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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쿠오카 신이치’라는
이름을 보고 읽었다. 저자인 나카야 우키치로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엮은이라 되어 있다. 끝에 몇 장의 해설도 붙였다(<과학이라는 시詩). 그 글을 읽어보면 후쿠오카 신이치도 나카야
우키치로를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과연 그가 이 책의 글을 엮는 데 얼마만한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2.
여기 실린 나카야
우키치로의 글들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의 것들이다. 1960년대의 글은 몇 개 되지도 않는다. 오래 된 글이란 얘기다. 과학자의 오래된 에세이. 그런 글이 수십 년 후에 읽힐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시대성을 탈색해야 할까? 아니면 오히려
시대성이 담뿍 담겨야 할까? 『과학 이전의 마음』의
글들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면서도 보편적인 감성과 교훈을 담았다.
3.
나타야 우키치로는
눈을 연구한 물리학자다. 왜 눈(eye, 目)이 아니고, 눈(snow, 雪)이다. 아마도 훗카이도제국대학의 교수가 되면서 그랬던가 보다. 눈이 많은 동네. 그렇다고 꼭 그것을 연구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하는 마음은 그 눈에 마음이 갔다. 그리고 그 의미 없어
보이는 연구를 의미 있게 만들었다.
4.
‘과학 이전의 마음’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모두 얘기한다. 한 가지는 전(前) 과학, 즉 비과학적인 사고 방식이다. 과학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을 무렵에 살았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이에
대해 그는 비판한다. <과학 이전의 마음>이라는
표제가 된 글에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책 전체에 걸쳐서. 그는 집에 형광등이 고장 났을 때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주부보다 그것을 그때 그때 수리점에 가서 고쳐오는 주부가 더 과학적이라 한다. 그리고
과학적 사고방식은 머리뿐만 아니라 발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정리를 강조한다. 무질서한 책상은 정신의 나태함을 나타낸다고 하고, 거기서 과학적
사고방식이 나올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또한 그의
교육을 회상하며 다소 비과학적인 교육 방식이 자연에 경이로운 감정을 갖는데 의외로 효과적인 것이 아닌가 질문을 던진다. 물론 그것은 제대로 된 과학 교육을 받으면서도 극복해야 할 것들이지만, 어렸을
적 자연에 대한 경이를 바탕으로 해야만 더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과학적 사고방식이 사회에 전반적으로
팽배해진다고 믿는다. 즉, 그는 ‘과학 이전의 마음’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내 생각에는 자명종시계 고치는 걸 좋아한다거나
기관차 모양을 종류별로 다 기억하거나 하는 아이보다 오히려 반대쪽 성향의 아이가 과학자로서 더 유망해 보인다.”
5.
후쿠오카 신이치는
과학의 상대성, 혹은 과학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단 한 토막의 글도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아해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아들의 죽음에 대한 담담한 태도를 언급하며 의식적으로 정치나 현실에 대한 주체적인 입장 표명을
닫아버린 것 같다고 옹호한다. 나는 이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살짝 당혹스러웠다. 전쟁 전에 인공눈을 만드는 과정을 일왕(책에서는
천황이라 표현하지만)에게 시범을 보이고, 전쟁 후에는 동궁(지금의 일왕이다)에게 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전쟁 전의 상황에 대해서는 살짝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비판이 엿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 후(1946년이다)는
전혀 그런 기미도 없다. 그 비참한 전쟁 이후, 한가로이
눈에 대한 강의를 듣는 일본의 왕족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당황스럽고, 화가 나기도 한다.
6.
문장이 담백하다. 상황을 설명하는 데 군더더기가 별로 없다. 과학자다운 글쓰기다. 과학자라고 다 그렇게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글을 읽으면 과학자답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감성적이다. 과학자라면 그런 감성도 가져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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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쓴 수필은 어떨까. 내용은 과학을 다루는 듯 하나 과학적이지 않고, 딱딱한 과학적 내용을 논하는데 인간과 삶의 연한 이야기가 곳곳에 드러나 있다. 과학책인지, 수필인지 경계가 모호하여 과학을 모르는 사람도, 수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독특한 책이다. 내용 만큼이나 독특한 건 책의 구성/디자인이다. 문단을 줄바꿈으로 처리하지 않고 파란 동그라미로 처리했는데, 이 동그라미는 읽는 이가 호흡을 조절하면서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챕터마다 다른 방식의 쪽수 표기 방식은 가독성을 높이는 묘한 효과가 있다. 단순한 듯 하지만 복잡하고, 쉬운듯 하지만 난해하며, 가벼운듯 하면서도 무게가 느껴지는 책의 내용과 책의 비주얼이 잘 맞아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