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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서울의 김형민씨는 나보다 십년 조금 더 되는 인생 선배이긴 하지만 방금 언급한 실천력에 대한 회의라는 나의 자의식의 문제점을 직면하고 반성하게 해주었다.
저자 김형민은 전직 작가나 지식인이 아니다. 에스비에스에서 리얼코리아라는 프로의 PD직에 있는 삼십대 중후반의 지식 노동자라고 하면 될려나? 그렇기에 그는 지식을 설파하거나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고든다기 보단 그냥 '좋은 생각'류의 인정(혹은 감정)에 호소하는 이야기 형식의 글을 쓴다. 실제로 이 책은 책을 위한 책이 아니라 담론의 장인 인터넷상에서 썼던 글들을 모아 모아 다듬어 출간하게 된 책이다.
그런 만큼 '아웃사이더'에서 주로 다루는 사회 문제,정치 문제라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다소 가볍다. 나는 사실 '좋은 생각'류의 일상적 이야기의 감동을 폄하하던 사람이다. '좋은 생각'류의 논조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기 때문인데, 사태의 본질을 가리고 인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나 할까, 구조적 모순을 개인의 치부로 만들어버린다고 할까, 군대에서 적극 권장하는 도서가 바로 '좋은 생각'이나 '샘터'같은 따뜻한 일상을 다룬 이야기집들인 사실 역시 더욱 반감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런데 김형민의 글은 다르다. 표면적으로는 '좋은 생각'처럼 논리나 합리성 보다는 '인정'에 호소하는 글쓰기이며 다소 편견적이기까지하지만 그 내용이 다르다. '좋은 생각'류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과 추억의 회고,를 내용으로 삼지만 본질적으로 한 개인의 이러한 이야기는 생생한 현실감과 역사의식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다. 단지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홍세화 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인정에의 호소를 싫어하는 매정한 인간이 아니었음에 안도를 느끼게 되었다. 나는 기존의 '좋은 생각'류가 지닌 '가리우는 측면'때문에 인정에의 호소를 경계했던 것이라는걸 깨달았다.
평범한 소시민, 김형민의 세상살이, 속에서 나는 부산 출신의 88학번 선배가 살았던 시대와,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그가 본 세상과 마주 하고, 그의 양심의 소리를 귀기울여본다.
나는 위인보다는 평범한 사람이 좋다, 내 자신이 무진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간댕이 콩알만한 말 그대로, 딱, 소(小)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인의 거룩함 보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 고민과 성찰이 한층 애틋하고 감동적이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기에.
우리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내려본다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양심'과 '합리성'을 지닌 평범한 인간를 '열사'로 만들었던 칠팔십년대를 지나 지금 여기,우리는 얼마만큼 '상식'에 근접해왔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김형민의 글은 하나같이 암울하고 그 시대를 체험하지 못한 나에겐 다소 충격적이기까지한 이야기들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가 느낀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은 분명 희망이었다. '썸데이 서울'의 느낌은 마치 언니네 이발관의 '언젠가 이발관'과 비슷하다. 꽤나 절망스러운 톤으로 희망을 읇조리고 있는 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외면해온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과감히 직면하고, 이를 개인적으로나마 거부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본받을 수 있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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