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만일까? 내가 완전히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이. 정말 몇 년 만에 읽은 책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왠지 모르게 약간은 어렵게 느껴지는 이 책이 날 사로잡아버렸다. 내가 이 책을 새벽 3시가 다되도록 덮지 않고 읽은 것은 단지 숙제를 위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사는 시대와는 30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야간 통행금지 같은 단어가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난 이 책을 제목만 봤을 때는 단지 짧은 기행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4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었다. 장편소설을 읽기 꺼려하는 나에게는 딱 좋은 책이었다. 김승옥의 이 4편의 소설들은 그 내용이 주제를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처음 소설인 야행을 읽었을 때 내용이 솔직히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또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충격은 내가 이 책의 모든 소설에서 받았을 것이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밤거리의 풍경과 나에게는 굉장히 강렬한 단어를 쓰며 도시의 일상으로부터의 공포, 좌절을 표현하는 소설은 내 생애 처음 일 것이다. 서울.1964년 겨울을 읽을 때 계속되는 딱히 주제가 없는 대화는 이 소설을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지 감을 잡기가 힘이 들었으나 어울리려고 만난 사람들이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과 한 사람의 죽음조차 무시하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나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이기주의와 소외된 삶을 나타낸 듯 했다. 또 역사에서는 하숙집과 빈민가를 대조하며 틀에 갇혀 사는 사람들과 바꾸려고 하지만 바뀌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무진기행을 읽으며 인간성이 없어진 서울과 그 서울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사실과 지나간 몽환적이며 추억이 있는 무진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어지러우면서도 내가 나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전체적으로 소설들이 굉장히 독특한거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가가 나타내는 주제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걸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과 주변인들 각각의 입장에서 소설을 다르게 읽어보다면 또한 새롭고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지식이 조금 성숙해 졌을 때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으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더 와 닿는 것 같다. 나는 책을 읽는 것을 부담스럽고 싫어하였다. 하지만 비록 책 한 권을 읽은 것이지만 마음이 뿌듯해지고 앞으로도 책을 읽고 싶어진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비판하고 때론 강요하는 작가의 심리를 나타내는 소설을 찾는다면 권하고 싶다. 내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의 나이만큼 나이가 먹고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을 때 이 책을 다시 한번 펴봐야겠다. 비록 시대는 다를지 모르더라도 새로운 느낌과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