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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잘 읽지 않지만 간혹 의도적으로 이런 계열의 책을 찾는 날이 있다. 아주 [아린 이야기]처럼 가볍고 귀엽거나 그도 아님 탄탄한 세계관을 가진 책이길 기대하지만 머리 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아무래도 전자의 책을 찾게 된다. 오랜 가뭄에서 벗어난 날 우연히 이 책을 잡았다. 판타지를 잘 안 읽다보니 처음 보는 작가였고, 어지간한 판타지물을 다 섭렵하는 친구 덕에 요즘 출판 경향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환생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우리 나라 판타지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이제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설정이지만 환생은 주인공의 독특한 성격을 타당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거 좀 이상하다. 환생한 주인공이 드래곤도 인간도 아니다. 동물이라니, 것도 무려 ‘쥐’라니! 황당했다. 쥐라고? 혐오스러운 바로 그 쥐?
쥐의 수명은 짧으니 그냥 하나의 삶이고 그 후 다시 환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것도 아니다. 뇌가 작아 전생의 기억도 잘 떠올리지 못하고 조금만 어려운 생각을 하면 기절이라는 후유증을 겪는 이 쥐 주인공은 결코 평범한 쥐로 살아가지 못한다. 쉬운 말이나마 인간의 말을 익히고 그 결과 자신이 환생한 세상에 마법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자신을 인간으로 바꿔줄 마법사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쥐의 몸으로 일 년이 넘게 떠도는 동안 인간이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흑마법사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흑마법사의 마법에 끼어들어 어린 소년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자신 대신 쥐가 된 흑마법사도 함께 하는데...
혐오스럽게 이를 때 없는 쥐라는 존재로 환생 시켰다는 점이,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강한 의지를 모이는 모습이 신선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인간이 되고 난 후에는 그 어떤 매력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도리에도 무심한 그런 인물로 점점 바뀌고 있으니 아무래도 작가의 역량 부족이었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