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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속마음은 어떤 것일까? <가을 소나타>
"엄마와 딸의 속마음은 어떤 것일까? <가을 소나타>" 내용보기
1. 피붙이는 참 어려운 사이다.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남같이 뚝 잘라 버릴 수도 없고, 마음에 들려고 애를 쓰거나 마음에 든다고 늘 감싸면서 살 수도 없다.   누군가 피붙이는 아무도 안 보면 어딘가에 두고 가버리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말도 했다. 그만한 애물단지가 따로 없고, 기쁨과 아픔을 같이 주는 사람들이다.   서로 보는 눈길이 달라 같이 살지 못하는 피붙이 사
"엄마와 딸의 속마음은 어떤 것일까? <가을 소나타>" 내용보기

1.

피붙이는 참 어려운 사이다.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남같이 뚝 잘라 버릴 수도 없고,

마음에 들려고 애를 쓰거나 마음에 든다고 늘 감싸면서 살 수도 없다.

 

누군가 피붙이는 아무도 안 보면 어딘가에 두고 가버리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말도 했다.

그만한 애물단지가 따로 없고, 기쁨과 아픔을 같이 주는 사람들이다.

 

서로 보는 눈길이 달라 같이 살지 못하는 피붙이 사이를 그린 영화가 있다.

1978년 스웨덴의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만든 <가을 소나타 Höstsonaten / Autumn Sonata>다.

99분짜리 영화이지만, 보고 나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몸은 밥을 먹어야 살지만, 마음은 사랑을 먹고 산다. 사랑은 때를 놓치면 다시 찾기가 쉽지 않다.

 

2.

아버지와 아들은 별 말없이 그냥 덤덤하게 지내기 쉬우므로 애틋한 느낌이 없다.

엄마와 딸은 어릴 때는 엄마가 딸을 보살펴 주지만 나중에는 동무처럼 지내기 쉽다.

이렇게 살가운 엄마와 딸도 그 속을 찬찬히 살피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가 보다.

 

7년만에 만난 엄마 샤를롯(잉그릿 버그만)을 얼싸안고 기쁜 얼굴로 맞이하는 딸 에바(리브 울만).

제 집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에바의 옆지기 빅토르 목사는 마음이 착잡하다.

 

"엄마, 보고 싶었어요..." "에바, 너를 사랑한단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이지만, 속은 온갖 생각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요양소에 있을 줄 알았던 헬레나를 에바가 집에서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엄마는 바늘방석에 앉은 듯하다. 제 딸이건만 몸소 키우지 못한 탓이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잘 쳐서 줄곧 집을 떠나 연주하러 다녔다.

그래서 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외로움을 견디어낸 에바와 헬레나는 엄마 품이 무척 그립다.

 

어릴 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몸은 커지지만 마음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수가 없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사랑을 할 수가 있으랴.

 

그래도 에바는 착하게 산 덕분에 빅토르를 만나 집을 꾸려가게 되었지만,

아들인 에릭이 네 살 때 죽고 말았으며 엄마는 늘 딴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제 자리를 잡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를 반갑게 맞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겉으로는 웃음을 짓고 잘 하려고 애쓰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는 가깝지 않고 멀기만 하다.

 

3.

살면서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그럴 틈이 없었고 엄마는 사랑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에바.

나쁜 꿈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엄마를 붙잡고 밤새워 제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엄마는 깜짝 놀란다.

 

"전 엄마가 시간이 날 때 갖고 노는 노리개였어요...저를 사랑한 적이 없죠?"

"아빠와 저는 엄마를 늘 기다리기만 했어요. 엄마는 식구들한테 불성실했어요..."

"좋아하지도 않는데 발레를 배우게 하고, 긴머리를 짧게 깎도록 했으며,

알지도 못하는 책을 읽고 같이 이야기를 하자고 했지요..."

"열여덟 살때 내가 좋아하는 스테판과 같이 살고 싶었는데 못하게 했어요..."

 

"집에 있을 때는 있을 때대로 엄마 생각만으로 우리를 키웠고, 집을 떠나면 우리를 잊어버리고..."

"딸의 슬픔은 엄마의 기쁨인가요?"

사랑을 해주지 않거나 사랑의 탈을 쓰고 지나치게 끼어들어 제 삶을 망쳤다며 엄마를 몰아부친다.

 

딸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엄마는 그저 놀랄 뿐이다. "너...나를 미워하는구나..."

엄마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울먹인다. 에바가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눈으로 쳐다보지만.

"나는 어렸을 때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음악으로 내 마음을 나타내었을 뿐이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몰랐지...네 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그냥 아이를 낳기만 했어..."

"나도 열네 살인 너한테 안기고 싶었단다...나를 용서해줄 수는 없겠니..."

 

오로지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 살아가는 즐거움이 없었던 엄마와,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외로웠던 딸의 속마음은 밤이 새도록 끝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보다 더 미워하는 마음이다.

 

4.

사랑을 배우지 못해서 제 피붙이한테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엄마 샤를롯의 아픈 삶을 보여주면서,

감독은 "삶도 배워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를 모르는 것이다"는 말로 한 마디 한다.

 

어버이의 사랑을 받지 못해 딸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고,

그런 엄마를 둔 탓에 사랑이 모자라거나 넘치는 끼어들기로 딸의 삶은 꼬일대로 꼬이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굴레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래도 감독은 굴레를 벗어나게 하려고 애를 쓰지만...

 

말도 제대로 못하는 헬레나를 보고 나서 마음이 찜찜해서 담배를 피워대며 말한다.

"울어봐야 쓸데가 없어. 젠장...여기는 나흘만 있다가 아프리카로 가자..."

피붙이를 잘 돌보지 못한 마음에 얼굴이 구겨지는 샤를롯을 맡은 잉그릿 버그만,

눈물과 핑계로 딸에게 제 삶도 힘들었다고 둘러대는 모습은 그가 아니면 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제껏 쌓인 미움과 그리움을 한꺼번에 엄마한테 쏟아붓는 에바 노릇의 리브 울만도 빼어난 솜씨를 보인다.

집에서 벌어지는 일로 거의 다를 채운 이 영화는 잉그릿 버그만과 리브 울만 두 사람의 연기만으로도

팽팽하게 나아가고 눈을 뗄 수가 없다. 잉그릿 버그만이 마지막으로 나온 영화이니 더 값어치가 있다.

 

디브이디 화면은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 30년이 지난 영화이지만, 보너스가 있어 얼른 보기에 좋다.

작품 소개와 배우 소개에다 예고편까지 나온다.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 들려주는 뒷이야기까지 있다니

이게 웬 떡인가 싶었는데...피터 캐리란 사내가 영어로 들려준다. 끝까지 잘 해주지...이게 뭐야? 

b******g 2009.06.28. 신고 공감 2 댓글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