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리 원어로 된 제품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아무리 찾아봐도 엄마댁에 두고 온건지 안보이길래, 새로 그냥 주문을 했더니 뜨악. 영어더빙제품이었다. 이영화는 무엇보다도,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태리어 특유의 톤으로 느껴지는 감정들이 중요하다고 나름대로 생각했던 영화였는데, 영어로 보는 영화는, 글쎄... 좀 무미건조한 그런 맛이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해서 물론 영화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닌데, 그냥 왠지 더빙된 영화에 익숙치 않은데다가, 기대했던 것이 컸던 탓이었나보다. 작품 자체는 아마 흔하지 않은 최고치에 가까운 영화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아이들의 옹알이를 영상으로 표현하고, 그 마음을 그린다면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내 속을 뚫어다보는 느낌을 주는 영화. 2차 세계대전 이후 벽보 붙이는 일 자리를 구하고 아들과 함께 즐거워 들뜬 밤을 보낸 아버지가 다음날, 자신의 자전거를 다른 사람이 훔쳐감으로써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그 사이 사이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이게 되는 모습들에 대한 감정의 교차등이 참 미묘하게 그려진 영화같다. 누구나가 어떤 자리에 어떻게 쳐하게 될지 모르는 지금은, 그져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의 길일 뿐, 그 어느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과, 현실에 적당히 합승하는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치관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게 해주었다. 가슴 한부분을 아리도록 아프게 해주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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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을 감상하기 전에 우선 마음 단단히하고 다잡기 부터 했다. 90년대에 비디오로 본 적이 있지만 다시 보더라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볼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 초라하고 힘겨운 일상과 만나야 하는, 어떻게 보면 마음 불편해지는 작품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줄거리는 간단했다. 오랜 기간 실업자로 지내던 안토니오는 직업 소개소의 소개로 벽보 붙이는 일을 하게 되는데, 반드시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일자리였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전당포에 자전거를 저당잡혀서 지금은 자전거가 없어서 절망하는데, 아내 마리아가 침대 시트를 저당잡혀서 겨우 자전거를 찾아온다. 안토니오는 의욕을 품고 벽보 붙이는 일을 하게 되는데, 이 행운이 안토니오에겐 과분했던 것일까. 그는 일을 나간 첫날에 자전거를 도둑맞고 말았다. 안토니오가 바로 좇아갔지만 결국 놓쳐 버리고 그는 절망에 빠져 버린다. 다음날 어린 아들 부르노와 함께 안토니오는 자전거 도둑을 찾아 로마 거리를 뒤지는데...자전거 훔쳐간 청년을 찾아냈지만 그가 딱 잡아떼고 그마을 사람들이 둘러싸는 바람에 그는 하릴없이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자전거가 없으면 당장 내일부터 일을 할 수 없게 된 안토니오, 그의 눈에는 자전거 한 대가 들어도고, 그는 갈등에 빠지고 만다. 결국 그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는 안토니오, 하지만 그는 사람들 손에 잡히고 마는데..
안토니오의 자전거를 훔쳤던 청년은 너무나도 멀쩡해 보였지만, 결국 자전거 훔치는 좀도둑이 됐고, 머리속에는 임금 받아서 가족 먹여살릴 생각밖에 없었던 안토니오 역시 도둑이 되고 마는 현실..'자전거 도둑'은 이 걍팍한 현실을 과장없이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2차대전의 패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던 이탈리아 로마였다. 거리에는 실업자들이 득실거렸고, 사회전반에는 무기력이 감돌고 있던 시대, 비토리아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은 '로베트로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와 함께 네오 리얼리즘의 대명사격인 작품이었다.
안토니오가 붙인 벽보는 리타 헤이워드가 관능적인 포즈로 웃고 있는 영화 '길다'포스터였다. 감독은 포스터 '길다'를 통해 '자전거 도둑'은 이런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길다' 처럼 미녀들이 등장하고, 위안과 오락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초라하고 비루한 일상과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해주는 영화라는 것을 웅변하는 듯 했다. 현실은 이렇다고, 그렇게 상기하는 것에서 현실을 이겨낼 힘은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전거 도둑'의 로마 거리, 즉 2차 대전 직후의 이탈리아 로마 거리는 오드리 헵번이 나온 '로마의 휴일'의 그 로마와는 딴판이었다. 관광하고 싶고 여행하고 싶었던 그 로맨틱한 로마의 느낌이 아니었다. 패전의 분위기와 무력감에 휩싸인 칙칙하기만 도시였다. 로마 거리를 조명으로 비추지 않고 자연광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잡아냈고, 노동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실업자들이 있는 거리를 담아 냈으니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배우들 또한 직업 배우가 아닌 인물들을 주인공과 아내, 아들 배역에 캐스팅한 작품이라 최대한 현실과 가깝게 담아내려 했던 감독의 의도가 잘 반영돼 있었다. '자전거 도둑'은 흡사 1920년대 신경향파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게 했다. 일제 시대의 수탈에 시달리는 민초들의 모습을 담아냈던 그 시절 우리 소설의 암울함과 무거움이 닮아있었다.
아빠 안토니오를 따라 다니며 자전거를 함께 찾는 아들, 그만큼 그 가족은 자전거가 절박했던 것이다. 오랜 실업으로 의기소침해 있던 안토니오는 취직이 되면서 구원의 동앗줄을 움켜쥔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자전거를 도둑 맞음으로써 그의 희망은 산산조각나버린 것이었다.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기력과 암울함이었다면 안토니오를 지배하는 분위기는 절박함이었다. 그에게는 자전거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자전거를 훔치다 잡혔을 때,, 한숨이 나왔다. 안되는 사람은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그가 무사히 도둑질에 성공해서 자전거를 갖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다행히 안토니오의 아들을 본 자전거 주인이 그의 도둑질을 문제삼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자전거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끝내 한줄기 희망조차 던져주지 않은 채 영화는 여전히 비장한 표정으로 아들 부르노의 손을 잡고 가는 부자의 모습에서 끝이 났다. 그들의 내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떠오른다'는 말이 떠올랐지만, 어째 그 부자의 어깨 위로는 희망보다 절망이 더 진하게 묻어나왔다면, 내가 너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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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VOD로 시청한 1948년산 이탈리아 흑백영화. 2차대전 직후 로마의 서민의 삶을 그렸습니다. 주인공이 포스터 붙이는 일을 간신히 하게 됐습니다. 아내가 침대 시트를 전당포에 맡겨 돈이 생긴 주인공은 아들과 함께 전당포에 맡긴 자전거를 찾아옵니다. 하지만 일을 나간 첫날, 한 도둑청년이 자전거를 훔쳐갑니다. 가까스로 그 청년을 찾게 되지만 그 청년은 간질병환자였고 그 마을 사내들로부터 쫓겨납니다. 낙심한 주인공은 다른 이의 자전거를 훔치려고 시도하다가 들켜 봉변을 당하게 되고 어린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좌절을 고스란히 지켜봅니다.
물량위주의 헐리웃 영화와 다르게 스토리가 간단하면서도 영상이 단조롭지만 자전거를 찾는 과정에 끌리다보니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고 약간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시대로 치면 해방 전후의 이탈리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환경에 따라 선과 악이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인간의 본질을 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