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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9기] 1992년에 썼던 독후감
"[파문 9기] 1992년에 썼던 독후감" 내용보기
이병주 작가의 「변명」은 대학에 입학하던 1972년에 문예지 「문학사상」에서 읽었다. 그 때의 충격은 존경하던 문인이요 학자였던 이광수, 최남선 등이 친일파였다는 것을 알았던 것 이상으로 컸다. 나를 의식화 시켰던 작품이라고 할까?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들이 이 작품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혹시 장병중의 후예가 아닐까    1992년에 작가가 세
"[파문 9기] 1992년에 썼던 독후감" 내용보기

이병주 작가의 변명은 대학에 입학하던 1972년에 문예지 「문학사상」에서 읽었다. 그 때의 충격은 존경하던 문인이요 학자였던 이광수, 최남선 등이 친일파였다는 것을 알았던 것 이상으로 컸다. 나를 의식화 시켰던 작품이라고 할까?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들이 이 작품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혹시 장병중의 후예가 아닐까 

 

1992년에 작가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나는 근무하던 학교의 문예반 소식지에 이 글을 실었다. 당시에는 서평과 독후감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던 시기이므로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는 독후감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대학 신입생 시절인 1972년에 느꼈던, 그리고 1992년에 이 글을 쓸 때 느꼈던 답답함은 여전하다. 우리나라는 과연 역사 청산을 이룬 것일까 

 

이 소설은 를 주인공으로 하는 1인칭 소설이다. 1972년 문학사상 12월호에 발표했다.

 

나는 일제에 의해 징집되어 학도병이 된다. 부대가 중국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친구인 탁인수는 탈출에 성공한다. 그 후 그는 광복군에 가담하여 일본에 저항하는 첩보활동을 하다. 그러나 은신처늘 습격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일본법정에서 사형을 당한다.

 

연합군의 반격으로 일본군이 중국에서 후퇴하기 시작한다. 부대가 퇴각하는 혼란 속에서 나는 상관의 명령으로 비밀문서를 소각하다가 탁인수의 재판기록을 발견한다. 상해에 거주하는 장병중이라는 조선인의 밀고로 많은 애국지사가 체포되었고, 탁인수 역시 장병중의 밀고로 인해 체포된 사실을 알게 된다.

 

부대가 이동하는 혼란기에 나는 일본군을 탈출하여 광복군에 가담한다. 어느 날 광복군 본부를 방문한 상해거주 조선인 유지 중에 장병중이 끼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그는 일본의 밀정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애국지사 행세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광복군 지휘자인 이호연 장군에게 장병중의 정체를 말하고 응징할 것을 권유한다. 장군은 그를 체포하면 조선인 교민들의 충격이 클 것이라며, 아직은 때가 아니니 좀 더 기다리자고 한다.

 

해방이 된 뒤 이호연 장군은 북으로 가고, 나는 남한으로 귀국한다. 서울에서 고위층의 측근이 되어 활개치고 있는 장병중을 만나나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는 자신이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한 투사인 양 행세하며 정부 관리에 임명되고, 국회의원에도 출마한다. 결국 민족의 존경을 받던 애국지사를 물리치고 의원에 당선된다.

 

분노한 나는 장병중의 정체를 아는 친구들에게 반역자를 응징하자고 설득한다. 친구들은 내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증거가 없고, 그가 너무 강해졌다면서 주저한다. 더구나 뜻을 같이 하던 어떤 친구는 장병중의 비서가 되고, 내게는 가족의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나는 민족정기를 되살려야 한다는 소명을 느낀다. 장병중의 정체를 아는 유일한 증인으로서 책임감도 절감한다. 그러나 울분만 토할 뿐 아무런 행동도 못한다. 결국 절망감 속에서 체념한다. “시대가 이러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변명과 함께…….

 

평생을 조국광복을 위해 헌신한 임시정부 대통령 김구 선생을 저격한 안두희가 범행 43년만에 자신의 배후를 말하기 시작(안두희는 후에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으나, 이 글은 진술 번복 이전에 작성한 것임)했다. 그의 배후에에는 일본군 헌병 출신인 김창룡 당시 방첩대장, 일본 경찰로서 독립군을 체포하고 고문했던 노덕술 당시 경찰시경과장 등이 있었다고 한다. 해방된 조국 땅에서 광복군의 영도자가 친일역적들에게 암살된 것이다.

 

백범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는 별다른 죄과도 치르지 않고 이승만 정권에 의해 육군 대령까지 진급했다. 전역한 뒤에도 한 때 강원도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낼 만큼 부를 축정하는 등 부귀를 누리며 아직까지(그는 1996년 박기서 열사에 의해 맞아 죽었으나, 1992년까지는 생존해 있었음.) 살아있다. 안두희가 배후라고 지목한 김창룡·노덕술·최운하·장택상·김태선 등(안두희는 훗날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으나, 이 글은 진술 번복 이전에 작성된 것임)은 이 나라의 지도층으로 살다가 늙어서 죽었다.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는 자도 역시 죄악에 동참한 것이다. 변명할 사람이 어찌 이 소설의 뿐이랴. 우리 민족 대부분이 장병중 일파의 공범일지도 모르겠다. 60년대에 안두희를 칼로 응징한 곽태영, 끈질긴 추적 끝에 80년대에 몽둥이로 응징하고 이번에 자백을 받아 낸 56세의 권중희 씨, 이런 분들로 자위하기에는 우리 민족의 정기가 너무도 초라하다.

 

이 소설을 지은 이병주는 1921년에 경남 하동에서 출생했다. 1965년에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가 되었다. 비교적 늦게 작가가 되었지만, 주로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변해가는 인간의 가치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 세계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으로는 지리산,산하등이 있으며 올해 (1992) 43일에 세상을 떠났다.

y******3 2015.10.19.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