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를 호출하는 것은 현재를 바로 세우는 일이자,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는 기본 동력과 내용물 자체이다. 지난 일을 쉽게 망각하는 김민웅 교수의 <인간을 위한 정치>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잊으라고 그만 잊으라고 하는 세월호 참사, 2012년 대선 때의 일들, 곽노현, 김대중, 노무현 등을 자꾸 호출한다. 그는 말한다. 망각과 싸워야 한다고. 진상을 은폐하고 진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우리는 그러한 '망각의 유포'에 저항해야 한다고 소리친다. 그만 잊자고 하는 것은 범죄현장에서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우리나라의 정치권력에 의해 뇌 수술을 당할 지경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사회적 망각을 확대재생산하는 세력과 구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그는 강하게 여러 번 강조한다. 파시즘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면서, 의식을 혼미하게 하고 의지를 차츰차츰 꺾어 놓으면서 영향력을 굳혀가고 정체를 드러낸다. 민주주의는 보이지 않는 악령과의 싸움이며 여기서 이기려면 이 악령의 정체를 끊임없이 폭로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민주주의는 어렵고 힘들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처럼, 눈에는 그 성과가 보이지 않는 그런 일이다. 보이지 않는 것과의 싸움이기에 더욱 힘들다. 그가 인용한 체코의 대통령인 하벨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그리고 신랄했다. 체코의 대통령을 지낸 바츨라프 하벨은 1990년 신년사에서 "체코인들은 전체주의 독재의 희생자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유지해온 공범이기도 하다."는 신랄한 자기비판을 토해냈다. 다시 한 번 세월호 참사를 떠올린다.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우리의 목숨은 남의 손에 달려 있다. 다른 이의 목숨도 나의 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인간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