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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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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호라, 이름은 매우 익숙한데 도대체 뭐 하던 사람인고 하니 친일파의 대두다. 이 책 간만에 재미나게 읽었다. 방금 전 실감의 차원이라는 글을 쓰다가 까먹고 이 책 이야기를 쓰지 못 했는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협력(collaborate - cooperate는 '협조')과 저항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윤치호의 일기를 바탕으로 윤치호의 개인적인 가치관과 사상, 재일협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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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호라, 이름은 매우 익숙한데 도대체 뭐 하던 사람인고 하니 친일파의 대두다. 이 책 간만에 재미나게 읽었다. 방금 전 실감의 차원이라는 글을 쓰다가 까먹고 이 책 이야기를 쓰지 못 했는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협력(collaborate - cooperate는 '협조')과 저항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윤치호의 일기를 바탕으로 윤치호의 개인적인 가치관과 사상, 재일협력으로의 과정을 섬세하게 재구성 했다는 점이다. 윤치호의 친일 행위에 대한 이 책의 평가는 어찌보면 정말 한 문장으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평가 자체라기 보다 어째서 윤치호가 그러한 행위를 하였으며 실제로는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밝혀서 친일파가 단순히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저버렸다는 단순한 분석을 벗어나는 점이다.

또한 프랑스의 비시정권에 대한 반추, 드골 대통령이 만들어 낸 레지스탕스에 대한 환상을 깨고 어떤 식으로 유럽의 협력자 논쟁이 진행되었고 어느 정도 잠정적인 결론을 얻게 되었는 지에 대한 설명이 매우 흥미롭다. 전국민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는 덴마크 이야기도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윤치호의 사상 및 신념을 알아가면서 자유주의자 적인 면모가 나랑 무척 닮았다고 느꼈다. 국가보다 개인을 더 중요시하는 면 말이다. 그랬기 때문에 윤치호는 조선이라는 국가의 존립보다는 조선에 사는 동족의 삶에 더 관심을 가졌고 일본의 지배 속에서 오히려 조선사람들이 조선의 지배 하에서보다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일본에 동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능력하고 민중을 괴롭게 하는 동족의 지배보다 차라리 능력있는 외국의 지배가 낫다고 본 것이다. 윤치호는 일본과 조선에 대해 양비론적 시각을 견지하며 비판할 점은 비판하고 칭찬할 점은 칭찬하는데 여기서 조선사람에 대해 비판하는 몇 가지 면모가 오늘 날에도 존재하는 것 같아서 정말 뜨끔하다. 윤치호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였고 조선의 독립은 조선인들에 의해서는 결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설사 독립이 된다고 생각해도 조선인들의 수준으로는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윤치호는 자유란 반드시 투쟁을 통해서 얻어야 하며(자유를 누릴 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윈주의에 깊이 경도 되었는데 조선인들이 독립을 누리려면 그만큼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판단으로는 아직 그 수준이 되려면 한참 부족한 것이고.

정말 공감간 구절은 윤치호는 스스로 현실주의자라고 여겼지만 독립국가에 대한 조선의 자질에 대한 그의 판단 및 잣대는 너무나 엄격한 이상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개인의 머릿속을 아예 분해해 드러내는 방법을 하 선생님이 매우 강조하신다. 그 사람이 되어보라고, 그 사람의 머리속을 해부하라고, 그렇게 사람은 단순하지 않다고 말이다. 친일파, 민족주의, 식민지, 아직도 다루기 민감한 영역에 대해 이 책은 이제 상황을 단순화 시키지 말고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문득 나는 한 번도 내가 식민지 시대 속에서 살아갈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 일반 시민이 선택의 기로에 얼마나 자주 서야 했을까? 상상하기 정말 힘들다. 그리고 왠지 윤치호 같은 사람은 정말 평생 우울하고 억눌린 기분으로 살지 않았을까 한다. 

3.1  운동에 대한 윤치호의 생각이 매우 흥미롭다. 그는 3.1운동을 반대했기 때문에도 친일파로 거론되는데 반대한 이유는 3.1운동을 해서 조선의 독립이 이뤄질 수 없고 오히려 무고한 백성들만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3.1운동을 통해 그는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다른 한편으로 크게 감동했다. 죽을 것이 뻔한데도 달려드는 모양새에서  독립에 대한 의지와 조선인으로서의 확고한 정체성에 감동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단순하지 않다니까 그러네. 동기 하나에 의해서만 행동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가치관만을 가지고 평생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을 했어도 중간에 변할 수도 있고 정말 복잡하다고.
e****i 2010.03.12.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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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호의 협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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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캐릭터를 넘어서] 지금 한국의 대중에서 논의되는 일제시대는 극단과 극단을 오가기만 한다. 거기에는 논리적인 주장과 실증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고 흐리멍텅하고 묽게 퍼진 인상 비평만이 존재할 뿐이다. 다양한 시각이 배제된 담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드라마틱 하게 개조된다. 일제시대는 서사가 있는 하나의 플롯이 되고 처음부터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로 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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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캐릭터를 넘어서]


지금 한국의 대중에서 논의되는 일제시대는 극단과 극단을 오가기만 한다. 거기에는 논리적인 주장과 실증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고 흐리멍텅하고 묽게 퍼진 인상 비평만이 존재할 뿐이다. 다양한 시각이 배제된 담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드라마틱 하게 개조된다. 일제시대는 서사가 있는 하나의 플롯이 되고 처음부터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로 변하며, 그 DNA는 통속적인 민중극에서 영웅담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것을 상징하는 작품들이 바로 최근에 나온 <귀향>과 <군함도> 등이다.

이 책을 읽으며 친일파, 윤치호, 그리고 일제시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적어도 이 책만 놓고 보면, 윤치호에게 돌을 던지는 인간들은 윤치호가 그토록 증오했던 무지한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고? 궁금해서 먹어보니까 함부로 그런 말 할 게 아니더라.

더 파고들어야 하는 여지가 있다. 그런 여지를 한국 사회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 밑줄과 함께


「친일파 문제를 논할 때, 프랑스는 부역자를 제대로 청산했는데 우리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해서 나라가 이 모양이라는 식의 말이 꼭 따라붙는다. (...) 프랑스에서는 1970년대 이래 레지스탕스 운동과 협력 행위를 다시 바라보는 '신화의 해체' 움직임이 일어났다. 즉, 레지스탕스의 신화가 주장하듯이 나치 점령기에 프랑스 국민은 그렇게 영웅적으로 행동하지 않았고, 많은 프랑스인들의 손이 더럽혀졌으며, 저항과 협력이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행위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 물론 이것으로 '모든 프랑스인이'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면 그것은 논리적인 오류라고 본다. 또, 이 주장마저도 일제 잔재(?)의 청산이라는 불가능한 시도에 진물이 난 저자 개인의 극단적인 시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사회는 늘 엉망진창이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식민지배기에 대해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게 됐을 수 있으나 또다른 누군가는 일반적인 한국인보다도 더한 반감을 가질 수 있을 수 있다. 조사해볼 여지가 있다.


「그는 언젠가 유길준에게 "나는 어느 당파에도 속할 수 없습니다. 문제의 양면을 너무 많이 보니까요"라면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였다.」

「나는 일본이 조선에게 자치를 줄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고, 또 조선이 그것을 얻는다 해도 잘 해낼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나 연장을 요구하기에는 나는 너무 겁이 많다. 내가 그것을 몰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누군가가 내게 비행기나 잠수함을 준다면 그것을 받을 것인가?」

* 윤치호가 스스로에 대해 평한 이 두 문단을 봤을 때 나는 많은 공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행적이 더 확연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윤치호라는 인물에게 진지하게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 책에 근거했을 때) 윤치호는 절대 두부 자르는 것처럼 재단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사실 모든 인간이 그렇기도 하다.

「러일전쟁 중에 제물포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포탄이 날아다니는데 "존경할 만한 황제"는 점쟁이들의 말을 듣고 궁궐의 기둥 밑에 큰 솥을 묻는 짓이나 하느라고 바쁘다는 것이었다. 윤치호는 따라서 조선의 "최대의 적"은 바로 황제라고 결론 짓는다. (...)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조선의 황제는 "관직을 팔아넘기고, 장난감 궁궐을 짓고, 굿을 해서 산천의 신들에게 러시아가 이길 것을 빌고 있다."는 것이었다.」


「윤치호가 판단하기에 다른 사람들도 황제를 혐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즉, 다른 사람들은 황제를 "너무나 증오해서 그를 망신 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하는 것 같다. 그가 왕좌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사람들의 혐오감이나 정의감을 만족시킬 것 같다."고 보았다.」

* 대한 제국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은 '죽여버리고 싶은 내 가족'이었던 것 같다. 조정을 증오하던 대중들에게, 정작 민비가 살해당하자 개화에 대한 적개심이 급속도로 올라갔다는 문장까지 합치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한편 궁궐 주위에 관상쟁이, 굿쟁이 등이 많이 있었다는 서술과 비교하면, 대한제국 시절 궁궐에서는 자주 굿을 하는 행위나 관상을 보는 비합리적이고 미신적인 행위가 이루어졌던 것 같다. 이런 전근대적인 행동은 위정자들에게서 그치는 것만이 아니었다. 이 책에 따르면 3.1 운동 당시 독립이 되었다고 착각한 어느 마을에서는 민둥산에 일제가 심은 나무들을 다시 싹 다 베어버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것을 볼 때마다 동도서기라는 표현이 대단히 주제넘고 무례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양과 서양을 떠나, 떨어지는 자는 나아가는 자를 보며 발전하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진화 방향이다. 나침반과 화약 등을 전해주던 시절은 생각 못 하고 본인이 위기에 처하자 갑자기 동과 서를 나누는 행동은 (백 년도 더 지난 지금이니까 잘난 듯이 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과연 일관성 있는 태도인가?


「윤치호는 특히 상하이 임시정부에 대하여 대단히 비판적이었는데 그는 그들을 "선동가"라고 부르고 그들이 "산적"같이 행동한다고 비난하였다. 그들은 모두 입으로만 독립을 외치면서 막상 독립국가를 감당할 준비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윤치호의 판단이었다. 게다가 "다스릴 국민도 없으면서 정부 간판을 내건 채" 끊임없이 국내에 있는 조선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함으로써 그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도 비난받을 짓이라고 생각했다. 임시정부가 일본인들이 부과하는 세금을 내지 말고 일본 법정에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자, 윤치호는 그들을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윤치호의 일기를 보면 임시정부를 비롯한 각종 독립운동 단체들이 끊임없이 그에게 자금 지원을 요구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하여 그는 조선 바깥에서 자신의 생명은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내게는 돈을 줌으로써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라"고 요구한다며 반발하였다.」

* 윤치호가 겁쟁이라고 자인할 정도로 신중한 성격인 데다, 잠깐의 투옥 생활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 후로 줄곧 신변의 안전에 집착하게 된 것을 고려하면 나는 이것이 한 자연인이자 생명체로서 정당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것은 추론이지만 끊임없이 그에게 요구가 왔다는 것은 그가 일제시대 당시 그것을 거절할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본다. 사실 독립운동에 대한 이러한 사고방식은 내게 전혀 새로운 관점이었으므로 아주 신선했다. 하지만 나라 안을 살아가는 '내부자'로서 이는 틀린 생각도 아니고 나쁜 생각도 아니었다. 일제시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퍼즐에 하나가 드디어 맞춰진 느낌이다.

이 밖에도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조선 땅과 조선인에 대한 애정을 피로했던 장면과, 일제 통치의 허구성을 피력한 부분이었다. "나는 어느 당파에도 속할 수 없습니다. 문제의 양면을 너무 많이 보니까요"는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내선일체를 주장하면서 정작 세금도 직업 선택도 교육도 일본인과 차등을 두는 일제. 무엇보다 세계의 긴 역사 동안 한 나라를 다른 나라가 흡수해 완전히 동화시키려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대단히 많다는 점 등. 일리 있고 통찰력 있는 주장들이었다. 적어도 이 책에 나온 윤치호라는 인물을, 나는 비난할 수 없다.


추천하나요? 대단히 추천

y*****2 2019.05.24. 신고 공감 0 댓글 0