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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그야말로 나는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고, 내가 읽은 모든 문자가 머릿속에서 떡처럼 엉겨붙었었다. 하나하나의 낱글자가 자모를 갖추고 제자리에 설 때까지, 그리고 그 각각의 글자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고 하나의 의미로 되살아나기까지 많은 시간의 사색과 휴식이 필요했음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장편의 소설이나 글자 배열이 촘촘한 철학서는 마치 글자를 정복하려는듯 달려드는 내게 호승심을 부추기는 형국이어서 나는 오직 줄기차게 읽는(그저 단순히 읽는 행위로써의) 일에만 몰두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언제 그랬냐는듯 독서와 결별했다. 그 기나긴 휴지, 책을 놓고 문자와 결별한 채 사색과 명상, 때로는 공상의 시간만 지속되었다. 차츰 내 머릿속에서 각각의 글자가 자리를 잡고, 뒤섞인 의미가 순서를 정하게 되었다. 독서도 과하면 체한다는 것을 혹독한 경험으로 체득하게 된 셈이다. 나는 최근에 이르러서야 글자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하며 읽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소화력이 떨어진 노인처럼 나는 몇 번이고 곱씹어 그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비로소 알아가는 것이리라. 세스 노터봄이 지은 <산티아고 가는 길>은 젊은 시절의 내게는 호승심을 불러일으켰을 듯한 그런 책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과 빽빽한 글자들.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로 한숨을 쉬게 할만하다. 책을 싫어하면서 더하여 인내심도 없는 독자라면 쉽게 포기하고 말았을 그런 책이다. 책의 제목에서 풍기는 종교적인 색채의 책은 아니다. 기독교인들이 자주 찾는 순례 코스, 야고보 길을 도보로 여행하며 기록한 순례기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독일의 인기스타인 하페 케르켈링의 도보 여행기 <그길에서 나를 만나다>와 비슷한 류의 책을 원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유럽에 매달려 있지만 유럽이 아닌 나라, 그 황량하고 넓은 들판을, 험난한 산악지대를, 메세타 고원을, 그리고 외부의 방문객을 두려워 하는 작은 오솔길을 작가는 느릿느릿 더듬고 있다. "이것은 순례의 길이기도 하지만 명상의 길이기도 하다. 중간중간 들르는 곳이 많은 데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다 보면 여정은 더디기만 하다. 나는 이중으로 여행을 한다. 하나는 렌트카를 몰고 다니는 여행이고, 하나는 요새와 성과 수도원이, 또 그곳에서 미주친 문서와 전설이 불러일으키는 과거를 누비고 다니는 여행이다." (P. 69) 그에게 여행은 질러가는 길이 아니라 에둘러 가는 길이다.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상상과, 어느 책에서 읽었던 역사적 사실과, 시간이 멈춘 듯한 어느 농가 마을과, 심지어 시어(詩語)를 떠올리게 하는 지명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선은 여정을 벗아나 끝없이 샛길로 흐른다. 작가의 상념의 기저, 그 밑바닥까지 읽어내려가노라면 여정은 마냥 늘어지고, 지치고 허기진 독자가 잠이라도 청할 즈음에 그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느린 여정의 이면에는 부지런한 기록자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독자는 까맣게 잊는다. "날이 어둑해지자 나는 광장으로 산보를 나가지만 광장을 제대로 본 것은 그 다음 날이었다. 나른한 오후, 남자들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시청 위에 걸린 깃발도 축 늘어졌다. 나는 칠레 왕국의 총사령관이었으며 고향 땅을 두 번 다시 밟지 못하고 쿠스코에서 죽은 디에고 데 알마그로의 기념상에 적힌 시를 읽는다." (P.169) 이십일 세기의 현대 문명에서 스페인은 마치 저 멀리 떨어진, 현대인의 손길이 닿지 않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해야 닿을 듯한 역사적 무인도로 느껴진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소설가이며 시인이자 여행작가인 그가 그려내는 스페인은 특별하다. "마드리드의 2월은 춥다. 춥고 맑다. 내 밑으로 저 아래 누운 도시가 비행기에서 보인다. 돌의 포로가 된 저 풍경은 스페인의 혼을 어느 곳보다도 잘 드러낸다. 그 나라에 도착할 때 유난히 내가슴이 아려 오는 나라가 둘 있다. 스페인하고, 내 나라 네덜라드다." (P.475) 휘적휘적 걷다보니 내 상념의 보따리는 저만치 멀리 떨어져 지나온 어느 발자국에 미아처럼 내려 앉았다. 작가도 그랬을 터. 현대를 사는 내 몸뚱아리가 잰걸음으로 앞서 갈 때, 급할 것 없는 내 사색의 그림자가 멀리서 방향을 잃고 한참을 헤매이다 어느 산길, 외딴 오두막에서 둥지를 틀고 무심한 주인을 온종일 기다리리라. "나그네는 바닥돌을 딛는 자기 발소리를 듣는다. 탑들과 경이로운 궁전들로 쏟아지는 달빛을 본다. 저 역사의 방벽 너머에는 또 다른 스페인이 있음을 나그네는 안다. 나그네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어쩌면 알아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업을지도 모르는 스페인, 나그네의 에움길은 끝났다. 그의 스페인 여행은 막을 내렸다." (P.5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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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페이지수가 54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몇줄로 요약할 수 는 없을거다. 요약해서도 안 될 것이고. 왕들의 이야기와 주변인물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옛날 이야기 하듯이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평을 하자면 인내심과 끈기를 요하는 책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참 험난하고 힘든 길이었다. 이 책은 그 길 만큼이나 읽어내기가, 이해하기가 어려운 책이었다. 스페인이란 나라의 역사에 대해, 이슬람과 기독교 등 종교에 대해 아는 지식이 깊지 않아 더 난해한 책이었다. 세스 노터봄이란 작가는 지금은 70세 중반이 되신 할아버지 작가이시다. 이 책이 네덜란드에서는 1992년도에 간행되었는데,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출간된 해는 올해 2010년이다. 글을 쓴 시점으로 따진다면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라고 하니 30년 전에 쓰인 글도 있는 셈이다. 한가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아무 이상할게 없는것은 이 책 내용이 역사와 예술에 초점을 맞추어서 글이 쓰여졌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은 과거에 대해 작가의 뿌리깊은 지식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작가 내면의 생각을 적은 에세이라기 보다는 스페인의 역사와 미술, 건축, 고대문화 를 찾아 떠난 여행기록문이라 말할 수 있겠다. 두툼한 책 절반을 읽어낼 동안에도 산티아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여행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산티아고로 가기위해서 익히 알려져 있는 길, 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길로 가야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안내책에서 볼 수 없는 작은 샛길과 유명세를 덜 탄 곳을 일부러 찾아다닌다. 감명깊게 읽은 책에 나온 유적지나 교회를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인적 드문 곳에서 혼자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싶기도 한 것 같다. 단, 그런곳에서 문지기를 만나려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인적이 워낙 드물기 때문이다. 어떤 건축물이나 조각작품을 글로써만 묘사를 해놓아서 이해하기가 조금 더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사진들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사진들이 많이 실리지가 않았다. 잠시 딴 생각이라도 하게되면 흐름을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적당히 복잡한 미로를 가이드의 인솔하에 가다가 꽃에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일행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허무함과 상실감을 느낀다. 작가는 스페인에 애정이 많아 보였다. 또 스페인의 역사와 종교에도 관심이 많아 한 작품을 몇 시간이고 들여다 봐도 내내 감탄하는 열정을 보여준다. 경비원이 문을 닫을 시간이라고 알려줘서 억지로 쫓겨나듯이 퇴실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정해진 길로 가건, 저자처럼 에둘러 가건 산티아고가 목적지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순례의 여정을 마친 사람은 본인이 원하면 누구나 사제한테 고무 도장이 찍힌 증서를 받고 자기 이름을 두툼한 명부에 올릴 수 있었다. "여기 와서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그때 사제는 자기 책상 앞쪽을 가리키면서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회계장부처럼 생겼고 맨손으로 적힌 명부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는 잘 모른다. 어떤 느낌으로 길을 나서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그 길에 닿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뭔가가 느껴진다.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할말을 잃고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이해가 될 것도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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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가다가 샛길로 빠지고 거기서 다시 샛길로 빠지는 여행이 되었 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또 다른 샛길이 나타나면 그리고 과감히 차를 몰고 간다. 적어도 이 점에서는 중세의 순례와 다르다. 중세의 순례자는 이렇게 구불구불 돌아가지 않았다. -83 ![]() 책을 받았을 때의 첫 느낌은 ’우와....’ 두툼한 책 두께가 때론 나에게 큰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숙제로 남기도 하니까요. 생소했던 ’산티아고’가 이젠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순례길을 걷는 이들의 여정을 엿보면서 내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겠 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된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들 을 두고 왜굳이 ’산티아고’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그저 웃고 말테지요. 그동안 만났던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자기자신과 대화하고,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했고, 같은 길을 걷는 세계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과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숙소를 찾지못하거나 발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먹을거리 때문에 고생도 하며 고통 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작은 행운에도 기꺼이 감사하며 마침내는 흘린 땀과 눈물이 함께 이겨낸 기쁨이 있었지요. 등뒤에서 베루엘라 수도원의 문이 덜컹 닫힌다. 태고의 침묵을 깨뜨리면서 울려퍼지는 텅 빈 소리에, 다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세상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한다. 어디로 가지? 목적지야 아미 소리아로 정했지만, 문제는 어떤 길로 어떻게 가느냐다.-29 ![]() 세스 토터봄과 함께 가는 길은 색다른 시간이었습니다. 1954년 처음 스페인에 발을 디딘 이후로 스페인을 찾지 않은 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반세기가 넘도록 스페인에 애정을 쏟아 부었다는 노터봄. 선명한 칼러가 아니라 흑백사진에서 보여지듯, 두툼해진 책의 두께처럼 산티아고를 가는 길에서 흘러간 역사 이야기를,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들여다 보게 되지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이 아니라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눈으로만 보지 않고 천천히...차분하게....하나하나마음으로 가슴으로 새기면서. 그 곳에서 만난 건축물과 사진속에 담긴 채 오랜 세월 묵묵히 간직하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그의 시선과 발길을 따라 이렇게 오롯이 되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엉켜서 복잡해 보이는 실들도 하나하나 풀어헤치면 같은 빛깔끼리 이어지는 법이다. 사상, 사람, 힘, 자연의 이해 관계를 놓고 이합집산이 있었다.-319 북적거리는 여행객, 순례자들과 함께 다니는 길이 아닙니다. 혼자 뚝 떨어진 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듯이 역사, 문화, 종교, 전쟁, 그 시대를 살아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는 길이랍니다. 마치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있는 듯, 그들 곁에서 살며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 느껴지는 시간이었지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색다른 여행길이었고 마음마저도 경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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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이와 똑같은 제목으로 검색되는 책도 여러 권이 있고, 책 제목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산티아고 순례기를 걸었던 체험을 담은 여행기는 더 더욱 많다. 내가 읽은 ;산티아고 순례기'에 관한 책으로는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푸른숲' 과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서영은, 문학동네' 등이 있다. 그외에도 여러 여행 서적 중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한 부분으로 담은 책들도 여러 권을 읽었다. 이렇게 국내에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한 서적들이 많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아 나선다. 요즘 '브리다'로 또다시 독서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파울로 쿄엘로'도 산티아고 루드 중의 '카미르'가 일컫는 길에서 영적 깨달음을 받았다고 하지 않던가. '산티아고 가는 길'- 이 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으로 로마와 예루살렘에 이어 유럽 3대 성지 중의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으며, 그중에서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서 피레네 산맥을 스페인의 메세타고원을 지나는 지도상에서는 스페인 북단의 동쪽에서 서쪽에 이르는 한쪽 방향을 향해 800Km 가량을 걸어가는 길이 가장 안전하고 단순한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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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아본순간 깜짝 놀랐다. 올해 읽은책 중 두번째로 페이지수가 많았다. 549쪽이라는 적지 않은 페이지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그 많은 페이지가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흔이 알고 있는 여행길을 말해주지 않는다. 흔한 여행서가 아니다. 관광도시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책이 아니다. 유명한 관광명소를 말해주는 책도 아니다. 페이지수가 많아 친절하게 자세히 가르쳐 줄 것같지만 책속에서는 작가가 느낀것. 여행길에 들르는 곳에 관한 이야기와 객관적인것에서부터 주관적인것까지 모두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무거운책을 들고 다니며 읽느라 사실 고생했다. 한곳에 앉아서 책을 못읽기에 지하철, 카페, 자기전 등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이 책을 읽는동안 아주 잠시지만 내가 유럽의 스페인에 와있는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스페인의 미술관에 와있는것 같기도 하고, 작은 도시에 와있는것 같기도 하고, 성당에 와있는것 같기도 하고.. 여러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읽는것만큼 나도 그 시간만큼은 여행자인듯 잠시 빠져들었다. 하지만 내가 이 나라를 잘 알고 있는것도 아니고 그 나라의 역사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는게 아니라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다. 내가 많이 알고 있었더라면 좀더 친절한 책이 될 수 있을테지만 낯선 예술가의 이름들이 나온다거나 수도원의 이야기등 처음 접하는 이야기들은 친절한 설명임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상상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또 읽다보면 사진설명이 나온다. 흑백사진이라 조금 아쉽긴했지만 그 그림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앞페이지를 훔쳐보게된다.
식당의 모습을 묘사해주는 부분에서 "낮은 천장, 침침한 조명, 햄 덩어리, 쌀로 속을 채운 거무튀튀한 소시지, 베이컨 조각, 토끼고기, 뚝배기 같은 잔에나오는 진한 포도주, 요즘은 보기 힘든 커다란 빵덩어리.. "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식사후인데도 침이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또 어떻게 저걸 다 먹지?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또 어떤맛일까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 순간 만큼은 나도 스페인사람처럼 기름진 음식들을 찾게 된다.
이곳저곳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만찬>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밖에도 여러 미술 작품들이 나온다. 미술품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곳을 여행하기도 하고 저곳을 여행하기도 한다. 마치 여행자만이 그 그림을 보는것같지만 그림들도 이나라 저나라를 옮겨다니며 여행자처럼 여행을 다닌다. 이 부분은 그림이 나보다 낫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는 다른 사람들이 찾아다니는 관광지가 아닌 주로 교회와 수도원을 여행한다. 많은 여행자들이 찾지 않는 그곳이야 말로 그 나라의 세월을 말해주는곳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수도원 역사를 설명해준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수도원을 가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수도원의 이야기에 관해서는 관대할 정도로 친절하지만 그곳의 정보를 잘 모르는 나에게는 사실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서 조금 어려웠던 책이였다. 스페인이라고 하면 많이 알고 있는 정열의 도시 뜨거운 태양, 플라멩고, 투우 정도가 고작인 나에게 새로운 스페인의 모습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매력적인 나라라고 스페인을 말한다. 지금도 매년 가는 곳이라고 말한다. 유럽의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유럽이라기보다 그냥 스페인이라고 말한다. 어떤곳일까?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이기에 스페인에 관한 책도 여러권 냈을까 싶기도 하다. 처음 여행하는이들에게는 매번 가는 여행지 유명한 관광지 여행이 고작인 사람들에게 다른 스페인의 모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덥기만한 나라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기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유명관광소가 아닌 색다른 스페인의 모습을 알려주는 계기가 아닐까? 아직 이 책을 완벽하게 읽어내지 못한것 같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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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된 지 오래된 것 같고, 발품 팔기는 싫고, 아니 발품 팔만한 곳이 어디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이곳 중고 파는데 몇 권이 올라와 있다. 비싸다. 헌 책이 새 책 가격으로 올라와 있다. 불만이다. 헌 책으로 팔면 천원 이천원인데 헌 책을 살려니 새 책 가격이다. 품절된 걸 알고 그러는 것 같은데 좀 그렇다. 어찌어찌해서 한 권 주문했는데 입금한 다음날 품절 메세지가 온다. 판매자의 게으름으로 책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버젓이 매물로 올려 놓다니. 그래서 취소하고 그 다음 책을 새 책값으로 샀는데 흠은 없지만 녹슬은 쇠 같다.
세스 노터봄, <필립과 다른 사람들>은 1952년 산이고 <산티아고 가는 길>은 1992년산으로 40년의 터울을 가지고 있다. <필립>은 소설이고 <산티아고>는 여행에세이이다. 그럼에도 두 책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저에 흐르는 정서는 같을 것이고 그 형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책도 '산티아고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애매하다. 제목을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고 지은 것은 의도하는 바가 있을 것인데 다른 '산티아고 책'들과는 많이 다르다. 산티아고행(行)의 형식 자체가 다르다. 산티아고를 향해 가는 것 자체는 맞지만 걸어서 가지 않고 직행하지 않고 바로(直時的)가지 않는다. 외지인의 발 길이 거의 닿지 않는 구석구석을 돌고, 길이 끝날 때까지 들어가고 또 들어간다. 1954년 이래 40년에 걸쳐 스페인을 누빈다. 종착지는 산티아고 이지만 종착은 아니다. 그의 여행는 계속 될 뿐.
'산티아고 문학'의 범주보다는 아무래도 '스페인 기행'의 범주에 넣어야 할 것 같다. 노터봄은 스페인의 이방인이지만 스페인인보다 훨씬 더 스페인적이다. 어쩌면 스페인의 떠도는 영혼이다. 영혼이 수백 년 수천 년된 자기 집을 찾아 떠돌듯 그렇게 떠돌아 다닌다. 그래서 그 곳의 삶의 흔적을 떠 올린다. 그런 면에서 스페인인에게 노터봄은 축복이다. 스페인 자신의 영혼을 꺼집어 내는 이방인 방랑자. 물론 영혼의 탐구자로 따질 것 같으면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으뜸이다. 그도 몇년간 스페인을 탐구한다. 그래서 두 개의 스페인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해서 얘기 한다. 노터봄은 물론 카잔차키스와 다르다. 그가 찾는 것은 무었일까?
"이것은 사도를 추앙하는 순례의 길이라기보다는 희끄무레한 나의 과거를, 지나온 나의 발자취를 더듬는 길이다. 무엇을 찾으려는 걸까? 내 인생에는 변치 않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스페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다"
"내성이라 함은 방향을 틀어 안으로 자꾸자꾸 들어가서 도로가 서쪽으로 뻗었든 남쪽으로 뻗었든 한 나라 영혼의 밑바닥에 닿은듯 한 느낌과 만나고, 그래서 아무리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녔더라도 여기 말고 다른 데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게 되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나에게 여행은 질러 가는 길이 아니라 둘러가는 길이다. 나그네는 옆 길로, 시골길로, 큰 길에서 샛길로 빠지는 유혹, 오솔길 하나만 난 저 멀리 성채의 윤곽이 주는 유혹, 저 언덕이나 산맥의 맞은 편에서 나그네를 기다릴 지도 모를 수려한 장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제 발로 일부러 영원한 미로를 만들어 간다."
"어쩌면 내가 찾아가려는 지역이 바로 느린 박자인지도 모른다. 내가 찾는 것은 감속이다. 그리고 여기를 지배하는 땅의 법칙이 무엇이든 나는 내가 찾는 것을 찾아낸다. 몇 킬로미터 거리에 달랑 나무 한 그루만 보이는 풍경에서 시간을 재는 기준도 달라진다. 나는 그런 이질감을 찾아서 왔다."
"진정한 여행자는 갈등에서 자양분을 얻는다. 그는 끌어안기와 놓아주기 사이에서 번민한다. 헤어짐의 쓰라림은 그의 존재의 본질이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발길 닿는 곳 어디에서도 그는 무언가가 빠졌음을 느낀다. 그는 부재와 상실의 영원한 순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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