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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 생생하게, 오롯이 살아있었다. 흥미, 오락 위주로 영화를 봐왔던 내겐 일침을 가하며, 그 속의 숨은 상징, 의미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방대한 역사 교과서 같은 책이 바로 <영화는 역사다>가 아닌가 싶다. 또한 제목 자체로 무척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제목과 부제가 하나가 되면서, ‘한국 영화로 탐험하는 근현대사’란 부제 역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영화 속에 녹아있는 우리의 근현대사란 참신한 소재에 기대감과 설렘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근현대사는 가까운 역사 임에도 많이 왜곡되고 감춰진 일면이 있어 아직도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솔직히 학창시절도 많이 다뤄지지 않아 비중 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없다. ‘한 문제 틀리고 말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기피했던 근현대사. 그러나 최근 어떤 모순과 갈등에 대한 해갈을 위해 근현대사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절묘한 시절인연이 닿아 만난 <영화는 역사다>는 여러 영화들을 통해 근현대사의 흐름을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고, 날카로웠다. 한편, 얼마 전에 읽었던 <강남몽>의 활자가 오히려 생생하게 이미지로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역사가가 아닌 ‘영화감독’의 시각에 의해 재해석된 역사는 그 어떤 역사 이야기보다 강렬하였다. 스스로 논란의 중심이 되어, 대중과 호흡하고 고뇌하고자 했던 수많은 영화들, 그 속에서 우리는 굴곡진 현대사와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영화와 역사의 만남’에 대해 저자는 ‘현재의 필요에 의해 과거를 새롭게 구성한다(5)’며 그 의미를 찾기도 하였다. ‘과거가 단지 지나간, 죽은 시간이 아니라 현재에 의해 언제든지 불러 올 수 있는, 살아 있는 시간’이라며, 영화를 나름의 감독에 의한 역사 해석 작업이라 말한다.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역사적 사건과 감독의 주관적 시각에 구속되지 말라고 당부하며, 더 나아가 역사 영화를 보는 나름의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그러한 특정 사건 역시 시간에 의해 또 다시 재해석의 관점이 달라짐을 주시하면서, 그 차이를 면밀히 비교분석 하고 있다.
한국 영화 100년, 한국 현대사 100년의 흐름을 정리하고, 굵직한 시기별 영화 속 역사적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분리, 정리하였다. 특히, 분단과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들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기도 하였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화두를 던지고 있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영화로 역사를 풀지만, 영화와 역사의 경계가 모호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영화 속 특정 역사적 사건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제주 4·3사건, 광주민중항쟁, 베트남전’이 우리에게 미친 의미, 영향이 새삼 크게 느껴졌다. 기존에 봤던 영화에서 느꼈던 숱한 감정들을 뒤로하고, 미처 알지 못한 현대사의 비화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였다. 주제별로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한 호기심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때론 영화 속 묵직한 이야기가 눈시울을 붉히게 하였다. 무자비하고 참혹했던 현대사의 이면이 여실하게 드러나 온몸이 떨리기도 하였다. 영화가 역사와 만남으로써 더욱 면밀하게 삶을 반추하고, 그 속에서 어떤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단순히 오락으로만 치부하며 즐겼던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오롯이 우리 현대사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현대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영화는 우리에게 숱한 질문을 던지고, 내밀하게 우리는 비춰주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슬픔을 달래고, 위안를 얻고,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시 어두운 극장을 찾아 울고 웃는 것인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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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한참 영화에 빠져들 청소년기에도, 이십대가 되어서도 또래의 거의 모두가 봤다는 영화를 보지 않고도 무던하게 잘만 지내곤 했었으니까.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을 파고들기보다는 영상이 보여주는 그 화려함과 엄청난 상상력에 빨려들어가듯이 빠져 한때는 런닝타임을 줄이기 위해 영화관에서 임의로 필름을 삭제해버리기 전에 영화를 보려고 기를 쓰고 첫 날 첫 상영을 기를 쓰며 볼 정도였다. 한때 키노라는 영화잡지까지 구독하면서 왠만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영화까지 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영화를 이해하며 보는것보다는 그저 많이 보면서 조금씩 영화를 보는 공부를 했던것이었겠지. 영화는 내게 딱 그정도까지였다. 가장 크게 다가왔던 부분은 물론 그 넘쳐나는 상상력. 그런 내게 '영화는 역사다'라는 제목은 영화속에 재현되는 과거와 현재의 투영과 그에 상응되는 미래까지 떠올려보는 것 정도의 이미지일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로서의 영화만을 떠올렸나보다. '영화는 역사다'라는 강한 어조의 이 책은 영화이야기라기 보다는 그 안에 담겨있는 역사의 깊이와 무게가 느껴지는 우리 근현대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래서인지 조금은 무거운 느낌으로 쉬이 읽히지 않았다.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주로 '근현대사'에 중점을 두어 다뤄진 다큐멘터리와 상업영화는 우연찮게도 거의 봤던 영화들이었다. 특히 고향인 제주에 대한 영화인 4.3의 역사증언 '레드헌트'와 '이재수의 난'은 저자가 설명하는 것 이상으로 더 깊이있게 역사인식을 하며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의 경우는 좀 더 친절한 설명이 들어가지만, 제주사람조차 관심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이재수의 난은 기대에 못미쳤고, 그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도 느낄수있는 것이었다. 영화감독으로서는 최선이었겠지만 그 역사에 대해 알고있는 관객의 입장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는 영상매체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볼만큼, 다큐멘터리와 영화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한것만 같았다. 더구나 거의 텅 비다시피한 영화관에서 '송환'을 보며 함께 웃고 울고 영화속 그들의 모습이 바로 현재 우리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현재진행형인 우리의 현실은 역사의 올바른 과거청산없이 덮어버리려 하고 있으며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영화를 지금 보는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영화를 해석하는 것이며 그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과거의 영화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결국 역사와 영화의 문제는 해석의 문제이며, 해석의 문제는 시각의 문제이고 시각의 문제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귀결된다. 감독이 있고 과거의 관객이 있고 그 영화를 바라보는 현대의 관객과 비평가가 있다. 그 안에서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상처를 보듬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것은 결국 '소통'의 문제로 귀결된다. 상대에 대한 소통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소통도 중요하다. 역사와 영화의 문제는 과거의 현재화 문제이고, 과거의 문제를 새롭게 해석할 여지는 아직도 많다. 유럽의 경우 한가지 예를 들자면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과거의 기억은 덮어버리고 모른척해야 할 치욕의 역사로만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를 인식하며 그것이 현재 혹은 미래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실을 보여주고 잘못에 대한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영화를 통한 그 화해의 손길은 사실 그대로를 말해주고 있는 역사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따뜻함이 담겨있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 100년은 고스란히 우리의 현대사 100년을 담고 있다. 나로서는 잘 모르겠는 일제 강점기의 영화를 넘겨 분단과 한국전쟁, 군부독재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담은 영화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안에 담겨있는 영화의 '진심'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가 너무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영화'를 바라보는 나의 느낌은 많이 달라졌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끈이 되어주고 있으며 그 연결끈은 과거와 현재의 화해를 이끌어주고 있다. 영화안에 담긴 역사는 수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지만 결국 내가 느낀 가장 큰 것은 그런것이다. 역사안에 담겨있는 진실을 담담하게 혹은 강렬하게, 슬프게 혹은 즐겁게, 때로는 분노하며 또 때로는 판타지로... 그리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결국은 역사를 살아온, 역사를 만들어갈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역사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안에 담겨있는 진실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안에 담긴 진실을 바라보고 진심을 다해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가야한다. 문학을 통해서도 역사의 진실을 느끼고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지만 영화 역시 - 어쩌면 영화가 더 강렬하게 소통을 이루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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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담겨 있는 우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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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보면 그 동안 오랜 시간을 통해 많은 영화들을 보아 오면서 사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솔직히 깊이 생각해 본적은 별로 없는 듯하다. 단지 내게 있어서 영화란 그나마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에 따분함과 같은 건조한 시간을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혹은 쌓였던 스트레스 해소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편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영화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반영하는 시대적 산물이며 대중과 함께 호흡을 같이 해오며 그 맥을 함께한 실용적 도구는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는 때로 우리가 느끼는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의 배설구가 되기도 했으며, 질곡 된 우리의 역사적 사실에 관하여 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 하여 지난 과거의 사실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여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주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단순이 오락적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다소 안일한 자세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좀 더 영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 한 번 쯤은 자신을 작품 속에 녹아내어 그 진면목을 들여다보고 작품의 세계와 한번 소통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영화 속에 표현된 지나온 우리의 역사적 사실에 관하여 그 당시 영화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았고 어떻게 해석 했는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상세하고도 집중적인 분석을 통해 독자의 충분한 이해를 돕고자 했으며, 또한 굴곡이 많았던 우리의 현대사에 비추어 이와 관련한 영화사의 문제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살펴보면서 영화가 정치적인 행보에 따라 어떤 형태로 이용되고 혹은 어떻게 통제 되었는지를 또한 영화관계자들은 영화 속 내용을 통해 대중에게 무엇을 어필하고 함께 대화 해보고자 했는지를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가급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 되어 있는 심층적이고도 깊이 있는 글이 담겨 있는 책이라 하겠다. 사실 그 동안 많은 영화들이 발표 되었지만 역사의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룬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 된다. 물론 지난 시절 한때 이념의 대립과 갈등이 심각했고, 또한 군부 독재 시절 권력자들의 정권유지 차원에서 상당한 압력에 눌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감안 하더라도, 대중적 요구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 필요성을 우리가 못 느꼈던 것인지는 몰라도 분명 적었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더구나 이러한 것이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생각해봐도 몇 개의 작품을 빼고 나면 실제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손에 꼽는다. 다만 다행스럽다고나 해야 할까 그나마 시사성 있고 현실적인 문제를 최대한 왜곡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루려 했던 작품이 있기는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의 위안을 삼을 수는 있기도 하지만 이점에 대해 분명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내용에는 일제 강점기 우리의 영화가 시작 된 부분에서 시작하여 해방을 거쳐 정치적 혼란과 한국전쟁을 전후시대를 그리고 서슬 퍼런 군부독재를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여러 영화의 상세한 내용과 분석이 실려 있으며 끝으로 국내 영화감독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 대한 저자의 섬세한 평론까지를 담아 우리의 지나온 역사 영화를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두루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우리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방송이나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가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기에 사실 엄밀히 따지면 방송이나 영화를 직접 다루는 그 당사자는 프로그램이나 작품에 대한 준비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도 다각적인 노력들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과, 이와 함께 대중들도 단순히 영화를 오락적인 측면에서만 즐기거나 수동적인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때로는 적극적으로 다가가 앞으로 우리의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영화 분야가 암흑의 시기에 한때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길을 걸어오긴 했어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작품들이 요즘 들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예전에 비해 일취월장 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해 볼 것은 영화를 대하는 대중들이 언제나 그렇게 매사 호락호락 하거나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중들의 눈높이는 예전과 달리 상당히 높아졌고 예리해 졌으며 어리석지도 않다. 우리의 영화가 그 동안 파란 만장한 고통의 세월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여러 부분에서 갈고 닦아야 할 부분은 많다. 따라서 대중들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우리의 영화도 이제는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계인들에게 각광받는 영화들이 앞으로 많이 창작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간소한 희망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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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도발적인 제목, 즉 '영화가 곧 역사'라는 명제가 인상적이다. 영화는 대중문화의 시선에서, 그리고 대중문화가 통용되던 시기의 분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과거를 끌어들이고 과거를 인용한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한편의 영화를 통해 어떤 심오한 역사적 사실을 반추하기란 힘들다. 어디까지나 영화는 연인들이 손을 잡고 여가를 즐기는 대중문화, 즉 재밌는 구경거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묘사하는 역사는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위험하다. 그것은 바로 구경거리로서 '재밌게' 다가가는 역사이고, 학교교육에서 배운 '재미 없는' 역사(슬프게도 고등학교 이과학생들은 역사를 처음부터 배우지 않는다)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일반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역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일반대중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는 90년생 이후의 세대들은, 사극 드라마 동이를 보고 숙종과 장희빈을 알게되고. <화려한 휴가>를 보고 광주항쟁을 실제 역사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영상 위주의 대중문화의 위력이 막강한 지금, 때문에 강성률의 책 <영화는 역사다>는 특유의 도발적인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대중문화가 역사를 어떻게 다뤄왔으며 그 속에 표상된 역사와 실제 역사는 어떻게 다르고, 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향후 한국의 역사를 다룰 영화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지금껏 한국 역사영화가 걸어온 길과 그것의 의미 혹은 한계 등등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든다.
물론 이 책은 전문서적이 아니다.때문에 여기서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것은 전문적으로 파고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강성률은 영화평론가이지 역사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역사다>에는 그간 전문적인 역사학 분야에서 간과했던 부분, 즉 일반대중들이 향유한 대표적 매체 영화를 통해, 학교교육이나 역사학과는 차별적인 이른바 '대중역사'의 진면목을 쉽고도 예리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물론 영화서적도 아니고 드렇다고 역사서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영화는 역사다>는 그 태생에서부터 다소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현재는 이른바 퓨젼의 시대가 아닌가? 영화를 재밌게 공부하면서 동시에 지난했던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최근의 브랜드에 어울리는 퓨전스타일의 독서가 아니겠는가? 감히, <영화는 역사다>를 권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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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다’는 한국영화사중에서도 일반인에게는 조금은 관심밖일 수 있는 초기 영화사를 모든 국민이 아는 굵직굵직한 한국의 근대사를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어서 매우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한국의 초기 영화사에 조금 관심이 있는 독자와 한국영화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최근의 재정리된 초기 한국영화사(초창기 영화~일제강점기시대)에 대한 논의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일제시대의 중심에서 친일영화에 대한 정의와 예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국내의 친일영화의 독보적 연구가라고 할 수 있는 저자의 ‘영화는 역사다’가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저자는 친일영화를 중심으로 다룬 박사논문에서 더 나아가 한국전쟁과 군부독재를 다룬 역사영화, 그리고 2000년대의 시대상을 담은 영화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고 있는데 이는 한국영화에서 어떤 영화를 역사영화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리가 사극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역사영화는 왕정이후, 일제 이전의 조선까지의 역사적 사건(기록에 남아 우리가 알 수 있는 군주정부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긴 하다)을 다룬 극들이 대부분이다. 저자의 구분대로 실제 역사의 사건을 토대로 시대상을 보여준다면 이는 역사영화로서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에 대한 분석보다는 영화를 통해 한국근대사를 읽고, 한국영화에서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영화의 예를 제시함으로써 사극의 정의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의 특기분야인 친일영화에 있어서는, 필름복원작업 등으로 친일영화에 대한 가부논의 또한 가장 최근 논의를 읽을 수 있어서 단언코 일제시대의 한국영화와 친일영화에 대해 공부하려는 이라면 충분히 교본이 될 것이다. ‘영화는 역사다’는 대중을 위해 매우 쉽게 풀어쓴 책이므로 일제시대의 영화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는 이 책을 입문서로 접한 후 저자의 박사논문을 접해보길 권한다. ‘영화는 역사다’에서 저자는 단지 억압에 의해서 친일영화가 탄생되었으리라는 단순한 이유를 넘어서 일제정책에 동화되었으리라는 친일감독의 정의에 대한 기준을 생각해보게 한다. 여기에서 일제의 문화 식민주의 정책 뿐 아니라, 현재의 일본문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천황제 가족주의가 낳은 충성자발과 더 나아가 가미가제가 탄생하게 된 정책은 여러 일본문화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영감을 줄 것이다. 저자는 초기한국영화부터 현재까지의 영화에서 근대사를 발견하는 것을 한정짓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일제시대의 영화보다 덜 억압적이랄 것 없는 군부독재시대의 반공영화정책과 거기에서 탄생한 영화들, 반공영화 변종인 베트남전영화에서 조금씩 변화해서 직접 피해자로서의 상처를 드러내는 ‘우리는 제네바로 간다’, ‘하얀전쟁’, 가해자로서의 모습마저 파헤치는 ‘알포인트’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와 함께한 영화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역사다’라며 미래에 과거가 되고, 시대상을 담은 역사영화로서의 기능을 할 최근으 영화를 언급한 점은 매우 흥미롭다. 임순례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언급된 것 또한 역사적 영화로서의 가치를 그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독자로서 매우 공감한다. 그러나 저자가 대중에게 조금은 접근이 어려운 한국초기영화, 그 중에서도 친일영화와 한국근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담고 있는 영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매우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일반 독자에게 일제시대의 영화를 알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으나 초기한국영화사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해서 한국영화사 교본으로서는 참고용으로 적합할 것이라 여겨지고 현재의 영화들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저자의 언급 중 팩션영화에 대한 부분이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라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과 영화적 상상이 결합한 팩션영화의 팩트의 재현에 대한 언급보다는 ‘이를 재현한 감독의 세계관을 짚어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저자의 언급은 의미가 있다. 역사영화의 해석에 있어 저자의 가치관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이 책의 가장 앞에서 다뤄졌어야 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의 핵심주제라고 여겨진다. 역사영화 해석에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기준이기도 하고, 과도한 미디어를 소비하는, 그 중 팩션을 소비하는 대중에게 가장 어필되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와, 특히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다는 사극 드라마의 경우 팩트와 영화적 상상력에 대한 비판 없이 수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팩션에 대한, 혹은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수용력에 관심이 없는 소비의 경우이다. 저자의 말대로 여기에서 팩션극에 대한 이해와 팩션극 감상과 비평에 있어서 (다소)작가주의적인 해석이 다수 등장한다면 인식의 변화가 충분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여러 친일영화를 접하고 그 안의 시대상, 그리고 감독의 가치관(친일 혹은 반일, 혹은 극단적 친일 등)에 따라 달라지는 영화의 내용과 미장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봉준호의 ‘괴물’을 다시 읽으며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영화적으로 재현되었나를 생각하다보면 저자가 대중에게 개봉과 동시에 과거가 되는 한국영화들에 드러나거나 혹은 숨겨진 우리의 시대상을 보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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