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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는 예쁜 시집이 참 많다. <머릿속에 사는 생쥐>도 따뜻한 분홍 표지에 노란 글씨가 눈길을 끌고 손길을 끌었다. 사자마자 서점에 앉아서 연거푸 두 번을 읽었다.
초등 5학년인 딸은 제목인 동시 '머릿속에 사는 생쥐'가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딸아이 말이 "엄마 머리속에도 할머니 머릿속처럼 새끼까지 쳐서 생쥐가 여럿 될" 거란다. 2,3학년 아이들도 숫자를 좋아하는 생쥐가 자기 머릿속에 살고 있다며 재미있어 했다.
그 외 '농부 절값', '다리', '우산', '사과','고래야, 놀자!'. '악어는 가죽도 남기고 이름도 남긴다', '밤'을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꼽았다.
엄마인 나는 '두릅나무'를 읽으며 아, 맞다. 고개를 끄덕였다. 시를 읽는 동안 친정 아버지가 생각났다. 시골에서 혼자 대추농사를 지으시는 아버지는 젊을 때도 지금도 봄이면 두릅나물로 한 계절을 나신다.
시댁에 있던 두릅나무에서 새순이 "쏙-" 나면 "똑," 따서는 갔다드리다가 어느 해인가 남편이 옆으로 번진 어린 두릅나무 세 뿌리를 아예 친정 대추밭둑으로 옮겼다. 그것이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나며 대추밭둑이 온통 두릅밭이 되었다.
감질나게 드시다가 사위 덕에 이웃에 퍼 주면서도 양껏 드시게 되었다. 쏙- 똑, 쏙- 똑, 몇 번의 반복으로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두릅나무
봄에 두릅나무 새순
쏙- 내밀면 똑, 따고
쏙- 내밀면 똑, 따고
쏙- 똑,
쏙- 똑.
그러다가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
물
가벼운 것들은 물 위에뜬다 물이 떠받든다 속을 비운 것도 물 위에 뜬다 물이 떠받든다
동시를 읽는 어른 독자가 읽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다. 짧지만 깊이 읽히는작품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가거나 머문다. 그리고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해 주고, 모든 것을 받아준다. 그래서 현인들은 물을 예찬했다.
고수는 고수를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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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어 보니 내 머리 속에도 가끔씩 생쥐가 사는 것 같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열심히 배웠는데 시험칠때는 다 생각이 안나는걸 보면 내 머리속에 사는 생쥐가 다 갉아먹은게 맞는 것 같다. 나도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이런 것도 시가 되니까 시는 읽을수록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시 읽을때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해서 어려웠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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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가벼운 것들은 물 위에 뜬다 물이 떠받든다 속을 비운 것도 물 위에 뜬다 물이 떠받든다
농부 절값
자고 나면 논에 가 엎드리고 먹고 나면
밭에 가 엎드려 땅 보고 절하는 농부 아저씨들 마주 바라보고 절하는 만큼 땅도 내놓는다 오곡백과 내놓는다 절값으로 내놓는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농부의 발자국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농작물이 잘 자라는지, 어디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고 잘 자라도록 몸을 아끼지 않고 돌본다. 농작물을 수확하기 전까지 수백 수천 번 몸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그러니 농작물을 농부 절값으로 볼 수 있겠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시다. “논에 물이 들고 / 구름이 들고 / 하늘이 들면 // 푸른 색이 들어가 / 점을 찍는다 // 모모모모모모 / 모모모모모모 / 모모모모모모 // 마지막으로 / 바람이 들어가 / 줄이 잘 맞는지 // 푸른 점들을 / 파르르, 흔들어 본다”(「모내기」), “이웃집 송아지가 / 처마 밑 담벼락에 걸린 / 시래기를 먹어치웠다 // 지게작대기로 / 등때기를 때리려는데 / 할아버지가 말리셨다 // “저도 얼마나 입이 궁금했겠냐!””(「시래기」) 같은 시도 자연과 사람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어야 나올 수 있는 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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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75 《머릿속에 사는 생쥐》 박방희 문학동네 2010.9.8. 어른도 어린이도 살아가는 만큼 이야기를 엮어서 글로 씁니다. 살아가지 않는 모습을 이야기로 엮는다면 으레 꾸미기 마련이요, 꾸며서 엮는 이야기를 글로 담을 적에는 어깨너머로 구경하거나 어림한 줄거리가 흐릅니다. 어린이가 꾸며서 쓴 글은 확 티가 납니다. 잘 모르거나 제대로 못 살핀 채 어깨너머 구경 이야기를 쓰거든요. 이와 달리 어른은 스스로 살지 않는 모습을 꾸며서 쓸 적에 글재주를 부려요. 이러면서 어린이보다 티가 덜 나지만 꾸며쓰기는 이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머릿속에 사는 생쥐》는 어떤 동시집일까요? 글쓴이가 살아가는 결을 찬찬히 담아낸 동시집일는지, 아니면 스스로 살지 않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구경하거나 어림하면서 낸 동시집일는지요? 살아가는 결을 고스란히 글로 담을 적에는 글치레를 할 일이 없습니다. 살아가는 결을 쓰지 않고서 어깨너머 구경질을 글로 옮길 적에는 자꾸 글치레를 하거나 글멋을 부리거나 글장난을 칩니다. 멋이란 글재주에서 비롯하지 않습니다. 멋이란 살아가는 결에서 저절로 피어납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그릇 하나는 수수한 살림살이에 어울리는 손맛을 담기에 두고두고 멋스럽습니다. 오래도록 읽을 동시라 한다면, 수수한 글쓴이 삶을 고스란히 담아서 나누려고 할 적에 비로소 멋이 자라나겠지요. ㅅㄴㄹ 하얀 / 앵두꽃 피어도 / 눈 안 주던 까치 // 초록 / 물방울 같던 앵두가 / 발갛게 불을 켜자 // 오며 가며 / 눈독 들이네 // 그 바람에 앵두가 빨리 익네 (앵두/12쪽) 고개 넘는 할머니 / 갈수록 힘드시나 봐 / 일흔 고개 여든 고개 / 고개를 넘을수록 / 가빠지는 숨 고개 (고개/9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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