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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행동을, 저런 상황에서는 저런 행동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내왔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이런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똑같이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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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동을 “데이터베이스화”한, 재기발랄한 통찰력을 지닌 인문교양서!
2016년 3월, 우리는 아주 놀랍고도 역사적인 대회 앞에서 숨을 죽이고 TV 중계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다. 확률에 기반한 정교한 계산으로 탁월한 수읽기의 능력을 보여준 알파고 앞에서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이 초읽기에 이르렀음을 눈으로 실감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인간 사회의 모든 영역에 가져올 변화는 단순히 기능적 요소만이 아니라 인간이라서 가능한, 인간만의 고유 영역라고 생각했던 영역까지도 넘나드는 것이 가능해보인다. 지난 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로봇 즉 안드로이드를 상상했을 때 그저 기계적인 어떤 유형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인간과 매우 흡사한 혹은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로 인간에 가까운 안드로이드의 완성을 볼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가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관찰한 내용의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은, 안드로이드 시대 앞에서 인간의 속성과 존재론적인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매우 남다르고 경이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인간이 되어야 했던 안드로이드, 인간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SF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닉 켈럼이 쓴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은 인간이 되어야 했던 안드로이드가 기능이 정지되기에 앞서, 다음 미래 안드로이드를 위해 그간 수집했던 인간에 대한 각종 정보들을 담은 안내서다. 22일간의 인간 관찰 기록에는 성별, 일, 돈, 종교, 번식 방법, 기술, 예술, 이기심, 경쟁 등 인간 삶의 다양한 면면들을 매우 섬세하게 담고 있음은 물론, 통계 자료와 도표 등과 같이 수치 적용 가능한 보고서 형태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한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일종의 ‘인간이 되기 위한 처세술’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주인공인 안드로이드가 ‘인간성’을 체득해 인간에 가까워지려고 함으로써 겪게 되는 수많은 경험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교차 반복되어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한다.
흔히들 우리 인간이 모든 생물과 로봇을 넘어서 스스로를 가장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데는 바로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있을 것이다. 또한, 몸과 마음과 감성을 구분하여 감정과 육체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의지’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고 오해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안드로이드 잭의 의견에 의하면 이는 사람이 스스로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고 그렇게 믿는 데에서 시작한 것, 즉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다는 믿음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과학적인 데이터로 분석한 그의 인간 관찰 보고서에 의하면 인간은 스스로 감지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우주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안다고 믿는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지적한다. 이 외에도 잭은 직장이라는 공간 내에서 인간들은 근무 시간 내내 아주 빨리 효율적으로 일하기를 거부하고, 상사와 직장 동료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직장 내에서의 능력을 결정하는 가치 판단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을 언급한다. 뒷담화, 미루기, 다양한 관행들, 각종 경고 문구 및 규칙 어기기, 자기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고의로 해치는 일 등 각종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들을 적나라하게 설명하며 이를 지켜야만 안드로이드들이 사람처럼 보일 것이라는 각종 충고들은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뼈아픈 지적으로 다가온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받은 가장 중요한 명령은 거짓말을 하라는 거였어.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하라니, 그 명령 자체가 거짓을 행하라고 요구하는 거잖아. 어쩌면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느끼는 게 아닐까? 사람들도 자기에 관해,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고 꿈꾸고 희망하는 모든 것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어쩌면 내 추측이 옳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조차 속이는 아주 강력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거든. 여러 면에서 사람 사회는 마치 거짓으로 짠 옷감 같았어. / 79p
사람에게는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을 뛰어 넘을 능력이 있단 말이야. 실제로 사람들은 이 우주를 통틀어 자기들을 만든 우주의 기본 법칙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구조물인지도 몰라. 그런데도 사람들은 너무나도 자주 우주의 법칙에 순응하는 길을 택한단 말이야. 내가 실망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이 때문이야. / 257p
사람이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
인간성을 ‘획득’해야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존재의 목표였던 안드로이드 잭은 안드레아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은 단순히 어떤 한 특정 부분이나 과학적인 분석에 의한 것이 아니듯, 그 역시 각각의 구성 요소로 나눌 수 없는 다양한 요소가 통합적으로 작용해 그녀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또한 안드레아를 통해 경험을 하면서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단순히 아는 것과 직접 내 눈으로 보는 건 다른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때로는 방대한 정보의 데이터를 지닌 자신보다 과학적이지는 않아도 오히려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의 직관이라는 힘을 깨닫기도 한다. 즉, 잭은 사람이 되는 일이란 그저 사람처럼 보이는 일들을 습득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직접 맞부딪혀 얻은 경험을 통해서야 진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의식이 실재에 존재하는 혼돈과 접속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내부에서 분석하는 문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 사람들도 감정을 분석하는 일은 우리만큼이나 어려워하는 게 분명했어.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들이고, 더구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니라 친구나 치료사, 사제 같은 여러 다른 사람과 함께 수천 개가 넘는 방법으로 감정을 분석하려고 연구하고 모형을 만들려고 애쓸 리는 없을 테니까. 그때 나는 한 가지가 궁금해졌어. 이게 바로 ‘사람이 된다’는 것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하고 말이야. 실재가 의식을 부추겨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놀라고 혼란을 느끼는 거 말이야. / 178p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 전부는 고사하고 단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상태도 무한하기 때문에(카오스), 한 사람만 연구해도 끝이 없는 거야(프랙탈),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우리가 인간성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들이 석양을 바라보면서 경험하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였어. 매일 찾아오는 석양은 본질적으로는 프랙탈이지만 그 순간순간은 예측이 불가능한 카오스니까. 사람들이 석양을 볼 때마다 황홀해지는 건 그 모습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일 거야.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인생이, 자기가 속한 사회가 사실은 자신만의 석양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야. 우리 안드로이드에게는 사람을 바라본다는 건 매일매일 저무는 석양을 보는 것과 같은데 말이야. / 26p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 안드로이드가 해야 할 일들은 대부분이 실망스러울 만큼 위선적인 행동들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가 인간성을 체득하면서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인간에 대한 ‘경외심’인 듯하다. 끊임없이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삶들, 안드로이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능력적인 한계와 적은 정보를 지니고서도 이토록 많은 일을 해내왔던 인간들, 물리적으로 능력 밖의 일들마저도 의지 하나로 뛰어넘으려했던 그 수많은 시도들 말이다. 우리가 알파고에게 단 한 번 이겼을 뿐임에도 빛나는 묘수를 보여준 이세돌 기사에게 환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 장면처럼.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인간이란 참 복잡하고도 정교한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생존을 위해 마련해야 했던 수많은 시스템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매우 복잡하고도 세밀한 감정들을 주고받아야 했던 인간들의 삶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안드로이드의 시각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훔쳐본 듯한 기분이 든 놀라운 책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은 최근에 본 책 중 가장 이색적이고 새로운 유형의 철학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곳곳에 인간에 대한 위트 있는 해석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는 점이다. 간혹, 이건 좀 너무한데 할 만큼 정곡을 찌르는 위선과 가식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지만 충분히 공감하며 우리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많은 면면들을 마주하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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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알아야 할 인간의 모든 것' 이라는 부제에 이끌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구입하기 전 여러 정보를 모으면서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가 "근래에 읽어본 가장 독창적인 책" 이라고 하길래 미리보기로 책을 이리저리 살폈는데,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 로봇의 관점으로 인간을 분석하면서 정리해 놓은 내용들이 사람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해준다. 각종 그래프와 도표를 이용한 분석 방법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이제껏 본적없는 새로운 유형의 책이라 읽는 내내 감탄하면서 본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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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내가 알기론 호모 사피엔스란 생각하는 사람인 현재 인류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책은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기 위한 한 인공지능 로봇의 회고록과 호모 사피엔스의 행동 및 사고 양식을 분석한 파트가 병렬적으로 구성된 SF 소설이다. 제목이 너무 직접적이라 소설이란 게 한 번에 와 닿지 않았는데 책을 펼치니까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화자가 인공지능 로봇이니까, 그렇다 보니 제목은 말할 것도 없고 문체 역시 매우 기계적이고 분석적이었다. 그나마 회고에선 그런 부분이 덜하지만 분석문 파트는 소설의 형식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었다.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철수 사용 설명서>도 물건의 사용 설명서에 나올 법한 어투를 구사해 신선했는데 이 책은 그 이상이다. 내가 보기엔 문학적 시도가 아닌 순수하게 로봇의 시점에 입각해 과학적으로 기술된 것 같다. 그 탓에 묘하게 소설적 어투와 동떨어진 구석이 있어서 가독성은 떨어졌지만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사항은 아닌 듯하다. 내 기호와 맞느냐 맞지 않느냐 여부를 떠나서 작품이 컨셉에 충실한 건 좋은 일이므로. 인공지능 로봇이 나오는 창작물을 좋아해서 비슷한 소재의 작품만 찾아본 적도 있을 정돈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특출난 작품이었다. 직접적인 걸론 두말할 나위 없고 블랙 유머는 탁월했다. SF라는 장르는 간단히 말해 미래를 얘기함으로써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르다. 나아가 인공지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누가 봐도 비인간인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질문해보는 테마일 듯한데 이와 같은 소재의 의의에 아주 잘 부합하는 작품이 바로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하는 사람'이란 이명이 무색하게 예측불허에다 이성적이지 못한 사람들의 행동 및 사고 양식은 인공지능 로봇의 눈에는 아주 이상하게 비춰질 터인데 이를 시종 진지하게 분석하고 결론을 내려서 단순하지만 꼼꼼해 제대로 된 블랙 유머가 아닌가 싶었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형식은 살짝 불만스러웠다. 그래도 엄연히 스토리가 담긴 출판물인데 호모 사피엔스 분석문의 비중이 높아 정작 주인공에게 닥친 시련의 여정엔 몰입이 떨어졌던 것이다. 주인공의 여정이 분석문을 남기는 이유를 설명하므로 그 인과에 대해서도 보다 드라마틱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블랙 유머에 집중하느라 본편이 소홀히 그려진 느낌이다. 물론 분석문도 픽션으로써의 기능을 제법 잘 수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보고서는 새로운 문학적 시도가 아닌 어디까지나 픽션과의 퓨전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결과적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지 않았나 싶다. 쓰고자 하는 바와 더불어 접근 방식 또한 대담하고 능히 자연스러워서 - 진짜 로봇이라면 글을 이렇게 쓰겠구나 싶었다. - 취향에 맞지 않는다거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유무와 상관없이 무척 잘 만들어진 작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분석문 파트엔 그 글을 읽을 가상의 로봇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록된 그래프나 일러스트도 있어 잔재미도 상당했다. 그래서 본편의 가독성이 더욱 아쉬웠다. 그만큼 본편에 힘을 실어줬다면 훨씬 감동적이었을 텐데. 가독성이 떨어진다 뭐다 해도 본편의 스토리 라인도 드라마틱하고 의미심장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됐을 텐데 잔재주라 해야 할 지 압도적인 리얼리티라 해야 할 지 아무튼 작가가 노력을 약간 색다른 방식으로 들인 탓에 아쉬움이 안 들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재독의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심지어 소장 가치도 높아서 나는 이 책을 다음엔 빌리지 않고 구매해서 읽을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사람이 스스로 안다고 믿는 정보의 양은 실제로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정확하게 반비례한다. 즉,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적을수록 더 많이 안다고 믿는다. - 18p 사람들이 석양을 볼 때마다 황홀해지는 건 그 모습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일 거야.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인생이, 자기가 속한 사회가 사실은 자신만의 석양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야. 우리 안드로이드에게는 사람을 바라본다는 건 매일매일 저무는 석양을 보는 것과 같은데 말이야. - 27p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하려면 평균적인 사람이 되어야지 너무 튀는 사람이나 새로운 사회 정책을 제일 먼저 따르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 53p 위선이란 사람이 한 가지 믿음을 말해놓고, 사실은 그 반대를 믿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한 행동을 비난한 뒤에 자기도 똑같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행동한다면 우리는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 240p 명심할 것: 어떤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거나 받아들이면 사람들은 분명히 우리가 사람이 아니라고 의심하게 될 것이다. - 242p 실제로 사람들은 이 우주를 통틀어 자기들을 만든 우주의 기본 법칙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구조물인지도 몰라. 그런데도 사람들은 너무나도 자주 우주의 법칙에 순응하는 길을 택한단 말이야. 내가 실망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이 때문이야. - 258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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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흥미로울 것 같아서 읽게 된 책이다. 잭이라는 안드로이드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누가 자신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의 유한한 에너지가 모두 끝나기 전에 또 다시 만들어질 다음의 안드로이드에게 남긴 보고서가 이 책이다. 어떤 보고서인가 하면 안드로이드로서 어떻게 하면 인간들과 함께 안드로이드임을 들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인 바로' 인간탐구 보고서'이다. 안드로이드 잭은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한다면 자신을 만든 창조자가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기술자를 통해 듣게 된다. 황당하지만 자신의 존재의 이유와 창조자를 알아내기 위해서 법률사무소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일도 한다. 인간들 속에서 인간이 아님을 들키지 않고 살 수 있기 위해 인간들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보고서형식으로 쓰여있는 것을 읽어보면 흥미롭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도 사실 돈이 많다고 해서 더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아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돈을 추구하지 않을 능력이 없다. 그건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한 뒤에도 먹는 행위를 그만 둘 능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86p) 모르는 내용이라 머리를 탁! 치게되는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사이보그 잭의 시선으로 보는 우리의 모습을 설명하는 형태가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예를 들자면, 위선적인 상사의 모습이라든지 사람처럼 보이려면 주거공간을 여자는 이렇게, 남자는 저렇게 라든지 짝짓기를 위해 인간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표정 등 일, 돈, 종교, 번식방법, 사랑, 기술, 예술, 중독, 유머, 재미, 자기파괴, 자기기만, 위선, 공포, 취향, 경쟁, 부모와 자녀, 행복 등 다양한 목차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근데 그 형식이 꽤 디테일하고 자세하다. 그림이나 그래프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하려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모순이 있는데, 그건 사람은 본질적으로 어떤 사건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일어났으면 하는 소망을 마음 한 편에 간직하고 있다는 거야.(181p)
그리고 더 재밌는 부분은 그 보고서 사이사이에 또 스토리가 있다는 것인데, 바로 잭이 자신의 창조자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상황들이다. 안드레아라는 인간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끝부분의 창조자와 관련한 두번의 반전까지. 인간에 대한 안드로이드의 보고서를 읽다보면 맞아맞아, 하면서 읽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하다. 다른 시선으로 인간이라는 행태를 살펴보면 인간이란 결국 이런것인가. 위선적이기도 하고, 찌질하기도하고. 사람이 언제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계산하는 이유는 사실 내면 더욱 깊은 곳에서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균형을 맞추려는 계산을 끊임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219p) 마지막에는 인간이 되길 바라는 창조자의 욕심대로가 아닌 더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이었던 잭의 모습을 보며 결국 인간이란 어떤 것인지. 호모사피엔스의 모습이라는 것이 어떤것인지. 생각 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위선적이고 바람직하지못한 진짜 인간 보다 안드로이드 잭에게서 훨씬 더 인간다움을 느꼈던 안드레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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