 누구라도 차이점을 쉽게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렇게 번역의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각 번역자들의 약력을 잠시 살펴보면
김석희 : 서울대 불문과 졸, 동대학원 국문과 중퇴,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정도영 :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 합동통신사 외신부장-경제부장-출판국장 역임
느낌이 오는가? 김석희씨는 대학원에서 국문과를 수학한 이력이 있으며, 현직 소설가이다. 탄탄한 시오노 나나미의 원작에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또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정도영씨의 번역은 다르다. 외국어를 한글로 옮기는 데에 주력했을 것이고, 사실 고뇌나 성찰의 과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빨리,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시점에 맞추어 원고를 보내주는 것이 지상 과제였을 뿐. 정도영씨는 고인이 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살아계셨다면 메일을 보내서 수정을 요청했을텐데 현재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쉽다.
다시 '주홍빛 베네치아'로 돌아가보면,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꽤 훌륭한 책일 것이고, 읽은 사람에게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책일 것이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이 책이 추리소설이 아닌 역사소설이라는 가정 하에 그렇다. 나는 이미 읽었으므로, 별 세개다. 개인적으로 작가에게 하고싶은 말은, 후속편을 쓰기 전에 반드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이미 읽었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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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 베네치아, 시오노 나나미 시오노 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하면 '로마인 이야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로마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었지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피렌체의 대단한 자본금으로 역사에 대한 자료들을 모았고, 그것을 시오노 나나미가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흥미가 가더라구요. 역시 '로마인 이야기'를 빼어들기 보다, 좋았던 베네치아를 그리기 위해서 '주홍빛 베네치아'를 잡았습니다. ('은빛 피렌체', '황금빛 로마') 다 읽고 나서 보니 이것이 3부작으로 연결되어서 '주홍빛 베네치아'가 1부구요. 주인공인 마르코가 동일하더라구요. 우연히 잡게 되었는데 다행이다 싶네요 ㅎㅎ 베네치아에는 성 마르코(개신교에서는 '마가')의 유해가 모셔져 지어졌다는 산 마르코 성당이 있습니다. 종루와 광장 또한 유명하지요. 주인공의 이름도 '마르코' 이구요. 베네치아에서 꽤 유명한 귀족인 '단돌로' 가문의 자손입니다. 설명으로만은 서른 살에 원로원 의원에 10인위원회(Consiglio dei X-콘실리로 데이 디에치, CDX) 에 선출된 마르코의 첩보활동..정도로 봐서 상당히 빠른 전개와 미국식 블록버스터랄까요~ 스파이 영화 같은거 상상했는데 어라? 너무 세세한 묘사와 차분한 진행 방식이 전혀~~~~ 제가 알던 스펙타클( ^^;) 한 느낌이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이 스펙타클은 다른 의미로 엄청난 스펙타클이더라구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이 중세시대(1500년대, 1530년 전쯤으로 나옵니다.)의 인접된 국정과 나라들 간의 사투랄까.. 그래서 베네치아뿐만 아니라 로마, 피렌체, 콘스탄티노플,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에스파냐 같은 여러 나라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콘스탄티노플의 얘기가 베네치아만큼 많이 등장합니다. 작디 작은 나라, 베네치아. 그곳이 꽤 오랜 세월동안 한 공화국으로서 존속되었던 점들이 다른 저서에서 쓰여진 것 같은데 그것도 읽어봐야겠어요. 흥미로운 곳입니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 그런 면을 증명이라도 하듯, 정치적으로도 재미있는 면들이 많이 기술되고 있습니다. 귀족들의 정치 루틴이랄까요, 그런 방법들도 기술되어 있고, 아무래도 자원이라곤 없었던 곳이니 무역업에 관한 내용들도 있고, 사랑도 빠질 수 없겠지요. 그리고 시대를 느끼게 해줄 신분의 차이라던가, 결혼과 이혼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귀족이라 전혀 옛날 얘기같지 않은 점도 있는데, 적자와 서자의 얘기를 통해 시대를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여러 세계를 넘나드는 미스터리. 살인자를 잡기위한 추리물이 아닌, 역사적 얘기라 조금 방대하면서도 거대한 규모에 살짝 허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결말 자체가요. 미스터리는 역시 진실이 아름다울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할 수도 있겠다 싶구요. 역사적 얘기들을 이렇게 재밌게 꾸며낼 수도 있구나 싶어서 무조껀 픽션만 좋아하던 제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기분이기도 합니다. 서평들에 주로 최근 유명한 작품들이 많이 올라오는 편이라 좀 뒷북인가 싶기도 해요. 98년 출간된 작품이라 제가 너무 늦었구나! 이렇게 재밌는 책을 이제 봤구나! 싶더라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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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들었다. 이 좋은 여름에 이 설레는 바람을 어떻게 잠재워야 할지.
베네치아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지도를 보았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 물이 많은 도시라고, 물 위의 도시라고 왜 이탈리아 남부, 지중해 근처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무리 봐도 없어서 다시 살폈더니 북부에 있다. 긴 착각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남부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었는데.
다녀온 이스탄불이 더 그립다. 술탄이 살았다는 도시, 알비제가 머물렀던 도시. 성 소피아 성당이나 톱카프 궁전이나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내가 돌아다녔던 도시들이 소설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이 소설을 읽고 갔더라면 더 나았을까, 아니면 다녀와서 이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더 잘 새겨지는 것일까. 새로 간다면 그때 보았던 것보다 더 잘 볼 수 있기는 할까.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그 감동에 못 빠져 나와 읽었기 때문이었는지 그저 재미있기만 했다. 무슨 깊은 교훈이나 감동이나 사색을 바라지 않고 읽는 단순한 기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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